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40)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240화(240/246)
외전 – 철은 두드릴수록 단련되리 (1)
독일에서 무혈 혁명이 일어나 일당 독재가 종식되었다는 소식은 당일부로 전 세계를 휩쓸었다.
키징어는 하야했고, 즉시 임시정부가 세워졌다.
그동안 원외에서 반정부 운동을 펼치던 재야 인사들 상당수가 임시정부에 입성했고, 민족혁명당은 한 발짝 물러나되 통상적인 행정은 그대로 집행했다.
그동안 유럽을 지배하던 독일이 호빵맨 머리 갈아 끼우듯 갑자기 머리가 바뀌었다. 심지어 새 머리는 기존의 호빵조차 아니고 어디서 만두를 들고 오지 않았나. 호빵맨의 정체성이 상실되어버렸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대사관에서 이 혁명의 현장을 지켜보던 각국 외교관들은 정신없이 임시정부로 달려갔다.
“이제 뭐 어떻게 하겠단 게요?”
“독일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다들 차분히 진정하시지요. 크게 바뀐 사항은 없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정말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시대 변화에 맞추어 신 로젠바움주의를 따른다고 보시면 되겠군요.”
“아니, 그게 무슨-”
“민족혁명의 대의는 전혀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대의를 공유하던 이웃 중엔 체코슬로바키아 같은 곳도 있었잖습니까? 굳이 따지자면 <체코식 개헌>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독일인들이 생각 외로 훨씬 태연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이들의 머릿속엔 이제 ‘그런가?’ 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민족혁명 블록은 여전히 공고하다?”
“바로 그렇습니다. 혹시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체코가 우리의 친구가 아니었다고 여기신 겁니까?”
“예? 저희가요?”
“그건 아닌데···.”
“로젠바움 총통께선 이미 처음부터 다 안배해 놓으셨습니다! 총통께서도 생전에 이미 체코의 국체와 정치체제에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겠노라 몇 차례에 걸쳐 명시하셨고, 체코인들은 스스로 다당제 민주주의와 민족혁명이 함께 성립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우리 또한 민의를 수렴해 개혁을 성취하고, 최근 서서히 동력이 사그라드는 민족혁명의 기치를 다시 한번 높이 치켜들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개혁의 롤 모델로 불리기 시작한 체코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다른 나라들이 봤을 땐 딱히 흠잡을 곳 없는 그럴싸한 대답이었다.
“우, 우리 스페인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독일민족혁명공화국은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페인 민족혁명당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결론은 명확했다.
우리는 민주화할 건데, 너네는 알아서 해라.
대신 누가 되었든 블록에서 아예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마냥 좌시하지만은 않겠다.
이제 공은 독일에서 다른 나라들로 넘어갔다.
***
1973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혁명의 불꽃은 독일에서 가장 먼저 무혈혁명이라는 결과를 도출한 뒤 전 민족혁명 블록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카우디요 만세! 스페인의 국체를 흔들고 우리의 최고존엄 카우디요 프랑코를 음해하는 자들은 모두 재판 없는 총살에 처하겠다!”
“현 시간부로 프랑스 전역의 계엄을 해제합니다. 프랑스 민족혁명당은 개헌을 위한 절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이탈리아민족혁명공화국은 민주화 및 왕정복고에 대한 국민투표를 시행하겠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백기투항했다.
어제까지 독일 정부의 탄압에 맞서 싸우던 야당 놈들이 하루아침에 임시정부 멤버가 되어 프랑스의 야권 인사들과 접촉했고, 그들 또한 <로젠바움주의 수용, 페탱주의 전면 폐기>라는 원칙에 동의했다.
프라하 조약군이 개입하지 않기로 한 이상 프랑스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프랑스 민족혁명당은 당분간 침몰할 게 거의 확실했다.
반면 무솔리니의 후예, 이탈리아 민족혁명당은 훨씬 영악했다.
“독일마저 일당 독재를 포기한 판에 우리가 권력을 지키긴 어려워 보입니다.”
“아직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좀 더 지켜볼만하지 않을까요?”
“다른 나라가 줄줄이 일당 독재를 포기하는데 우리만 일당 독재면 결국 시위는 시간문제입니다. 지금 빨리 선심 쓰는 척하고 넘어가죠.”
“이건 어떻습니까? 야당 놈들을 갈라치는 겁니다.”
이탈리아의 민족혁명당은 독일보다도 훨씬 오랜 집권 역사를 갖고 있다. 1922년 무솔리니와 함께 집권한 <국가 파시스트당>이 간판만 바꿔 달았기 때문이다.
반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에서 떵떵거리며 해먹은 이들은 참으로 영리하게도 국민투표에 은근슬쩍 왕정복고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왕당파와 다른 민주화 세력 간의 싸움을 유도하는 술책이었지만, 효과 하나는 최고였다.
그동안은 민족혁명당 독재에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었지만, 민주 투사와 골수 왕당파가 영원히 함께할 수는 없는 노릇. 그들은 자연스럽게 분열되어 원수지간이 되었다.
그리고 다소 특수한 입지의 영국은 전혀 다른 고민에 빠져 있었다.
“대륙에서 난리가 나고 있습니다.”
“우리랑은 별반 상관없는 이야기 같습니다만.”
“오히려 저들이 독재를 포기하고 민주화를 이룩한다면, 결국 우리 연합왕국이 옳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럼요, 그럼요. 저들이 우리에게서 또 하나를 배워가는군요.”
대륙과 밀접한 관계를 갖긴 했지만 또 대륙의 다른 국가들보다는 훨씬 자주적이었던 영국.
당장 다른 나라 언론들은 전부 다 <체코식 민주화>라는 표현을 써먹고 있었지만, 영국의 언론만큼은 꾸역꾸역 <영국식 민주화>라고 적고 있었다.
지금 그들의 고민은 다른 게 아니었다.
“미국은 어떻게 합니까?”
“크흠···.”
한동안 혼란에 빠져 있던 미국은 내전에 준하는 격렬한 대립을 매듭짓고 눈부신 고도성장 트랙에 진입했다. 그동안의 기나긴 방황은 모두 지금을 위해서였다는 듯 로켓이 우주로 날아오르는 듯한 무시무시하고도 폭발적인 성장이었다.
오랜 고질병이자 아킬레스건이었던 유색인종 민권 관련 논란이 일단 종식되었고, 중남미에 거침없이 영향력을 투사하여 전 아메리카 대륙을 미국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이제 그들은 넘치는 돈의 힘으로 막강한 함대와 무수한 핵미사일을 확보하고, 인류 최초로 사람을 달에 보내겠노라 호언장담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영국에 은밀히 제안을 타진하고 있었다.
‘독일 망조가 뻔히 보이는데 우리 편으로 붙지 않을래?’
‘우리 원래 형제국이잖아. 캐나다도 행복해하는 거 보이지? 잘해드릴게.’
지금이라면 로젠바움 블록 탈퇴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세계 최강의 미합중국 해군이 엄호하고 독일의 핵 위협에 맞서준다면, 이미 한창 혼란스러운 독일은 이러니저러니해도 영국의 이탈을 결국 용인해주지 않을까?
캐나다를 반쯤 괴뢰화하다시피 한 미국의 다음 목표는 누가 봐도 호주와 뉴질랜드였으니, 아예 그냥 영국과 그 동생들이 한꺼번에 미국 편으로 갈아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민족 구성도 비슷하고 언어도 같으니.
“독일의 시대··· 끝난 것 아닐지?”
“그렇게 된다면 유럽은 조각조각 나 미국과 소련의 거스름돈이 되겠지요.”
“우리가 남의 주머니에 거스름으로 들어갈 바엔, 차라리 지주 어르신의 집사로 취직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복잡했다.
완전히 돌아버린 독일이 런던에 핵무기를 꽂는다는 불길하고 흉참한 상상을 일단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편에 붙었을 경우의 이해득실과 독일 편에 계속 남아 있을 경우의 이해득실 모두 막연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이 간을 보며 열심히 견적을 문의하고 있을 때.
세상은 훨씬 더 급격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소비에트 연방의 심장, 스탈린다르.
한때 모스크바라는 재미없는 지명으로도 불리던 곳이었지만, 소련의 태종 스탈린 동지의 이름을 따 훨씬 품격 있고 웅장한 이름 – <스탈린의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개명된 지금은 더더욱 세계 공산주의의 심장에 걸맞다.
스탈린다르가 워싱턴 D.C.나 로젠바움스부르크보다 더 위대한 도시인 이유는 참으로 많다.
먼저 크렘린궁은 노숙자 쉼터 수준인 백악관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하며, 도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초거대 스탈린 동상은 독일 놈들이 세운 로젠바움 동상보다 더 크고 아름답다. 그리고 또··· 더 이유가 필요한가? 이유가 더 있어야 한다면 그놈은 반동임이 분명하다. 아무튼 스탈린다르는 최고의 도시다.
하지만 소련은 그렇지 못했다.
중남미 적화 계획은 미친 말처럼 날뛰는 엉클 샘에게 가로막혔다.
몇몇 곳에서 유의미한 혁명이 일어나긴 했지만, 미국인들은 쿠데타 사주부터 직접 무력 개입까지 서슴지 않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혁명을 짓밟았다. 쿠바를 제외하면 중남미에 살아남은 공산 국가는 사실상 없다 봐도 무방했다.
수십 년 동안 소련이 심혈을 기울인 인도 적화 계획 또한 막대한 빚만 남기고 성과는 없었다.
‘얘들아. 너희는 고통받고 살면서 이 사회의 모순을 느끼지 못했니? 너희가 잘살기 위해서는 이 더러운 자본주의 사회를 까부숴야 한단다!’
‘비슈누의 화신 로젠바움과 시바의 화신 스탈린 싸움 수준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런데 공산당원은 브라만으로 봐야 하냐, 아니면 크샤트리아로 봐야 하냐?’
‘이 자식들아! 카스트는 너희를 옥죄는 족쇄라고! 그딴 건 전부 너희를 속여서 이용하려는 아편에 불과해!’
‘그게 무슨 소리니, 빨갱아?’
‘네가 공산당원으로 태어난 것도, 마르크스가 부유한 집에서 호의호식하면서 산 것도 전부 전생에 선업이 가득해서 복을 받은 거야.’
‘그렇게 나쁜 말만 하고 다니면 내세에 쇠똥구리로 태어난다구?’
‘아잇 씨발 진짜.’
망했다.
중동 공산화 플랜은 아랍사회주의라는 돌연변이만 탄생시켰고, 인도 공산화 플랜은 대충 공산당원이 브라만과 크샤트리아 사이쯤 되는 카스트와 자티인 것으로 결론났다. 소련인들은 대체 왜 ‘나는 아빠가 공산당원이라서 나도 계승받았어!’라는 소리가 튀어나오는지 영원히 이해하지 못했다.
소련 사회는 이제 좋게 말해 안정기, 나쁘게 말하면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불타는 혁명 의지는 점차 녹슬고 깎여만 갔고, 공산 혁명의 열정을 과시하면 출세하고 싶은 놈이거나 멍청한 놈이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보라.
그들은 틀리지 않았다.
“독일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장개석이 노골적인 비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수정주의자들에 맞서 중화민국이야말로 진정한 로젠바움주의를 실천하고 따르겠노라고 선언했는데, 아시아의 맹주가 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중동 전역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특히 군부 독재자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위협받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크렘린궁의 회의실은 시끌벅적했다.
장내에 있는 공산당 간부들은 희미한 미소마저 띠고 있었다.
“역시 우리가 옳았습니다.”
“부르주아 독재가 그 모순에 봉착해 민족혁명주의라는 다음 단계로 이행되었고, 이제 민족혁명주의가 자신들의 모순해 다다른 것입니다.”
“민족혁명주의의 다음 단계는 당연히 사회주의입니다!”
“독일에서 사민당이 승리했습니다. 명백한 징조입니다!”
그렇다.
소련은···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빅 3 중 가장 근본없고, 자그마한 놈들이 뭉쳐서 날림으로 결성한 민족혁명 블록이 가장 허약하리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온 일.
한때 미국에서 공산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한 적도 있었지만, 유대 자본가들과 추악한 부르주아들은 공산 혁명의 씨앗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더더욱 공고하게 금권정의 형태를 구축했다. 신대륙 카우보이들은 사회주의 같은 고급 체제를 갖추기엔 너무나도 야만스러웠다.
공산당 엘리트들은 물론 소련의 최고 권력자들조차 ‘정말 때가 온 건가? 그날이 왔나?’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만큼, 지금 시국은 명백히 새로운 물결의 조짐으로 보였다.
소련의 모든 아들딸들은 젖먹이 시절부터 공산주의의 위대함, 그리고 언젠가 있을 아마겟돈 – 세계 적화 혁명의 날에 대해 듣고 살아왔다.
제아무리 가장 현실주의적인 당원이라 한들, 가슴 속 작은 빨갱이가 ‘동무! 기립하시오! 이것이 세계 혁명이오!’라고 외치는데 가슴이 북받치지 않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전 인민이 술렁대고 있었다.
제아무리 크리스마스에 교회 대신 모텔로 가는 나이롱 신자라 한들, 갑자기 휴거가 일어나 사람들이 승천하고 하늘에 거대한 십자가가 떠오르면 신앙심이 샘솟지 않겠는가. 원래 신앙이란 컴퓨터 OS와 같아 제아무리 관심을 끊고 심지어 적대적인 감정이 생긴다 한들 근본은 못 숨기는 법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또한 인간의 상식과 가치판단과 근본을 규정하는 최면어플이란 점에선 종교와 비슷하다.
붉은 광장에 전시되어 있는 레닌이 부활한 듯한 장면이 지금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으니, 소련 전역의 모든 인민들은 두근대는 가슴을 끌어안은 채 먼지만 쌓이고 있던 책장의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을 다시 읽고 있었다.
인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었다.
시위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시위보다 더 무서웠다.
[세계혁명이 마침내 우리 앞에 당도했다!] [유럽의 노동자와 농민을 해방시키자!!] [잃을 것은 사슬뿐이오, 얻을 것은 전 세계라!]“아무것도 안 하면 저 기대감 가득한 인민들을 배신하게 됩니다.”
“세계 공산 혁명이 목전에 이르렀는데 공산당과 소련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로 혁명의 배신자가 됩니다.”
“그··· 우리 인민들을 집에 귀가시킬 순 없겠나?”
“미쳤습니까? 당장 경찰도 군대도 KGB도, 그 누가 명령을 듣겠습니까?”
소련 최고 수뇌부의 솔직한 입장은 <기다려보자>에 가까웠다.
안 그래도 나라에 돈이 없다. 제대로 된 전쟁을 치러본 지도 수십 년 전이니 군대가 멀쩡할지도 미지수다.
러시아와 부정부패는 언제나 물아일체의 경지였는데 소련군만 청렴하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 탱크와 미사일을 누가 훔쳐 팔았다고 해도 납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가만있으면 저 종교적 열정으로 가득 찬 인민들이 순식간에 암흑진화 버전, <분노한 반정부 군중>으로 변신할 게 분명했다.
앞은 절벽이고 뒤에는 칼날.
이러면 최소한··· 떨어져서 기연을 얻고 화경의 고수로 탈바꿈할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는 절벽 낙하를 골라야 하지 않겠나?
“절대, 절대로 전쟁을 하자는 건 아니고.”
“예.”
“그··· 오랫동안 로젠바움 독재에 시달린 유럽 인민들을 구하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을 시행하는 거라면 괜찮을··· 지도?”
“그렇습니다!”
“우리 붉은 군대가 움직인다면 전 유럽의 노동자와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우리를 환영할 게 틀림없습니다!”
“갑시다, 베를린으로!”
때는 바야흐로 1973년.
소련은 절대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