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31)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 -231화(231/246)
231화 외전 – 로젠바움병(病)
<빅 3> 체제가 새로운 시대의 평화를 가져다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과거 제국주의 열강의 시대엔 자국을 부강하게 만들고 경쟁국의 무릎에 킥을 갈겨 상대를 주저앉히는 것이 지상명제였다.
하지만 제아무리 대영제국이니 뭐니 하더라도 결국 혼자서 독야청청 잘날 수는 없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열강들 사이의 합종연횡을 불러일으켰다. 대전쟁이라는 끔찍한 최후는 너무나 당연한 결말이었다.
새롭게 정립된 질서를 주도하는 빅 3는 이념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들만의 이념이 없는 나라는 제아무리 강대해진다 한들 결코 이 판에 낄 수 없었다. 그 옛날의 종교 대립이 재림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이념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나라는 모두가 다 알듯 소비에트 연방이었다.
“모든 노동자와 농민의 해방!”
“피지배 민족에게 자유를!”
“쇠사슬을 끊자! 단결하자!”
소련이라는 물주의 강력한 후원 아래 공산주의가 세계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다.
한반도에서는 조선공산당이 반란을 일으켰지만 진압당했다.
삼갈죽된 일본 열도에서도 공산당이 활개를 쳤고, 새로이 성립된 일본 공화국은 북방 에조의 위협에 시달렸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도 공산 반군이 창궐해 친미 정권의 존립을 위협했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미군은 대놓고 군대를 투입하고 막대한 돈을 풀어 현지 군대를 강화했다.
베트남의 실질적 지도자로 우뚝 선 호치민은 독일과 소련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다 마침내 소련의 손을 잡았다.
중화민국이 독일의 아시아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이상 베트남에서의 영향력을 잃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백만 중국군이 국경을 넘는 악몽을 맛보기는 싫었던 호치민은 그러면서도 동시에 독일과의 관계를 완전히 파토내진 않았다.
버마 연방을 건국한 아웅 산은 호치민과 달리 버마민족혁명당을 창당하고 독일식 이념을 채택했다. 그에겐 100개가 넘는 소수민족을 하나의 울타리 안에 묶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무가 있었다.
미국은 상황이 급했다.
막대한 현질을 통해 간신히 입지를 확보한 저 드넓은 동남아시아 곳곳에 빨갱이들이 공짜로 진입하고 있었고, 무슨 두더지 잡기 하는 것처럼 빨갱이 게릴라들은 도무지 쉽게 토벌되질 않았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빨갱이 침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라틴 아메리카에도 빨간 물이 퍼지고 있었다.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다!”
“이 땅은 우리의 땅이다! 미국은 꺼져라!”
“감히 미국은 꺼지라는 소릴 지껄이다니! 역시 저건 다 빨갱이들이 틀림없어!”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영향력을 언제나 제1순위 목표, 결코 상실해서는 안 될 핵심 이권으로 못박아 왔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나라꼴을 갖추고 잘 살고 싶으면 필연적으로 탐욕스러운 미국 기업들의 빨대를 뽑아야 했는데, 미국인들은 얌전히 빨대를 압수당하느니 차라리 쿠데타를 사주해서라도 현지 정권을 무너뜨리길 택했다.
니카라과,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쿠바, 아이티 등 온갖 나라들이 크고 작게 이글 펀치에 맞고 나라가 개판이 되었으니 이들이 미국을 지지할 리 만무.
공산주의는 이 지역의 반미 정서에 힘입어 무섭게 성장했고, 공산당이 세를 확대하자 미국의 히스테리는 더더욱 폭발해버렸다.
“친애하는 미합중국 시민 여러분. 우리나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자유의 적, 마르크스-레닌주의자와 로젠바움주의자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한때 인류 이성의 총아와도 같던 유럽은 이제 사탄 로젠바움의 유언을 따르는 꼭두각시 집단으로 변했습니다. 언제나 문명의 변두리에 있던 러시아는 이제 폭동과 무질서를 수출하는 악의 기지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친구들은 하나둘 쓰러지고, 그 자리에 괴물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어째서 합중국의 친구들은 몰락하고 소련과 독일이 승승장구하고 있을까요? 저는 바로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국무부에 간첩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매카시와 매카시즘의 등장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
미국이 흑화되어 사상검증과 반공, 반혁 물결에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영국은 이제 독일의 주구로 전락했습니다. 패전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치령들을 모두 독립국으로 인정해주긴 했지만, 옛 자치령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모국인 영국을 통해 독일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독일인들이 캐나다에 기지를 설치하고 핵을 반입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캐나다 에스키모들이 민족혁명 같은 나쁜 이념에 오염되기 전에 우리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웃집 견실한 청년이 갑자기 피에 굶주린 마피아로 변신하자 집에서 하키 치고 놀고 있던 캐나다인들은 하루아침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독일 수뇌부는 더 당혹스러웠다.
“아니, 진짜로?”
“총통께선 이 모든 걸 어찌 예측하셨단 말인가!”
“엄밀히 말하자면 예측은 아니지. 이념 전쟁에서 밀리는 양상이 되었을 경우 미국이 극단화, 우경화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을 뿐이니.”
“그게 그거지! 아, 각하! 각하께선 진정 예언자셨단 말씀이십니까!”
오펜하이머가 쫓겨나고 채플린이 영국으로 도망쳐 오는 일이 일어나리라고 도대체 누가 예상하겠는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흉폭해진 엉클 샘이 이곳저곳에 신경질적인 폭력을 휘둘러대자, 괴링은 더더욱 조심스러운 스탠스를 취하기로 했다.
미쳐 날뛰는 투우가 된 미국의 어그로를 소련 쪽으로 땡겨보기로 한 것이다. 마침 붉은 깃발도 펄럭이고 있으니 딱 좋았다.
“미국인들이 헛짓거리하는 동안 우린 우리의 목표만 달성하면 그만이야.”
독일의 세계 경영 계획은 이제 첫삽을 뜨는 수준으로, 세계민족해방기구 신탁통치가 종료되고 하나둘씩 독립 국가로 세계 무대에 나서는 나라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렇다.
애초에 세계적 영향력이라고 할 만한 게 쥐뿔도 없었으니, 지금 움츠러든다고 해봤자 딱히 잃을 것도 없다!
악당 두목처럼 사악한 웃음을 터뜨린 뒤, 잠옷에 더불어 나이트캡까지 뒤집어쓰고 꿈나라로 향한 괴링은 새벽 4시경 때르릉때르릉 울리는 전화통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대통령 각하! 폴란드 놈들이 국경에서 도발을 자행했습니다!]“워, 워워. 진정, 진정 좀 하시오. 우리 독일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이스라엘의 존립을 지지하며-”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최강 독일군의 수제자, 우리 이스라엘군 기갑부대가 당장 바르샤바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동진멸공!! 산소가 아까운 폴란드 돼지들에게 죽음을!!]“멈추라니까!!”
이러다 진짜 스트레스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괴링은 자신도 지금부터 당장 후계자를 키워야 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며 합참으로 향했다.
***
민족해방기구는 그 이름에 걸맞게 차근차근 각국의 독립을 지원했다.
독일, 그리고 그 독일이 턱주가리를 돌려버린 영국과 프랑스 식민지가 대부분인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경우 철저하게 독일식 정치체제가 수출되었다.
다시 말해,
“길었던 식민지배가 끝났습니다! 우리는 이제 자주 국가, 튀니지민족혁명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페잔민족혁명공화국이여, 영원하라!”
“이 땅에 키레나이카민족혁명공화국의 건국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민족혁명주의.
신생국을 위한 맞춤 세트를 모조리 갖춘 이 짬뽕 사상은 이식도 적용도 너무나도 쉬웠다.
1. 신생국을 주도할 만한 거물 인사가 현지 민족혁명당을 창당한다.
2. ‘현지 실상과 정서에 맞춘’ 우리식 민족혁명주의를 제창하고 베를린에서 ‘이 정도면 이단 아님’ 판정을 받아낸다.
3. 일당 독재와 영구 집권을 한 번에!
그 어떤 사람이 이란 칭호를 마다하랴?
대표적인 예시로 튀니지의 경우 원래 무함마드 7세라는 군주가 있었지만, 민족혁명주의는 구시대의 유물인 군주제를 용납하지 않는 법.
그는 튀니지의 민족주의 독립운동가 하비브 부르기바(Habib Bourguiba)에 의해 축출당했고, 부르기바는 케말 아타튀르크에 버금가는 강력한 서구화, 세속화 정책을 민족혁명의 이름으로 시행했다.
반대로 옛 왕가가 간판만 바꿔 달아 민족혁명의 기수를 자임하는 경우에도 독일은 아무튼 오케이해줬다. 독일조차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 뽑는 마당인데, <다 함께 왕가 혈통에 투표하자!> 한다고 해서 뭐가 그리 대수겠는가?
물론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가 모조리 식민지였던 건 아니다. 독립국의 지위를 유지한 이란과 사우디 같은 나라도 있고, 이집트 왕국처럼 괴뢰국이나 마찬가지지만 엄연히 존재하긴 했던 나라도 있었다.
이런 나라들은 민족해방기구의 신탁통치는 받지 않았지만, 그 대신 빅 3의 강력한 구애를 받았다.
“우리 소비에트 연방의 발전한 기술력과 풍부한 노하우가 있다면 그대들도 순식간에 중동의 패왕이 될 수 있을 것이오.”
“귀국은 우리 미합중국과 오래도록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습니까?”
“독일이야말로 귀국의 오랜 역사와 전통, 종교를 존중해주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우리와 함께하십시다.”
가장 먼저 소련이 탈락했다. 애초에 왕정 국가에 소련이 접근한 것부터 한 편의 부조리극이었다.
“감히 우리의 관대한 제안을 거절하다니! 역시 너희들은 인민을 착취하기에 바쁘구나!”
거절당한 소련은 머리 풀어헤친 귀신처럼 보복을 개시했다.
마치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중동 각지에 모스크바 빨간 물 좀 먹은 사회주의자들이 활개치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소련제 총기와 짝퉁 판저파우스트로 무장한 게릴라들이 목격되었다.
“빨갱이를 지워버리고 싶소? 그럼 당연히 우리 미합중국의 손을 잡아야지요. 독일이 당신네들의 왕좌를 언제까지 용납할 것 같소? 우리는 귀국의 번영을 원합니다.”
“독일은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했소만···.”
“그렇게 속아놓고 또 믿소?”
이미 미국과 제법 행복한 거래를 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먼저 손을 잡았고, 왕가가 다스리는 나라들 대부분은 순차적으로 미국과의 친교를 다지기에 이르렀다.
“미국에 완전히 의존하는 국가가 된다면 그게 식민지와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
“빅 3 사이에서 줄을 타긴 해야지.”
“독일, 나아가 소련과도 완전히 척을 져선 안 됩니다.”
“저들이 탐내는 건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 석유잖은가? 석유 이권을 통해 미국을 적절히 견제한다면 우리의 입지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오.”
약소국이 생각하는 바는 대개 똑같다.
일찍이 군밤 좋아하는 왕에서부터 이팝에 고깃국을 꿈꾸던 강성대국성애자까지, <강대국들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한 나만의 행복 라이프>는 모든 소국 지도자들의 꿈이었다.
“이집트와 이라크가 독일 군사고문단을 받아들이고 장교들을 유학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미군의 조력을 받고 있지 않소?”
“일본원숭이를 상대로도 몇 년 동안 전쟁을 질질 끈 미국, 영국과 프랑스를 한 달 만에 끝장낸 독일은 너무 차이가 극명합니다. 폐하. 이라크 놈들이 막강한 군대를 키워 쳐들어오기 전에 우리도 독일군의 선진 교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아무리 독일이 군주제를 혐오한다 한들 어쩔 수 없었다. 한 나라의 왕이면 당연히 차는 벤츠 아니면 마이바흐여야 마땅하고, 전용 비행기는 로젠바움사 브랜드여야 하고, 군대는 역시 프로이센군이 세계 최강 아닌가.
숨만 쉬면 석유를 팔아 돈이 샘솟으니 이들 중동의 왕국들은 자연스럽게 덕질에 심취해도 천하태평.
그리고 몇 년 뒤.
“저 촌놈들을 모조리 털어버리자! 돌격!”
“내가 바로 중동의 로젠바움이다! 한 달 만에 승리해주마!”
“이번 기회에 저놈들 척추를 부러뜨리고 유전 지대를 전부 빼앗자! 총공격이다!”
역사서에 제1차 중동 전쟁이라 이름 남을 아랍 국가들 사이의 전쟁이 발발했다.
명분도 개판이고, 국민적 지지도 딱히 없었고, 순전히 국왕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벌어진 이 전쟁은 막대한 인명과 물자만 헛되이 날려먹고 누구도 압승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종결되었다.
그리고.
“은인자중하던 우리 군부는 왕가의 부정부패와 탐욕에 의분을 참지 못하고 마침내 혁명을 결의했다. 이 시간부로 이집트 왕국이란 없다. 오직 이집트 민족혁명공화국이 있을진저!”
중동 곳곳에서 왕가가 하나둘씩 지워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쏟아져나오는 자칭 로젠바움, 일명 로젠바움병 환자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