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37)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237화(237/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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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로젠바움 제국의 황혼 (3)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대적 시위는 나날이 그 기세를 키워나갔다. 조금만 더 레벨을 올린다면 조만간 전통 행사 최종 진화 형태, 레볼루숑에 다다르리.
이탈리아에서는 동맹 휴학과 파업이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정권에 위협이 될 만큼 거대한 민주화 압력이 아니었지만, 앞으로 어찌 될진 지켜봐야만 했다.
스페인은 다 늙어 죽어가는 프랑코에 맞서는 지방 분리주의자들의 무장 투쟁이 점점 격렬해지고 있었다.
이들 민주주의 반군들은 제각기 미국과 소련에서 지원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미소는 분리주의 게릴라를 지원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절대 그런 적 없다’고 주장했다.
로젠바움 체제를 구성하는 독일의 이웃들이 모조리 들썩들썩 떠들썩 우르르 쾅쾅.
“이게 위기입니까? 여러분, 고작 이딴 일 가지고 위기라고 떠들어야 합니까?”
“경애하는 지도자, 로젠바움 총통 각하께선 이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끔찍한 조건에서 독일을 구원하고 나아가 전 인류의 축복인 민족해방을 이루어내셨습니다!”
“암요, 암요. 독일 민족 역사상 최악의 매국노 루덴도르프와 히틀러에 맞서 조국을 수호하고, 침략 본성을 숨기지 못하는 식민 열강들을 한 달 만에 제압해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여실히 증명하셨지요!”
“비 온 뒤에 땅 굳는다고 합니다. 지금의 이 소란을 극복한다면 앞으로 로젠바움 체제는 천 년은 너끈히 버틸 겁니다.”
보수파들이 정말 상황을 몰라서 낙관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사방팔방에서 터지는 민주화 시위와 파업을 보며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차 없이 짓밟아야 했다.
바이마르 공화국이 어떻게 망했던가? 타협하겠다고 질질 끌려다니다가 법률상의 취약점을 찔려 아무 것도 못 하고 맥없이 무너지지 않았던가?
그 과거를 반례 삼아,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만이 이 난국을 극복할 동력이 된다.
그들은 그렇게 믿거나, 혹은 믿고 싶었다.
독일 대통령 키징어는 이런 보수파와 개혁파 사이에서 짜부라지고 있었다.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각하, 결단을!”
“지금이야말로 문명인답게 타협안을 도출해야 할 시간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진정하시고-”
“타협이라니요! 옳고 그름에 타협이 어디 있습니까!”
“대수술을 벌이려면 타협이 아니라 용기가 필요합니다!”
키징어는 애초에 괴벨스 아래에서부터 당직을 시작했고, 그 탓에 소속 계파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두목인 괴벨스부터가 쫓겨나다시피 했는데 무슨 놈의 계파가 있겠는가.
그는 그 무색무취함과 애매모호함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켜 민족혁명당 내 계파 갈등을 중재하고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는 ‘타협의 명수’로 명성을 떨친 끝에 괴링의 후계자로 지목받았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간, 그는 당에서의 각종 갈등을 최대한 봉합하며 크게 나무랄 데 없이 국가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세상이 그를 억까라도 하고 싶은 건지, 민족혁명공화국 블록 전역에서 몰아치는 거대한 태풍은 그에게서 타협의 여지를 모조리 빼앗아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 모든 시련의 원인을 미국과 소련의 음모로 규정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러는 순간 남는 건 <크고 빨간 단추 누르기>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는 애써 얼굴을 붉히며 앵무새처럼 계속해서 타협만을 주문했다.
그 누구도 떠올리지는 못했지만.
이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한 가지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있었다.
“키징어 대통령이 맛이 가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 같은 중차대한 순간에 대통령 각하의 판단력이 흐려지다니··· 부득이하지만 구국의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쳤나?”
“그 방법밖에 없잖습니까!”
“정신 차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군을 끌어들이는 순간 그놈은 반역도야. 아니, 민족혁명의 기치를 배반한 비열한 반동분자야!”
개혁파건 보수파건.
그 누구도 감히 총 든 군인들을 이 위험천만한 도박장에 끌어들이지 않았다.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군은 절대로 정치에 개입할 수 없다.] [군이 전면에 나설 바엔 차라리 정권이 무너지는 게 맞다.]“총장님. 이러다가 나라가 망할지도 모르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닥쳐! 이 불충한 새끼. 로젠바움 총통의 나라에서 결코 쿠데타 따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어야 합니까?”
“당연하다. 우리의 총구는 오직 민족혁명의 적에게만 향한다. 그 적은 우리가 아니라 바로 당과 정부가 정한다.”
“그 당이 지금 자살을 집행할 판입니다!”
“당과 정부가 자살을 결정한다면, 우리는 장송곡을 노래하며 우리의 머리에 대고 총을 쏠 뿐이다! 로젠바움 총통 각하께 모든 영광 있으리!”
아르민 로젠바움이 몇 차례씩이나 프로이센 군바리 DNA를 직접 수선한 결과물이 지금 그 노고의 결실을 선보이고 있었다.
독일군의 모든 장병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민족혁명공화국의 품속에 있었다.
그들은 제멋대로 설치던 구 제국군을 광견병 걸린 미친개쯤으로 우아하게 멸시했고, 권력을 추구하던 바이마르 공화국 군대를 외세에 부역하던 매국노로 간주했다.
“그딴 짓을 저지르는 순간,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우리가 조국을 멸망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당할 게 뻔하다. 헛소리 그만 지껄이고 일들이나 해.”
“···알겠습니다.”
못사는 나라, 신생 독립국에서 쿠데타 – 이른바 군사혁명이 정당화되는 이유는 바로 ‘사회 엘리트 계층인 군인들이 민족혁명을 선도한다’라는 로젠바움의 교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로젠바움주의 국가 독일에서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는 곧 민족혁명당 40년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아르민 로젠바움이 건국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정의로운 나라 독일의 지난 시간들이 모두 공염불이자 허깨비였음을 선언하는 짓이다.
죽으면 죽었지 그럴 수는 없었다.
그 누구도 그런 비열한 행위에 동조하지 않을뿐더러, 가장 처절하게 파멸한 끝에 영원히 역사의 죄인으로 박제당하는 비참한 최후가 기다리고 있으리.
독일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일어나고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를 모두가 느끼고 있을 때.
민족혁명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
전당대회는 언제나 생중계가 원칙.
독일이 현대적인 통신망과 TV 보도 시스템을 구축한 이래 단 한 번도 전당대회를 비공개나 녹화 방송으로 돌린 적은 없었다.
지금 같은 엄중한 시국에도 이 원칙은 지켜졌으며, 다른 나라의 기자들이 출입을 금지당하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과 유럽 다른 국가들의 기자들, 미국과 소련의 특파원들은 하나둘씩 입장하는 당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생생히 담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앗!”
“뭐야?”
“저기, 저기 좀 보십쇼! 마리아 로젠바움입니다!”
“이런 미친!”
“그 옆에 노인··· 슈미트 전 총리잖아?”
“저기 줌 좀 땡겨봐. 시발. 알베르트 괴링 맞지?”
“괴링이 문제가 아닙니다. 저기 좀 보십쇼, 저기. 발터 모델 전 조약군 총사령관에, 그 옆에는 롬멜 전 합참의장, 거기에 슈코르체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참석하는 면면들이 하나같이 비범하기 그지없었다.
팔팔한 현직들이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삼엽충이나 실러캔스쯤 되는 살아 있는 화석들이 죄다 요양원에서 나와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핵전쟁의 두려움이 세상에 감돌 때도, 민족혁명 블록의 위기가 어쩌고 할 때도 은퇴한 지 한참 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뛰쳐나온 적은 드물었다.
그들의 경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 옹기종기 착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 인간들이 왜 앉고 있어?”
“브란트, 브란트가 왔습니다. 지명수배된 거 아니었어요?”
“바이에른의 헬무트 콜도 왔어. 거물 중의 거물이잖아.”
“소련 전당대회에 아나스타샤 공주가 참석해도 이거보다 더 놀라진 않겠는데.”
“이건 차르 니콜라이가 부활해서 참석한 느낌인데요.”
“아데나워가 왔다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 채 참관인석에 하나둘 자리하는 이들. 하나같이 민족혁명당 일당 독재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야권 인사들이었다.
모두가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빼곡히 자리에 착석한 뒤.
마침내 전당대회가 시작되었다.
독일 국가 연주.
민족혁명당 당가 제창.
당기에 대한 맹세.
로젠바움 총통과 민족혁명주의에 대한 충성 서약.
세계 각국 국가원수들의 축사.
전 세계 민족혁명 진행 경과 보고.
각종 캠페인 및 투쟁사업 현황 발표.
주요 사업 역점 및 차기 아젠다 발표.
모두 뻔하디뻔한 것들이었고, 여태껏 해왔듯 별반 다르지 않은 전당대회.
하지만 참석자의 면면이 면면이다 보니 결코 아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가 없다. 지금의 이 식순이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는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친애하는 민족혁명당 동지 여러분.”
수십 년 전 총통의 시대가 저물 적 은퇴한 마리아 로젠바움이 연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 유럽과 세계에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 누구보다 헌신해 왔습니다.
우리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영원히 세상에서 추방했고, 전쟁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질서를 건설했으며,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으로 나아가는 길을 닦았습니다.”
잠시 박수.
“그러나 지금, 한때 세계의 진보에 앞장서는 전위당이었던 우리 민족혁명당은 변화하라는 시민들의 아우성을 듣고 있습니다.
세상도 바뀌었고 시민들도 바뀌었지만 우리 당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핏줄에 의지해 권력을 행사하던 융커와 콘크리트 지지율만 믿고 구태정치를 펼치던 바이마르의 무능한 정치인들을 우리가 끌어내렸던 것처럼, 성난 시민들이 우리를 끌어내리겠노라 외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박수가 훨씬 적었다.
다들 허옇게 질려 의자 팔걸이만 꽉 붙들거나 애써 입을 틀어막고 있을 뿐.
마리아의 성이 로젠바움이 아니었다면 진작 욕설과 음료수 병이 날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누군가는 로젠바움이라는 이름 때문에.
또 누군가는 그녀의 그림자에서 어른거리는 슈타지의 공포 때문에.
또 누군가는 누구보다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는 혁명 원로들 때문에.
그녀와 함께 등장했던 원로들은 조용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
아르민 로젠바움과 함께 바이마르를 무너뜨린 주역들.
이 나라를 건국한 이들이 마리아를 지지하고 있었다.
“선친, 총통 각하께서는 이미 이런 날이 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언젠가 민족혁명당의 동력이 다하리라 생각하셨습니다.
세상을 더 낫게 바꾸겠다는 열정에 불타는 투사 대신 권력이 탐나는 자들, 단순히 출세를 바라는 자들, 아첨으로 제 권세를 보장받아 탐욕스럽게 지갑 불리기만을 원하는 자들이 하나씩 우리 당에 들어올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 예측하셨기 때문입니다.”
“반동과 간첩들에게 죽음을!!”
“우리의 혁명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
참관인석에 앉아 있는 반정부 인사들더러 들으라는 듯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혁명적 구호가 터져나왔다.
“민족혁명주의는 지도자 1인에게 무한한 권한과 무한한 책임을 부여했었습니다. 1930년대의 독일에 실패와 오판이란 결코 허용되지 않았고, 우리의 주변엔 적들이 가득했으며, 마지막 최후의 힘까지 모두 긁어모아 단일한 대오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친께서는, 이러한 체제는 어디까지나 비상한 시국을 타개하기 위한 극단적 처방이라고 보았습니다. 비상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한 뒤 그분께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이 총통의 권한을 줄이고 대통령직으로 되돌리는 작업이었다는 것을 상기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번 권력을 나눌 때가 되었습니다.
민족혁명당 또한 견제와 감시를 받고, 국정운영의 결과에 따라 민심의 심판을 받을 때가 도래한 것입니다.”
마침내 설마 설마 하던 발언이 나왔다. 아주 약간 돌려 말하긴 했지만, 사실상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전부 다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당 독재의 종식.
“이 나라를 일군 건 우리인데, 버러지 같은 놈들에게 표를 구걸해야 한다고?”
“은혜도 모르고 불만만 그득한 저 민중들에게··· 독일 최고의 엘리트인 우리가?”
“믿을 수 없어. 이건 꿈이야.”
“대체 왜 영애께서!! 어째서!!”
하지만 모두가 현실에서 도피한 것은 아니었다.
누가 뭐라 해도 민족혁명당은 국가, 나아가 세계의 1/3을 경영하는 핵심 브레인 집단.
현재의 상명하복식 체제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당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암투가 얼마나 개차반인지.
세계 모든 민족에게 정당한 권리를 돌려주겠노라는 원대한 이상이 얼마나 타성에 젖어 타락해 가고 있는지.
이대로 퇴물로 낙인찍혀 국민의 손에 쫓겨나느니, 지금이라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며 자성해야만 한다.
현실의 드높은 벽에 가로막혀 스스로를 합리화하고만 있던 당원들일수록, 위대한 총통의 혈육과 혁명 원로들이 대개혁을 선언한 바로 지금이야말로 그 벽을 허물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미친 듯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당헌 제66조에 의거해, 전당대회 결의를 통한 총리 임명 제안을 발의하고자 합니다.”
“총만 안 들었다고 쿠데타가 아닙니까? 이게 쿠데타지!”
“브란트니 콜이니 하는 놈들까지 데려와서 이게 무슨 행패입니까? 아가씨! 이야기 좀 하십시다!”
마침내 보수파 중진들이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사상 최초로 전당대회 생중계가 중단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