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2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 -224화(224/246)
224화 외전 – 추락하는 것엔 의자가 있다
1948년.
독일의 총통, 신세계 질서의 성립자, 탈식민주의의 영웅 아르민 로젠바움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헤르만 괴링 대통령의 임기가 막을 올렸을 무렵.
미합중국은 바야흐로 대통령 선거의 해를 맞이했다.
“마침내 우리 미합중국이 그동안 신생국들에게 투자한 결실을 맺을 때가 왔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념을 이해하는 나라들이 탄생하느냐, 혹은 공산주의나 민족혁명주의 독재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방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입지에도 크나큰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
“그런 의미에서, 역시 제가 4년만 더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각하. 이쯤 하시지요.”
“내 치적이 보통이 아니잖소? 경제도 살아나고 있고! 뉴딜이 옳았다는 것도 증명되었고!”
“이래서야 정말 독재자 소릴 들어도 할 말이 없잖습니까! 독일을 보고 독재 국가라고 말할 자격을 되찾으려면 각하께서 이만 백악관에서 나오셔야 합니다!”
“다들 착각하고 있군. 벌써부터 큰일이야.”
루즈벨트는 지끈지끈 쑤시는 골을 꾹꾹 누르며 한숨을 숨기지 않았다.
아르민 로젠바움이 물러난다고? 절대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걸 훌훌 벗어던지고 야인으로 돌아가?
손가락 한 번 가리키면 뒷산 하나 지워버리는 수준이 아니라 온 세상의 참새도 소멸시킬 만한 권능을 손에 넣었는데, 그걸 끊어? 아편보다 더 지독하고 끈끈한 권력 중독을 끊는다니.
로젠바움은 반드시 돌아온다.
언젠가 세계 정세가 크게 출렁이고 유럽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이 인지될 날이 오리라.
그러면 한발 물러나 있던 로젠바움을 향해 온 민족혁명주의자들이 “각하! 이제 그만 돌아오시옵소서!!”라고 쩌렁쩌렁 외치고, 로젠바움은 못 이기는 척 슬그머니 돌아와 프라하 조약기구 총장이든 뭐든 새로운 감투를 쓴 채 전 유럽을 호령하게 되리.
도대체 얼마나 권력에 미쳤으면 제 절대권력을 판돈으로 걸어 더 큰 권력을 탐할까? 고작 대선 하나에 쩔쩔매는 루즈벨트 자신은 정말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닐까?
‘아니지. 딱히 판돈으로 걸지도 않았군.’
당연히 괴링은 바지사장일 테고, 막후 흑막으로서 이미 독일을 다스리고 있으리라. 모든 건 위장에 불과하다.
“로젠바움은 돌아올 것이오. 스탈린과 로젠바움, 두 독재자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얼굴을 맞대본 이 내가-”
“각하!”
백악관 촉수 괴물은 딱 4년만 더 재임해서 20년을 찍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고, 민주당엔 한바탕 파란이 일었다.
앉은뱅이 독재자의 야욕이 너무나 거대한 것에 하늘이 노한 것일까?
천망회회 소이불실이라, 마침내 루즈벨트는 천벌을 받고 말았다.
와지끈!
“끄아아악!!”
제아무리 천조국의 황궁이라 하더라도, 결국 백악관이란 건물은 오래된 낡은 집에 지나지 않는다.
흉가의 경지를 뛰어넘어 폐가의 영역에 진입하고 있던 낡은 집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 또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948년 5월.
민주당 당내 경선을 위해 암약하며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고 편지를 쓰던 루즈벨트가 휠체어를 타고 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와중, 백악관 2층 거실 바닥이 무너졌다.
원 역사에서는 2층에 있던 피아노가 추락했지만, 이번에는 피아노 대신 휠체어와 거기 앉아 있던 요괴 한 명이 추락했다.
그러나 행인지 불행인지, 2층에서 1층 바닥으로 처박힌 루즈벨트는 휠체어가 망가지고 전신 부상을 입긴 했지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의 권력에 대한 애착 또한 살아남았다.
앉은뱅이 대요괴는 의사를 비롯한 모두에게 철저한 함구령을 내렸다.
“절대로 외부에 이번 사고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게.”
“하지만 각하. 대통령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단 사실을 숨기는 건 매우 위험한 행위입니다.”
“윌슨 전 대통령의 사례도 있습니다. 들키는 순간 일파만파 사건이 커질 게 분명합니다.”
“그러면? 말하라고? 내가 공화당이라면 곧장 신나는 비트에 몸을 맡기고 <천벌을 받은 대통령>이라거나 <얼마나 정권에 망조가 들었으면 백악관이 다 무너지냐>라고 떠들어댈걸세. 정말 그걸 감당해야겠나?”
루즈벨트의 엄정한 선언에 비서진들은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마저 돌리진 못했다.
‘대통령께서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시야가 좁아지셨다.’
‘이미 갑작스레 모든 일정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모두 캔슬한 탓에 기자들이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니고 있어. 이걸 숨기는 건 불가능해.’
바로 이 시점에서 사실상 루즈벨트의 철옹성 같던 성채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영원한 왕은 없는 법.
천하의 FDR이 그토록 엄포를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정보가 새고 말았다.
[백악관, 무너지다!] [2층에서 바닥이 꺼져 무너진 루즈벨트 대통령!] [16년 독재에 하늘이 노한 걸까?]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과의 별도의 사전 협의도 없이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고가 있었다>라고 시원하게 긍정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부상이 얼마나 심한지 의학적 자문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 절대 윌슨처럼 이를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고, 이제 곧 상황을 발표하려 했는데 기자들이 먼저 이를 알아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던 루즈벨트는 격노했다.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니!”
“이 시점에선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그래. 그렇군. 너희들을 위한 최선이겠지.”
이미 여론의 향방은 정해져 있었다.
민주당조차 ‘대통령의 건강이 염려된다’라며 은근슬쩍 민주당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루즈벨트 개인이 잘못된 것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고, 너무 오래 야당 생활을 한 나머지 반쯤 미쳐 있던 공화당은 루즈벨트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떠들어대며 <천벌론>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16년이나 대통령을 역임한 전무후무한 남자는 그 순간 차기 대선 도전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하지만 미련을 버렸다는 것이 곧 승복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친정 민주당이 자신을 저버렸다고 확신했고(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충분히 국가를 위해 더 봉사할 준비도 되어 있는데다 국익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선택지인 자신이 고작 낡은 나무 판자 하나 부서졌다고 미끄러진다는 사실을 같잖게 여겼다.
그 결과.
“각하. 다음 경선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실지-”
“음? 굳이 지지를 해야 하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각하의 정책을 이어나갈 후보를 지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다 한통속이던 놈들인데. 이제야 로젠바움의 속을 알겠어. 나는 따뜻한 웜스프링스(Warm Springs)로 돌아가 온천에서 노닐며 여생을 보내겠네. 2층에서 추락한 충격이 너무 커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선거 운동을 도와주기엔 몸이 영 안 따라주는구만!”
차기 선거? 내 알 바 아니다.
무려 16년 동안 미우나 고우나 국가 원수이자 민주당 소속 대통령으로 활동했던 FDR이 전혀 선거를 돕지 않자, 민주당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그는 정말 ‘아프다’ 또는 ‘국정운영 때문에 너무 바쁘다’로 일관하며 기어코 단 한 번도 선거 유세를 돕지 않았고.
정권은 공화당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루즈벨트가 백악관을 나오기 직전, 그는 로젠바움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천년만년 더 해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였나?”
그가 대통령으로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었을 때, 로젠바움은 자신의 마지막 해를 가족에게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한참 뒤에야 전해 들은 루즈벨트는 무어라 형용키 어려운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즈벨트 또한 세상을 떠났다.
기나긴 시간이었다.
***
마침내 기나긴 조선의 신탁통치에 종지부가 찍힐 날이 다가왔다.
미국인들은 조선에 안정적인 신정부가 자리 잡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 지는 않았고 적당한 지원을 했지만, 워낙 체급의 격이 큰 탓에 미국의 ‘소박한 성의’는 조선인들 입장에선 만력제의 재림, 천조의 황은 시즌 2였다.
하지만 조선인들은 꿈에도 몰랐지만, 태평양 건너 미국의 정계가 급변하면서 조선의 운명에도 큰 뒤틀림이 발생했다.
“그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극동과 동남아시아에서 우리 합중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해야만 합니다.”
새로운 대통령, 토머스 듀이(Thomas Edmund Dewey).
뉴욕의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악명 높은 범죄자 럭키 루치아노를 비롯해 마피아, 갱단에 맞서 싸워 그 명성을 떨쳤고, 그 빛나는 커리어를 바탕으로 뉴욕 주지사를 거쳐 공화당 대선 후보에까지 올랐다.
44년 선거에서 아깝게도 요괴를 막는 데 실패하고 고배를 마신 그는 민주당 내 자중지란과 FDR의 무관심까지 겹쳐 손쉽게 민주당을 물리치고 백악관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16년 민주당 천하에 종지부를 찍은 그에겐 무수히 많은 중대한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할 일 중에선 이제 종료 수순을 밟고 있는 신탁통치에 대한 건도 있었다.
“일본의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조선 또한 공산주의자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높은 확률로 그들이 정권을 거머쥘 겁니다.”
홋카이도, 그리고 센다이 북쪽 혼슈 끝자락 일부를 점한 에조소비에트공화국.
공산주의자들은 이 에조와 소련의 지원을 받아 일본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심지어 일본공산당 또한 미군정이 행해지는 지역에서 그 세를 떨쳤다.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소련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해 공산당을 건드리지 않았소. 아니, 오히려 그는 공산당이 현지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전쟁으로 이익을 탐하던 일본제국의 재벌과 군인들을 견제하리라 믿었지.”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일본의 혼란은 결코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공산당은 새로운 질서에 호응하긴커녕 적화 혁명을 위해 날뛰는 듯했다.
그리고 본디.
본인이 내걸었던 정책을 뒤엎는 것보다, 전임자의 정책을 엎는 것이 훨씬 더 쉽고 편하다.
“얄타에서 우리의 영역으로 공인받은 땅에 잡상인들이 설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소. 이제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저들을 무력화하고 거세토록 하시오!”
강력한 결단.
그게 빨갱이든 까망이든, 미국인의 피를 흘려 확보한 이권지대에 침 바르려 드는 자들은 모조리 분쇄하겠다.
백악관의 이 결정은 곧장 태평양 너머 조선총독부로 향했고.
“새 대통령께선 더욱 강력한 빨갱이 박멸을 원하신다! 북진멸공! 만주 벌판으로 달려가 슬라브 놈들의 피로 목욕을 하자!”
총독은 폭주했다.
향긋한 전쟁 냄새가 그를 더욱더 자극했다.
***
1949년 3월 15일.
신생국 조선, 아니 대한민국이라 불릴 나라의 첫 선거일의 새벽.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들 중 몇몇은 정체불명의 트럭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큼직한 함 따위를 나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당연히 기자라는 직업으로 먹고사는 이들도 있었다.
“저거··· 투표함 아닌가?”
이날.
전국 각지에서 공산당 박헌영의 이름에 기표가 되어 있는 투표지가 한가득 들어찬 투표함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틀 뒤.
서울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 누구도 몰랐지만, 이것이 내전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