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41)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241화(241/246)
외전 – 철은 두드릴수록 단련되리 (2)
거대하다 못해 압도적인 낙관.
의미를 알기 힘든 기이한 낙관주의가 소련을 덮쳤다.
놀랍게도 이 출처불명의 낙관은 처음이 아니었다.
대전쟁 말기,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고 소비에트 연방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공산주의자들은 ‘이제 전 세계에 혁명이 터질 테니 전쟁 따위 그만두고 내 노래를 들어!’를 외쳤었다.
그 결말은 독일군에게 뒤지기 직전까지 처맞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바로 그 독일이 무너지고 있지 않은가!”
“어제는 파리가 불탔다. 오늘은 브뤼셀이 붉게 물들었지!”
“혁명이다! 혁명이다!”
“우리가 괜히 저들을 결속시켜주는 꼴이 되진 않을지 걱정되는데···.”
“이봐, 고르비. 무슨 멍청한 소릴 하는 거야?”
이 역사적 교훈 따위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알 거 다 아는 공산당원들, 광신 따위 일절 없는 현실주의자들 중에서도 주전론에 탑승한 자들이 제법 많았다.
“지금 이 열기를, 인민들의 열망을 그럼 어떻게 해소하겠다고?”
“그야, 우리도 저들처럼, 점진적인 개혁의 제스처를 선보여서-”
“그러면 베를린과 파리가 뒤집혔듯 스탈린다르도 뒤집히겠군.”
“······.”
가스를 빼야 한다.
대대적인 민중 시위 따위보단 차라리 외부를 향해 이 열기를 발산해버리는 게 낫다.
하지만 정작 쳐들어가야 하는 군인들 입장에선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전쟁··· 이요?”
“그럴 리가. <특별군사작전>일세.”
“그러니까 붉은 군대가 일제히 국경을 넘어 진격하고 최종 목적지는 베를린과 파리인데 절대 전쟁은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우리 머리 위에 핵이 떨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그땐 저 파쇼 도당들에게 인민의 핵탄을 맛보여줘야지.”
결국 그놈의 스페셜한 군사 작전이 확정된 뒤, 그날부로 붉은 군대의 간부들은 하나같이 불면증을 호소했다.
“이걸 어쩌지?”
“좆됐다 좆됐다 좆됐다 좆됐다···.”
소련군은 제대로 된 전쟁을 치러본 적이 거의 없다.
가장 마지막으로 치른 유의미한 전쟁은 수십 년 전 일본과의 전쟁.
명색이 빅 3의 군대, 세계 공산 혁명을 선도하는 당과 인민의 군대인 만큼 하드웨어는 크고 웅장하기 그지없었지만 속사정은 개차반 그 자체였다.
“자. 훈련대로만 하면 된다. 쫄 거 없어!”
“훈련?”
“우리가 훈련을 했던가···?”
“그냥 까라면 까! 세계 혁명은 반드시 승리한다!”
평시에 숨 쉬듯 자연스럽게 물자 긴빠이치기.
훈련한다고 물자 대량 수령해서 슈킹하기.
군의 특성을 140% 활용해 외국산 제품 밀수하기.
각종 방산비리와 병역비리.
그렇다.
몇십 년째 제대로 된 실전 경험 없는 군대인데 말짱히 돌아가면 그게 더 신기하다!
그리고 붉은 군대가 국경을 넘었을 때.
“어···?”
“어째서?”
“어째서 우리, 이기고 있지?”
“실은 이반의 피에 전투민족의 DNA가 있었던 건가?”
그들은 소소한 저항을 짓밟고 거침없이 진격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
영원히 이어지는 잔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화를 위해 전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쏟아지던 게 엊그제 같건만, 이제 시민들의 걱정은 먹고사는 문제,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로 바뀌었다.
“아니, 이거, 가격표가 이게 맞아요?”
“네, 맞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요즘 수입산이 다 하나같이 난리도 아니에요.”
독일은 여전히 으름장을 놓으며 로젠바움 블록은 천년만년 영원해야만 한다고 외쳤지만, 그게 그리 쉽게 될 리가 없다.
온 사방팔방에서 혁명이다 시위다 총파업이다 하며 난리가 났고, 독일을 포함해 몇몇 곳은 정권이 휙 뒤집히기까지 했다.
“협상 좀 다시 합시다.”
“왜?”
“그야 양국 모두 정부가 바뀌었잖습니까?”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조약을 바꿔야 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아잇 그럼 탱크 몰고 오시든가. 너희 독일 놈들만 배부르면 다냐!”
“신정부를 세웠으니 당연히 치적이 필요합니다. 몇십 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는데 뭔가를 좀 보여줘야지요. 무작정 독일 따까리 모습을 보여줬다간 우리도 밀려날 게 분명합니다. 양보 좀 해주십쇼 독일 형님!”
“······이럴 때만 형님이지.”
온 유럽이 혼란하다. 제품의 생산이나 수송은 더뎌졌고,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정부가 물류의 이동을 통제하기도 했다. 게다가 무자비한 공포로 찍어누르던 정부가 사라지자 대놓고 뽀찌를 탐하는 부패한 놈팽이들이 스멀스멀 대가리를 치켜들기 시작했다.
사실 다 필요 없고 전 유럽이 개판 5분 전인데 생필품의 공급이 원활하고 물가가 잠잠하면 그게 더 판타지스러운 일.
각국 정부는 타국에게, 그리고 정적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동시에 이 난국을 타개하고자 이리저리 수를 썼다. 과연 언제까지 이 폭탄돌리기가 계속될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훨씬 빠르게 폭탄 심지가 타들어가는 곳이 있었으니.
“우리 밥 누가 줍니까?”
“몰라.”
군대.
프라하 조약군은 누구의 관심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조약기구 가맹국들이 저마다 자국 군대의 일부를 파병해 조약군을 형성하고, 전시에는 가맹국 모두가 군권을 조약기구에 위임해 함께 적에 맞선다는 것이 기본적인 뼈대.
그런데 지금 보급을 해줘야 할 나라들이 혁명이다 뭐다 하며 한창 소란스럽다.
“우리 신정부라는 새끼들, 진짜 조약 탈퇴하려고 이러나?”
“에이 설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약 탈퇴하면 당장 군납으로 벌어먹던 것부터 다 끊기지 않습니까? 탈퇴하면 당장 독일군이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판에.”
“모르겠다. 난 처음 혁명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고.”
당장 이역만리 타국에 주둔하고 있던 조약군의 보급 문제부터 붕 뜨게 되었다.
조약의 보호가 절실한 나라들, 예컨대 이스라엘·리투아니아·루마니아 같은 나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국에 주둔한 조약군의 보급을 떠안아서라도 이들의 전투력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스페인·네덜란드·프랑스처럼 후방에 있는 나라들은 안 그래도 경제가 엉망인데 남의 나라 군인들 밥까지 대줘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스멀스멀 튀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겨우 보급 따위가 아니었다.
각국에서 속속 민족혁명당 일당 독재가 종식되고 있으니, 애초에 프라하 조약기구 자체가 아직도 유효한가부터 다시 따져야 하는 상황.
“그런데 만약 본국에서 조약이 무효라고 해버린다면 말이지.”
“예.”
“우리도 귀국해야 하는 거지? 이 머나먼 이스라엘 땅에 프랑스군이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게 되겠죠. 남의 나라에 제멋대로 있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복귀명령 없이 제멋대로 귀국했다간 이거 쿠데타라고 난리날 게 뻔하잖아.”
“신정부가 아무리 빡통이라고 해도 당연히 복귀명령을 내려주겠죠.”
“근데 조약이 무효라고 선언해버리면 우리랑 리투아니아 사이의 관계도 무효잖아.”
“어?”
“리투아니아랑 독일이 우리한테 교통편을 대줘야 집에 갈 수 있잖아? 아니면 우리 여기서 조국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그동안 밥은 현지인들한테 구걸하고요?”
“···우리 좆된 거네?”
프라하 조약기구에서 복무하는 자들은 대개 충성심 높고 로젠바움주의에 대한 사상무장이 투철하다는 자들이 뽑혔고, 그 말인즉슨 이 민주화 열풍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 자들이 많다는 뜻.
혁명 후 집권한 민주 세력들은 저들이 총 들고 다시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렇다 해서 조약을 얌전히 이행하자니, 이번 기회에 자국의 이득을 조금 더 챙기고 싶었다.
파병 나와 있던 장병들은 장병들대로 고국에 돌아가자마자 교수대 익스프레스가 기다리고 있을까 봐 두려웠다.
숨이 턱 막히는 미묘한 시선 교환과 눈치 보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1973년 9월 23일 일요일 새벽 4시.
이스라엘-폴란드 국경.
“상배임. 저기 좀 보십쇼.”
“하암··· 졸려 죽겠는데 뭐야. 나 잘 테니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슴다.”
“씨바. 뭐길래.”
저 멀리서부터 들리는 무수한 엔진 소리.
그리고 하나둘씩 보이는 끝없는 불빛.
“폴란드 돼지 새끼들이 또 무력시위하나본데.”
“그럼 무전 칩니까?”
“쳐야지 뭐. 있어봐.”
그리고- 쾅!!
“쐈어!! 저 새끼들 쐈어!!”
“시, 시, 실탄. 실탄!! 상황 발생! 상황 발생!!”
단순한 무력시위 따위가 아니었다.
이스라엘,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국경에서 일제히 소련군이 거대한 해일처럼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소련의 침공에 대비해 세워놓았던 모든 작전계획과 전략은 국내의 혼란과 마비된 조약기구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모조리 휴지쪼가리로 전락했다.
“우리 그래서 교전을 해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교전해버리면 우리가 소련과 전쟁 상태가 되잖아. 본국으로부터 아무 지시가 없는데.”
“우리는 조약군입니다!”
“지금 그 조약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냥 뒤로 빠져! 퇴각해!!”
대부분의 조약군은 일단 후퇴를 결정했다.
몇몇 부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교전을 개시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백업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습까지 당했으니 그 결말은 실로 뻔했다.
조약군은 붕괴되었다.
단 하루 만에 리투아니아와 이스라엘은 멸망 위기에 내몰렸다.
***
1973년 9월 23일 오전 9시경.
이스라엘 공화국은 마침내 쳐들어온 적이 그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싸웠던 폴란드 놈들이 아니라 소련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련군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떻게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를 수가 있어!”
“소련군의 이동에 대한 보고가 올라가긴 했었는데··· 중간에 누락된 듯합니다.”
“정말 우리 내부에 간첩이라도 있나?!”
조약은 마비된 상태.
리투아니아는 침공해 온 소련군의 압도적 숫자를 보고 기가 질렸다.
그들은 전군을 퇴각시켜 독일과의 접경지대로 보내는 한편, 기껏 발전시켜 온 국토가 모조리 불바다가 되는 꼴만큼은 피하기 위해 무방비 도시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달랐다.
“저 새끼들은 차르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놈의 반유대주의를 못 버리는 놈들이야. 거기에 우리에 대한 원한이 골수까지 뻗은 폴란드 놈들까지 함께하고 있고.”
“항복한다고 받아줄 리가 없죠.”
“싸운다! 독일이 조약군을 소집할 때까지 놈들의 발을 붙든다!”
이스라엘의 자랑, 독일군 다음가는 막강한 기갑부대가 소련군을 저지하기 위해 출동했다.
하지만 70년대의 전쟁은 과거 로젠바움 전쟁이 벌어지던 때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우리 머리 위에 빨갱이들 폭탄이 끝도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 좆같은 헬기! 헬기 좀 걷어달라고 씨발들아!”
“조약군 공군은 정말 구경만 하고 있을 셈이냐!”
프라하 조약기구라는 강력한 체제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육군만 집중적으로 찍었지 공군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제공권을 빼앗긴 기갑부대는 그야말로 처절하게 박살나는 것 외에 도리가 없었다.
“내가 뭐라고 했어! 역시 세계 혁명이 도래했다고 그랬지!”
“공산 펀치! 공산 펀치!”
“스탈린··· 그는 신이야!”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서유럽 전역에서 백만 공산당원이 봉기하고 노동자와 농민들이 소비에트를 세울 겁니다! 유럽 적화가 우리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혹시 우리 붉은 군대··· 사실 강했던 걸지도?”
순식간에 바르샤바를 탈환하고 평야를 내달리는 소련군.
이 거침없는 진격에 전 유럽이 전율했다.
9월 23일 오후 4시경.
프라하 대신 로젠바움스부르크로 모인 각국 정부 수반들은 별도의 의전이나 절차 없이 곧바로 회의에 돌입했다.
“지금 당장 조약에 의거해 집단방위체제에 돌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지금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소련과 적당히··· 타협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당신들 전부 미쳤어?!”
“타협이라니! 소련이 우리들을 가만 놔둘 것 같소?!”
손발은 더럽게 맞지 않았다.
당장 소련의 침략이 목전까지 다가온 나라들과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의 처지는 너무나도 달랐다.
조약의 대의는 흐릿해지고 있었고, 공동의 목표로 뭉치기에 유럽 수십 개 나라는 너무나 서로 생각하는 바도 뜻하는 목적도 천태만상이었다.
“조금 전, 소련 해군이 보스포러스 해협을 넘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소련 해군은 북해와 지중해 모두로 침투하고 있으며, 우리가 응전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유럽 전역이 잠재적 전쟁터로 변할 것입니다.”
“······.”
“소련의 대형 수송기 집단 또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들 공수부대의 목적지는 현재로선 불명이지만, 노르웨이와 영국이 유력한 타깃입니다.”
“핵무기를 쓴다면-”
“소련도 쓰겠지요. 인류가 멸망하거나, 멸망하진 않아도 우리는 확실히 멸망할 겁니다.”
프란츠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대강 재떨이에 내려 두었다.
“솔직해집시다. 이 유럽에서 조별과제가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대학교 1학년 새내기들 매스게임보다도 더 개판이었습니다.”
“그래서 독일이 그동안 형님 노릇하던 기존 체제가 가장 좋았단 말입니까?”
“아니오. 이제 그다음 단계로 가야 한단 말입니다.”
그다음 단계? 그런 게 있었나?
잠깐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건지 의아해하던 각국 정상들은 얼마 뒤에야 ‘그다음’을 상상해낼 수 있었다.
“전대미문의 침략에 맞서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킬 방법은 단 하나뿐.
이제 유럽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