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4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242화(242/246)
외전 – 철은 두드릴수록 단련되리 (3)
소련군이 공식적으로 정립한 작계에는 절대 선제 공격 계획이 없었다. 세계 공산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나라 소련이 어찌 야만스러운 침략전쟁을 일으키겠는가?
하지만 세상의 모든 흉악한 짓은 다 저지르는 무리인 로젠바움 추종자들이 선제 공격을 저질렀다는 가정하에 세워진 ‘반격 계획’은 여럿 있었고, 그 반격 계획을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하자면 결국 핵공격을 맞았느냐 아니냐의 차이.
따라서 소련군은 현 상황과 가장 비슷한 계획, ‘양측 모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재래식 전쟁이 벌어졌을 때’에 근간한 작계에 따라 움직였다.
이 계획에 따르면 소련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미국이 개입하기 전에 속전속결.
궁지에 몰려 핵미사일을 쏘기 전에 이미 승패가 판가름나 있을 만큼 초전박살.
조약군을 격파하고, 모든 조약 가맹국들이 총력전 체제로 이행되기 전 각자도생을 꿈꿀 만큼 확실하게.
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부 목표가 세워져 있었다.
– 24시간 내 이스라엘, 리투아니아-동프로이센, 루마니아 방면 조약군 격파
– 48시간 내 독일군 주력에 대한 공세 및 체코에 대한 양동
– 72시간 내 악의 성채 베를린 포위
– 9일 내 라인강변 도착.
왜 사흘 내 베를린을 포위해야 하는가? 그야 당연히 악의 제국 독일이 불쌍한 유럽인들을 무력 원툴로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유럽 국가들은 제국주의의 이름으로 노동자와 농민들을 억압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사회주의 혁명이 터져야 마땅한데, 로젠바움주의라는 아편과 막강한 군대라는 채찍을 가진 독일이 그들을 억지로 복속시켜 혁명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로 그 독일만 마비시킨다면, 해방된 유럽 각국의 무산계급은 진정한 구원자 소련에게 감사를 표하며 다들 새로운 공산 정권을 세워 소비에트 연방에 합류하려고 아우성칠 게 분명하다.
미국인들? 대서양 건너편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라지. 유라시아는 이제부터 소련이 다스린다. 예로부터 학교가 망할 조짐이 보이면 학생들이 아이돌이 되었듯, 자본주의 세상이 망할 것 같으면 당연히 공산당이 우상(Idol)이 되어야 마땅한 법.
그리고 놀랍게도 계획은 성공 직전이었다.
붉은 군대의 앞길을 가로막을 군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스라엘군이 무너졌습니다. 놈들이 체코 방면으로 퇴각합니다.”
“루마니아군 또한 수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 공수부대가 성공적으로 강하했습니다.”
“우리 함대가 북해와 지중해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우리 원정군에 호응해 각지에서 노동자들이 봉기할 겁니다.”
“긴장 놓지 마! 아직 독일군 주력은 건재하다!”
조약군이 마비되었다고 해서 독일군이 하루아침에 깡통으로 변모하진 않는다.
천하의 로젠바움조차 프로이센 근육뇌를 완치시키지는 못한 건지, 아니면 수십 년 독재 국가의 생리가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건지.
그들은 과감하게 동방 영토를 소련군에게 던져주면서 베를린 근방까지 전선을 당기고 있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베를린 근교에서 한타싸움 하자’는 시그널이었다.
소련군이 바라던 바로 그것이었다.
저 싸움에서 독일이 패배하는 순간.
로젠바움 블록은 무너지리라.
***
유럽 통합.
하나 된 유럽.
단순한 몽상이 아니라 진심으로 유럽의 통합을 외쳤던 선봉장은 우습게도 사회주의자들이었다.
대전쟁이라는 인세의 지옥을 맛본 뒤, 이들은 국경과 국가의 존재가 대참극을 불렀다고 보고 국가가 사라져야만 전쟁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렇지만 이미 로젠바움 블록은 몇십 년에 걸쳐 그 국경을 희미하게 만들어 왔었다.
가능할까?
지금은?
“지금 우리가 따져야 하는 건 가능하다 불가능하다가 아닙니다. 유럽은 하나가 됩니다.”
“지금 독일이 무력으로 우릴 병합하겠다고-”
“우리 모두 함께 평등한 소비에트 연방의 자치령으로 굴러떨어질 테니까.”
빌리 브란트의 말에 좌익 성향 인사들이 누구에게 목이라도 꺾인 것처럼 우드득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
“나는 사회주의자요. 부정하지 않으리다. 하지만 지금 군대를 끌고 쳐들어오고 있는 러시아인들이 해방자라고 생각하진 않소.”
“혹시나 여기 참석하신 정부 수반 및 주요 당 지도자분들 중 자국의 소련 편입에 찬성하시는 분이 있습니까?”
프란츠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나가 아닌 유럽은 결코 소련을 막지 못합니다. 설령 우리 독일의 핵미사일이 모스크바와 다른 러시아의 도시를 지워버린다 한들, 우리 모두 폴란드처럼 소련의 노예로 전락한다는 미래가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지금 몰려온 저 군대를 격파해야만 우리에게 미래가 있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우리 모두가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일치단결하지 않는다면 저들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각국 지도자들의 머릿속은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기껏 민주화를 이룩했는데, 기껏 독일의 주박이 느슨해지나 했는데 다시 독일의 품으로 끌려들어가야 하나?
그때였다.
“지금 당장 한 나라로 통합하자는 뜻은 아니잖습니까?”
“당연하지요. 하지만 이 대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결국 유럽 각국은 자국의 이해득실을 위해 움직이게 되고 그 결말은 패전과 노예화로 이어질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은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
체코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서두를 뗐다.
“러시아와 한참 떨어져 있는 분들은 이해 못 하시겠지만, 지금 저 이반 놈들의 군홧발이 우리의 국토를 짓밟고 있습니다.”
“그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통합은 조금 갑작스럽지 않습니까? 조약을 이행하는 것과 통합은-”
“원래라면 조약은 즉시 이행되어야 합니다!”
그들은 피를 토하듯 부르짖었다.
“이스라엘이, 리투아니아가 짓밟히는 게 아니라 저기서 조약군이 합심해서 적들을 틀어막았어야 했소! 조약의 대의는 이미 한번 무너졌고, 당신들은 부도를 냈어!”
“······.”
“이제 와서 조약을 이행한들, 당신네들이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이 바뀌진 않소. 그렇다면 우린 우리 나름대로 살길을 모색해야겠지. 이 자리에서 유의미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우린 즉시 소련에 항복하리다.”
“이스라엘 공화국 또한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유일한 여성,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통이 혀를 차며 말했다.
“우리가 항복하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납니다. 아무리 봐도 러시아와 폴란드인들이 우리 항복을 받아주는 대신 어디 으슥한 숲에라도 끌고 가 다 쏴죽일 것 같기 때문이지요. 당신네들도 우리가 아직 총을 들고 있을 때 싸워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옳소!!”
“그동안 조약을 빌미로 국가 안보에서 실컷 이익을 봐놓고, 진짜 위기가 닥치니 나 몰라라 하겠다고!”
“죽을 거면 같이 죽어야지!”
소련과 인접한 국가들이 일제히 아우성치고 있었다.
우리만 죽을 순 없다.
차라리 소련의 따까리로 들어간 뒤 너희를 약탈해서 본전을 뽑아주마.
백사장 모래알갱이 수준의 응집력을 보여주는 유럽 조별과제 아니랄까 봐, 이들은 순식간에 ‘최선의 국익’이 무엇인지 도출해냈다.
그리고 후방의 나라들 또한 마냥 여유롭지는 않았다. 소련의 함대와 공수부대가 움직이고 있다면, 자신들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가만 지켜보고 있던 영국 총리이자 노동당 당수, 헤럴드 윌슨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처음으로 전쟁 걱정 없는 유럽, 국경 없는 유럽을 맛보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모두 아시다시피, 우리 모두를 하나로 엮어주던 거대한 울타리가 흔들리자마자 가장 부유한 집안에서부터 저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생활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었지요.”
“제일 달달한 부분만 체리피킹하던 영국인이 그렇게 말하니 좀 우스운데요.”
“그래서? 다시 옛날처럼 국경과 관세장벽을 높게 쌓고 조국을 수호할 군대를 키우기 위해 붉은 여왕처럼 헐레벌떡 달리고 싶으십니까? 본국으로 돌아가서 우리를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우리는 압제의 사슬을 벗었습니다. 이제 물가가 3배로 뛰고 국방비는 4배로 증액해야겠지만 아무튼 우린 자유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으십니까들?”
대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게 허락된 권한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전쟁이 끝난 뒤 국민투표나 의회 표결을 통해 다시 한번 결정할 기회를 준다는 전제하에서, 우리 연합왕국은 기꺼이 유럽의 더욱 강력하면서도 불가역적인 통합에 찬성합니다.”
“미쳤군.”
“노동당이라 빨갱이 근성은 못 버린 건가?”
“그리고, 지금 즉시 우리의 해군이 소련 해군을 요격할 것입니다.”
곳곳에서 수근대는 소리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영국은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대로라면 소련이 유럽 대륙 전체를 석권한다.’
‘섬인 우리는 살아남겠지만, 어디까지나 그뿐. 우리는 유럽에서 분리당해 고립당하고, 남는 건 미국이 유럽으로 향하는 발판 역할뿐.’
‘차라리 하나 된 유럽을 낳는 산파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최선의 국익을 추구한다.’
그 누구보다 간을 자주 보던 괴도 브리튼조차 이토록 전향적으로 나오는데 여기서 더 누가 뻗대랴?
좌중의 의견은 순식간에 하나로 수렴되었다.
베를린에 모인 모든 국가 정상들은 가칭 <유럽연방공화국 헌장>에 서명하고 침략군에 맞서 총력을 기울이기로 선언했다.
프라하 조약기구가 다시금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
1973년 9월 24일.
프라하, 조약군 총사령부.
“현 시간부로 전군에 명령 하달! 모든 가맹국의 군권을 프라하 조약군 총사령부에 위임!”
“됐어! 됐다고!!”
“당장 해군부터 출격시켜! 빨갱이 새끼들의 손등에 칼침을 박아준다!”
마침내 유럽이 잠에서 깨어났다.
킬의 항구에서 초조하게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 항공모함 <라이히스퓌러 아르민 로젠바움>과 그 호위함대가 즉시 출항해 영국 항공모함 <아크 로열>을 위시한 함대 및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해군과 합세, 북해함대를 결성했다.
동시에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또한 모든 함대를 끌어모아 지중해함대를 결성하고 에게해 방면으로 나아갔다.
“전부 띄워!!”
“신속히! 신속하게!”
유럽의 모든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지되었고, 그 대신 무수히 많은 군용기가 하늘을 수놓았다.
노르웨이로.
독일로.
체코로.
루마니아로.
사방에 흩어져 있던 공군력이 작전계획에 따라 결집되었다.
마찬가지로 철도와 도로 또한 즉시 통제되었고 통합 군수지원 플랜이 가동되었다.
유럽 끄트머리 포르투갈 장병들이 기차에 올라타 그대로 스페인과 프랑스를 거쳐 뮌헨을 향해 달려갔다. 국경을 지날 때마다 다른 나라의 다른 장병들이 추가로 올라타 인사를 건넸다.
급히 출발했기에 무기 빼고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빈털터리 신세였지만, 이들은 기차가 역에 정차할 때마다 재깍재깍 전투식량이며 탄약이며 각종 주전부리까지 보급받을 수 있었다. 수십 년에 걸쳐 탄약부터 기름, 짬밥에 이르기까지 표준화된 보급 시스템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차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용이 앞으로 나아가듯, 무수한 화물열차가 전차와 야포를 실은 채 전방을 향했다.
각국의 경찰과 국가헌병대가 모든 도로의 교통을 통제했고, 비표를 부착한 트럭들은 단 한 번의 교통체증도 경험하지 않고 그 유명한 아우토반에 자연스레 올라타 전선까지 내달릴 수 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유럽은 생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삐걱대며 움직였다.
이는 사상이나 이념의 힘도 아니었고, 숭고한 코스모폴리탄 의식은 더더욱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혼자서는 항거하기가 불가능한 거대한 압력에 맞서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길에 달구어지고 망치에 두들겨 맞은 쇳덩이가 정련되어 한 자루 검이 되듯.
모든 이가 한 번쯤 꿈꾸었지만 현실 앞에서 포기해야만 했던 유럽연방이라는 검이 서서히 그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로젠바움 총통 각하와 함께 전 유럽을 정복한 자랑스러운 독일민족혁명군이다.”
“이제 때가 되었다. 감히 이웃의 불행을 틈타 선전포고 하나 없이 전쟁을 일으킨 빨갱이 새끼들에게 총통의 철권을 맛보여줄 시간이다!”
“박명에 맞추어 반공작전에 나선다. 세계 민족혁명에 영광 있으라! 그 누구도 우리의 자유로운 권리를 억압하지 못하리!”
***
9월 25일.
포츠담 인근까지 진격한 소련군은 독일군의 대반격을 맞이해 처참히 뭉개졌다.
단 사흘 만에 붉은 군대는 공세종말점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