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3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238화(238/246)
외전 – 로젠바움 제국의 황혼 (4)
독일의 현행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고 의회는 이를 추인한다.
그 의회는 100% 민족혁명당 당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몇몇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독일 총리는 독일민족혁명당 당수를 겸임하는 것이 관례였다.
대통령 본인은 임기 중 당헌에 따라 당원 자격이 정지되어 민족혁명당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없지만, 자신의 넘버 2이자 추후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총리 겸 당수 자리를 넘겨줘 안정적인 계승을 추구한다는 것이 로젠바움의 설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순서가 역전되었다.
당헌에는 규정되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절차, 즉 <당의 뜻을 한데 모아 총리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에게 지명을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곧 독일의 유일무이한 정당인 민족혁명당이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는 것을 뜻했고, 일당 독재의 근본이 흔들린다는 것을 뜻했다. 행정부와 의회가 따로 놀면 그게 무슨 독재인가?
“이건 탄핵 시도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진 않을 겁니다. 우린 키징어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합니다.”
“존중하신다는 분들이 이렇게 날치기로 일을 저지르십니까? 우리 모두가 합심해서 반대표를 행사한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모든 카메라가 꺼지고 기자들이 쫓겨난 뒤.
회장 내부는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요란법석이었다.
“이보게, 젊은이들. 내가 한마디 좀 해도 되겠나?”
“무, 물론이지요.”
앙상하게 뼈와 거죽만 남은 채 휠체어에 타고 있는 노인.
그러나 그를 무시할 수 있는 당원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콘라드 슈미트니까.
“우리 냉정하게 현실만 보고 이야기하자고. 젊은 친구들이니까 나보다는 머리가 말랑말랑할 거 아닌가?”
“예, 예.”
감히 로젠바움과 함께 혁명을 주도한 넘버3 앞에서 ‘저희도 평균 나이가 예순입니다’ 같은 흰소리를 늘어놓을 인간은 없었다.
“지금 온 유럽이 그놈의 민주화다 권리다 하면서 요란들이야. 도대체 우리 당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반역자 놈들, 그리고 그놈들의 감언이설에 현혹된 철없는 애새끼들 몇을 빼면 거의 없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조용히 생업에 종사하는 절대다수 국민들은 당연히 우리 당을 지지하고 있겠지요!”
“지랄도 아크로바틱하게들 하고 있네···.”
“입 좀 다물어보시오.”
중간에 이상한 추임새로 끼어드는 이들을 보고 보수파 의원 몇몇이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롬멜과 모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은 서둘러 눈을 깔았다. 슈미트가 마왕이라 그렇지 저들도 마왕군 사천왕쯤은 되는 거물들이니.
“진심으로 믿나? 거리로 뛰쳐나오지 않는 자들이 우리 당을 지지한다고? 생업이 너무 바빠서, 행여나 몸 상하면 가족을 건사하기 힘들어서, 그도 아니면 우리 당이 사라진 뒤 훨씬 더 큰 혼란이 올까 봐 두려워서가 아니고 정말 우리를 지지해서라고 믿나?”
“······아닙니다.”
“총리님의 말이 옳습니다.”
슈미트는 기어코 이들에게 불쾌한 진실을 들이밀어 똑똑히 직시하게 했다.
이제부터가 본론이었다.
“우리 당이 독일의 운명을 걸머진 지 어언 40년. 그리고 유럽의 주인으로 우뚝 선 지 30년. 이만하면 해먹을 만큼 해먹었어. 다른 머저리들처럼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흐름에 순응할 줄도 알아야지.”
“우리가 몰락하는 게 대관절 어떻게 순응이란 말입니까?”
“우리 없이 로젠바움 체제라는 게 성립 가능합니까?”
“안 되겠지요. 십중팔구 파멸할 겁니다.”
프란츠 바이젠바움이 태연스럽게 대꾸하자 보수파들은 어이가 없어졌다. 이 매국노 새끼야 소리가 튀어나오지 않은 건 순전히 앞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휘황찬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프란츠는 그들의 표정만 봐도 무슨 말 하고 싶은지 다 알겠다는 듯 천연덕스레 말을 이었다.
“우리가 여기서 자발적으로 모든 권력을 놓겠다 선언하고, 저 야당 놈들에게 앞으로 조국의 운명을 맡기겠다 하고.
그다음 독일과 유럽이 파멸을 향해 달려나가면 그건 누구 책임일까요?”
“?”
“!”
콘라드와 프란츠는 붕어빵처럼 똑같은 미소를 지었다.
“‘구관이 명관. 민족혁명당 시절엔 이런 일 없었는데.’”
“지금 물러나야 두 번째 기회가 올 겁니다. 정정당당하게 민주적 선거로 야당 놈들을 박살내고 다시 한번 정권을 쟁취하면 됩니다.”
“하지만 역도 놈들이 우리 예상보다 더 안정적으로 나라를 굴리면 말짱 허사가 되잖습니까?”
“그게 되겠어?”
슈미트는 피식 웃으며 담배를 꺼냈다. 보수파 의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척수반사적으로 달려와 공손히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우리가 40년 동안 저놈들을 잘근잘근 짓밟았고, 저 친구들에게 정치, 행정 경험이라곤 쥐뿔도 없어. 있는 건 투쟁 경력뿐이지. 그런데도 국가와 세계를 매끄럽게 돌릴 수 있으면 그게 환생한 총통 각하지 어디 보통 사람인가?”
“세계민족해방기구든 프라하 조약기구든 다른 뭐든, 로젠바움주의라는 이념적 기반이 없으면 유럽의 통합은 일제히 삐걱거리게 될 겁니다. 이 상황을 우리조차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의 집권 명분이 흔들리던 것 아닙니까? 저들이 무슨 수로 이걸 감당합니까?”
폭탄 떠넘기기.
몇몇은 그 말을 듣고 경탄 섞인 탄식을 내뱉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신음소리만 흘렸다.
“생각대로 되면 좋겠지만··· 되겠습니까?”
“틀렸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100% 확률로 낭떠러지에 떨어질 판이니까 10%든 20%든 그래도 살아남을 확률이 있는 도박에 나서는 것이죠.”
위기는 곧 기회다.
당의 절대적인 권력이 무너진다면, 기회주의자와 어중이떠중이와 근시안적인 이들은 쥐새끼처럼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해 새로운 당으로 도망치리라.
그렇게 병신과 머저리들을 칼 한 번 휘두르지 않고 방출한 뒤, 다시 한번 시민들의 지지를 규합해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집권하면 된다.
미워도 다시 한번!
30년 동안의 성과가 있는 민족혁명당에 한 표를!
“유럽을 영도하는 것은 반드시 민족혁명당이어야만 합니다. 아니, 최소한 로젠바움과 그의 사상을 따르는 자들이어야만 합니다. 그렇잖습니까?”
그래야만 빅 3의 일원으로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로젠바움이라는 대정치가가 남긴 유산 외에 유럽을 하나로 묶고 세계에 영향력을 휘두를 도구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핵무기? 그딴 거로 세계를 휘두르려 하면 그게 테러리스트지 나라인가?
결국 개혁파를 자칭한 이들 또한 민족혁명당의 당원이었다.
이들은 일당 독재와 전 유럽에 대한 통제력이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했을 뿐, 민족혁명이라는 이념에 대한 충성심이 꺾이지는 않았다.
비록 처음 제창한 사람의 의도는 권력과 전쟁을 위한 무기에 불과했을지언정.
그 깃발 아래에 모인 자들은 자신들에게 정의와 대의명분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슈미트가 바닥에 버린 담배꽁초를 휴대용 재떨이에 넣으며 프란츠가 말했다.
“빅 3 중 하나가 자폭한다면 다른 두 나라가 가만히 있을까요?”
***
독일 대통령궁.
키징어 대통령은 뒤편에 걸려 있는 거대한 로젠바움 초상화를 한번 힐끗 바라보고, 그다음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재떨이를 응시했다.
일찍이 괴벨스, 브라우히치 등 독일 최고의 권력자들의 뚝배기를 무자비하게 깨버렸던 바로 그 재떨이.
가끔 이걸 손으로 꽉 쥐면 어쩐지 로젠바움 총통의 혼령이 그를 가호하는 듯한 무한한 자신감이 샘솟았다. 대통령의 ‘힘’과 ‘지혜’로 무엄한 반동 놈들의 골통을 깨버린다면···!
하지만 그는 재떨이를 집어 드는 대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제게 미리 말씀을 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죄송합니다.”
프란츠 바이젠바움은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헌 66조가 가결되었다지요? 보수파는 물론 원로들마저 저를 버린 겁니까?”
“결코 각하를 버린 것은 아닙니다. 민족혁명당의 모든 당원들은 각하의 노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설명해주시죠. 이제 제가 하야하고 귀하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목하면 되겠습니까?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텐데요?”
키징어의 물음에 프란츠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아닙니다······.”
“그럼?”
“총대를, 메주셨으면 합니다.”
당이 살아남기 위해, 키징어는 일방적으로 패전투수 역할을 떠맡아야만 했다.
아니, 패전투수 따위가 아니다. 더욱 심한 역할이다.
“총대라. 제게 악역을 배정하고 싶단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민족혁명당 내부가 마치 두 패, 나태하고 부패한 기성 정권과 자성과 개혁을 외치는 신진 세력으로 갈린 것처럼 연출되어야 합니다. 왜냐면-”
“이해했습니다. 나 또한 내심 지금 상황을 극복할 방안 중 상책이라고 생각했던 계획이니까요. 민심을 수습하기엔 연극 한 편 찍는 게 제일 좋겠지요.”
타협의 명수라는 수식어답게, 키징어는 즉각 핵심을 파악했다.
전 세계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굿 캅 배드 캅 전략.
민족혁명당이 분노한 시민들에게 타도당하는 것이 아니다.
민족혁명당 내의 부패하고 고집스러운 자들이 새로운 물결 앞에 무너지고, 당은 기어코 자정작용을 이룩하는 것이다.
“나와 함께 묻힐 순장조는 준비되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몇몇 분들이 기꺼이 각하와 함께하기로 동의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방송국에서 처음 당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거기서 내가 최초로 맡은 업무는 어떤 예능 방송을 새로 제작하는데 거기에 법령 위반 사항이 없는지, 저작권료나 다른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게 있는지 검토하는 일이었죠.”
“······.”
“조국과 당을 위해 할 마지막 일이 결국 예능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라니. 인상적이군요. 나도 연예인 한번 해보고 싶긴 했습니다. 이렇게 늙어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도밖에-”
“뭐, 오래 질질 끌 것도 없지. 지금부터 바로 슛 들어가면 되겠지요?”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토록 상대가 전향적으로 나오자, 프란츠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키징어는 곧장 재떨이를 던졌다. 빠악!!
“이 빌어먹을 놈들! 감히 대독일의 대통령인 나를 겁박해?! 내가 순순히 물러날 성싶으냐!”
프란츠는 이마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닦긴커녕 기다렸다는 듯 얼굴에 슥슥 문질렀다.
그 작태를 본 키징어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더욱 성질을 부렸다.
“독일민족혁명공화국은 무한한 권한과 책임을 보유한 대통령이 통치하며, 당의 역할은 수족이 되어 대통령을 옹위하는 것! 감히 분수도 모르고 기어오르는 놈들은 설령 그것이 당이라 할지라도 용서치 않겠다!! 버르장머리없는 반역도 새끼들!”
“각하, 부디 재고를-”
“네놈 따위를 총리로 인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썩 꺼져!”
요란스러운 소리와 고함이 터져나오자 비서실 사람들이 허둥지둥 달려왔고, 피칠갑을 하고 있는 프란츠를 보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키징어는 곧장 전화기를 들었다.
“수도방위사령관 연결해! 현 시간부로 로젠바움스부르크에 계엄을 선언하겠다!”
대통령은 부축받은 채 밖으로 나가는 프란츠를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
프란츠는 눈시울이 뜨뜻해졌다.
재떨이에 찍힌 이마가 너무 아파서가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