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3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 -233화(233/246)
233화 외전 – 아메리칸 로젠바움
195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더글라스 맥아더 승리.
맥통령이 매카시를 부통령 후보로 지목하고 맥맥 듀오를 결성해 나라를 도탄에 빠뜨린다거나, 혹은 파쇼 집단 은빛셔츠단을 결성하고 친위쿠데타를 감행해 자신의 임기를 999년으로 연장하는 폭거··· 는 없었다.
“우리가 위태로운 까닭은 우리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임 대통령 맥아더의 취임 연설은 새까만 먹구름이 장막처럼 내려앉아 부슬비를 뿌리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하나로 뭉친다면, 우리 합중국은 그 어떠한 위기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독재자도, 그 독재자에게 충성을 다하게끔 협박하는 사회적 체제도 없습니다··· 우리의 가장 소중한 가치,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 없어도 그 자체만으로도 목숨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아무리 아부를 좋아하고 독단적인 면이 있는데 늙어서 고집까지 늘어났다고 해도 맥아더는 맥아더다. 전쟁영웅 자리는 고스톱으로 따낸 게 아니다.
그런 그가 봤을 때, 지금의 미합중국은 결코 소련과 독일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백인과 흑인의 갈등.
남자와 여자의 갈등.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
이 모든 갈등이 우리의 팔다리를 붙잡고 있습니다. 우리 안의 증오와 원한이 미국을 얽어매고 있습니다!”
“맥아더!! 맥아더!!!”
“그 어떤 외국인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나라! 그 어디보다도 시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나라! 나는 여러분들께 약속드립니다. 정의를 가로막고 폭력을 옹호하는 모든 자들을, 연방정부와 법의 이름으로 단호하게 물리치겠노라고!”
전임자 듀이는 그의 시각에서 너무나 유약했다.
그놈의 선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발목이 붙들려 가장 중차대한 시국에 시간만 허비했다.
퇴임한 듀이가 들으면 뒷골 잡고 쓰러질 발상이었지만, 맥아더는 자신을 뽑아준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강력한 힘을 휘두르는 정의의 스트롱맨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날 좀 도와주게, 아이크.”
“이제 저는 물러나서 여생을 즐기고 싶습니다만.”
“그냥 도와달라고! 나만큼 자네에게 잘해준 사람이 또 있나?”
“······저와 각하의 추억이 무척 다른 듯싶습니다만?”
“정치판 놈들은 너무 생각이 굳었어. 내 뜻을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하네.”
가장 먼저 그는 아이젠하워를 위시한 자신의 인맥을 끌어다 요소요소에 박아 넣었고, 대법원에도 자신과 의견이 일치하는 이들을 대거 투입했다.
그다음은 토벌 작전 시작.
“매카시 의원은 이제 슬슬 그 간첩 명단을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간첩들이 너무 많아서, 국가의 안보를 위해-”
“헛소리 말고 까라면 까시오.”
“빠··· 빨갱이! 국가의 존립을 흔드는 빨갱이!”
“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한 나를 빨갱이라고 음해하는 당신이야말로 간첩인 듯한데.”
몇 년 동안 온 나라를 매카시즘이란 이름의 광풍에 빠뜨렸던 매카시와 그 일당을 법의 이름으로 단죄했다.
이 또한 사실 듀이가 오래전부터 음으로 양으로 준비했던 것이지만, 맥아더는 원래 남이 차린 밥상을 잘 주워먹어 자신의 업적으로 삼는 데 거리낌 없는 사람이었다.
취임 100일도 되기 전에 매카시와 그 일당에게 <이적행위자>라는 딱지를 붙여 퇴마하고 공화당을 손에 꽉 움켜쥔 그는 곧바로 새로운 ‘적’과의 싸움에 나섰다.
“피부색, 인종, 성별, 성정체성 등으로 같은 합중국 시민을 차별하는 행위는 영구히 금지되어야 마땅합니다.”
“대통령께서 군인 출신이라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깜둥이들은 사회에 불만이 많아서 독일과 소련의 지령에 따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남색을 탐하는 호모들 좀 보십쇼. 그들은 성경을 거스르는 불경한 것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신을 부정하는 크렘린을 따를 수밖에 없단 말입니다.”
“당신네들이 몽둥이와 총을 들고 심심하면 잡아 죽이니까 그들이 반국가단체에 가담하는 것 아니오?”
“자. 여기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흑인과 여성은 지적으로 열등한 게 사실입니다. 결코 차별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열등하게 창조하셨으니-”
“교육도 못 받고 재산을 모을 기회도 적으니 당연한 일 아니겠소? 작작 좀 하시오!”
맥아더가 갑자기 차별에 맞서는 투사로 각성한 것은 아니다.
그는 구시대적 19세기 사람이었고, 대단히 깨어 있는 의식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민권 향상과 차별금지 정책을 밀고 나가게 된 것은 지극히 군인다운 선택이었다.
“상당수 흑인들이 민족혁명주의의 유혹에 빠지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 되지 않는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일수록 로젠바움의 마수에 넘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합중국 내에서 열등 민족으로 차별받는 이 상황에 대한 해답으로, 그들은 로젠바움주의가 내세우는 민족해방, 다시 말해 흑인들만의 독립 국가라는 허황된 망상에 빠지고 있습니다.”
“괜찮은 생각 아닙니까? 깔끔하게 깜둥이들한테 사막 좀 떼어주고 그리로 싹 이주시키면- 키아아악!!”
“연방은 하나다! 털끝만큼이라도 합중국의 근간을 건드리는 놈들은 모두 찢고 죽인다!”
민족혁명주의와 공산주의는 끊임없이 미국의 배때기를 쿡쿡 후비면서 <부유한 백인 남성들에게만 적용되는 자유민주주의? 고대 그리스에서 아무 발전도 없는 퇴물 정치체제>라고 비웃어댔다.
성조기가 세계만방으로 뻗어나가려면.
민주주의가 저 머나먼 아프리카와 아시아에도 매력적인 사상으로 보이려면.
집구석에서의 차별부터 일단 정리해야만 소련과 독일에 맞설만한 이념적 매력이 샘솟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루즈벨트 시절부터 먹물 좀 먹었다 하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왜 알면서도 못 했는가?
선거는 이겨야 하니까.
“아이고오, 아이고오오!!”
“연방정부가 폭거를 저지른다! 맥아더 저놈은 로젠바움주의자가 틀림없다!!”
“정당한 주의 권리를 지키자! 우리 주의 자유를 침해하는 맥아더는 꺼져라!”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재미없어! 확 연방 탈퇴해버릴까 보다!”
“탈퇴해라.”
“···뭐?”
“개똥보다도 써먹을 구석 없는 너희 딕시 새끼들을 탱크로 뭉개버리고 싶으니 제발 좀 탈퇴해라. 두 번째 군정은 결코 흐지부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남부 곳곳에서 흑인을 구타하고 살해할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저항이 펼쳐졌고, 맥아더는 연방군을 투입하는 것으로 모자라 공공연히 계엄령을 발령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더욱 과격하게 응수했다.
임기 1년 차 대통령이 오아 소리 우렁차게 내지르며 전심전력으로 갈기는 붕권.
그동안 정치적 입지와 선거를 무적 방패처럼 써먹던 딕시들은, 사상 처음으로 선거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미친 대통령을 만나 노 가드로 처맞고 사지가 찢어지는 고통을 맛봤다.
“맥아더는 신이야!”
“맥아더 펀치! 맥아더 펀치!!”
“역시 이 나라에 필요한 건 강인한 지도자였다!”
“맥아더 각하, 나약한 헌법 따위 정지시키고 총통이 되어 이 나라를 영도해 주십시오!”
“너희는 간첩죄로 감옥부터 가자.”
“?!”
이 파천황적인 행보에 마침내 미국에도 강철의 독재자가 탄생한 것인가 지레 열광하던 친소, 친독 계열 인사들 또한 속속들이 알카트라즈로 사라졌다.
그야말로 아메리칸 시저.
피도 눈물도 없는 마이웨이였다.
***
공산주의 업계 레전드 중의 레전드,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쿠바 혁명을 일으켜 바티스타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
미국인들의 안방 코앞까지 공산주의의 붉은 물결이 들이닥친 셈이지만, 생각보다 그 반향은 크지 않았다.
“맥아더 행정부의 월권이 너무 큽니다! 이렇게 집안싸움만 요란하게 벌이고 있으니 쿠바에까지 빨갱이들이 진출한 것 아닙니까!”
“웃기는 소리! 너희들이 조국의 위상에 흠집을 내고 발전을 저해한 결과 쿠바마저 뒤집힌 게지! 쿠바에 다시 민주주의를 수출하고 중남미를 계도하려면 더욱더 너희 딕시들의 정신머리를 뜯어고쳐야 한다!”
미국 국내가 너무나 핫하게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에서 흑백 분리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한 주의 주지사라는 사람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흑인들이 ‘백인 전용’ 공공기관에 출입하는 것을 틀어막았고, 주지사가 그들을 지지한단 사실을 확인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신이 나 흑인 집단 주거지역에 폭력과 방화를 저질렀다.
그러자 맥통령은 연방군을 보내 주방위군을 제압하고 주지사의 업무를 정지시킨 뒤 시위대 코앞에 탱크를 선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미 한 번 시위대를 탱크로 깔아뭉갠 전과가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폭도들과 KKK는 호다닥 도망쳤다.
이런 버라이어티한 일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데 쿠바? 그게 어디 붙어 있는 나라더라?
쿠바의 독재자 바티스타는 무능하기 짝이 없어 어차피 시한부나 마찬가지였고, 쿠바 공산 정권이 미쳐서 핵무기라도 반입하지 않는 이상 세계 최고의 강대국 중 하나인 미국에 맞서 싸울 수단도 없었다. 지금은 국내 경기가 훨씬 더 흥미진진했다.
“미국이 집안 대청소를 하려는지 먼지구덩이에서 뒹굴고 있습니다.”
“저들이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지금 우리가 뭔갈 해야 하지 않을까요?”
“미국인들의 민주주의는 자기네 안방조차 간수 못 하는 그릇된 이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이념을 세계만방에 떨칠 기회입니다!”
독일과 소련에서는 당연히 이러한 이야기가 샘솟았다.
빅 3 삼극 체제에서 한 나라가 맛탱이가 간다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 뜯어먹어야 자국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내가 뜯어먹지 않으면 타국이 뜯어먹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나라의 최고지도자들은 그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보시오, 동무.”
“예, 서기장 동지!”
“미국의 혼란을 더욱 극대화시키면··· 우리는 어디서 밀을 수입해야 합니까?”
“······그, 미국을 적화시키면, 그때부터 우리는 이팝에 고깃국을-”
“그전에 우리 인민들이 다 굶어 죽잖아!!”
말렌코프 서기장(바지사장)이 영도하는 새 소련 지도부의 지상과제는 물가 안정과 식량 자급화였다.
강철의 대원수 스탈린 동지께서는 외화를 벌겠다고 안 그래도 부족한 식량을 팔아먹고 그 결과 몇 차례 기근을 일으킨 전적이 있었지만, 이런 미친 짓은 스탈린만 가능하지 그들에겐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미국이 이리저리 시끄러워지면서 점점 곡가가 올라가고 있었다. 말렌코프는 미국이 빨리 안정되라고 미사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유럽 또한 소련처럼 미제 곡물을 받아먹는 신세인 건 다르지 않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제가 가장 저렴하기 때문.
오히려 유럽은 자국산 농산물 시장이 미국인들에게 짓밟힐까 봐 관세 장벽을 더 올리고 역내 무역을 더욱 장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링의 이마 주름살은 날로 늘어만 갔는데.
“미국이 개판이 됐잖나.”
“그렇습니다, 각하.”
“그런데 왜 우리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지?”
“맥아더가 친독 인사들을 때려잡겠다고 난리를 치는 탓에,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액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터라-”
“처맞고 있을 수만은 없지. 우리도 뭔가 놈들에게 경제 보복을 갈겨주자고.”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독일 국채를 매입해주는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물주와 싸우기에는 조금··· 그렇잖습니까?”
“그래. 민족해방기구 납입금 1위도 미국이지. 미치겠군.”
이것이 바로 국제 경제의 오묘함이었다.
미국인들이 매입해준 국채 자금으로 독일이 로켓을 쏴 올리고, 그 로켓을 보고 바들바들 경기가 들린 미국이 반독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정작 독일 채권 매입은 더욱 늘리는 아이러니.
로젠바움스부르크(기어이 개명했다)와 스탈린다르(질 수 없어서 모스크바 이름을 갈았다)에서는 나날이 한숨만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념과 사상의 힘은 본디 통제가 불가능한 법.
빅 3가 세계 정세를 관망하는 동안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치열한 <국지적 충돌>이 벌어졌다.
그들이 마주할 1960년대는 평화와는 거리가 아주 많이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