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2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 -229화(229/246)
229화 외전 – 로젠바움의 유럽 (1)
파리를 손에 쥔 자가 프랑스를 통치한다.
‘워싱턴 D.C.’를 주어로 한다면 이 문장은 성립할 수 없다.
미치광이 군사 독재자가 워싱턴을 점령한다 한들, 그는 50개 주에서 샘솟을 주방위군과 민병대의 물결을 극복해야만 미합중국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
마찬가지로 ‘베를린’을 주어로 해도 저 문장이 성립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독일 또한 지방분권의 역사가 강한 나라. 로젠바움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 선거에서 승리했기에 권좌를 거머쥐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부 바이에른 지방이나 뮌헨 같은 곳은 나치를 비롯한 적대 세력의 손에 들어가 꽤 끈질기게 저항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파리는 성립한다.
파리만 쥐고 있다면 전 프랑스를 굴복시킬 수 있다.
프랑스의 옛 국왕들은 파리와 그 인근 수도권의 힘으로 점차 타 지방과 대영주들을 무릎 꿇려 왕권을 공고히 구축했고, 바스티유를 습격한 파리 시민들 또한 프랑스 전국에 자신들의 혁명사상을 강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 파리가 곧 프랑스다.
대전쟁의 영웅, 필리프 페탱이 이 자연법칙을 모를 리는 없었다.
그는 쉿쉿거리는 간교한 뱀, 아르민 로젠바움의 속삭임에 마음이 혹하자마자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자신이 부리던 군대를 움직여 파리를 꽉 움켜쥐고 프랑스를 장악했다. 그러자 제3공화국에 정을 떼고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국민들이 페탱의 편을 들었다.
패전 책임을 공화국 정치인들에게 토스하고 싶었던 군부.
처음부터 공화국과는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가톨릭.
<로젠바움조차 존경하는 대영웅 페탱>의 위광을 믿는, 혹은 믿고 싶어 하는 소시민들.
이왕 전쟁 졌으니 독일이 주도하는 질서에 신속히 탑승해야 한다고 믿는 자본가들.
페탱은 총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했다.
페탱과 그 지지자들은 아르민 로젠바움이라는 예시를 목도해버렸다.
한 명의 초인이 국가를 어디까지 끌어올리는지를 봐버렸는데 고작 반년에서 1년쯤이면 또 바뀔 총리 따위 필요 없다. 강력한 지도자가 지긋지긋한 정치적 혼란을 끝내고 다시 강대한 프랑스를 만들어주길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페탱은 총리직을 거머쥐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태양왕 루이 14세보다 더 강력한 권력, 모든 프랑스의 생사여탈을 결정하고 이 나라의 구습과 전통까지 모조리 불 지르고 새로이 건설할 만큼 전지전능한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들은 대학생이 족보 펼쳐보듯 로젠바움의 전례를 참고했다.
로젠바움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뭘 했더라?
“파리를 장악하자마자 도망치다니. 어처구니없는 겁쟁이들이로군, 민주주의자들이란.”
“프랑스 제3공화국이 그 모양이었으니 그 지지자들도 별수 없는 일인가! 민주주의는 결국, 지난 시대의 패배 이념이니 말이지!”
“취소해라, 방금 그 말···!”
도발.
폭발할 때까지 몰아붙이기.
무기를 들도록 유도하고 내란을 꿈꾼다는 죄까지 뒤집어씌우기.
애초에 프랑스인이 어떤 민족인가.
단두대의 민족, 레볼루숑의 민족이 고작 총칼로 좀 찍혔다고 손 놓고 페탱의 야욕을 구경만 할 린 없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다고, 페탱이 헌법을 개정하고 나라를 아예 민족혁명주의를 적당히 어레인지한 듣도 보도 못한 잡탕 이념에 기반한 독재국가로 뜯어고치려 하자 공화주의자, 민주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은 당연히 이 시도에 격렬히 반발하며 반격했다.
“타락한 영웅 페탱과 그를 따르는 보수 반동들이 프랑스 혁명의 정신마저 부정하고 있다! 국민들이여, 민주주의를 지키자! 이 시대의 정의를 위해 싸우자!”
“제3공화국도, 저 폐기물을 올바른 정치체제라고 불러댄 네놈들도 결국엔 똑같은 패배자들이다!”
그리고 진압.
반-페탱 세력이 사분오열되고 심지어 반발 수위조차 정하지 못해 내부 갈등이 폭발할 때, 위대한 전쟁영웅 페탱 원수를 따르는 이들은 그의 영도하에 한 몸처럼 움직여 모든 적대 세력을 격파했다.
프랑스 혁명이 나폴레옹 제정과 왕정복고로 끝나고, 제2공화국이 루이 나폴레옹의 등장과 제2제국으로 끝났다는 걸 고려한다면 제3공화국이 결국 독재정으로 귀결되는 것 또한 지극히 프랑스적인 결말일지도 모른다.
최후의 도전에 맞서 승리한 페탱 일당은 마침내 프랑스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제3공화국의 추악하고 타락한 작자들이 내버린 조국을 유일하게 수호한 페탱 장군! 이제부터 페탱 장군은 유일무이한 프랑스의 보호자, 대원수이시다!”
“자유, 평등, 우애 대신 새로운 표어! <노동, 가족, 조국>이 새로운 프랑스를 상징하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프랑스가 나태하고 퇴폐적이며 비생산적인 국가로 전락한 건 전부 공산주의라는 독이 이 나라를 좀먹고 우리의 신앙심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는 색출하여 모두 처형하거나 광산에 처박는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천부적인 권리를 얻는다거나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은 전부 거짓된 감언이설에 불과하다.
새로운 프랑스는 그 대신, 모든 이들에게 정당한 기회를 보장할 것이다! 자신이 조국을 위해 헌신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할 기회를! 이것이 바로 기회의 평등, 노동과 재능에 따라 인간의 계급과 신분이 결정된다는 새로운 프랑스의 평등이다!”
그야말로 노빠꾸.
페탱이 어레인지한 프랑스식 민족혁명주의 – 일명 <페탱주의>는 훨씬 더 기합차고, 원판인 로젠바움주의를 뛰어넘어 무솔리니식 파시즘보다도 더욱더 우향우한 내용이 되었다.
이걸 본 베를린에선 소란이 일어났다.
“총통 각하. 당장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조치?”
“저자들은 각하께서 전 세계 민중들에게 베푼 유일무이한 금언이자 자비의 산물인 민족혁명주의를 제멋대로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이건 신성모독입니다!”
“이단자!! 변절자!! 가롯 유다!!”
“당장 페탱을 베를린으로 잡아와 그 늙은이의 마빡에 인두로 민족혁명을 새겨줘야 합니다!!”
아직 로젠바움이 시퍼렇게 살아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꺼먼 촉수를 뻗칠 시절.
독일의 고관들은 자신들의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있는 힘껏 고함을 질러대며 페탱에 대한 응징을 요청했다.
하지만 창시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상을 탕후루 레시피만도 못하게 여기던 아르민은 코웃음만 쳤다.
“페탱은 지금 적진 한복판에서 홀로 민족혁명을 일으켜야 하는 입장이잖소. 그의 특수한 처지를 다소 이해해줍시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언젠가 프랑스 국내가 안정된다면 제대로 된 정통 민족혁명주의도 받아들여지겠지. 우리 민족혁명주의가 제창하는 바가 무엇이오? <지도자의 절대적 권한, 그에 비례한 절대적 책임> 아니오.”
국경 좀 건너면 귤이 탱자가 되고, 마카롱이 뚱카롱이 되고, 크로켓이 잡채고로케로 변하는 법.
그렇게 프랑스는 아르민의 묵인까지 받고 더욱더 기묘한 방향의 민족혁명에 나섰다.
“아프리카에 우리의 영향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 깜둥이들에게도 보통교육을 시행하고 프랑스의 언어, 문화, 혼을 새겨넣어 저 검은 대륙에 새로운 프랑스를 세워야 한다.”
“나태는 곧 죄악이다. 백수? 감히 하느님이 베풀어주신 노동 능력을 쓰지 않고 썩히겠다니, 빨갱이가 틀림없구나! 군대 가서 사람이 되어라!”
“산업발전! 강성대국! 위대한 프랑스의 부활!”
“페탱 대원수께서 우리를 따스히 보살펴주시네!”
로젠바움 전쟁 당시 독일군의 손에 죽은 프랑스인보다 페탱이 일으킨 대숙청에서 죽은 프랑스인이 더 많았다.
무려 백 년을 싸웠다. 아니, 프랑스 혁명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백 년도 넘는다.
이번에야말로 자유, 인권, 혁명 같은 빨간 토사물을 내뿜는 놈들을 이 성스러운 땅에서 완전히 지우리라.
페탱의 대숙청은 지구 반대편에서 태평양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일본과 소련에 매수된 간첩 제거’라는 명분하에 훨씬 더 강도 높게 벌어졌고.
로젠바움이 세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탱 또한 세상을 떠나면서 프랑스 전역을 피로 물들인 대숙청 또한 끝났다.
여기에 더불어 체코의 지도자 베네시, 리투아니아의 스메토나,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영국의 윈스털 처칠까지 차례차례 물러나거나 사망하며 유럽 대륙의 지도자 세대 교체가 자연스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다만.
“세계 최고의 지도자라고 떠들어대던 자들도 수명은 못 이기다니··· 이 승부, 살아남은 이 베니토 무솔리니의 승리군!”
원래 개그 캐릭터는 오래 사는 법이다.
***
페탱의 장례에 참석한 무솔리니가 본인 숙소 안방에서 자신만만하게 승리를 선언하고, 그걸 도청하던 슈타지 요원들이 실소를 터뜨릴 무렵.
괴링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지도자들 또한 샴페인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흐하하하!!”
“유럽의 영광을 위하여!”
“하나 된 유럽을 위하여!!”
“호황, 호황!! 모두 호황을 울려라!”
1940년대 후반.
마침내 경제가 살아났다.
독일의 승리와 패권 달성이라는 결과로 끝나긴 했지만, 아무튼 30년대 유럽을 지배하던 전쟁 위기는 종료되었다.
경제 블록을 더 높게 쌓아 올리던 각국은 독일의 아토믹 펀치에 처맞은 뒤 반강제로 자신들의 경제 영토를 개방해야만 했고, 독일의 주도하에 관세장벽, 각종 법률과 통관절차, 도량형 등이 개선되었다.
전쟁터가 된 프랑스, 베네룩스 3국, 이스라엘과 폴란드 등지에 대한 재개발 수요.
구 식민지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
전후 베이비붐과 소비 욕구 폭발.
독일-미국, 미국-소련, 소련-독일이라는 <빅 3>간의 무역 장벽 약화.
벨 에포크가 재림했다.
팍스 게르마니카의 시대가 왔다.
“역시 민중은 개돼지와 같습니다. 경제가 살아나니 순식간에 다 입을 닥치잖습니까?”
“너무 그렇게 만만히 보지 마시오. 그들은 언제 들고 일어날지 모릅니다.”
“하하하!! 그러면 또 찍어누르면 되지요. 독일군이 전차를 몰고 와서 역도들의 대갈통을 모두 날려줄 텐데 뭐가 그리 걱정입니까?”
프랑스의 새로운 지도자는 피에르 라발.
일찍이 에티오피아를 무솔리니의 제물로 팔아먹은 바로 그 외교장관이자, 독일과 전쟁이 터진 직후부터 친독파로 완전히 노선을 잡고 반전을 부르짖은 자였다.
괴링은 라발이 자랑스레 떠드는 걸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귀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프라하 조약군은 언제나 조약 가맹국의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될 준비가 되어 있소. 하지만··· 어지간하면 피를 흘리는 비극은 없었으면 하는 게 내 개인적 감상입니다.”
“대통령 각하! 물론입니다. 이제 프랑스인들도 민족혁명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았으니 앞으로 독일이 주도하는 질서에 순응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정말? 프랑스가? 다른 나라도 아니고 그 프랑스가 독일에 순응을 해?
괴링은 겉으로는 웃으며 프랑스와 라발에 대한 헌사를 늘어놓았지만, 속으로는 프랑스 민족혁명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명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독일과 유럽이 미국, 소련이라는 저 거대한 국가에 맞서러면 주체적 핵 전력을 완비하는 수밖에 없다.
오직 주체의 핵탄만이 독일의 앞날을 지켜주리라 교시하신 총통 각하, 대체 각하께선 어디까지 미래를 지켜보고 오신 걸까?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독일의 주도하에 하나로 뭉친 유럽은 서구 문명의 본고장다운 포텐셜을 마구 내뿜고 있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모든 경제 지표에 청신호가 들어오고, 저 머나먼 리투아니아와 발칸의 국가들마저 순조롭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물가는 안정되고 소비력은 올랐다.
유럽 대륙은 마침내 민족혁명주의, 로젠바움주의의 이념으로 단결했다.
모두가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