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3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 -236화(236/246)
236화 외전 – 로젠바움 제국의 황혼 (2)
도시 외곽의 한 고아원.
로젠바움 총통의 임기가 끝난 직후, 슈타지 장관이던 브란덴슈타인 백작과 그 아래에서 일하던 마리아 모두 미리 준비해 놓은 사직서를 던지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그것이 총통의 의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명예직과 실권 없는 이름뿐인 직책은 여전히 달고 있었다. 저런 명예직 하나마저 없다면 그건 은퇴가 아니라 숙청이라고 부른다.
로젠바움이 세상을 떠난 이후, 그들은 재산 중 일부를 헐어 상이용사와 전쟁고아를 돕는 자선단체를 설립했다.
로젠바움이 민족혁명을 달성하기 위해 썼던 중간 발판에 자선단체, 시민단체가 있었기 때문에 독일 정부는 이러한 NGO 설립 허가에서 무척이나 까다롭게 굴었고, 설립 이후에도 끊임없이 감시의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그들의 시민단체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어느 누가 감히 전직 슈타지 장관과 항공혈통이 세운 단체에 시비를 걸까.
각종 물품을 그득그득 실은 트럭과 함께 프란츠가 나타나자, 가장 먼저 고아원에 있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왔고 헐레벌떡 직원들이 따라 나와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마리아가 느긋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나왔다.
“아이고 누님!”
“공사다망하신 시장님께서 여기까지 오고. 바쁠 텐데. 선거철도 아니잖니?”
“꼭 제가 무슨 선거 때만 오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안 그랬던가?”
마리아가 고개를 슬며시 기울이며 말하자 프란츠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독일의 하원 격인 제국의회(Reichstag)와 상원 격인 민족혁명주체회의 대의원, 그리고 각 주의 주지사가 되려면 여러 선발 기준을 거쳐야 하지만, 중요한 건 독일 국민의 직접선거는 아무튼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의회 의원, 그리고 시장은 주민들의 직접선거로 뽑힌다.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민족혁명당 당원에게만 있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로젠바움스부르크 시장 자리는 독일의 유권자가 뽑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직책. 그 상징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프란츠가 흉중에 큰 뜻을 품어봤자 이 시장 타이틀이 없었다면 그냥 망상으로 끝났으리라.
몸에 밴 정치인의 습관대로 아이들과 기념 촬영을 마친 프란츠는 마리아의 안내를 받아 원장실로 향했다.
달칵 하고 문이 닫히자.
“슈미트 씨에게 대강의 이야기는 들었는데···.”
웃음기라고는 한 점도 찾아볼 수 없게 된 마리아가 시가를 입에 물으며 말했다. 아르민이 일평생 피우던 그 물건이었다.
“구체적으로 뭘 하고 싶단 거야?”
“이 나라의 근본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국민들은 참정권과 자유를 원하고 있고, 조약 가맹국들은 독일의 사슬을 벗고 싶어 하지요. 체제 자체가 폭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폭넓은 자유를 인정해주고 한발 물러서야 합니다.”
“다당제 민주정이면 미국과 다를 바 없어지잖아?”
“다르지요. 인디언 해골 위에 지은 위선의 국가와 총통 각하께서 제시한 민족혁명의 기치를 따르는 우리가 같을 리가 있겠습니까?”
프란츠는 한참 동안 본인이 구상한 개혁안에 대해 설명했고, 테이블 위에 세팅되어 있던 커피잔은 몇 번이나 리필되었다.
잠자코 듣고만 하고 있던 마리아가 입을 연 것은 어느새 해가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을 무렵이 되어서였다.
“괜찮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럼. 개혁은 필수불가결해. 독일 시민이 언제까지고 경제만 살리면 만사형통인 개돼지로 남아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으니까.”
한고비 넘겼다. 프란츠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마리아는 부친의 사후 일절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 어떠한 의견 표명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가 투명인간이 되었단 것은 아니다. 검은 칼집에 잠들어 있을 때가 훨씬 두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고아원.
책임져 줄 어른이 아무도 없는 아이들을 떠맡는 곳.
여기서 자라난 아이들도 결국 성장하면 일자리를 구해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데, 부모 도움 없이 성인이 되자마자 자립해야만 하는 아이들이 갈만한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게다가 일당 독재 정권의 특성까지 고려한다면, 고아원 출신들이 군대, 공화국 수비대, 그리고··· 슈타지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일은 필연에 가깝다. 어쨌거나 공무원 일자리 아닌가?
마리아가 작심하고 칼을 뽑기로 한다면, 민족혁명공화국 체제를 수호하는 가장 강력한 집단들이 분열된다.
프란츠와 그를 따르는 개혁파들이 현 체제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획득할 방법이 없다는 걸 고려한다면, 마리아의 동참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었다.
“이젠 내 이야기를 좀 할 시간이네.”
“경청하겠습니다.”
“네가 진심으로 이 나라를 감당해보겠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우리 아버지, 로젠바움에 대해 알아야만 해.”
“저도 명색이 당 간부인데요. 이념이나 사상에 관해서라면 저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만큼-”
“그건 현재 주류 세력의 이념이잖아. 체제 내에서의 개혁을 달성하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새로운 학설을 들고나와야지. 사민당처럼 당 외부에서 체제를 전복시키는 것도 아니고 당 내에서 개혁을 하고 싶으면 결국 경전의 해석 논쟁에까지 닿아야만 해. 마르틴 루터처럼.”
종교개혁이라.
그래, 정말 이건 20세기판 종교개혁일지도 모른다. 아르민 로젠바움이란 거인이 남긴 유산을 따라가고 있노라 주장하는 자들의 말에 반박해야 하니.
그렇게 생각하던 프란츠의 사고가 문득 돌부리를 만난 듯 멈췄다.
“괜찮으십니까?”
“응?”
“누님은 그 누구보다 그 유산의 보존을 바라던 것 아니었나요?”
마리아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책장에 꽂혀 있던 책 중 하나를 뽑았다.
그러자 드르륵하며 책장이 돌아가고, 숨겨져 있던 지하실의 입구가 드러났다.
“누가 전직 슈타지 아니랄까 봐.”
“혹시 손톱 뽑히고 싶니?”
“아이고, 아닙니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내려갔다.
***
“독일 대통령에게 아버지가 남긴 어드바이스가 있다는 거 알고 있니?”
“저쯤 되면 당연히 알고 있죠.”
“나도 그 사본을 갖고 있어. 애초에 그건 유언장이다 보니 수신인도 여럿이었고, 각자 받은 걸 취합해서 만든 게 그 대통령들이 갖고 있다는 뭉텅이거든.”
마리아도 환갑을 찍었으니 옛날처럼 광신을 불태우진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 세상의 구정물을 많이 목도했다.
“아버지는 미래를 알았어. 과거로 다시 태어난 미래인이건, 미래 귀신을 영접했건, 미래를 내다봤건 아무튼.”
“······그, 혹시, 죄송한데, 치매-”
“치매도 아니고 약쟁이도 아니란다. 기저귀도 안 찼어.”
겉으로는 자선단체를 운영하면서, 마리아는 수십 년간 그녀의 부친이자 오빠를 연구해 왔다.
“작고한 만슈타인 원수의 증언이 결정적이지.”
“그 사람 좀 돌아버린 사람 아니었어요?”
“미친 사람이 어떻게 수백만 대군을 거느려?”
그녀에겐 사상 검열의 칼날도 다가오지 않았고, 남들은 접하지 못한 미공개 자료도 많았으며, 무엇보다 기록으로 남지 않은 아르민 로젠바움이란 사람의 의견과 판단을 수도 없이 접해왔었다.
“그래서, 그분이 미래를 알았다는 거랑-”
“그 전제를 인정한 상태에서 이 유언장 모음집을 읽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심각한 착각을 하게 될 테니까.”
프란츠는 백열등 아래에서 찬찬히 로젠바움의 유서 뭉치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는 입을 뗐다.
“이거 후대에 쓴 거 아니고 진짜 총통 각하께서 쓴 거 맞으십니까?”
“그래.”
“그런데··· 미래를 이렇게 다 예측했다고요?”
“그렇다니까.”
그래. 예수 사촌보다는 미래인이 더 낫긴 하네. 프란츠는 꿍얼거리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양이 방대하니까 일단 내 의견을 말해줄게. 아버지가 구축한 체제는 이미 한계야. 정확히는, 독재정의 몇 안 되는 이점은 상실되고 시민의 불만은 갈수록 늘어가는데 이걸 타개할 방법은 없지.”
“그렇지요.”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언급은 해놨어. 여기서부터 읽어보면 될 거야.”
프란츠는 자신들이 구상하던 개혁안의 상당수가 수십 년 전에 죽은 사람의 문건에 비슷하게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면 볼수록 애초에 독재 체제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신 것 같은데요?”
“맞아.”
“근데 왜-”
“본인 정도 되는 사람 아니면 독재정을 펼칠 그릇이 아니란 거지.”
“아··· 나르시시즘.”
“딸이지만 부정 못 하겠네. 평생 본인 잘난 맛에 살던 분이거든.”
이렇게 총통의 유훈이 남아 있다면 생각보다 개혁은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넌 이제부터, 신(新) 로젠바움주의를 제창해야만 해. 나라가 기울어가는 이유를 ‘아버지가 틀려서’가 아니라, ‘일부 이단의 전횡’으로 덮어씌우는 건 덤이고.”
“불경하다고 총 맞을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포기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를 때도 개혁의 기수가 되고자 했었다.
그런데 요한계시록에 이미 망해가는 나라에 대한 예견과 그 대책이 적혀 있다?
“까짓거 한번 해보죠.”
결단은 어렵지 않았다.
***
1973년 4월.
유럽은 요동치고 있었다.
“프랑스인들이여, 일어나자!”
“압제에 맞서자! 지긋지긋한 독재 정권을 끝장내자!!”
독일인들조차 쟤들 좀 맛이 간 거 아니냐고 비아냥대는 페탱주의를 채택한 프랑스.
프랑스 민족혁명당은 상상을 초월한 철권통치, 슈타지를 뛰어넘은 집요한 비밀경찰 감시, 시민 개개인의 노동생산성을 시민의 권리에 반영한다는 정신나간 아이덴티티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하의 프랑스인들을 영원히 억누를 수는 없다.
“공부해서 뭐 하냐!”
“엄마 나는 피 묻은 졸업장은 못 받겠어요!”
프랑스 전국 각지의 대학생들이 일제히 총장실을 점거하면서 프랑스 민족혁명당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놓였다.
이들의 요구 조건은 몇 가지 되지 않았다.
1. 체포된 학생운동가 석방
2. 중동 독재 국가에 대한 원조 중지 및 파병 중단
3. 노동 평가 시스템 중단
프랑스 정부는 여느 때처럼 콧방귀도 뀌지 않고 경찰력을 투입해 이들의 머리통에 방망이를 찍어주었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달랐다.
머리통이 깨진 채 경찰의 우악스러운 손에 질질 끌려 나오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컬러 TV를 타고 전국에 중계되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피를 탐하는 정권은 썩 꺼져라!”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레볼루숑! 레볼루숑!!”
전국이 시위의 물결로 뒤덮이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당과 정부가 아무리 악을 써도 시민들은 출근을 거부한 채 총파업에 동참했고, 프랑스의 오랜 전통에 따라 비밀경찰 지부가 분노한 군중들에게 습격당하고 무기고가 털리기에 이르렀다.
저 시위대가 반정부 혁명군으로 변모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결판을 내야 했다.
“···프랑스에서 프라하 조약군의 출동을 정식으로 요청했습니다.”
“크흠!”
독일 국무회의의 분위기는 참으로 요상했다.
다들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고, 누구 한 명이 먼저 입을 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자, 한참을 기다리던 키징어 대통령은 결국 가장 먼저 군부를 지목했다.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사안부터 묻지요. 군은 출동할 수 있습니까?”
“각하께서 명령하신다면 독일군이 24시간 안에 국경을 넘을 수 있습니다.”
“각하. 우리 독일이 단독으로 움직이면 곤란합니다. 내정 개입은 반드시 프라하 조약기구의 이름으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조약기구의 표결을 기다릴 여유는 없습니다. 이러다 파리가 불타고 엘리제궁이 폭도들의 습격을 받는다면 우린 가장 긴요한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프랑스 정권이 무너진다면 도미노처럼 다른 조약 가맹국에서도 반동들의 물결이 휘몰아칠지 모릅니다.”
“소련이 선동의 배후에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근거 없는 소리는 자제해주세요.”
키징어 대통령의 목표는 안정과 연착륙이었다.
독일의 패권을 납득시키고, 조약 가맹국들을 달래고, 조금씩 조금씩 사회적 불만을 가라앉히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
하지만 불만분자들에게 키징어는 입만 살고 액션은 하지 않는 개자식이었고, 보수파들의 시각에서 본 그는 나라 말아먹으려 하는 타협주의 반동분자였다.
모두가 대통령의 결단만을 바라고 있었고, 결국 그는 결단해야 했다.
“우리 독일은 개입하지 않습니다.”
“각하!”
“개입은 반드시 조약기구의 이름으로 행해져야 합니다. 독일군이 단독으로 움직인다면 이건 단순한 침략에 불과해요. 다른 가맹국들을 설득합시다.”
“프랑스군의 정예라 할 만한 병력은 지금 죄다 중동과 아프리카에 나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자력으로 폭도들을 막지 못합니다.”
“소련의 조종을 받는 괴뢰 무리들을 탱크로 뭉개지 않는다면 빨갱이들의 다음 목표는 이곳 로젠바움스부르크가 될 겁니다.”
그동안 입 다물고 있던 보수파 관료들은 대통령이 의견을 밝히자마자 일제히 나서서 개입을 촉구했고, 키징어의 눈빛은 훨씬 더 싸늘해졌다.
“지금 에펠탑 앞에서 우리 탱크로 남의 나라 시민들을 뭉개자고요? 제정신들이십니까?”
“프라하 조약기구의 본질을 상기해주셔야 합니다. 모든 민족혁명공화국의 체제 수호야말로 조약의 존재 이유입니다. 지금 프랑스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로젠바움 체제 자체가 끝장납니다!”
보수파는 보수파대로 답답했다. 휘하 국가의 붕괴를 방치한다면 도대체 독일이 무슨 명분으로 다른 국가의 위에 설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의 갑론을박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출병 반대! 전쟁 반대!!”
“어째서 우리가 프랑스인들을 학살하러 총을 들고 가야 합니까? 왜?”
독일 곳곳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전 유럽에서 일제히 시위가 일어나고 있었다.
“소··· 소련의 음모다!”
“미국이야! CIA가 사주한 게 틀림없어!”
“앉아서 당할 겁니까? 보복해야지요!”
거대한 패닉과 두려움이 민족혁명당 간부들의 뇌를 지배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로젠바움 총통께서 완성한 이 평화로운 시스템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외세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지금 이 난리를 진압하고 독일의 존재가치를 확립할 방법은··· 빨갱이들과의 최종 성전을 일으키는 것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크고 빨간 단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