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3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 -235화(235/246)
235화 외전 – 로젠바움 제국의 황혼 (1)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봤을 때, 20세기의 주역은 누가 봐도 독일이었다.
비스마르크가 만든 독일 제국은 1919년 온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대전쟁과 함께 멸망했고, 대전쟁의 승리자들은 독일을 영원히 봉인하기 위해 베르사유 조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봉인이 풀리기까진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아르민 로젠바움이라는 불세출의 지도자를 얻은 독일은 세계 최초의 민족혁명주의 국가로 다시 태어났고, 주변국들의 견제와 방해를 모조리 뿌리치는 것으로 모자라 옛 숙적들을 한 방에 굴복시키고 유럽 패권을 거머쥐었다.
독일인들은 전율을 뛰어넘어 쾌감마저 느꼈다.
그들이 목이 타도록 부르짖던 <위대한 독일>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단순히 강대한 나라도 아니고, 전 세계에서 독일을 본받고 추종하는 이들이 물밀듯이 몰려오는.
그들이 오매불망 꿈꾸던 나라가 실현된 것이다.
수십, 수백 년 묵은 열등감이 깔끔하게 쾌변되고 그 빈자리에 끝없는 자부심이 들어섰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
진흙탕에서 톱밥 섞인 순무를 씹던 고통도.
수십 년간 온 나라를 불태우던 내란과 반란의 공포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 영국과 프랑스에 맞서야 한다는 두려움도.
제국의 영광, 그 영광의 몰락, 화려한 부활을 모두 기억하는 세대는 이제 노인이 되었다.
빌헬름의 제국이 영광스럽던 시절은 잘 모르지만 무법지대나 다름없던 바이마르 공화국은 기억하는 이들은 지금 은퇴해서 연금 수령할 날을 계산하기 시작하는 중장년층을 이루고 있었다.
사회의 중핵인 30대에겐 바이마르 공화국의 기억도 없거나 희미하다. 그들이 철든 그 시점부터 이 나라는 민족혁명공화국이었고, 한때 황제였다는 노인과 그 일가가 대관절 왜 으스대는지 의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은 독일이 가장 영광스러웠던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유치원에서든 학교에서든 거리에서든, 부모를 포함해 이 땅의 사람들 모두가 독일이 이루어낸 위업에 환호하던 그때를 똑똑히 기억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씨발, 좆같은 나라.”
“갑갑해 죽겠네. 콱 전쟁이라도 안 나나.”
독일 역사에 유례가 없는 신세대.
이들이 세상을 인식했을 때부터 독일은 세계를 주름잡는 빅 3의 일원이었다.
이들은 옆 도시에 놀러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외여행을 다녔고, 유럽 다른 나라의 시골 마을에서조차 마르크화를 받아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 신세대에게 독일 사회는 거대한 하나의 감옥이었다.
자유로운 척 위선을 떨지만 ‘하면 안 되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고, 응애거리는 아기 시절부터 들려주는 로젠바움 찬가와 민족혁명주의 사상교육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입만 열면 미국과 소련이 유럽을 식민지 삼을 것이라 떠들어대는 당의 주장엔 콧방귀가 절로 나왔고, 시위나 데모는커녕 온 사방에서 눈을 번뜩이는 공화국 수비대와 슈타지가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로젠바움 전쟁 이후 폭발한 베이비 붐 때 태어난 이 젊은 세대, 일명 전후세대.
기성세대는 이들을 보며 혀를 찼다.
“요즘 젊은 놈들은 순무도 없어서 톱밥 먹던 그 시절을 몰라서,,,!”
“이 나라가 원래부터 잘나간 줄 알아? 다 총통 각하와 함께 적들의 위협을 악착같이 뚫고 나아가서 이룩한 기적 같은 성과인데···!”
“요즘 젊은 것들은 머리에 나사 몇 개씩은 빠진 것 같다. 땀 흘려 일할 시간에 해외여행을 못 가서 안달이 나 있고, 시국이 아무리 엄중하거나 말거나 그놈의 데모를 못 해서 굴다리에 숨어들어 남 욕하는 낙서나 끼적여댄다.”
“교회에 나가지도 않고, 정직하고 바른 사람이 되기보단 껄렁껄렁한 건달 노릇에 더 매력을 느낀다. 아! 독일 역사에 이토록 발랑 까진 호로자식들이 가득하던 때가 있던가! 이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
이 폭언에 대해 젊은이들은 간단하게 응수했다.
“네 다음 틀니 소리.”
“대학 나와봤자 꼰대들이 높은 자리 다 꿰차서 취직도 좆같이 안 되죠? 나라 꼬라지 예술이죠?”
“아이구 어르신들. 저희 월급으로 30년을 저축해도 로젠바움스부르크에 집을 못 사요. 로젠바움사 주식만 쥐고 있어도 집 한 채가 샘솟던 시대랑 지금이랑 비교하면 어쩝니까?”
“취직을 안 한다고? 못 하는 거야! 니들이 멀쩡한 공장 다 중국 보내고! 헝가리나 루마니아에서 헐값 임금 받는 사람들 떼거리로 데려오고!”
“괴링 개새끼! 키징어 시발롬아! 도청 중인 거 다 안다! 니들 존나게 많이 해처먹잖아! 나도 좀 줘!”
“왜 우리만 군대 3년 끌려가? 왜 우리만 3년이야? 왜? 왜왜왜왜?? 군대 가기 싫다고 씨발!!”
“미국 좀 봐라. 좆같이 무시당하던 흑인들이 총 들고 불쑈 거하게 하니까 드디어 말을 들어주잖아. 우리도 미국처럼 크게 한방 터뜨려야 나라가 좀 바뀌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불협화음.
국뽕, 호경기, 슈타지 감시 따위로 억눌러온 사회적 불만은 이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더 이상 신세대들은 우주로 로켓을 쏴 올린다고 해서 민족혁명당 일당 령도에 감명을 받지 않았다.
더 이상 신세대들은 인간백정 군사 독재자가 독일을 찬양한다고 해서 애국심과 자존감이 샘솟지도 않았다.
이들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접근보다는 근본적인 변화, 더 나은 내일을 원했다.
“이제 독일에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입니다. 민족혁명당이 베푸는 가짜 민주주의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민족혁명당 일당 독재 타도! 직선제 개헌! 헌정 질서 부활!”
그리고.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로젠바움과 그 패거리의 손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독일 사회민주당이 부활했다.
제아무리 다하우가 혹독하다 한들.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들어 매진 못했다.
***
1973년.
독일, 로젠바움스부르크(구 지명 베를린).
[경애하는 전 세계 인류의 구원자, 아르민 로젠바움 총통 탄생 70주기를 앞두고 전 세계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그분을 흠모하는 이들의 순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로젠바움스부르크의 태양궁전 방문객은 전년도 대비 350% 증가하였으며-]픽!
“티비 끄고 주무세요.”
“어···? 어? 안 잔다. 끄지 마라.”
세월이란 실로 야속하다.
아르민 로젠바움과 함께 독일의 민족혁명을 쟁취한 위대한 혁명 전사, 콘라드 슈미트 또한 여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한때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총통과 대통령마저 떨게 만들던 남자는, 이제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다 곯아떨어져놓고 안 잔다고 투덜대는 노인이 되었다.
사실 사람들도 ‘뭐? 슈미트가 아직 살아 있어? 그럼 그 영감 여든 넘었잖아?’ 하면서 화들짝 놀랄 만큼 나이가 많긴 하다.
그 모습을 보던 조카, 프란츠 바이젠바움은 혀를 찼다.
“주무시려면 담요라도 좀 덮고 주무시지.”
“안 잤다니까.”
“입에 침 자국 있어요.”
“맥주 자국이야.”
“누워서 맥주 질질 흘리신 거면 요양원 알아봐야 하는데.”
“이노무시끼!”
마침내 콘라드는 투덜거리면서도 몸을 일으켜 소파에 반듯이 앉았고, 프란츠는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빈자리에 대강 걸터앉았다.
“네가 여긴 웬일이냐?”
“그냥 얼굴 좀 뵈러 왔죠.”
“거짓말하고 있네. 뭐야?”
프란츠는 대답 대신 테이블을 슬쩍 가리켰다. 그가 사 들고 온 이런저런 군것질거리가 깔려 있었다.
콘라드가 마치 제물을 흠향받는 그리스 신처럼 군것질거리 몇 점을 입에 털어넣는 모습을 본 뒤에야 프란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삼촌이 보시기엔 지금 나라가 어때요?”
“어수선하지.”
“그렇죠?”
“어쩌겠니. 인심은 곳간에서 나오는 법이야. 경기가 이 모양이면 당연히 사람들도 거칠어질 수밖에 없어.”
“그 이야기, 몇 년 전에도 똑같이 들은 것 같은데요.”
“왜. 누가 경기가 안 좋으니까 전쟁이라도 하자더냐?”
프란츠는 존재 자체로 민족혁명당 내 성골 중의 성골.
제국을 무너뜨린 사악한 융커들과 빨갱이들의 손에 부모를 잃은 뒤, 그들에게 복수하기로 로젠바움사 임직원들이 결의하면서 위대한 민족혁명공화국 건국 신화가 탄생했다. 항공혈통 바로 다음가는 혈통에 더불어 로젠바움 전쟁 참전 용사이기까지 하니 누가 감히 그를 업신여기랴.
민족혁명당의 거물이자, 혁명의 심장 로젠바움스부르크의 시장.
이것이 지금 프란츠의 입지였다.
“전쟁까진 아니고··· 비슷한데요.”
“말해봐라.”
“프랑스에 개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절대 안 돼. 바게트 놈들은 용수철 같은 놈들이야. 그들을 자극하면 항상 그들은 반대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조만간 프랑스 정부에서 조약군 출병을 요청할 거란 루머가 있습니다.”
“누가 그래?”
“외무부에서요.”
콘라드는 한숨을 푹 내쉬며 시가를 입에 물었다.
“나는 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이 나이 먹고 정치에 훈수 두면 말년에 비참해져.”
“그래서 그냥 제가 조언이나 들으러 왔잖아요.”
“네 나이가 50이 넘었으면서 조언은 무슨.”
프란츠는 바닥에 놓여 있던 맥주병을 집어 들고 병나발을 불었다.
“저 말인데요.”
“그래.”
“···대선에 출마할까 합니다.”
“하지 마라. 넌 후계자 지명도 못 받았잖아.”
콘라드는 즉답했다. 치매와 통풍이 두려운 노인 대신 산전수전 다 경험한 정치 기술자가 돌아왔다.
“대통령 그거 할 만한 거 아냐. 헤르만이 물러나고 나서 울었다니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나라가 망할지도 모릅니다.”
“맥아더 어떻게 뒈지는지 못 봤어? 너도 순교자 되고 싶어? 민족혁명당 당원의 손에 죽은 최초의 대통령이라도 되려고?”
“그래서 미국이 개혁에 성공했잖습니까. 키징어는 개혁을 엄두도 못 내고 있잖아요! 저처럼 존재 자체가 프랜차이즈인 사람이 아니면 누가 이 나라를 개혁하겠습니까!”
“네가 죽는다고! 네가!!!”
콘라드가 한 손가락으로 프란츠의 명치께를 쿡쿡 찔렀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눈썹 하나도 흔들리지 않는 프란츠의 얼굴을 보고, 콘라드는 천천히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냥··· 술에 술 탄 듯 살면 안 되겠니?”
“저는 그동안 호의호식했으니, 이제 나라에 보답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돌아가신 총통 각하께선 한 30년이면 오래 굴러갈 거라고 투덜댔지. 설계한 사람부터 이미 이 체제의 유통기한이 30년이라고 짐작한 게야. 하, 괴물 같은 인간 같으니···.”
“그러니 고쳐야지요.”
콘라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담배만 피웠다.
“이제 사민당 놈들이 아예 대놓고 밖에 튀어나와서 떠들어댑니다. 공화국 수비대가 체포를 엄두도 못 내고 있고요.”
“그야 불법은 아니니까. 출마를 못 할 뿐이지.”
“빌리 브란트(Willy Brandt)가 연설하는데 사람들이 몇이나 모였는지 아세요? 어마어마했답니다. 슈타지 장관이 가서 구경할 정도로요.”
“그 정도면 시위법 위반이겠네.”
“3일 구류 후 석방요. 아마 벌금형이겠죠.”
다시 콘라드는 입을 다물었고, 프란츠는 옆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못 도와준다.”
“삼촌!!”
“정말로 네가··· 뭔가 해볼 요량이라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찾아가.”
“삼촌보다 더 도움 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마리아 로젠바움.”
프란츠는 멈칫했다.
“낙선한다고 포기할 생각 없잖아? 독일식 선거는 원래부터 총칼로 하는 거였어.”
콘라드의 입에선 연신 흐흐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프란츠는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작가의 말>
작중 독일 3대 대통령 쿠르트 키징어는 미국의 ‘헨리 키신저’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원 역사에서도 그는 나치당 당원 이력이 있는 서독 총리였으며, 68운동 당시 추잡한 기성세대의 상징 비슷하게 공격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