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3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 -234화(234/246)
234화 외전 – 잔치가 끝나고
맥통령의 등장은 미합중국 사회에 일종의 극약처방과도 같았다.
애초에 더글라스 맥아더라는 존재부터가 무척이나 희귀했다.
그는 한평생 이율배반적인 인간이었다.
그는 대화와 타협 대신 총알과 진압에 익숙했고, 민의의 수렴보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더욱 가치 있다고 여겼다.
그의 모든 가치판단은 대단히 엘리트주의적이었던 데다 자신이 오판할 가능성을 크게 염두에 두지도 않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자신이 민주 국가의 군인이라는 걸 최고의 영광이자 자랑으로 생각했다.
그렇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맥아더는 털끝만큼도 독재 권력엔 관심이 없었다.
“이 미합중국이 어떤 나라인데? 내 아버지, 자랑스러운 명예 훈장 수훈자인 아서 맥아더가 모든 걸 다 바쳐 딕시들의 흉참한 손길로부터 지켜낸 나라 아닌가.”
독재자가 다스리는 미합중국이란, 설령 그 독재자가 맥아더 자신이라고 해도 별 가치가 없었다.
맥아더라는 노인을 구성하는 그 모든 프라이드, 자부심, 오만함의 근간에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위대한 나라 미국을 지킨 위대한 맥아더 가문’이 깔려 있는 한, 그는 결코 이를 짓밟을 리 없었다. 관운장에 비견될 만한 저 끝없는 에고를 누가 감히 꺾으랴?
평시였다면 더글라스 맥아더의 저 오만함과 불통과 비타협성과 엘리트주의와 얄팍한 세계관은 결코 미국의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옛날 유럽인들은 매독을 치료하기 위해 수은을 약으로 썼다. 대개의 경우는 매독보다 사람을 먼저 잡았지만, 어쩌다 사람보다 매독균이 먼저 뒈질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맥통령 또한 수은과 같았다.
미합중국이 이 유니크한 대통령을 처방받아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딕시들이 수은 맛을 보고 정신 못 차리고 있으니 환자는 신날 뿐.
“저놈들은 결코 얌전해지지 않을 것이오. 언젠가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사회적 분위기가 바뀐다 싶으면, 다시 그 망할 흰 두건을 뒤집어쓰고 나타나 이 나라를 어지럽힐 게 분명해. 그러니 근본적인 수술을 해서 저 암세포를 도려내야만 하지.”
“수술이라 함은?”
“대통령 선거제 개편. 선거인단이 아닌 직접 선거제!”
개헌 선언.
다시 한번 전미가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
1950년대 후반.
독일과 소련의 최고지도자들은 역사적인 합의에 서명했다.
“러시아 한가운데에서부터 영국까지,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유럽 인민들에게 소련의 천연가스를 저렴하게 공급하겠습니다.”
소련 당국은 단시일 내에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서방에 맞설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유럽인들이 에너지원을 우리 연방에 의존하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무역수지 개선을 초월한 어마어마한 강점이 될 것이다.’
‘국내 발전 수요를 새로 개발 중인 원자력 발전으로 메꾸자. 이렇게 하면 훨씬 더 많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내다 팔 수 있겠지.’
여기에 더불어 여행에 관련된 협정도 체결되었다. 소련은 얄타를 비롯한 흑해 연안의 유명한 관광지 몇 곳을 부분 개방해 선별된 인원들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같은 나라들은 여름만 되면 수백만 단위의 휴가 여행객들을 맞이해 어마어마한 돈벼락을 맞고 있었는데, 소련이 보기에도 저 꿀단지는 탐스러워 보였다.
독일과 소련의 정상들이 만나 하하호호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동안.
유럽을 제외한 세상은 전혀 다르게 돌아갔다.
일본열도에서는 북부 에조와 일본공화국 사이 무력충돌이 벌어졌고, 이를 기화로 공화국에서는 공산당 불법화가 명시되었다.
“오늘날 대한의 자주독립을 가장 위협하는 이념은 바로 국제공산주의이니, 이를 막고자 구라파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족혁명주의라는 두 이념을 정립하였습니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문명국인 우리 대한이 결코 서양에 뒤떨어지는 바가 없으니, 민족 기풍을 함양하고 상무정신을 일깨우는 새로운 사상, 일민주의(一民主義)를 제창하고자 합니다.”
한반도에서는 제2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승만이 변종 로젠바움주의의 일종인 일민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제시했다.
일본을 거점으로 삼은 미국과 중국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 양국 모두에게 호의를 얻어 극동의 킹메이커 역할을 해보겠단 것이 그의 야심 찬 구상이었다. 일민주의 도입을 강행하며 대통령 임기가 12년이 된 것은 그에 비하면 대단히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그리고 중동에선 본격적으로 사회주의의 물결이 압제자들의 발목을 적시기 시작했다.
“서명하시오!”
“이란 제국은··· 공산당을 합법화하며··· 탄압하지 않는다···.”
첫 타자는 이란이었다.
대단히 불행하게도, 이란은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었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붉은 군대의 탱크 부대가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이란은 일단 이 공갈협박에 고개를 조아리면서 동시에 미국과 독일에 지원을 요청했고, 독일은 군사고문단을 보내줬고 미국은 CIA를 파견했다.
젊은 샤,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절대왕정을 구축하기로 마음먹었다. 군대와 비밀경찰의 힘으로 반대파를 찍어누르는 전제군주제가 성립되었지만, 소련은 이란 내 소수민족들의 분리독립운동을 후원하는 한편 황가에 반대하는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키워주었다.
이란,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요르단, 이집트 등 중동의 거의 모든 곳에서 공산당은 거대한 세를 떨쳤다. 그들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어디에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쟤들 공산주의자 맞아?”
“그렇습니다, 동지. 저들은-”
“아랍 민족 정체성과 이슬람 율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데 저게 진짜 공산주의 맞냐고!”
크렘린은 빨간 깃발 펄럭이며 우리 공산당이요만 외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을 퍼부었지만, 현지 공산당이란 것들은 어째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보다는 코란을 더욱 열심히 읽는 것 같았다.
물론 아랍의 공산주의자들도 할 말은 많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이 땅엔 프롤레타리아라 부를 만한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슬람을 부정하는 순간 우리는 대중과 절대 함께할 수 없다. 정권을 잡은 뒤면 모를까, 지금만큼은 우리는 독실한 신앙인이어야 한다.”
“로젠바움주의자들과 싸워서 승리하려면 저들의 강점을 흡수해야만 합니다. 이곳의 이념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우리의 특수성을 이해해주셔야만 합니다!”
“이게 무슨···.”
친독 민족혁명주의자들과 친소 공산주의자들 모두 의견이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석유로 제 배만 불리는 왕정은 곧 분노한 민중 앞에 무너지리라.’
‘미국만 아니라면 저놈들의 뚝배기를 깨놓을 텐데.’
혁명의 그 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어찌 한가롭게 정통성 논쟁이나 하고 있으랴? 그렇게 인민 대중과 괴리된 이들은 모두 패망했음을 모르는가?
그리고 이집트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다만 이들 모두 틀렸다.
“왕가를 엎어버리자!”
“술탄과 베이의 씨가 어찌 따로 있다더냐!”
“모름지기 난세에는 칼 쥔 놈이 곧 왕이 되는 법!”
“명분? 명분···? 그냥 대충 로젠바움주의 선언하면 되는 거 아냐?”
그렇다.
이집트 쿠데타의 주역, 이른바 <자유장교단> 멤버들 대다수는 최소한 독일 유학이라도 다녀와 얼치기 수준의 사상 공부라도 했다지만, 다른 곳에서 일어난 쿠데타는 그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집트 쿠데타의 제조 과정만 따라 하면 누구나 손쉽게 새 나라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1. 반정부, 반왕실 여론이 폭발할 때까지 기다린다.
2. 국경일이나 명절, 국왕의 해외 순방을 기다려 거사를 일으킨다.
3. 일단 구호는 <우리식 로젠바움주의>를 제창하되, 유럽식 사상보다는 이슬람을 더욱 중시할 것이며 왕가와 부자의 배때기를 갈라 석유 판 돈을 나눠주겠노라 선언한다.
4. 소련, 미국, 독일 대사관에 연락을 넣어 신정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다.
5. 혁명 완성!
“군인들이 대체 뭘 안다고!”
“나라 지키라고 세금으로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어떻게 정권을 엎고 나라를 멋대로 자기 것으로 삼는가!”
“실로 의도가 흉참하지 않은가!!”
“국가는 모두의 것이어야 하지, 총 든 군인들의 사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도래를 기다리며 숨어 있던 반정부 세력들은 군부 독재라는 새로운 악의 무리에 맞서기 위해 대대적으로 봉기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유의 나라 아닙니까? 어째서 저 명분도 없는 군사 쿠데타 정권을 지지한단 말입니까?”
“우리가 정통 로젠바움주의자란 말입니다. 쟤들은 로젠바움이 누군지도 모르는 잡스러운 무식쟁이들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왜!!”
“지금 우리에게 충분한 지원만 해주면 인민 혁명을 당장··· 아니, 들어만 달라니까!”
새로 정권을 거머쥔 군인들은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노라 약속했다.
그냥 공수표만 던진 게 아니라, 막대한 시혜성 정책은 물론 대놓고 현금까지 뿌려댔다.
중동 전역이 하나둘씩 군부 독재의 어둠에 잠겼다.
빅 3는 정통성 부족한 이들 군인 정권을 추인해주는 대가로 또다시 이권을 뜯어먹었다.
그리고.
“진짜 민족혁명주의 국가인 우리나라가 저 가짜 민족혁명주의 국가를 지도하고 이끌어야 마땅합니다!”
“어째서 아랍은 분열되어 있어야만 하는가! 아랍일통!”
“우리나라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시아파 놈들을 싹 다 도려내겠습니다!”
“제가 이 나라의 총통으로 있는 한, 이교도들은 단 한 놈도 살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적이 필요했다.
제2차 중동전쟁은 미니 세계대전이었다.
***
독일민족혁명공화국 제2대 대통령 헤르만 괴링은 14년 동안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한 뒤 그 임기를 끝마쳤다.
그의 임기가 끝나기 직전, 독일은 지속적인 로켓 개발과 우주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완수한 끝에 마침내 인류 최초로 사람을 지구 바깥 우주로 보내는 대업적을 이루어냈다.
아직 로젠바움의 유골을 달로 보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괴링은 재선에 성공한 뒤부터 차기 후계자감을 물색해 왔고, 놀랍게도 그의 경쟁자였던 콘라드 슈미트가 천거한 사람을 낙점했다.
“새로이 당선된 쿠르트 게오르크 키징어(Kurt Georg Kiesinger),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키징어는 민족혁명당 내부에서도 무척이나 독특한 존재였다.
일단 종교가 가톨릭이었고, 로젠바움사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사내 복지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주경야독해 변호사가 되었다.
민족혁명당에 이름만 올려놓은 유령 당원이었던 그는 로젠바움 전쟁 당시 징병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괴벨스가 이끌던 방송국에 취직했다가 그와 함께 중국까지 끌려갔다 돌아왔다.
이후 당내에서 크고 작은 정치적 커리어를 쌓다가 마침내 대통령 자리까지 거머쥔, 그야말로 입지전적이다 못해 불사조 같은 생존력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하지만 키징어 선장을 맞이한 1960년대의 독일엔 위기가 닥쳐오고 있었다.
“경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중동전쟁 때문에 유가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각하.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역시 조약군이 출병해야 합니다. 단호한 핵공격이야말로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맥아더가 암살당한 지금, 소련의 움직임만 틀어막으면 우리가 중동을 제패할 수 있습니다.”
“무솔리니가 죽은 이후로 이탈리아의 움직임이 불온하기 짝이 없습니다. 군부는 자중하십시오!”
세계 정세는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고, 로젠바움 체제에 속한 유럽 각국은 이 신임 대통령이 과연 얼마나 유럽 조별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초조하게 지켜보는 중이었다.
천년만년 영원히 경제가 활황일 수는 없는 법.
좋았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었다.
기나긴 호황과 안정기가 끝나고, 침체일지 공황일지 모르는 터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잠시 시간을 훨씬 뒤로 넘겨서.
1973년.
대한민국 서울.
“엄마, 엄마아아, 엄마아아아아.”
아빠에 이어 엄마마저 잃고 만 한 소년이 어설프게 상복을 입은 채 연신 통곡했다.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고 말았다.
삼촌이나 숙모? 어려서 잘 몰랐지만, 장례식에서의 그 미묘한 태도를 보면 과연 애들 서너 명을 떠안을지 무척 의심스러웠다. 어쩌면 다 함께 고아원으로 갈지도 모른다.
너무 울어서 눈이 따가웠다.
미래에 대해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만 느끼던 소년은 퉁퉁 부은 눈이라도 좀 가라앉히기 위해 화장실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런데.
– 와, 미니 범석이다.
“히이익!!”
– 진정해. 진정해. 워워. 너는 미친 게 아니야. 그냥 음··· 귀신을 보고 있는 거란다.
“귀, 귀신. 귀신요? 누구, 누구세요?”
– 아르민 로젠바움.
거울 속의 외국인이 말했다.
– 전직 총통이지.
“전직 총통은 무슨, AI 비서지.”
– 오. 기억이 돌아왔나?
“씨발, 머리··· 머리도 아프고 내 인생도 아프고··· 이게 실화냐? 응?”
– 아직 머리도 안 빠졌는데 소중히 하라고. 아, 소중히 하고 싶어도 아직 탈모 샴푸는 개발 안 됐구나?
그들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