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2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 -225화(22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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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화 외전 – 서울은 불타고 있는가 (1)
1949년 3월 15일.
조선의 첫 선거는 끔찍한 파행으로 귀결되었다.
“대구에서 투표함이 발견됐어요, 투표함이!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 아십니까? 박헌영이에 도장이 찍힌 투표용지가 한가득 차 있었습니다!”
“원산에서도 똑같은 물건이 나왔습니다!”
“목포에선 뻘건 완장 찬 공산당 놈들이 투표소 앞에서 몽둥이를 들고 으름장을 놨댑니다!”
신탁통치청은 본래라면 신정부에 모든 권한을 넘겨주고 뿅 하고 소멸되어야 했다.
하지만 검표 결과 공산당 대선 후보 박헌영이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선거 논란이 전국을 먹구름처럼 짓눌러버렸다.
“이건 모함입니다!”
“우리는 정당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당선되었습니다. 즉시 신탁청은 철수하시고, 이제 우리가 내각을 만들 테니 조용히 하시오!”
“부정선거 논란은 신정부가 엄격한 조사를 통해 발본색원토록 하겠습니다!”
이 혼란 속에서, 조지 패튼 총독은 미리 준비해 놓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선거는 명백한 부정선거로, 공산당은 유권자 매수, 가짜 투표용지와 투표함 바꿔치기 시도, 무력을 통한 유권자 겁박 등 모든 부정한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우리 신탁청은 고심 끝에 본 투표에서 공산당의 출마를 무효로 처리하고,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한국독립당 대선 후보 김구를 정당한 당선자로 확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야!!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한독당도 부정선거했잖아! 저 새끼들도 막걸리에 고무신 돌렸잖아!!”
“그럼 어쩌란 말이오. 선거 자체를 무효로 하고 다시 선거를 할까?”
“웃기는 소리! 정당한 당선자인 박헌영 동무에게 즉시 통치권을 이양하세요!”
그 누구도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언론이란 언론은 모조리 이번 사건을 호외로 다루었고, 저마다의 정견에 따라 정반대 되는 이야기를 떠들었다.
[미국의 선거 개입 시도 발각되다!] [공산당의 선거 부정 발각되다!] [미 제국주의자들의 음흉한 속내, 그들은 정당한 선거 따위 관심 없었다!] [공산당의 국가 전복 시도! 소련에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신매국노 일당의 본색 드러나다!]“그래서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건데?”
“당연히 빨갱이 새끼들이 지랄한 거지!”
“그걸 믿어?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박헌영이가 이길 판이었는데 선거 부정을 왜 해?”
“자신이 없었나 보지! 표라는 걸 까보기 전에 이길지 질지 어떻게 아나!”
최다 득표자의 피선거권이 무효라고 선언한 신탁청.
이에 반발하며 당장 정권을 내놓으라는 공산당.
공산당이 뭐라 하건 아랑곳하지 않고 취임을 준비하는 한독당.
그리고 선거 완전 무효와 재선거를 요구하는 그 외 야당까지.
3월 17일.
“수사를 위해 조선공산당 당사를 압수수색하고 박헌영 씨를 참고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웃기지 마라! 경찰들! 너희는 이제 신탁청의 명령에 따를 이유가 없다! 지난 선거를 마지막으로 신탁청의 통치는 종료되었다!”
경찰은 수사를 위해서라며 서울에 있는 공산당 당사에 진입을 시도했지만, 청년 단체와 공산당 지지자들은 당사 앞에 스크럼을 치고 모여 앉아 이들의 진입을 저지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박헌영은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을 느꼈다.
‘이놈들이 결국 날 죽이려 하는구나! 빌어먹을 제국주의자들!’
선거함을 조작하고 그 죄를 덮어씌웠다. 제정신인 발상이 아니었다.
미국인들은 소련 따위 전혀 두렵지 않다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토록 빠르게 마각을 드러내다니!
따라가면 죽는다.
고문을 하든 아니면 증언을 날조하든, 이런 무리수를 둔 걸 보니 정말 무슨 짓이든 저질러서라도 공산당을 짓밟아버리겠단 의지가 가득하지 않은가.
일단 탈출해야 했다.
지하로 몸을 숨긴 뒤 천천히 여론을 모아 진상규명으로 끌고 나가면 무난하게 정국을 휘어잡을 수 있다.
그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여러분, 저들을 보십시오!”
“종로경찰서에서 조선인 거꾸로 매달아 고문하던 개새끼들이 어째서 독립국의 새 나라에서 고스란히 경찰 일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이게 바로 미국의 뜻입니까?”
“친일 매국노 척결! 왜정 부역자 처단! 민족정기를 수호하고자 하는 정당은 이 나라에 오직 공산당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경찰 모리배들이 선거를 조작해 우리를 죽이려 드는 것입니다!!”
“친일파를 때려잡자!!”
친일파들 중 일본 패망 직후 사지가 찢겨 죽지 않은 이들은 절대다수가 자신이 반공주의자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환심을 사려 했다.
고등교육을 받은 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신생 한국의 한계, 그리고 미국인들 특유의 현지 정서에 대한 둔감함이 겹쳐져 이들은 일시적으로 생을 연장했다. 사실 박헌영이든 김구든 어차피 이들을 가만히 둘 한국 정치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무척 급했던 공산당은 궁극의 비기, <친일매국반역자 VS 민족정기 수호자 공산당>이라는 마법을 부렸고.
“친일파를 쳐죽이자!!”
“짭새를 찢어 그 살가죽으로 북을 만들자!!”
“아직도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사는 친일파 출신 부자들을 잡아 죽이자!!”
적절한 선동과 적절한 추임새가 결합되자, 순식간에 서울 한복판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가장 먼저 공산당 당사로 왔던 경찰들이 곤죽이 되었고, 그다음으로는 파출소와 종로경찰서가 불탔다.
“아, 안 돼! 이러면 정말 우리가 죄를 저지른 모양새가 되잖은가!”
“어··· 어떻게 하죠?”
“빌어먹을!! 빌어먹을 놈들!!”
박헌영은 절망했다.
이제 정말 물러설 곳이 없었다.
***
“뭐? 반란이라고?”
“그렇습니다! 공산당이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아닙니다! 시민들 중 일부가 압수수색에 저항했을 뿐-”
“제기랄. 어쩌면 좋지.”
패튼은 누가 뭐래도 시위대를 탱크로 깔아뭉갠 전과자였다. 본인 집안의 힘과 재력,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본인의 군사적 역량이 아니었더라면 거기서 군 생활 쫑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성격 지랄맞고 빨갱이는 죽여야 제맛이라고 믿는 패튼이라 해도, 여기서 또 시위대를 뭉개버렸다간 출마의 원대한 꿈이 휴지 조각이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다.
현실적으로도, 미군을 이끄는 장군이 아닌 신탁통치 총독인 그에겐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군대가 하나도 없었다. 군사고문단 약간과 참모 조직이 전부.
“그··· 생각해 보니까 이건 우리가 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선거도 끝났고, 조선인들이 정해야 할 문제 아닌가 이런 건.”
“총독님! 지금 총독님께서 결단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내 앞길 조져지면 너희가 책임져 줄 것도 아니잖나! 김구, 김구 당선인을 불러! 당장!”
“알겠습니다.”
“빌어먹을···!”
3월 17일 13시 40분경.
용산경찰서로 들이닥친 군중을 향해 경찰이 결국 발포했다. 두 명이 죽고 여럿이 다쳤다.
14시경.
“경찰이 사람을 죽였다!!”
“친일파들이 사람 죽인다!!”
“사, 살려주-”
“죽어, 이 개새끼들아!”
무장한 공산당 전위대와 파출소 등지에서 무기를 입수한 군중들은 총을 쏴대며 용산경찰서를 공격, 안에 있던 모든 경찰을 사살하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
14시 40분.
김구가 패튼 총독과 면담했다.
패튼은 당선인 자격의 김구에게 조선 통치의 모든 권한을 즉시 이양하겠노라 선언했다.
김구는 즉시 서울에 계엄을 선언하고 양주에 주둔 중이던 조선국방경비대 제1연대의 서울 시내 진입을 명령했다.
16시.
“알겠습니다. 당장 진압 작전을 준비하겠습니다!”
경성중앙우편국, 무선전신국, 전화국 등이 점거당하거나 그 기능을 상실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구가 내린 명령은 기적적으로 제1연대에 전달되었다.
연대장 채병덕(蔡秉德)은 즉시 참모와 예하 병력들을 소집했다.
“현 시간부로 폭동이 일어난 서울에 대해 계엄이 발령되었다. 연대 전 병력은 즉시 서울로 진입을 준비한다!”
“연대장님. 상황을 좀 더 확인한 후에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무슨 또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백범 선생님의 인격은 의심하지 않지만, 아직 그분은 정식 취임도 하지 않은 당선인이십니다. 패튼 총독도 아니고 당선인이, 그것도 총사령부를 거치지도 않고 우리 제1연대에 직접 전화로 하달된다는 건 너무 비상식적이지 않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합니다.”
“연대장님. 자칫 잘못하다간 우리가 시민을 학살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쓸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 오명이면 차라리 다행이지, 어쩌면 군사반란을 획책했다고 누명을 쓸지도 모릅니다.”
“으음···. 일단 병력 집합시키고 출동 준비는 해놓게. 준비를 갖추는 동안 내가 상황을 다시 파악해 보지. 다른 참모들도 동태 좀 파악해보게!”
여러모로 이상한 상황.
두려움을 숨기지 못하는 부하들의 모습을 본 채병덕 또한 슬그머니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연대장님. 지금 바깥소식이 절대 좋지 않습니다.”
“그래?”
“경찰이 시민들을 학살한 탓에 분노한 시민들이 들고일어났답니다. 지금 움직였다간 정말 우리가 독박 씁니다!”
“경찰이 왜? 그 새끼들은 개같은 놈들이지만 이유 없이 무고한 양민을 쏘진 않을 텐데?”
“공산당 당사를 억지로 점거하려 시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람이 여럿 죽고 다쳤답니다.”
“그럼 공산당이 폭동을 사주한 거 아냐? 군수참모, 지금 제대로 조사한 거 맞아? 자네 친구들인 빨갱이들이 헛소리를 지껄인 게 아니고 그게 진실이라고? 말이 되나?”
채병덕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고 보니 군수참모 이놈은 애초에 소련통이지 않았나? 혹여나 이놈이 지금 공산당에 붙어서 전혀 엉뚱한 소릴 떠들고 있다면?
“군수참모.”
“예.”
“잠깐 혼자서 생각해야겠으니 물러나게.”
“연대장님. 지금 친일 매국노들이 양민을 학살하고, 미 제국주의자와 결탁한 김구가 군대를 부르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이 더 필요하십니까?”
“너 이 새끼, 지금-”
타앙!!
16시 25분.
제1연대 군수참모 김일성(金日成)이 권총으로 채병덕을 살해했다.
총성을 듣고 당황한 참모진들이 혼비백산한 사이, 김일성은 자신을 따르는 한 무리의 병사들을 지휘통제실로 보냈다. 당연히 이들은 모두 공산당원들이었다.
1연대 간부들 중 반공주의자라는 평판을 듣던 이들은 순식간에 도끼, 대검 따위로 난자당해 살해당했다.
“때가 왔다! 인민혁명의 시대가 왔다!”
“친일파를 처단하자!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
“경찰들이 친일 부호들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을 죽였다! 이제 다음은 우릴 죽이려 들 게 뻔하다!”
서울의 유일한 전투병력인 제1연대를 장악한 김일성은 곧장 집결한 병력을 휘어잡아 구 조선총독부 청사, 현 신탁청 청사를 향해 진격했다.
“와아아아아아!!”
“혁명군! 혁명군이다!!”
“제1연대가 혁명에 가담했다!! 인민의 군대가 나타났다!!”
“조선 혁명 만세!! 무산계급 혁명 만세!!”
그 누구도 그들을 저지할 순 없었다.
“당장 내 탱크에 시동을 걸어라! 내가 기병도를 들고 가서 반란군 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릴 테니!”
“총독님. 지금 당장 서울을 탈출해야 합니다. 이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반란이 틀림없습니다!”
“도쿄는? 도쿄에서는 뭐라 말이 없던가?”
“연락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신이시여.”
미 육군 최고의 기동전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어디 가지 않았다.
패튼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김구를 번쩍 들어 아령처럼 실어날라 차에 던져넣은 뒤 곧바로 서울을 떠났다.
“부산으로 간다. 부산의 항만을 지키고 일본에 있는 미군의 증원을 기다린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내가 전부 죽여버린다. 이 빨갱이 새끼들!!”
곳곳에서 시꺼먼 연기가 치솟아오르는 서울.
패튼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알로 그 광경을 똑똑히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