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3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 -232화(232/246)
1952년, 몽골인민공화국의 독재자 처이발상이 죽었다. 사인은 신장암.
죽기 몇 달 전 그는 치료를 위해 의료 기술이 더 나은 모스크바로 향했지만, 아직 1950년대의 인류는 암과 맞서 싸우기엔 능력이 부족했다. 천하의 스탈린이 반드시 살리라고 의사들을 갈구든 말든 처이발상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처이발상이 죽다니!”
“암이었잖습니까. 오히려 우리 연방의 탁월한 의술 덕택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산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죽은 그도 틀림없이 동지의 배려에 감명을 느끼며 마음 편히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아니야. 이상해. 의사들이 서방이나 독일 간첩들에게 매수당해 치료 대신 암수를 펼친 거 아닐까?”
똥개도 자기 집 앞마당에서는 짖을 줄 아는데, 천하의 스탈린이 자기 집에 손님을 초대했건만 치료는커녕 픽 고꾸라져 죽고 말았다.
자신의 위신에 털끝만큼이라도 손해를 보기 싫었던 스탈린은 순순히 ‘아, 중환자를 굳이 모스크바로 불렀던 내가 잘못했구나!’라고 자아비판하는 대신 음모론을 펼쳤다. 심지어 편집증 환자 아니랄까 봐 본인이 그 음모론을 슬며시 믿어버렸다.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지만, 여기서 사소한 나비효과가 발생했다.
“서기장 동지.”
“다들 무슨 일들이오?”
“동지, 이러다간 우리 소비에트 연방 최고의 의료진들이 전부 굴라그나 사형장으로 끌려가게 생겼습니다.”
“처이발상을 진료한 이들은 서기장 동지는 물론 우리 간부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최고의 인력들입니다.”
“대단히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이들의 목숨을 이리 헛되이 날려버리는 건 조국에 긍정적인 영향은 아닐 것 같습니다.”
대숙청을 벌여 소련 전역을 피로 물들인 스탈린의 권세는 그야말로 전성기 교황과도 같았다.
그러나 원 역사에서 히틀러의 머리통을 깨고 대조국전쟁을 승리로 이끈 현인신 스탈린에 비하면 지금의 스탈린은 다소 끗발이 떨어졌다. 히틀러를 잡아먹지 못한 스탈린은 충분히 진화하지 못한 셀에 불과했다.
독소전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소련 인구 수천만, 특히 젊은 남성 인구가 훨씬 더 많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산업 발전으로 이어졌다.
독소전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스탈린은 신성불가침의 절대적 지위에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독소전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스탈린은 물론 소련 전체가 <온 세상이 우리 소련을 멸망시키려 한다>라는 피해망상이 훨씬 덜했다(없어진 건 아니다. 적백내전 이후로 피해망상은 언제나 있어왔다).
게다가 원 역사와 달리 스탈린에겐 루즈벨트와 로젠바움이라는 두 사람의 호적수가 존재했고, 소련을 세상과 왕따시키던 철의 장막은 훨씬 얇았다.
“그러니까 지금 여러분들께서는··· 내가 노망이 난 것 같으니 물러나 달라고 요청하시는 게 맞소?”
“아닙니다!”
“저희는 영원토록 스탈린 동지께서 우리를 지도해주시길 원합니다!”
“다만, 동지께 충언을 드리고자 했을 뿐-”
“아아. 듣기 싫소.”
스탈린은 제 앞에 늘어선 이들의 면면을 슥 스캔해보고는, 조용히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오래 해먹긴 했지.”
“동지?”
“물러나겠소. 이 세상 그 어떤 나라보다 민주적인 우리 소련에 어찌 감히 독재 같은 끔찍한 일이 있을 수 있겠소?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강철의 대원수는 이들의 얼굴에 가득 찬 경악을 보며 아주 만족스럽게 니코틴을 음미했다.
***
스탈린은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고, 그날 모스크바는 물론 전 세계 공산권이 요란스럽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은퇴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선 한 수 물러줘야겠군.’
로젠바움과 루즈벨트의 사례를 보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면 소련 공산당은 뇌 없는 말미잘 집단에 불과하다.
로젠바움은 충분히 준비된 권력 승계가 얼마나 국가에 도움을 주는지를 입증했고, 루즈벨트는 다당제 민주 국가 특유의 신축성 – 직접선거의 효용을 스스로가 땔감이 되어 증명했다.
그러나 스탈린과 로젠바움 사이엔 중대한 차이가 존재했다.
대숙청이라는 전무후무한 대참극을 저지른 스탈린은, 자신의 후계자가 자길 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모든 문제의 핵심이었다.
스탈린이라고 해서 원활한 권력 승계의 미덕을 왜 모르겠는가? 개처럼 끌려나가 총살당할지도 모르니까 못 물러나지. 베리야 같은 승냥이가 ‘스탈린을 죽이자!’ 운동을 벌일지 누가 아는가.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였다.
그의 수족들, 그의 충실한 부하들이 떨떠름해하며 사람 좀 작작 죽이라고 신호를 보내주고 있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정말 <서기장께서 노망이 나셨다> 발표가 나올지도 몰랐다.
“내가 하던 일 중 큰일은 말렌코프 동무와 몰로토프 동무가 나눠 맡으시오. 그러면 나머지 대소사는 당을 위해 헌신하는 다른 동무들이 능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오.”
“서기장 동지!”
“너무들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비록 별장에서 여생을 보내며 노후를 만끽하겠지만, 동무들이 종종 연락을 해오면 기꺼이 내 의견을 전달하리다.”
스탈린은 이른바 상왕 정치를 구상했다.
모두가 다음 서기장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면, 결국 스탈린이 ‘네가 바로 나를 대신할 사람’이라고 지명해주는 사람이 승리할 게 뻔하잖은가. 강철 콧수염맨이 모스크바를 떠난다고 해도 결국 저들은 스탈린의 입만 뚫어져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는 가장 무색무취하고 영혼 없는 관료인 몰로토프와 말렌코프에게 일단 어드밴티지를 부여해줬다. 저들은 정치적 투쟁 능력이 다소 부족하니, 욕심 그득그득한 늑대 무리들에게 신나게 물어뜯기며 이전투구의 현장을 찍어주리라.
스탈린의 설계는 실로 완벽했다.
그가 노린 그대로, 스탈린 퇴임 이후 소련 최상층부에서는 서기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정쟁이 벌어졌지만 힘의 균형이 도무지 쉽게 깨지질 않았다.
그리고 1년 뒤, 1953년.
“끄, 끄윽! 머리. 내··· 머리··· 가···!”
스탈린도 지옥의 부름을 받아 이승을 떠났다.
최소 10년은 상왕 행세하며 소련을 통치할 생각이었던 강철의 대원수도 결국 죽으면 똑같다.
그는 이제 레닌 옆자리에서 미라가 되어 영원토록 붉은 광장에 전시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 미련 없이 권력을 포기한 또 다른 지도자의 사례로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
스탈린 사후 소련의 권력구도에는 생각보다 큰 격변이 일어나진 않았다.
“베리야를 죽입시다!”
“소련 인민이 원하는 건 단 하나! 베리야의 생살을 씹어먹고 그 창자를 끄집어내는 것입니다!”
“저,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오직 스탈린 동지의 명에 따랐을 뿐입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가장 큰 이슈는 베리야의 처형.
그는 인민의 증오를 한 몸에 받고 있을뿐더러, 이 승계 레이스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가장 제거하길 원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베리야를 날려 보낸 뒤엔 다들 자신이 절대적인 영도자가 되겠다며 이빨을 꺼내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스탈린의 철권통치는 이들 권력자들에게조차 끔찍한 트라우마였기 때문이다.
“여태껏 하던 대로, 말렌코프 동지와 몰로토프 동지가 당의 큰어른으로 앉아 계시는 게 좋지 않을지?”
“뭐어··· 꼭 권력을 독점해야 할 필요는 없지요. 좋습니다.”
이렇게 대강대강 모든 일이 끝난 줄 알았지만.
“그거 아십니까? 죽은 스탈린 동지가 내 앞에서 했던 말인데, 독일이 지난 유럽 전쟁에서 승리하면 성당에서 미사를 보겠다고 했었거든요.”
“로젠바움 전쟁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너무나도 자신만만하게 <프랑스가 순식간에 질 리가 있나!>라고 확언하길래 그렇구나 했는데, 로젠바움이 이겨버리니 자꾸 절 해외로 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깨달았죠. 아. 어지간히 쪽팔려 하는구나.”
제아무리 강대한 권력자라 할지라도 죽고 없는데 뒷담 정도가 대수겠는가.
근데 대수였다.
“몰로토프 동지는 지금 우리의 유일무이한 지도자 스탈린 동지를 깎아내리는 중대한 이적행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스탈린 동지와 함께 수십 년간 혁명에 매진해 온 그가 저토록 안면몰수하고 추악한 이야기를 웃으며 떠드는 것일까요? 실은 그가 간첩이기 때문 아닐까요?”
몰로토프는 그렇게 침몰했다. 차라리 각 잡고 스탈린 격하 운동이라도 벌였으면 또 모를까, 권력을 쥐고 있는 주제에 생각 없이 말을 떠든 것 자체가 죽을죄였다. 그는 말년에 시베리아 수력발전소나 폴란드 대사 따위를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다.
몰로토프가 나가리당하는 사소한 이슈를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소련의 집단지도체제는 얼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독일과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호시탐탐 불쌍하고 연약한 사회주의 락원을 파괴하기 위해 암약책동을 벌이고 있는데, 집안싸움도 적당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들의 암약책동은 실제로도 문제였다.
“으음··· 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된 게 맞소?”
“그렇습니다. 말렌코프 서기장 동지.”
“우리 연방이 이렇게나··· 볼품이 없다고?”
경제의 내실이 파먹히고 있다.
스탈린의 중화학 위주 성장정책은 막강한 붉은 군대 건설의 근간을 담당했다. 중공업을 키우지 않았다면 서방 침략자들이 쳐들어왔을지도 모르니 이건 어쩔 수 없다 치자.
하지만 경공업을 등한시한 결과, 소련 시장엔 미제, 독일제, 영국제 상품이 콸콸 쏟아져 들어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비누, 옷, 연필, 휴지 같은 소비재 시장에서 소련제는 도저히 이기질 못하고 있었다.
“관세 장벽을 제법 높이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이미 막대한 관세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인민들이 서방 제품만을 애용하고 국산품을 천시하나? 가격 차이가 명백한데?”
“품질 면에서 격차가 너무 명백합니다.”
소련의 중공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해봤자 서방에 이걸 팔아먹을 수도 없었다. 자동차고 비행기고 당연히 독일과 미국이 훨씬 잘 만든다!
소련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농축산물이나 임업, 광물, 석유 등의 1차적인 상품들.
공산당 지도부가 머리를 끙끙 싸매고 무역수지 개선 방안에 대해 골몰하는 동안, 1954년이 다가왔다.
그리고 이 1954년은 인류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해가 되었다.
***
삐- 삐- 삐- 삐-
독일은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릴리엔탈 1호>를 지구 궤도상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우리 독일은 마침내! 우리의 요람 지구를 벗어나 우주 시대를 열어젖혔습니다! 인류에게 하늘을 무대로 제공한 위대한 선지자 로젠바움 총통 각하의 뒤를 이어, 독일은 앞으로도 인류의 영역 확대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하일 로젠바움!!”
“민족혁명당이여, 영원하라!”
전 세계가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지금 독일의 로켓엔 고작 몇십 킬로그램짜리 쇳덩이가 탑재되었을 뿐이지만, 저기에 핵폭탄이 장착되지 않는단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미국은 캐나다를 윽박질러 반강제로 군사조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공포 분위기에 젖었다.
“릴리엔탈 1호에는 로젠바움의 해골이 들어 있어 전 세계에 사악한 원념을 뿌리고 있다.”
“릴리엔탈 1호는 항상 삐삐 신호음을 내뱉는데, 워싱턴 D.C. 상공에 있을 때만 신호음이 ‘미국 조빱새끼들’로 바뀐다더라.”
“지금 독일을 핵폭격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인들은 혼란스러웠다.
도처에서 미합중국의 정의를 의심하는 자들이 넘쳐났고, 과연 이 거대한 이념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자들은 그보다 더욱 많았다.
그러니까 강인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강력한 리더, 전쟁영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미국의 전통 아니던가.
“원수님! 부디 우리 당으로 와주시지요!”
“지금 미국에 필요한 사람은 오직 단 한 사람입니다.”
“아아··· 시대가 나를 찾는 듯하니, 어쩔 수 없이 책무를 수행해야겠군요.”
미스터 콘파이프맨.
더글라스 맥아더가 정계에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