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1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218화(218/246)
218화 총통 각하께선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신다 (5)
“이게 다 뭐냐?”
“이건 제 중국 애인이 선물해준 건데, 밤에 어마어마한 힘을 북돋워줍니다. 기가 막힙니다.”
“그래서 이게 뭐냐고.”
“해구신이라고 하는데··· 물개의 그겁니다, 그거.”
뭐라 반응하는 대신 옆에 있는 꾸러미를 집어 들었다.
“그럼 이건?”
“제 조선인 애인이 선물해준 건데, 조선 홍삼이란 겁니다. 달여 먹으면 몸에 열기가 후끈후끈 돌면서 원기가 회복되-”
“파울 요제프 괴벨스.”
“예, 각하.”
“그럼 저기엔 뭐라고 적혀 있는 거지?”
내가 가리킨 건 남경 한복판에 거대하게 박혀 있는 광고판때기. 원판보다 훨씬 수려하게 그려진 괴벨스 놈이 해맑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따봉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 음, 광고 문구입니다.”
“읽어봐. 다른 통역 불러오기 전에.”
“<민족혁명 최고의 두뇌, 독일의 제갈무후 괴벨스 박사가 극찬하다! 침대 위의 혁명을 일으키는 신비의 비약, 부채표->”
“대가리 박아.”
그냥 뇌물을 받으라고 해야 했을까? 차라리 그게 더 나았나?
감동 실화, <이혼당한 뒤 좌천당해 미개한 오지로 쫓겨나 귀농생활을 시작했더니 전 세계 각양각색의 미녀들이 내 신부가 되기 위해 몰려오는 건에 대하여>를 찍고 있는 태조 파울 요제프 1세 술탄에 대해서는 잠깐 잊기로 하자.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파 오니까.
– 사실 구운몽은 서포 김만중이 꿈에서 괴벨스를 만나 쓴 게 아닐까? 사실 원본은 독일어판이 아니었을까?
너까지 그러지 마. 왜 넋이 나가 있는 게냐.
버마, 태국, 베트남 등을 순방한 뒤에는 중국.
중국의 수도 남경에 도착하자, 마치 대륙의 기상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주겠노라 선언하듯 남경 전 시민을 끌어모은 듯 어마어마한 인파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항구에 몸소 나와 있는 장개석까지.
“모든 핍박받는 자들의 희망, 로젠바움 독일 총통 각하를 드디어 이리 뵙게 되었습니다! 이 장 모, 일생의 영광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초가 많으셨습니까? 저 또한 장 총통님께서 이 아시아 땅에서 민족해방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익히 들어왔습니다.”
“와아아아!!”
우리가 끌어안았다가 서로 손을 부여잡은 손을 번쩍 치켜들자 기다렸다는 듯 환성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스마일은 여기까지.
장개석의 관저에서 정상회담이 열리자, 우리 둘은 순식간에 얼굴에서 웃는 기색을 싹 지워냈다.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모든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둔 우리 중화민국이 어째서 공산당 반역도 놈들을 용인해야 합니까?”
장개석의 얼굴엔 이제 은은한 노기가 배어 있었다.
무수한 군벌들의 비협조와 적대에 맞서 그들 모두를 때려눕히고 왕좌를 거머쥔 장개석.
그가 철권통치를 휘두르는 독재자라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국에는 중국에 걸맞는 통치 방식이 있는 법이니까.
중요한 건 그가 일구려고 했던 경제 발전의 모든 성과가 중일전쟁으로 인해 잿더미로 바뀌었단 사실이다.
“예. 나는 용인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소련과의 전면 전쟁이 터질 테니까요.”
“우리 중화민국은 우리를 침략하고자 하는 그 모든 적들을 상대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젠 그 누구도 돕지 못할 겁니다.”
“빌어먹을. 소련의 핵무기 공갈로부터 당신들이 우릴 지켜줘야 할 것 아니오!”
“핵을 묶어놓는다 해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물론!”
– 그럴 리가 있나.
소련군이 핵을 동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소련 사이 전쟁이 발발하면 절대 중국은 이기지 못한다. 어쩌면 중국공산당의 친소파가 몰락하고 다시 모택동이 권력을 잡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말해 장개석의 원한을 사는 것보단, 다른 방향으로 설명하는 게 더 나을 게 뻔하다.
“저 또한 결국 소련은 패배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본과의 전쟁으로 이미 끔찍한 피해를 입은 중국 민족이··· 소련과의 전쟁을 끝내고 나면 다시 일어서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하지만 우리의 영토는 우리의 자존심이오.”
장개석은 짜증을 내듯 탁탁 라이터를 켜고 담배에 불을 붙였고, 나 또한 곧장 시가를 한 대 꺼냈다. 장개석은 곧장 내게 다가와 불을 붙여주었다.
“지금 중국은 상처를 추스를 시간입니다.”
“······.”
“중화민국은 아시아에서 민족혁명주의를 전파하고 타 세력의 수탈을 저지할 능력이 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큰 뜻을 위해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는 것은 범부들이 할 수 없는, 오직 강철 같은 의지와 크나큰 뜻을 가진 이들에게만 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총통께서 아실진 모르겠지만, 옛날 중국엔 한신이란 이가 있었지요. 좋습니다. 이해했습니다.”
여전히 그의 표정은 복잡했지만, 적어도 분노는 누그러져 있었다.
어차피 그가 모를 리도 없다. 다만 독일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무언가를 받아내기 위해 한번 질러본 거겠지.
제발 장개석 코인이 상폐되지 않고 오래오래 가길 기원하도록 하자.
***
마카오와 홍콩부터 시작해서 북경의 자금성, 옛 위엄이 퇴색된 만리장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중국의 모든 것을 선보이기 위한 초호화 의전과 스케줄이 진행되었다.
무협과 호걸의 나라 아니랄까 봐, 목숨은 내다버리는 것쯤으로 여기는 중국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로젠바움 총통께선 모든 민족의 해방을 제창하시면서, 어째서 모든 중국인을 압제하고 있는 천하의 호로새끼 장개석이의 비위를 그리 잘 맞춰주십니까?”
“저 새끼 당장 끌어내!!”
“허허허. 멈추십쇼. 모든 사람들에겐 태어난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졌다.
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데 저런 질문을 몇 번씩 받아봤겠는가? 사실 국내에서부터 이미 심심찮게 들었던 질문인 만큼 답변이 어렵지도 않았다.
“제가 왜 장개석을 지지하냐고 여쭤보셨습니까?”
“그렇··· 습니다. 민족혁명주의의 이념으로 보더라도 문제가 많잖습니까?”
“우선 첫 번째. 엄연히 외국인, 그것도 외국의 국가 수반인 제가 타국 지도자의 자격을 묻는 것 자체가 훨씬 더 좋지 않은 일입니다. 지도자가 정치를 잘 못 하는 것은 종기나 여드름 같은 일이지만, 남의 나라가 타국의 중대한 주권에 간섭하는 일은 암이나 천연두 같은 중병입니다. 정녕 여러분은 타국이 중국 내정에 개입하는 선례를 또다시 만들고자 하십니까?”
“독일은 남이 아니잖습니까! 민족혁명의 선도자가 잘못된 길을 가는 후학에게 가르침을 베푸는 것이 어찌 내정간섭일 수 있겠소!”
– 오. 제법 머리 돌아가는데?
시끄러.
“모든 지도자는 무한한 권한을 국민에게서 부여받지만, 그 대신 무한한 책임 또한 짊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통치를 받고 있던 해당 국가의 국민뿐. 나는 눈곱만큼도 여러분의 권리를 침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각하. 이제 일어나셔야 합니다.”
“그러지.”
꼬우면 알아서 장개석 몰아내든가. 왜 나보고 지랄이야.
그리고 1946년 9월 25일.
우리 일가는 기나긴 중국 여행의 종지부를 찍고 천진항을 떠났다.
그리고 바로 당일.
우린 인천에 도착하였고, 거기서 배를 갈아타 한강을 거슬러 올라 서울로 향했다.
“각하! 총통 각하!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손기정 선수, 맞소?”
“예, 그렇습니다. 제 이름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불러주시는군요!”
“당신도 독일어를 굉장히 잘하게 되었군요.”
배에 올라타 안내인 역을 맡은 사람은 다름아닌 손기정.
독일에 머무르고 있던 손기정과 그 무리들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곧장 자신들의 조국으로 돌아갔었다. 사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또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보이십니까? 각하의 존안을 먼 발치에서나마 보기 위해 이 서울의 코흘리개 어린애부터 팔순 노인까지 전부 강변으로 나와 있습니다!”
“나는 조선에 딱히 무언가 해준 게 아무것도 없소만?”
“제가 살아서 이 조선 땅에 발을 디디고 있단 것 자체가 각하께서 베푼 은혜이십니다.”
멋쩍구만. 정말 한 게 없는데.
조선이라는 나라는 지도상으로만 아는 극동의 한 자락. 내 대전략상 여기에 부여된 역할은 오직 장개석의 서브 파트너, 그뿐이다.
하지만 저들은 어디서 구해 왔는지 자기네 나라 국기와 함께 독일 국기를 들고 나와서는 목청이 다 찢어지도록 만세를 부르짖고 있었다.
“일본인들의 손에 나라를 빼앗긴 지 수십 년. 세계를 다스린다고 으스대던 열강의 높으신 분들 중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직 각하께서, 오직 총통 각하만이 이 아시아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야만스러운 식민 지배에 짓눌려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인정해 주셨습니다.”
“오늘 받은 역할은 혹시 아부꾼이오?”
“전 진실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부라면 예, 전 아부꾼입니다.”
그의 티끌 한 점 보이지 않는 환한 웃음을 보고, 난 고개만 끄덕였다.
무수한 인파의 틈새로, 가난하고 궁핍한 극동의 도시가 보이고 있었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허름한 도시도, 저 무수한 인파도.
이미 몇 년째 되풀이되던 일상인 만큼 이제는 무덤덤한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하겠건만.
그렇게 되질 않았다.
“당신 뭔가 평소보다 더 감동받은 것 같은데?”
에르나마저 눈치챌 정도라니. 이래서야 정치인 실격이다.
– 서울··· 서울이야.
그래. 나도 알아. 얼마 전까지 경성이었던 곳.
– 이제 알았다. 나는 여기에 오기 위해, 50여 년을 묶여 있었던 게 틀림없어. 내가 사라져서 성불한다면 당연히 이곳 서울일 수밖에-
가긴 어딜 가 미친 놈아. 왜 혼자 멋대로 만족해서는 사라지려고.
하늘이 허락해도 내가 허락 못 한다. 내가 벽에 똥칠하는 치매 노인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너는 못 간다.
– 감상에 잠기는 꼴 정도는 좀 봐줘도 되지 않냐? 몇십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이 정도는 좀 괜찮지 않겠어?
아니, 내 귀가 아프다고. 귀신 훌쩍대는 소리도 한두 시간이지 지금이 몇 시간째야? 응?
나라고 처음부터 이토록 매정하진 않았다.
처음엔 당연히 범석이의 남다른 감회에 진심으로 공감했고, 시대를 초월해 기어코 자신의 민족이 일본제국의 폭정에서 해방된 뒤 돌아온 늙은 군인의 감격을 보며 나 또한 알게 모르게 뿌듯함도 느꼈다.
그런데 좋은 가락도 적당히지, 울고 짜고를 대체 어느 세월까지 하려고 이래?
– 저길 좀 봐라. 옛날엔 이즈음에 한강에 철교가 잔뜩 깔려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들잖냐. 이 나라가 아직 찢어지게 가난하단 뜻이지. 그리고 저기, 저기 좀 봐라. 원래라면 차도가 좍 깔려 있어야 할 곳인데 지금은 허허벌판이 따로 없네. 그리고 저기는-
이러고 있는데 내가 얼마나 더 받아줘야 하는가.
난 할 만큼 했다. 솔직히 독재하는 놈들 치고 끓는점 높은 놈이 없는데, 나는 놀랍도록 다 받아주고 있지 않는가. 이만하면 노벨상을 받아도 될 만하다.
– 이게 진짜 미쳐버렸나. 스웨덴 사람들이 네가 그 망언 한 거 듣고 다들 표정관리 안 되던 거 기억 못 해?
그냥 농담이었잖아. 설마 내가 노벨상 안 줬다고 스웨덴을 탱크로 진짜 뭉개겠어?
– 정말이지 남의 감동 짓밟는 덴 선수야, 선수.
그리고 마침내.
우린 배에서 내리고 리무진으로 갈아타 현재 조선의 신탁통치가 진행되고 있는 옛 조선총독부 건물, 현 신탁통치 행정청 청사로 향했다.
“조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르민 로젠바움 총통 각하!”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우렁찬 목소리.
“반갑습니다··· 혹시 예전에 저희, 얼굴 한번 본 적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소관을 기억해주셨군요!”
당신 얼굴은 까먹기 좀 힘들어서 말이지.
– 내 감동··· 내 감동 돌려줘. 이 나라가 망하기 일보 직전이야! 이러다 나라 망한다고!! 아르민! 전쟁이다! 당장 이 조선을 침공해서 점령해버려! 빨리!
“소관, 조지 패튼 총독이 안내하겠습니다! 어서 드시지요!”
으음.
설마 망하기까지야 하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