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29화(29/246)
8월의 포성 (2)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모두 앞으로!] [로젠바움의 곡예비행사들, 한낱 한시에 입대 신청!] [로젠바움, 사비를 털어 승리를 위해 비행선 기부!]바보 병신 카이저 빌헬름 2세의 생각이야 뻔하다.
이왕 일어난 전쟁, 이제 이기는 것 외엔 답이 없다. 늘 그렇듯이 따서 갚으면 된다는 발상은 독일의 종특 아니던가.
그러니 아르민 로젠바움이라는 명품 브랜드를 질 좋은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쓰고 싶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박한 발상. 나 또한 나라의 힘을 빌어 브랜드 홍보를 공짜로 하는 셈이니 이건 윈-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셈법은 카이저의 단순한 것과는 훨씬 고차원적이고 난해한 방정식이었다.
– 몰트케가 우릴 끼워줄 리가 없지. 만약에 그놈이 우릴 먼저 찾는다면 내가 이름을 조닭대가리로 갈고 만다.
당연히 동의.
누구보다 군의 생리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전직 군인 조범석 씨의 해설을 들어보시겠습니다.
– 그냥 군이 아니야. ‘독일 제국 육군’이지. 군의 계급과 직책은 곧 군사제일주의 국가 독일 제국에선 신분과도 연동되어 있어. 애초에 우리 힘을 빌릴 생각이라는 게 있었다면 우리가 1년간 입대했을 때 써먹었겠지?
근데 애초에 ‘절대 몰트케는 우릴 써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조스비 아닌가.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푸드덕댔다. 절대 내가 그의 머리를 닭벼슬로 변형시켰기 때문은 아니다.
– 꼬꼬댁꼬꼬··· 이 웃기지도 않는 짓 좀 집어치워라, 얼간아. 상식적으로 네 도움을 쓸 것 같아? 천재 IT 전문가가 1년짜리 이등병으로 입대했는데 군의 전산망 설계를 맡기는 짓은 대한민국 육군도 안 해!
IT가 뭔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거란 건 안다. 일본산 개를 로켓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는 그거 말이지.
하긴, 전쟁은 본인들 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인데, 나 같은 외부 인사의 도움을 쉽사리 받을 리가 없다.
– 그딴 게 아닌데··· 아니, 됐다. 아무튼. 뚝배기가 한번 터지기 전까지 절대 몰트케는 우리 도움을 요청할 리가 없다. 황제도 마찬가지. 몰트케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굳이 그가 우리를 전쟁터로 밀어넣을 이유도 없어. 전쟁터에 나가서 전공을 세우겠다는 건 순전히 우리만 좋은 발상이니까.
그러니.
필연적으로 몰트케가 대계를 말아먹고 해임되기까지의 이 몇 달간.
나는 명목상으로는 예비역에서 현역으로 전환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노는 타이밍이 생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폐하께서 저를 군에 입대하라고-”
“그렇군. 귀하는 오늘부터 현역 소위일세. 항공기와 비행선 납품을 하는 게 귀관의 일일세.”
‘현역으로 인정해줬으니 됐지? 대충 언론에 이름이나 팔고 다시 네 할 일이나 해.’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만약 몰트케가 나를 곧장 대뜸 붙잡아 서부 전선의 하늘로 집어 던졌다면 실로 골치 아팠겠지. 어쩌면 정말 골로 갔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무 교리도, 보조해줄 부대도, 뭣도 없거든!
하지만 당연하게도, 몰트케는 너무 바빴다. 그리고 나 하나에게 시비를 걸 정신도 없었다. 그는 지금 국가의 운명을 걸고 도박판에 뛰어들었으니까.
<슐리펜 계획>은 말은 참 번드르르하지만, 결론만 요약하면 ‘느려터진 러시아가 전쟁 준비 끝낼 때까지 프랑스 턱주가리를 돌려놓고 그다음 러시아를 줘패서 1:1 매치 연타석을 두 번 뛴다’라는 발상.
반대로 말해서.
프랑스와 러시아를 한 번에 하나씩 상대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상대하는 양면전선이 열릴 경우, 결국 패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모든 군 장성들에게 팽배했다.
– 그게 바로 저 융커들이 병신인 이유이자 이 나라에 답이 없는 진짜 이유지.
전쟁 전문가 조범석 씨의 해설을 다시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 <전쟁은 정치의 연장>. 프로이센 군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클라우제비츠 전쟁론의 핵심이지.
프랑스를 빨리 무너뜨리고 러시아를 상대해야 한다. 그런데 그 프랑스를 빨리 무너뜨릴 방법이 ‘중립국 벨기에를 짓밟는다’라고?
벨기에-네덜란드는 건드리는 순간 영국이 게거품 물고 발작하는 곳이다. 영국의 약점은 벨기에 말고도 수에즈, 지브롤터, 인도, 북대서양, 처칠 등등이 있지만 아무튼 벨기에도 훌륭한 발작 포인트 중 하나다. 벨기에를 먹는 순간 영국 본토까지는 개구리 점프 한번 폴짝하면 되니까.
그러니까.
프랑스를 꺾기 위해 영국을 적으로 추가한다, 라는 괴상망측한 결론이 바로 <슐리펜 계획>의 핵심인 셈. 마치 동아시아의 패왕이 되기 위해 미국에 전쟁을 걸 미래의 어떤 나라가 생각난다. 역시 독‘일제’국이야.
– 프랑스를 물리치기 위해 영국을 적으로 돌린다. 영국을 물리치기 위해 미국을 적으로 돌린다. 미국을 물리칠 수 있다면 이놈들은 화성인도 적으로 돌렸을걸?
뭐야. 화성인 진짜 있던 거였나?
– 비유다, 비유. 모자란 놈.
망령 주제에 되먹잖은 농담을 하니까 알아먹기도 힘들지.
그래서 지금 나는 무얼 하는가.
“많은 이들이 전쟁터로 나간 만큼 신규 직원을 채용해 이 빈자리를 메꿔야 합니다.”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겠습니다.”
내가 떠나도 회사가 당분간 문제없을 정도로, 나의 부재를 전제로 한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만 했다.
융커 새끼들의 파멸적인 감각을 고려했을 때, 회사 상태가 뭔가 안 좋아진다 싶으면 이놈들은 다짜고짜 국유화를 시킬지도 모른다. 이미 팔병신은 최대 규모의 방산업체 중 하나인 크루프(Krupp)사의 상속 문제에 대놓고 개입한 전력이 있으니 결코 방심할 수 없다.
체펠린 백작, 오일러, 융커스 교수, 그리고 우리 아버지 등 회사의 각 핵심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초조하게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부담된다.
내가 재수없이 하늘에서 억 하고 죽어버리면 저들은 어떻게 될까.
– 뭐 어때.
내 찻잔에서 둥실둥실 유영하고 있던 그가 퉁명스레 말했다.
– 오히려 그게 더 멋지지 않나? 이 로젠바움사는 우리가 아니었다면 결코 탄생할 수 없었던 역사의 이레귤러야. 이레귤러가 사라진다면 당연히 회사도 같이 사라져야지. 부장품의 격으로 친다면 왕공족쯤은 되겠군.
저 못된 말에 성을 내야겠지만, 어쩐지 썩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 쉽게 죽을 리가 없어. 죽을 거였다면 그동안 밥 먹듯이 이 원시적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녔는데 진작 추락사했겠지. 우리는 선택받았고, 내가 바로 그 증거야. 역사에 결착을 짓기 전까지는··· 쉽게 죽지 않을 걸세.
그의 말은 참 어이가 없었다.
안 죽으면 선택받은 것이고, 죽으면 저게 거짓말이라는 걸 생각하기 전에 온몸이 산산조각 날 테니. 그야말로 승률 100%.
– 어허. 너 죽어봤어? 경력직의 말을 좀 얌전히 믿어. 딴 건 다 믿으면서 왜 이건 못 믿느냐.
빌어먹을 쓸데없이 고품격의 설득력이 있구만.
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나 임원들을 향해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8시간 3교대 근무 체제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비행기를 빠르게 납품할수록 우리 군의 승리가 더 가까워집니다.”
“다행히도 숙련공들은 대부분 징병되지 않았습니다. 자원해서 전장에 간 이들을 뺀다면 말이지요.”
현재 회사의 사업 구도는 크게 셋.
비행기.
비행선.
영화.
비행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냥 계속 찍어내야 한다.
아직 빡대가리 육군 놈들은 ‘적 항공기를 제거하고 제공권을 장악할 항공기’ – 즉, <전투기>에 대한 발상이 부족하지만 한 달만 지나면 조만간 내놓으라고 할 게 뻔하다. 나는 친절하게 몰트케에게 미리 카탈로그를 보내놨다.
비행선은 내 예상보다 훨씬 수요가 많았다.
가장 먼저, 해군이 굉장히 비행선을 선호했다. 아무것도 없는 텅텅 빈 바다에는 기구를 날릴 수도 없고, 배는 띄우면 영국 해적놈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공해상에서 장시간 체류하며 정찰을 할 수단은 현재 비행선뿐. 그래서 해군은 비행선 수요가 컸다.
그리고 육군은 음··· 우리 빡대가리 육군은 ‘비행선을 잔뜩 모아서 적 도시로 쳐들어가 불바다로 만들면 항복하지 않을까?’라는 수준의 원시적 발상이나 하고 있어 비행선을 많이 원했다. 그래서 지금 공장에선 여객용 비행선을 전부 수거해 전투용으로 개조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프로파간다와 국내 민심 컨트롤용으로 꽤 주문이 들어오겠지.
“여성, 그리고 징병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을 대규모로 채용합시다.”
“허약자나 장애인을 채용하잔 말씀이십니까?”
“볼트 돌리는데 다리가 필요합니까? 페달을 밟아야 하는 일에 팔이 필요합니까? 결점이 있는 이들에게도 애국할 기회를 준다면 그들은 기꺼이 동참하리라 믿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나는 당연히 회의에 참석도 못 한 저 아래 인사과 실무자를 불렀다.
“예, 사장님. 찾으셨습니까.”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내가 명단을 하나 줄 테니 채용을 타진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이제 슬슬 담배를 끊어야겠단 생각을 하며 습관적으로 시가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알자스 쪽 부대에 있을 내 피후견인··· 헤르만 괴링 소위? 소위 맞나. 아무튼 그 친구에게 연락을 좀 넣어주세요.”
“뭐라고 전할까요?”
“밥값할 때가 왔다고요.”
이 전쟁이 끝났을 때.
독일 공군은 내 사병집단이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보통 그 첫걸음은 인맥이었다.
***
훗날 독일이라는 나라를 시꺼멓게 만들 예비 곰팡이들은 아직 발아하지 않은 씨앗에 불과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치기 어린 학생이거나 혹은 피 끓는 젊은이들이었다.
나치의 부총통까지 올랐던 루돌프 헤스는 집안의 뜻을 거역해 가며 자원 입대해 전쟁터로 향하고 있었다.
유년학교와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형적인 직업군인의 길을 걷고 있는 신참 장교 헤르만 괴링은 항공기 부대로 전속시켜 달라고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헤르만 괴링의 동생 알베르트 괴링은 벨기에에 있었다. 그는 통신 가설병으로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 전화선을 깔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콘라드 슈미트는 동쪽으로 가는 열차에서 내려 끝없이 행군하고 있었다. 새까맣게 몰려오는 수십만, 수백만 러시아인들에 맞서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를 긴장케 했다.
요제프 괴벨스는 아직 고등학생이었다. 아무리 전쟁터로 가고 싶다 한들 최소한 3년은 더 기다려야만 한다.
그는 전쟁 참여 독려를 위해 찾아온 로젠바움 영화사 직원에게서 ‘장애인 특별 입사 전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하인리히 힘러와 마르틴 보어만은 괴벨스보다 더 어린 1900년생 꼬마에 불과했다.
그리고 빈의 한 화가는 오스트리아를 떠나 독일 남부, 바이에른에 도착해 입대를 신청했다.
그리고.
“저것 좀 봐.”
“비행기다!”
“비행기라면 당연히 우리 편이겠지?”
마침내 벨기에와 프랑스의 하늘을 배경으로.
양군의 첫 공중 조우가 일어나고 있었다.
“항공사진을 통해 독일 놈들의 진격로가 명확히 확인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보내주기로 했던 비행선단이 출발했다고 합니다.”
“독일군의 항공기 운용은 형편없습니다. 장담컨대 파리에서 취미로 비행하던 놈들이 독일군 항공기보다 더 정찰을 잘할 겁니다.”
“좋아. 제리 놈들을 우리 하늘에서 싹 쓸어버려!”
***
1914년 9월.
카이저 빌헬름 2세는 몰트케 참모총장을 호출했다.
“총장.”
“예, 폐하.”
“파리를 함락시킬 수 있다더니, 어떻게 되었소?”
“···송구하옵나이다. 적들이 생각보다 완강하여 그만.”
“틀림없이 단숨에 파리를 함락하고 평화 협상을 체결한다는 게 본디 전략이 아니었소? 그리고, 프랑스인들이 [독일은 하늘을 빼앗겼다. 이제 하늘은 우리의 것]이라고 떠들어대던데, 할 말 있소?”
“아군의 항공 전력이 적들에 비해 다소 손색이 있어-”
“그만하고, 지금 당장 로젠바움을 호출하시오.”
“폐하. 전쟁은 군인의 일입니다.”
“그리고 하늘은 그의 전문이지! 당장 그를 부르시오!”
조기 종전이라는 헛된 꿈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슐리펜 계획>은 실패로 결론 나기 직전이었다.
제국의 위신은 처박히고 있었고, 동프로이센은 러시아의 대군 앞에서 바람 앞 등불과도 같았다.
아르민 로젠바움이 도착하자, 황제는 번다한 예식은 생략한 채 곧장 입을 열었다.
“로젠바움. 그대는 항공의 선도자로서 나름대로의 식견이 있을 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적들과의 항공전에 대해 무언가 제안할 안건이 있는가?”
로젠바움은 다 죽어가는 표정의 몰트케를 힐끗 바라보고,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한 달만 더 지난다면, 우린 런던 근처까지도 얼씬도 못 할 겁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독일 육군이 보유한 모든 체펠린 비행선을 동원해 런던을 불태워야 합니다.”
황제는 다시 한번 큰 웃음을 터뜨리며 로젠바움을 중히 쓸 것을 몰트케에게 ‘권고’했다.
“이, 얼굴만 곱상한 간신배가-”
“총장님. 죽어나간 독일의 건아들 얼굴 보기가 부끄럽지는 않습니까?”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지만, 더 이상 몰트케는 황명을 거역할 힘이 없었다.
그에게 남은 일은 이제 사표를 제출하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