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4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외전-246화 (완결)(246/246)
(중략)
대한민족혁명공화국은 승전 후 영토는 물론 막대한 배상금과 경제적 이권을 획득하였으며, 빅 3로부터 어마어마한 지원금과 차관을 공여받을 수 있었다. 특히 조 총통은 소련, 중공, 티베트, 에조 등 공산권과 수교를 체결하여 그동안 한국이 접근하지 못했던 방대한 공산권 경제와 접촉해 새로운 물꼬를 텄다.
국토재건계획을 통해 전후처리를 하는 동안, 혁명정부는 전도유망한 신사업 10종을 선발하여 국가적 먹거리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육성에 나섰다.
당시 갓 새싹이 보이고 있던 IT산업은 혁명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으며, 완벽하게 파괴된 도쿄와 홍콩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한 금융업 또한 이 시기 크게 융성해 서울은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할 발판을 마련했다.
– 대한민국통사 제4권 中
***
2002년.
대한민족혁명공화국, 부산.
– 병신같은 놈.
“뭐가 또 불만이야.”
– 당연히 불만이지. 깔끔하게 10년만 더 해먹었어도 별문제 없잖아?
“이미 조온나게 해먹었어요, 이 정신나간 놈아.”
조범석은 혈혈단신 야인의 몸으로 돌아왔다.
물론 진짜 혈혈단신은 아니었다. 그에겐 가족이 있었으니까.
“네가 다 망쳤어.”
– 네네. 그렇군요. 오늘의 축음기가 끼릭끼릭 돌아가고 있습니다. 조축음 씨. 오늘은 또 어떤 쌍팔년도 레퍼토리를 틀어댈 작정이십니까.
“이 불쌍한 나라를 보라고. 88 올림픽도 없고 2002 월드컵도 없잖아. 네가 뺏어간 거야. 네가 한국의 자랑거리를 세상에서 지워버렸다고.”
– 92년에 올림픽 했지? 4년 뒤에 그래서 한국에서 월드컵 하지? 뭐가 문제야?
“너는 88올림픽 굴렁쇠 소년의 운명을 바꿔버렸어. 응? 알간? 거기다가 그 유명한 오륜기 스카이다이빙 장면은 낼름 베를린 올림픽에 표절해서 써먹었고.”
– 36년 올림픽이 88올림픽을 표절했다는 문장에서 혹시 어색함을 못 느꼈냐.
조범석은 귀담아줄 가치가 없는 망령의 떽떽거림에서 잠시 신경을 끄고 눈앞의 전경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곳은 바로.
–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 컬트의 집회로군.
“그냥 평범한 야구장인데.”
– 소주 병나발 부는 저 사람들 보라고. 저 광기 어린 눈동자를 봐. 사교 컬트가 맞는 것 같은데.
“세계 최고의 컬트 집단인 민족혁명당보단 낫지. 걔네 요즘 네가 부활하리라고 기도문 읊고 있다더라.”
– 어허. 일부 이단에 불과합니다.
범석은 이 야구장을 쓰는 구단의 팬은 아니지만, 전설적인 비밀번호 8888577에 대해서라면 익히 명성을 들어 왔었다. 과연 아르민 로젠바움이 세계를 무대로 분탕질을 친 이 세계에서도 비밀번호는 굳건할까?
이미 첫 8이 완성되었고, 이들은 새로운 8을 새기기 위해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었다. 통일된 한국인 만큼 구단 숫자가 늘어나 8이 꼴찌가 아니라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어쩌면 이미 미래가 바뀐 걸지도 모른다.
관중들이 신문지 총채와 각종 봉다리를 흔들어대며 격렬하게 응원을 전개하는 동안에도 타자들의 배트는 공 대신 허공만을 붕붕 갈랐고, 그때마다 좌중은 다시 한번 크게 포효했다.
– 응원하는 팀도 아니라며?
“그렇지.”
– 근데 왜 홈팀 응원석에 앉아 있냐. 다들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해야 할 일이 있거든.”
범석은 챙겨온 배낭에서 시원한 소주병 여럿과 큼직한 오징어를 줄줄이 꺼냈다. 왜 응원 안 하냐고 뭐라 하려던 주변 사람들도 모자에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하고 연신 병나발을 불며 홀로 중얼중얼대는 그의 해괴한 모습에 입을 닫고 다시 응원에 몰두했다. 선진시민 부산 시티즌들은 술 취한 광인을 건드리지 않을 만큼 성숙한 문화시민이었다.
“시발롬아.”
– 응? 나?
“그래, 시발아. 간신히··· 여기까지 맞춰놨다. 진짜 간신히.”
이 세상은 그가 원래 있었던 세상과는 너무 달랐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각하도 아니고 ‘전하’라고 불리고 대통령 아들이 대통령 물려받는 기괴한 나라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한강의 기적 대신 한강의 잿더미가 흐르게 된 불쌍한 나라를 가만히 둘 수 없었다.
그가 기억하던 조국은 충성을 바칠 가치가 있는 나라였다.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선진국으로 도약한 기적 같은 나라가 진짜 그의 조국이었으니, 하다못해 그 수준까지는 주차를 해놔야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해냈다.
젊음을 모조리 탕진한 끝에, 그는 간신히 주말에 사람들이 자가용 끌고 야구장에 모여서 마! 를 외치는 나라를 되찾았다.
– 그래. 그것도 내 덕분이지.
“병 주고 약 주는구만.”
– 좆된 나라 재건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내 주특기라고. 빨리 감사의 뜻을 표하거라.
기이했다.
중국의 핵 섞인 협박에 못 이긴 그는 평생 동안 달리던 올곧은 궤도에서 이탈했고, 무엇 하나 해내지 못한 채 축축한 감방에서 독약이나 처먹고 비참하게 죽었다.
바뀐 세상에서도 정산은 칼같았다.
그의 원수는 기어이 핵으로 협박도 했고 쏘기도 했다. 대신 그는 무수한 적을 시체로 만들었고 기어이 그 나라를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전혀 하고 싶지 않던 일이긴 했지만.
“무언가. 세상에 섭리인지 인과응보인지 알 순 없지만. 무언가가 있기는 한 것 같기도 한데, 너 같은 놈이 행복하게 영면한 걸 보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 말하는 꼴 좀 봐라. 쿠데타 수괴가 행복한 것도 섭리 위반이야.
그가 관심도 없는 야구 경기 대신 흐릿한 저편 너머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따악!
퍽!
– 공! 공! 파울볼 잡아!!
“씨, 씨발, 아파 죽겠네.”
야구공에 뚝배기를 찍힌 그는 고통에 어질어질한 와중에도 무릎께로 굴러떨어진 파울볼을 쥐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스멀스멀 다가왔고 곳곳에서 아주라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근처에서부터 서서히 지독한 정적이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아, 아파 죽겠네. 여긴 애들한테 공 주지?”
“조, 조, 조, 조 장군.”
“초··· 총통 각하?”
“가, 각하!”
– 야. 너 모자랑 선글라스 벗겨졌다.
“이런-”
더 이상 경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예수와 붓다도 자다 깰 만큼 쩌렁쩌렁 고함을 질러대던 사람들은 정신나간 취객의 정체가 전직 총통이었단 사실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감히 두산 팬이 우리의 영역에 발을 들이밀다니!’ 같은 간 큰 소릴 지껄이던 자들도 몇 있었지만 신속하게 다른 팬들에게 진압당했다.
그는 슬쩍 주변을 돌아보았다.
“거기 친구.”
“네? 네!”
우물쭈물하던 한 소년이 지목받자 화들짝 놀라며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자. 가져가라.”
“감사합니다!”
“커서 훌륭한 어른 되고. 장교 같은 건 하지 말고.”
“네! 네?”
소년에게 파울볼을 건네준 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래서야 경기 진행도 중단될 판이었다.
– 방금 걔. 걔 맞지?
경기는 속개되었다.
잠시 술렁이던 구장은 다시금 함성으로 가득 찼다.
“아르민.”
– 어.
“대한민국과 이 민족뭐시기 공화국이 같은 나라일까?”
– ···일치한다고 하긴 어렵겠지.
“그럼 쟤도 내 부관 김 뭐시기 아냐. 군인 같은 거 말고··· 더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지.”
조범석은 힐끗 사직구장을 올려다보았다.
마침내 그는 모든 할 일을 끝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에도 총통 같은 건 필요 없으리라.
자투리 이야기
<아르민 로젠바움>
1. 개요
1884~1948.
독일의 발명가, 사업가, 군인, 사회운동가, 사상가, 정치가.
인류 최초의 동력 항공기 발명가.
인류 최초의 폭격수.
민족혁명주의의 창시자이자 제창자.
그리고.
유럽을 만든 자.
Builder of Europe.
“그 자식(bastard)이 기어코 유럽을 만들고 말았다. 이제 우린 영원히 이 두툼한 철의 장벽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리라.”
– 윈스턴 처칠.
2. 생애
2.1. 유년기
아르민 로젠바움은 1884년 프로이센의 은행 직원이던 브루노 로젠바움과 아말리아 로젠바움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브루노 로젠바움은 바깥에서는 유능하고 성실한 신사로 통했으나, 집안에서는 음주와 폭력을 행사하는 폭군이자 의처증 환자였다. 아말리아와 아르민 모자는 지속적으로 그의 폭력에 노출되었으며, 연구자들은 유년기의 이러한 성장환경이 그의 성격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고 있다.
로젠바움은 세계 최초의 글라이더 발명가이자 저명한 항공 연구자였던 오토 릴리엔탈의 업적에 큰 감명을 받았고, 유년기부터 비행기 발명을 자신의 목표로 잡았다. 비행선의 발명가이자 훗날 장인이 되는 체펠린 백작의 후원을 받은 그는 1900년 세계 최초로 동력 비행기의 공개 비행 테스트에 성공함으로써 어린 나이에 일약 세계적인 저명인사로 그 명성을 떨치게 된다.
그러나 그 명성의 대가로, 그는 당시 독일제국의 카이저 빌헬름 2세와 기득권층인 융커들의 주목을 끌게 되면서 기나긴 악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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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상
“민족혁명주의에는 민족도 혁명도 없다. 오직 로젠바움만이 존재한다.”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면 로젠바움주의는 인민의 모르핀이다.”
– 이오시프 스탈린.
민족혁명주의를 일컫는 다른 말이 <로젠바움주의>인 데서 알 수 있듯, 아르민 로젠바움은 자신만의 고유한 사상을 창시하고 나아가 이를 국가의 이념으로 정립하여 세계 역사를 영원히 바꾸었다.
젊은 시절 로젠바움은 사회주의자로 분류되었으며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독일 사민당을 지지하였으나, 그 자신은 자신이 사회주의자도 아니며 혁명은 전혀 관심이 없는 자본가에 불과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였다.
학계의 다수설은 당시 그는 지배층이었던 융커들에 의해 집요하게 공격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립서비스를 했으며, 실제로는 반정부적 성향을 띤 사회주의에 경도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직원들의 상생과 자기계발이 무척 중요하다고 보았고, 성별, 인종, 민족에 따른 차별을 옳지 않다고 본 것 또한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소수설은 그는 어디까지나 기독교 윤리관에 충실했던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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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가지도자로서의 로젠바움
자세한 사항은 로젠바움/일생, 독일민족혁명공화국/역사, 로젠바움 전쟁 항목 참고.
“어떻게 이겼냐 시발놈아.”
– 프랭클린 루즈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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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여담
• 그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거울에서 알 수 있듯 지독한 나르시시스트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제2의 로젠바움이라고 주장하던 모든 이들은 언제나 거울을 과시하며 이를 벤치마킹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조범석 총통이 있으며, 그는 사석에서 ‘아니 진짜로 이 거울에 로젠바움 귀신이 있다니까?’라고 우스갯소리를 자주 했었다.
이 나르시시즘은 단순한 유머 소재가 아니라 실제로도 대단히 중대한 역할을 했는데, 로젠바움은 ‘누가 되더라도 나만큼은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고 총통제를 폐지했다. 오늘날 유럽연방의 사상적 기반이 된 신(新)로젠바움주의는 ‘초인이 떠나가고 없으니 남은 멍청한 놈들끼린 과반수 투표라도 굴려야 한다’라는 바이젠바움의 명언으로 압축할 수 있다.
• 그의 딸로 알려져 있던 마리아 로젠바움이 사실 여동생이었음이 알려져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로젠바움가의 부자 관계가 어째서 그렇게 파탄 났는지에 대해 기존에는 브루노 로젠바움의 횡령 사실 적발을 가장 큰 이유로 짚었으나, 이 사실이 공개되면서 비로소 의문이 해소되었다.
• 아돌프 히틀러를 비롯한 무수한 정적들이 그가 사실 유대인 의사의 사생아, 불륜의 씨앗이라고 주장하였으며 헤르만 괴링 대통령과 배다른 형제라는 설 또한 유명하다. 연구진들은 이들의 DNA를 대조한 결과 브루노와 아르민은 친부자 관계가 맞으며 괴링 또한 어떠한 혈연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 파울 요제프 괴벨스와 조선인 여성들 사이에서 태어난 백림 괴씨 중 한 명이 ‘사실 우리 집안은 로젠바움 총통의 씨를 받았는데 괴벨스 박사가 이를 자신의 아들로 숨겼다’라 주장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DNA 검사 결과 그는 괴벨스의 자손이 맞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굳이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누가 봐도 괴벨스의 붕어빵이었기 때문에 무의미한 주장이었다.
• 헬스 매니아의 원조격으로도 유명하다. 부친의 폭력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신체를 단련하기 시작해 평생 각종 운동을 하며 체격을 유지했다고 한다. 브라우히치의 회고록에 ‘총통께서 운동을 할 땐 아무도 보고를 올리지 않았다. 재떨이로 맞을 걸 바벨로 맞기 때문이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집권 이후에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로젠바움 생존설이 유명하다. 여기서 더 음모론으로 나아가면 외계인설도 유명하며, 대개 독일에서 발사한 로켓을 타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거나 달 뒤편에 기지를 설치해 언젠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소련의 유명 만화 <월면전쟁>에선 로켓을 타고 달로 간 스탈린이 로젠바움과 최후의 대결을 벌여 달에서 공산 혁명을 일으킨다.
• <재림장미교>는 로젠바움을 재림 예수이자 선지자로 섬기는 사이비 종교다. 당연히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단 취급을 받고 있지만, 미국과 독일, 중국 등지에서는 신도가 많으며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비행기와 원자력을 신의 가르침으로 여기며 핵무기가 투하된 곳을 성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1만 명가량 신도가 있다고 추산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독일계 외국인이다. 노원역 2번 출구 근방에 가장 큰 교회가 있으며, 그 주변에서 십자가 들고 중얼중얼거리는 외국인은 다 신도라고 보면 된다. 방학동 공원이 이들의 기부로 지어졌기 때문에 거기에 로젠바움 동상이 있는 것.
9. 창작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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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드래그 좀 멈춰봐.
“이 멍청한 내용을 뭐 그리 주의 깊게 읽고 있는 거야? 여기 적혀 있는 대로 나르시시스트 아니랄까 봐.”
– 후손들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끝이 없구만. 와, 씨. 어질어질한데.
범석은 듣다 말고 핸드폰 액정 화면을 탁 꺼버렸다. 옆에 붙은 귀신이 시끄럽게 쨍알쨍알댔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이놈의 왱알앵알을 들어주는 것보다 훨씬 급한 일이 남아 있었다.
– 전직 총통의 체면이 있지.
“전직 총통이라서 프리미엄 붙어서 팔잖아, 짜샤.”
드넓은 감자밭.
머리털 다 빠진 헤이하치컷 아저씨가 따봉을 치켜든 <총통표 알감자>를 사먹을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전국에서 오직 한 곳뿐.
“얼마나 좋아. 이 세상이 멀쩡하다는 걸 관측했는데.”
– 산신령 새끼. 배 아파 뒤지겠군.
그들은 도박에서 승리했다.
멸망할 가능성이 9할 이상이라던 세계는 비록 찌그락째그락 요란법석을 떨긴 했지만 살아남았다.
자존심 하나는 에베레스트급인 전직 독재자와 사기계약 당해서 피를 토한 빡빡이 듀오가 이러고도 가만 있을 순 없었으니, 그들은 일생일대의 티배깅을 기획하고 곧 실행에 옮겼다.
이곳은 바로 용채산.
산 전체를 매입해 깡그리 감자밭으로 만들어버렸다.
이곳에도 산신령이 있다면 그놈은 산신령 대신 감자의 정령 따위가 되어야 하리.
그리고 마침내.
“제가 졌습니다! 제발 이 감자밭 좀 치워주십시오!”
“싫어 임마.”
마침내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놈이 나타났다.
– 협상··· 다시 해야겠지?
“헛소리했다간 아예 포크레인 총동원해서 산을 평지로 만들어버리는 수가 있어.”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 네가 만든 악귀들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지. 안 그래?
조범석은 주머니에서 디스 플러스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 옆의 귀신에게도 한 대 흠향해주었다.
승리와 함께하는 담배 맛은 참으로 끝내줬다.
<完>
– 완결후기 –
마침내 두 번째 완결후기를 쓰게 되는 날이 왔습니다.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를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이 글은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미 제 안에서는 이 전편에서 <완>이라는 문구를 박았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한 편을 더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꿉꿉한 이야기만으로 마무리를 장식하긴 조금 저어되어 오늘 화는 식후 가벼운 디저트 느낌으로 준비했으니, 아무쪼록 편안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끝내면서 안도감과 함께 많은 아쉬움도 느껴집니다. 다루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 혹은 논란의 여지를 피하기 위해 스킵한 부분들은 약간 슬프지만 결과적으로는 글의 속도감을 끌어올려 잘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의 마음속 작은 돈귀신은 어째서 이토록 빨리 완결을 냈냐고 아우성이지만, 커여운 작가 명원은 독자 여러분들께 언제나 최고의 퀄리티, 스스로에게 떳떳한 품질로 찾아뵙고 싶은 마음입니다. 구구절절 늘여써서 여러분의 원망을 듣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고 아쉬움을 드리고 싶은 소박한 소망이 있습니다···.
차기작은 금방 찾아뵐 예정입니다. 정신과 시간의 방에 틀어박혀 셀프 통조림의 시간을 가진 뒤, 야심찬 목표상으로는 3월이 끝나기 전에 여러분들께 신작을 들고 나타나고자 합니다. 만약 현재 기획 중인 작품이 엎어진다면 그때는 조금 휴지기가 길어질 것 같지만,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더욱 열심히 갈고닦아보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참으로 많지만, 구구절절 글에 대해 떠드는 대신 마지막으로 TMI성 짧은 이야기를 드리며 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2월 28일.
명원(命元) 배상.
***
<외전? – 순환논법>
삼세판.
세 번째 협상.
첫 번째 협상에서 조범석 씨는 멋도 모르고, 계약서도 똑바로 읽지 않고 날름날름 독약이나 처먹고 뒈져버렸다.
두 번째 협상에서는 멍청한 군바리와 달리 잘생기고, 지적이며, 도덕적으로도 탁월하고, 세계정복에 근접한 위대한 지도자이기까지 한 로젠바움이란 외장형 CPU를 탑재한 덕택에 훨씬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하면 프로가 아니다.
모름지기 프로라 함은 고객의 단순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을 추구하는 법.
모든 걸 다 끝낸 빡빡이 폰 쿠데타르트 씨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대신 먼 산 바라보며 회한에 젖어 있는 모습을 보기 싫어도 4D VR로 강제 시청하게 되는데, 수정과 위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신세인 내가 가만 있을 순 없잖은가?
– 병신새끼.
“또 시비냐?”
– 앗. 본인도 납득 못 하면서 다 끝났다고 떠드는 꼴이 너무 추해서 그만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와버렸습니다.
그렇다.
여전히 저 멍청한 놈은 자신의 ‘진짜’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고향 미국 갔다니까 그러네.
“세상을 바꿨다고 해봤자, 그 세계와 이 세계는 별개인 셈이잖냐.”
– 그렇지.
“그럼 결국 나는 약 처먹고 뒤지고, 우리나라는 핵 맞고 망하고, 이윽고 세상이 멸망한단 소리지.”
– 그게 어때서? 거긴 거기고 여긴 여기지.
“이민 왔다고 해서 고국 걱정을 완전히 끊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
그래서 불러냈다.
범석이가 감자왕이 되고 제발 체통 좀 지켜 달라고 온갖 놈들이 몰려와 애걸복걸하는 사소한 트러블이 있긴 했지만, 이 못난 나라의 감자 요리 품질을 끌어올렸으니 결국 국익을 위한 일 아니었겠나? 독일 감자 요리에 비하면 솔직히 이 동네 감자 요린 좀 별로였다. 한국인들은 내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해야 마땅하다.
“너 때문에 핵 두 발 처맞았잖아.”
– 오해야. 원래 핵 두 발을 맞으면 선진국이 된다고 소년과 뚱뚱이가 증명한 적이 있는데- 키아아악!!
아무튼 우리는 다시금 용채산 산신령을 불러내는 데 성공했고, 성공적으로 놈을 윽박질렀다.
“이미 거래 다 끝났는데 무슨 놈의 재계약입니까? 그게 말이 돼요?”
“봐봐. 우리가 성공했잖아. 세계 멸망 안 했잖아. 너희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렇지 잘 굴러갈 세계였다고.”
“여긴 이미 <떨어져나간> 세계이기 때문에 무관계합니다. 이제 와서 이러셔도-”
– 어이, 산신령 씨. 이리 와서 좀 앉아 보쇼.
아르민 로젠바움.
전직 사업가 겸 총통.
나는 다시금 산신령을 붙잡고 그 망할 약관에 대해 대강··· 3년 정도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문장 한 구절 한 구절, 단어 하나하나까지 시비를 걸고 이의를 제기하는 실로 장렬한 꼬장과 진상짓의 대향연이었다.
그 결과 성과를 거뒀다.
마침내 약관의 허점을 찌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돌아갈 수 있었다.
범석이가 추하게 몰락하고 감방에서 야구 중계나 보고 있던 바로 그 지구, 그 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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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여러분은 원래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아시죠?”
“그럼그럼.”
– 당연하고말고.
“그러니까 딱 5분입니다. 5분!! 할 일만 하고 바로 돌아가야 한다고요!!”
소원에 관련된 약관은 터무니없이 빡빡했고, 목표를 달성하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행위는 솔직히 말해 순 사기극에 불과했다. 불쌍한 빡빡이는 월급을 로또로 받고 당첨되길 빈 셈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했다.
범석이가 저 말법세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고치는 데 실패했다면, 딴 사람은 어떨까?
그러니까··· 대학 입학 전형에도 보면 추천입학이나 기부자전형이 있고, 취직엔 공채도 있지만 추천서 받아서 뽑는 케이스도 있잖은가. 원래 추천받아서 들어온 애가 추천인 눈치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일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보는 눈 없고 알못에 불과한 산신령 놈들에게 ‘적절한 인재’를 추천해주기로 했다.
“후우. 시발. 이게 뭔지.”
– 긴장 풀어.
범석이, 산신령, 거기에 나까지.
우리는 옹기종기.
레토나에 타 있었다.
부우우웅!!!
범석이가 힘차게 엑셀을 밟자 다 썩어빠진 레토나가 덜덜덜 흔들리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에 비견될 만큼 난폭하고 거칠게.
그렇게 레토나가 힘껏 달려나간 곳은 바로 대한민국 국군 부대의 어느 회관 앞.
대위 계급장 달고 하염없이 담배만 뻑뻑 피우는 얼간이 하나.
우리 멍청한 조범석 씨를 마지막에 막아 육군교도소로 던져버린 전직 부관이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 운전 똑바로 안 해?!
“씨발! 이 쓰레기 같은 똥차!”
원래라면 저 대위를 차로 들이박아야겠지만, 조향에 실패한 범석이는 대위 대신 지나가는 한 아이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어, 어?!”
– 그냥 브레이크 밟아!!
그 순간.
대위가 뛰어들었다.
그리고 부웅.
“헉··· 헉··· 헉···.”
– 어때?
“진짜 약관 설명 안 해도 됩니까? 진짜로? 이거 꼭 해야 하는데-”
“됐어. 저 뺀질이는, 헉, 약관 같은 거 들으면 이상한 꼼수나 야바위 부릴 새끼야.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보내버리는 게 나아.”
핸들에 대가리를 계속해서 박은 채 범석이가 중얼거렸다.
“알겠습니다. 이번엔 그럼 이 불쌍한 친구한테 세상의 운명을 걸어보지요. 어디로 보내지냐면- 미국이 있고, 또.”
– 그럼 당연히 미국이지.
“정말요?”
– 내가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세계정복도 했어. 미국 시민권 받고 태어나면 감사의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열심히 살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
이제 저 정의롭지만 멍청한 부관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지 구경이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