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25화(25/246)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기 전에 (1)
1909년, 베를린.
평범한 베를리너였던 콘라드 슈미트는 각 잡고 주머니를 털어 산 정장을 입은 채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1남 1녀 중 장남. 교사 아버지와 주부 어머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만 집안을 일으킬 수 있다.
아버지의 월급을 땔감 삼아 그는 학업에 전념했고, 김나지움에 입학해 대학만을 목표로 전진했다.
그런 그의 노력은 마침내 빛을 발해 제법 괜찮은 대학 명패를 단 채 졸업을 할 수 있었고, 군대도 다녀왔으니 이제 취직을 해야 할 차례.
증권이나 보험과 같은 금융에 관심이 많아 그쪽으로 취직을 준비하던 슈미트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번화가에 나갔다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닥뜨리고 말았다.
“어이! 거기 짬내 풀풀 풍기는 친구! 뉴스 영화 한 편 보고 가!!”
“뉴스 영화요?”
“그래. 딱 보니까 전역한 지 얼마 안 됐지? 이게 보통 신문물이 아냐. 오직 독일인을 위한, 독일인에 의한 정론직필을 맛봐야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다고. 여자친구랑 보고 가지 그래?”
‘최첨단 최신 핫 아이템’이라는 샌드위치맨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그는 어째서 군인이 사기에 잘 당하는지 온몸으로 증명하며 극장에 입장했고.
[금주의 시사 뉴스는 독일인의 눈과 귀, 로젠바움 미디어 네트워크가 제공하였습니다.] [프로이센 경찰청은 성명을 발표해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특히 사회주의자들의 사주로 일어난 폭동들의 경우, 공장에 대한 방화와 동료에 대한 폭행을 서슴지 않아-] [프랑스인들이 다시 한번 우리의 하늘을 훔치기 위한 계획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프랑스는 작년부터 자신들이 비행선의 종주국이라 주장하며 비행선 여객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체펠린 백작이 개발한 비행선은 슈투트가르트 – 베를린 무정차 비행에 성공하며 아무리 프랑스인들이 몸부림친다 해도 진정한 하늘의 지배자는 게르만인임을 증명했습니다.] [창공의 개척자, 독일 최고의 지성이자 젊은 천재로 손꼽히는 아르민 로젠바움은 아헨공대와 손잡고 <두랄루민>이라는 새로운 금속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기로 하였습니다. 로젠바움은 이 놀라운 금속을 잘 이용한다면 항공기 개발에 대혁신이 일어나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는-]영상.
그것은 신세계였다.
이 나라의 황제, 수상과 같은 인물들을 바로 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비행선이, 날렵한 비행기가 저 높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마치 인두에 지지는 것처럼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나, 비행기 타고 싶어.”
“미쳤어? 안 돼. 위험하다고 들었어.”
“난 진심이야.”
“나는 너랑 헤어지면 되는데, 너희 부모님이랑 여동생은?”
단 몇 마디로 다가오는 현실의 벽에 침몰당한 슈미트.
하지만 그의 좌절은 며칠 가지 않았다.
꿩 대신 닭.
로젠바움사에 취직하면 해결될 일 아니겠는가?
그 결과 그는 포마드 발라 빗어넘긴 헤어스타일이 망가질까 조마조마해하며 로젠바움사 정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이상한 회사는 뭔가 좀 많이 이상했다.
“안녕하십니까. 로젠바움 그룹에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전에 고지해드린 대로 저희 로젠바움은 최첨단 인재 채용 시스템을 통해 회사와 함께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고 있으며, 여러분은 별도로 마련된 연수원에서 ‘단결 체험 기간’을 지내며 로젠바움사와 평생을 같이할 분인지 여부를 확인하게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괜찮은 회사는 항상 지원자가 넘쳐났다. 건국 이래 가장 저주받은 세대, 개처럼 벌어도 신분 상승하기 힘든 막차 세대라는 말까지 심심찮게 나오는 판 아닌가.
하지만 견습 직공으로 싸게 부리는 거라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도대체 저 단결 체험 기간이라는 건 뭐고 연수원은 무엇인가. 심지어 저 4주간의 수당은 별도로 준다니?
미리 준비된 교통수단을 통해 교외의 연수원이란 곳으로 향하자, 그곳엔 거대한 일종의 촌락, 아니, 보다 정확히는.
‘병영 막사잖아, 시발.’
“본 조교 일동은 로젠바움 연수원에 온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세계 최고의 기업, 세계 최선두, 인류 문명의 최전방을 자랑하는 로젠바움사는 여타의 기업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최첨단 선발 시스템으로 여러분들의 적성을 평가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입소 전 묻겠습니다! 지금이라도 포기하실 분들은 돌아가는 마차를 타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단, 로젠바움은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지원자들 대다수는 세계 최고의 육군, 프로이센 육군에서 군생활을 했던 이들.
너무나 익숙한 짬 냄새에 곧장 뒤돌아서 도망치고픈 마음이 무럭무럭 샘솟았지만, 로젠바움이라는 이름이 주는 매력은 이들의 발을 붙들었다.
너무나도 막사와 흡사한 연수원 내 개인실에 들어가 짐을 풀고, 반질반질 윤이 나는 정장 대신 지급된 허름한 옷가지를 입고.
“기상!! 기상!!”
“5분 내에 전부 운동장으로 나갑니다!”
“로젠바움 체조, 준비!!”
뭔가.
뭔가 이상했다.
“이번 주 동안 여러분들은 조별 과제를 이행해야 합니다!”
“베를린 시내로 돌려보내드리겠습니다! 4시간 안에 지급받은 상품을 판매해서 돌아오십시오!”
“다음 미션은 ‘교회에 성모 마리아상 판매하기’입니다!!”
“26번 올빼미! 저 웅덩이로 뛰어내리십시오!!”
도대체 취업이랑 이게 무슨 상관이라고 이 지랄부르스를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서 건성건성 할 순 없다. 이곳저곳에 짱박힌 연수원 직원들은 항상 이들 연수생들을 바라보며 수첩에 무언가를 분주히 기록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취업 여부가 저들의 수첩에 달린 게 틀림없었다.
게다가 하루걸러 한 번꼴로 일명 대박이 터지기도 했다.
“큰 소리로! 안 들리잖아! 그 목소리로 로젠바움에 취직할 생각을 해?!”
“최고의!! 비행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좋아! 아주 활기차군! 저 안경잽이에게 사원증 하나 내줘!”
그에게 주어지는 찬란한 사원증 목걸이.
올 때는 짐짝처럼 승합마차에 실려왔던 이들 중 몇몇은 빵긋빵긋 웃으며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고 법인차에 탑승한 채 유유히 연수원을 떠났다.
부럽다.
도대체 왜 내겐 저런 행운이 없단 말인가.
왜 이런 걸 하지, 라는 의문은 끝없는 단체생활과 끝없는 암기, 각종 레크리에이션 활동 등을 거치며 비눗방울처럼 사라졌다.
4주 뒤 그에게 남은 건.
“로젠바움사는 세계 최고의 회사이며 이는 과학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나는 베를린 로젠바움을 사랑해!”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신앙심에 버금가는 애사심과 충성심이었다.
콘라드 슈미트는 정직원이 되었다.
***
아무래도 미래가 바뀐 것 같다.
최근 들어 부쩍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다.
“에베베베베벱, 까꿍!”
“꺄하하!”
“꺽! 콧구멍, 콧구멍은 봐줘. 머리카락도, 아팟, 아프다고.”
어어 하는 사이에 나는 아들이 둘이 되었다. 아들 부자다.
실은 셋이었다. 막내는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죽었다. 조금 눈에서 즙을 짜긴 했지만 금방 잊었다. 이 시대는 그런 시대니까.
둘째 이름을 지을 땐 에르나와 크게 싸웠다. 아들 이름을 ‘프란츠’로 짓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페르디난트와 프란츠라니. 합치면 프란츠-페르디난트 주걱턱맨이잖아. 그 사람 조만간 총 맞고 죽는다고. ‘빌헬름’보다 몇 배로 불길한 이름이 합체결합해버린다니.
아들들에게 무자비하게 눈과 코와 귀를 후벼파이고 머리카락 몇 올까지 뜯긴 나는 이 껌딱지들을 떼어낸 이후에야 출근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연구소 말고 본사 맞지요?”
“그렇습니다. 모시겠습니다.”
뒷좌석에서 오늘치 신문을 읽으며 회사로.
영국의 신형 전함, 가 나타나며 제2막에 돌입한 건함 경쟁은 이제 말 그대로 미쳐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로코 위기를 위시한 연이은 외교 대참사로 인해, 독일 국민들은 상하를 막론하고 ‘이 세상에 아군이라곤 없고 온 세상이 적으로 가득해’라는 굳건한 신념에 빠졌다.
그리고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바로 건함 경쟁보다 스케일은 훨씬 작지만 활활 불타오르기로는 매한가지인 <항공 경쟁>이었다.
세계 최초 비행기 발명의 명예를 독일이 차지하고, 타국 기술자들과의 경쟁에서도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국과 프랑스는 뜬금없이··· 비행선 개발에 더 힘을 실었다.
거창하게 나비효과까지 거론할 것도 없다. 원 역사의 독일이 체펠린 백작과 그의 비행선에 열광했듯, 전 독일인들이 미친 듯이 국뽕을 드링킹하는 독일제 비행기에 비해 딱히 우월하지 않은 자국산 비행기를 빠느니 비행선이라는 샛길로 빠진 셈이다.
체펠린 백작은 원 역사에서만큼의 어마어마한 대중적 인지도(내 추측이지만)는 없지만, 그 대신 아르민 로젠바움이라는 잘생기고 귀한 사위이자 물주를 얻어 착실히 독일제 비행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원 역사의 그도 별로 아쉬워하진 않겠지. 아마.
해군과 협력 중인 우리 연구소는 지금 수상기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티르피츠 제독은 드레드노트 쇼크로 각국의 함대 전력이 사실상 초기화된 지금, 수상기를 잘만 운용한다면 더 적은 해군력으로도 영국과 어떻게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 믿고 있는 모양이다.
“도착했습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나는 푹신한 회장님 의자가 기다리고 있는 내 전용 공간으로 향했다. 오늘도 보나마나 무수한 서류의 산이 기다리고 있을 테고, 어쩌면 육군이나 해군, 아니면 둘 다 사람을 보내서 나라는 요술 램프를 문지르려 할지도 모르지. 카이저가 보낸 사람이 대기 중이면 최악이고.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사장님, 새로 뽑은 직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콘라드 슈미트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차 화통을 삶아 드셨나. 조용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사장님을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그의 손을 붙잡고 가볍게 악수를 나누자, 이 신입직원의 눈에 절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아닌가. 아니, 내가 벌써 위대한 령도자의 반열에 올랐단 말인가?
이게 정상일 리가 없다. 역시 나만의 AI 비서 조스비가 오작동을 한 게 틀림없다. 이봐요, 군바리 씨. 정녕 이게 21세기 최고의 신입사원 육성 방법입니까?
– 그렇지. 검증된 거 맞다니까?
당신, 사기업에서 일해본 적도 없잖아. 그런데 그렇게 자신할 수 있다고?
– 대충 신병 교육이랑, 유격이랑, 재벌 그룹들 신입 다루던 거랑, 드라마에서 본 거랑 뭐 이거저거 섞어놓긴 했는데 아무튼 20세기보단 낫겠지. 내가 봤을 때 이 동네 사람 다루는 법은 그냥 빨갱이 양성소야, 양성소. 이렇게 일하고 사람이 빨개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아니. 사람이 이상해졌잖아. 그 연수원 4주인지 뭔지를 하고 나왔더니 사람이 망가졌다고!
“자자. 신입이시니 사수분 안내 받아야지요. 충분히 숙달되면 앞으로 저와 할 일이 많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내 머릿속에서 어쩐지 자꾸 ‘세뇌 프로그램’이라는 이상한 단어가 아른거렸지만, 나는 늘 그래왔듯 무시하기로 했다. 미래 지식은 범석이 형 꺼지 내 꺼가 아니라고. 쓰레기는 분리수거, 기억은 분리보관.
나를 보며 연신 감격해하는 신입 사원들을 적당히 다독인 뒤.
우린 슬슬 본론을 논의해야 했다.
“퇴역한 전직 장성, 그리고 젊고 유능한 위관급 간부들을 고용해야겠습니다.”
“무얼 하시려고요?”
“더 좋은 군용기를 판매하려면 당연히 공중전이 어떤 식으로 벌어질지를 구상해야겠지요?”
“하지만 사장님. 그건 육군이 연구할 일이지 우리가 회삿돈을 태워서 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필요합니다.”
몰트케를 어떻게 믿고 맡기나.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단순히 정찰 비행용의 전투기는 이제 팔 만큼 팔았습니다. 이제 교전을 목표에 둔 무기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전쟁이 다가오니까.
비참하게 패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