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2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 -228화(228/246)
228화 외전 – 극동에 왔으면 이글부터 봐라 (2)
1949년 3월.
평양.
일명 <조선의 예루살렘>.
현대 대한민국의 지역감정은 어린애 장난으로 보일 수준인 것이 바로 평안-황해의 서북 지방과 경기-충청의 기호 지방간 갈등.
조선 왕조 500년간 차별받아 온 탓일까. 서북은 다른 곳보다 더욱 상공업이 발달했으며 그 기풍 또한 남달랐다.
개화기 이후 본격적으로 이 땅에 발을 디딘 선교사들 또한 ‘서북은 조선의 다른 지역과 다르다’라고 판단하고 집중적인 전도를 진행한 결과, 이곳은 그 어떤 것보다 기독교의 교세가 크고 아름답게 피어났다.
비록 어떤 혹부리우스가 터전을 잡은 뒤엔 세계 최악의 도시, 주체교의 바티칸이 되어 악명을 떨치게 되지만, 결국 이 종교든 저 종교든 평양이 굳건한 신앙의 도시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일성랜드가 되지 않은 이 평양에도 엄연히 왕이 있었다.
“경비대 분들께 최대한 협조하리다. 평양을 지켜주시오.”
“현재 정통성 있는 정부를 주장하는 곳이 둘이나 되어 혼란스러운데-”
“평양에 저 공산당 무리들이 입성하면 어찌 될 것 같소? 내 장담컨대 지난 청일전쟁 이래 다시 한번 평양 시내에 피가 강을 이루게 될 게요. 부디, 부디 막아주시오.”
고당 조만식(曺晩植).
조선기독당 당수.
그리고 본인만 난색을 표할 뿐, 모두가 공인하는 일명 평양의 왕.
서울의 주인이 바뀌고 온 나라가 대혼란에 휩싸여 있을 때, 조만식은 가장 먼저 의주와 평양에 주둔한 조선국방경비대에 손을 뻗었다.
“만약 우리의 요청을 거부할 심산이라면, 적어도 무기라도 넘겨주시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무장을 해야겠소.”
“···별로 좋지 않은 선택 같습니다만.”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았소만, 대체 당신들은 조국을 지키는 군인이라면서 어떻게 시민을 지킬 생각은커녕 발을 뺄 궁리만 하고 있소?”
누가 이길지도 모르겠고, 누가 관군인지도 모르겠으니 그냥 잠자코 있고 싶다.
게다가 지휘관들 입장에선 언제 갑자기 빨갱이든 수구든 자고 있는데 갑자기 총칼을 들고 자신들을 죽여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조만식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경하게 주장했고.
실제로 개성으로 저들 ‘인민군’이 진입하며 그의 불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빨갱이들이 서북인들을 도륙내려고 온다!”
“서울 깍쟁이들은 기독교인만 보면 살인과 방화 욕구에 시달린다더라!!”
“기호 놈들은 이조시대 500년간 밥 먹고 숭늉 마신 뒤엔 서북인을 패고 싶어서 손이 근질대던 놈들이다. 원래부터 그런 놈들이 빨간 물까지 들었으니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사실 도산 선생이 돌아가신 배후에도 빨갱이들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 빨갱이가 도산 선생을 밀고해 왜경들에게 넘겼던 게야!”
“박헌영이가 우릴 다 죽이려 한다!! 못 막으면 우린 다 뒈진다!!”
개성에 입성한 인민군이 현지 징발과 인민재판을 시행하자 온 서북 민심은 결사항전으로 확고히 굳었고, 지휘관들조차 서북 청년들이 절대다수인 병사들 때문에라도 더 이상 발을 빼지 못하게 되었다.
“이 반동 놈들! 어째서 정부의 명령도 거역하는 게냐!”
“지랄하지 마라, 이 빨갱이들아!”
“이건 미친 짓입니다. 진격을 멈춰야 합니다!”
“···여기서 같은 민족끼리 더 피를 볼 순 없다. 회군한다.”
그야말로 악에 받친 채 ‘최후의 1명까지’ 모드로 이빨을 드러낸 이들을 보고, 원래부터 어어 하다가 인민군이 된 조선경비대 병사들의 사기는 뚝 떨어지고 말았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피하고 싶어서, 는 핑계였을 뿐, 정말로 전면 공격을 명령했다간 인민군이 먼저 붕괴할지도 모른다.
공산당의 공세는 결국 중단되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분노한 독수리의 차례였다.
***
1949년 4월이 다가오기도 전.
일본에 주둔 중이던 미군 중 1개 군단이 순차적으로 부산항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미합중국 해군 일부가 인천 앞바다에 등장했다.
거대한 바다 위의 성채들.
그들이 지켜보고 있단 사실은 너무나 많은 것을 시사했다.
저 강대한 성채들이 당장 인천에 불벼락을 내려 인천항과 도심을 참담한 콘크리트 묘지로 재탄생시키는 일은 다행히도 없었다.
대신 그들은 인천항으로 가는 모든 배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항공모함에선 표표히 몇 대의 비행기가 이륙해 서울과 인천 곳곳에 삐라를 뿌렸다.
[서울과 경기 일대의 선량한 시민들께 경고합니다.조선공산당은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군대를 사적 유용하였으며, 불법 무장 집단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켜 서울과 경기 일대를 점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당한 조선의 대통령 백범 김구 선생께서는 조지 패튼 전 신탁통치청장과 연합군 군정 총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 원수에게 본 사태의 수습에 관한 지원을 요청하였으며, 조선인의 친구 미합중국은 이에 즉시 개입을 결의하였습니다.
조선공산당의 불법적, 그리고 폭력적인 내란 시도가 종결되지 않을 경우, 우리 미합중국은 부득이하게 본격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예정이오니 아무쪼록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미군에겐 아쉽게도, 공산당의 압제에 시달리던 시민들이 무기를 쥐고 박헌영과 그 일당들을 날려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지난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에서 일어났던 일 – 대규모 피난 행렬과 모든 기능이 셧다운되는 대도시라는 패턴은 이번에도 정확히 일어났다.
“미국이 삐라를 뿌렸다!”
“폭격을 하려는 게 틀림없어!”
“다 죽기 전에 빨리 시골로 도망치자!”
공산당은 이 거대한 피난 행렬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서울엔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었다.
경기권 내의 모든 식량을 정부가 한데 모아 골고루 배급해주겠다는 발표를 했으나, 이는 사람들에게 <너희 목숨줄을 모두 압수해 우리끼리만 밥해먹겠다>로 번역되어 들렸다.
시장에서의 식량 거래를 금지하자 암시장이 성행했고, 그 암시장에서의 식량 가격도 위험수당까지 가산되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리고 삐라가 뿌려지자, 다들 폭격이 무섭단 핑계로 적어도 서울보단 뜯어먹을 풀이나 소나무 껍질이 있는 시골로 낙향했다. 왜정 때도 있었던 일이니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공산당 정부의 통제력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을 때.
새롭게 총독부의 주인이 된 박헌영은 빈말로도 멀쩡해 보이지가 않았다.
“삼남! 삼남은 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
“우리 동지들, 동지들은 거병 준비를 마친 게 아니었던가? 인민의 나라가 세워졌는데 어째서 다들 쥐 죽은 듯 조용한 거지?”
그의 기대는 마냥 망상증 환자의 백일몽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선 공산당 정부에 충성을 맹세한 이들의 이런저런 봉기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국방경비대의 대다수는 반동 놈들이라, 제1연대처럼 인민의 편을 들지 않고 상당수가 김구에게 가담하거나 혹은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이범석 그 독일 부역자가 우리 동지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있다고 합니다.”
“괜찮다. 괜찮아. 이건, 이건 전부 옥석을 가려내는 절차에 불과하다. 소련, 코민테른이 우릴 구원하러 와주면 미 제국주의자와 독일 파쑈 도당들은 붉은 깃발의 끄트머리만 보여도 도망칠 게 분명해.”
소련은 오지 않았다.
중공도 오지 않았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특히 박헌영이! 내가 반드시 이 전차 주포에 네놈 모가지를 대롱대롱 매단 채 종로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겠다!”
대신 피에 굶주린 삼두육비의 괴수 패튼이 출현했다.
결코 사람이 아둔하지는 않았던 박헌영이 이쯤 되어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소련이, 크렘린이 나와 조선의 동지들을 버리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세계 혁명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던 그 자랑스러운 선언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고?”
먹물쟁이 인텔리도 아니고 일본제국에 맞서 평생 싸워온 그다.
결정만 한다면 서울에서 도망쳐 산간오지로 숨어들어 유격전을 벌이고 노동자 해방을 위한 기나긴 싸움을 시작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소련에 버림받았단 사실이.
폐허가 된 서울이.
사방에 내걸린 시체, 매캐한 화약 내음, 전국 팔도에서 진동하는 피비린내가.
그리고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놈의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음모 따위나 꾸며대는 같은 공산당 동지들이.
박헌영은 투쟁의 동력을 모조리 상실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오직 조선의 사회주의 혁명만을 위해 살았던 그는 텅 비어버렸다.
과거 일본제국의 총독들이 앉아서 조선 땅을 다스리던 바로 그 자리에서.
그는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한때 박헌영의 심오한 사상과 이념을 담고 있던 피와 뇌수가 새로 걸어둔 스탈린 초상화 위에 덕지덕지 묻었다.
***
박헌영이 반미 빨치산 활동을 위해 지옥으로 떠나버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공산당의 권력은 그와 맞서던 인물, 김일성에게로 모였다.
김일성 본인에겐 가장 끔찍한 사태였다.
“사, 살려만 주시오! 사실 저는 공산주의자도 아니고, 그, 반공! 예! 저희 아버지도 오마니도 전부 빨갱이들에게 살해당했습네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단 한 달.
조지 패튼이 이끄는 미 육군부터 해서 조선국방경비대, 그리고 이범석의 민병대 등 아무튼 거의 모든 조선의 군사력이 서울로 향했고, 쌀도 총알도 다 떨어진 인민군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줄줄이 패배했다.
패튼이 한강을 건너자 김일성은 자신을 따르는 측근들과 함께 재빨리 공산당 간부 여럿을 쏴죽이고 투항했다.
“세상에, 부모님께서 공산당 놈들에게 죽었다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오.”
“예예. 맞습니다! 저는 오직 공산당에 대한 복수만을 위해-”
“그런데 그 자식이란 놈이 빨갱이 똥꼬나 빨면서 나라를 어지럽히고 제 민족을 팔아먹으려 하다니! 이 버러지가 어딜 감히!”
패튼은 군홧발로 잘근잘근 이 변절자를 두들겨 패준 뒤 신생 대한민국 정부에 그 신병을 넘겼고, 김구는 기꺼운 마음으로 김일성을 대롱대롱 매달았다.
여전히 지리산이나 개마고원 같은 험준한 곳에 공산 게릴라들이 숨어들어 게릴라 작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서울에 똬리를 틀고 있던 빨갱이 핵심 조직이 괴멸되면서 조선의 적화 위기는 사실상 종식된 셈이다.
더 이상 미국은 조선 같은 작은 국가에 신경을 할애할 여력이 없었다.
일본을 지켜야 했고, 동남아시아도 신경 써줘야 하고, 독일과 소련에게 <사례비>도 적당히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이런저런 국내 문제까지 감안하면 머리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
서울을 탈환한 뒤 ‘혹시 저 훈장 같은 거 없나요?’라고 전보를 보낸 패튼은 답장으로 해고통지서를 받고 곧장 샌프란시스코행 여객선에 반강제로 탑승당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군이 그에게 원수 계급장을 전달하는 일도 없었다.
“이번 내란으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둘입니다. 조만식과 이범석.”
“김구는 권위가 실추되었고,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정치에 대한 의지를 많이 상실한 듯합니다.”
“이범석이라는 자는 이번에 민병대 대장으로서 전공도 많이 세웠는데, 지독한 로젠바움주의자입니다. 독일은 매우 높은 확률로 이자를 조종해 조선의 장악 혹은 영향력 탈취를 노릴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기독교인인 조만식을 김구의 후계로 밀어서 조선을 계속 컨트롤해야겠군. 조선과 수교 조약을 맺을 테니, 신임 대사는 가장 먼저 이 조만식이란 자와 우호 관계를 다지기 바랍니다.”
미국인들에겐 불행 중 다행으로, 독일은 무척 조용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페탱이 죽은 탓에 유럽 바깥에서 무언가 장난질을 칠 겨를이 없는 듯했다.
그렇게 미국인들이 이제 조선에 대한 생각을 끝내고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친미 정권을 세우는 대작전에 집중하고 있을 때쯤.
독일은 조선에 선물 꾸러미 하나를 보냈다.
***
1949년 12월.
“동포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가 돌아왔으니 이제 여러분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이승만이 돌아왔다.
그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으리으리한 저택 한 채를 구하고 그날부로 적극적으로 저명인사들과 회동하며 광폭한 행보를 선보였다.
일찍부터 이승만과 친분이 있던 이범석 또한 당연히 우남을 만나러 그의 저택으로 향했는데.
“이게··· 뭡니까?”
“독일의 괴링 대통령이 내게 준 선물일세. 그동안 현인(賢人)을 알아보지 못하고 너무나 오랫동안 가두어 놓아 미안하다더군. 낭중지추라, 저 차디찬 독일의 감옥조차 나의 지성을 억누르진 못한 게야.”
“그, 그렇군요.”
이범석은 눈앞에서 입을 쩍 벌린 007 가방을 멍하니 응시했다.
독일민족혁명당 로고가 각인된 금괴들이 ‘안녕? 난 금괴야!’ 하며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