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30)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30화(30/246)
런던 불바다
<슐리펜 계획>의 달성에 관해 몰트케를 굳이 비난하고픈 생각은 없다.
독일 최상층부의 그 누구도 슐리펜 계획이 아닌 다른 계획을 세우겠단 발상은 하지 못했고, 어차피 슐리펜 계획은 벨기에인들이 독일을 위해 친절하게 고속도로와 철도를 더 번쩍번쩍 깔아주고 그걸 파괴하지도 않아야 가능한··· 탁상공론이었다고 하니까.
하지만 항공에 관해서라면 씹고 싶은 일이 많다.
독일 군부 내에도 항공에 관해 트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고, 그들은 하나같이 지휘권을 위해 항공만을 전담하는 부서와 지휘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바보 병신 몰트케는 이 주장들을 모조리 기각했다.
그래도 내가 몰트케더러 목매달고 자살하는 게 나을 병신이라고까지 욕하지는 않은 이유는, ‘체펠린 비행선을 끌어모아 최전방에 있는 아군에게 보급을 해주자’라는 제안에 대해 미친 소리 그만하고 꺼지라고 샤우팅을 박을 만큼의 이성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제안인진 몰라도 멸종 위기 북극곰을 지키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얼음 담아가자고 할 새끼가 틀림없다.
결론만 요약해서, 벨기에를 거쳐 단숨에 파리로 달려가려던 슐리펜 계획은 실패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적에 비해 열세인 항공력’이 지목되면서, 카이저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 항공산업의 종주국을 자처하던 독일이 프랑스에 비해 항공력이 열세라니, 어지간히 굴욕적인 모양이지.
황제의 분노는 컸다.
다시 해석해서 말하자면, 카이저는 작전 실패의 책임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로 떠넘기고 싶었다.
그게 내가 지금 군인들과 함께 미팅을 갖는 이유였다.
“오랜만이야, 로젠바움 군.”
“제독님.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러게 내가 해군으로 입대하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는가. 뭐가 좋다고 융커들 등쌀에 시달리기나 할 육군엘 갔어?”
티르피츠 제독은 정확히 따지자면 군함 같은 것들을 만드는 일을 총괄하지, 전투가 본업인 직책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젠바움사 본사 미팅룸에서 나를 만나는 이유는 바로 ‘격 떨어져서’였다. 해군의 꼭대기가 일개 육군 소위를 만나러 가는 것보단 당연히 납품업체 사장 만나러 간다고 하는 게 더 있어 보이지 않는가.
육군 또한 매한가지로, 계급장을 올려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아득바득 사장인 나를 보려고 하길래 아이고 그러십쇼 하고 말았다.
내가 화기애애하게 티르피츠 제독과 이야기하고 있자 육군 측은 영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기색이었지만, 어쩌란 말인가. 꼬우면 영관급을 보내지 말든가. 해군은 국민적 영웅 제독이 왔는데 육군은 영관따리 보냈으면 내가 누구를 먼저 대접해야 해?
“비행선이 더 필요하네.”
“육군도 필요합니다.”
“육군은 비행기나 써. 알겠나? 저 드넓은 북해 바다에선 비행기를 날릴 수 없다고. 수상기를 도입하려면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니, 비행선은 작전 수행에 필수일세.”
“육군의 비행기는 이미 파리에 폭탄을 떨구고 독일의 기상을 떨쳤습니다.”
“그래서 추락했잖나. 프랑스는 어차피 비행기로도 작전 반경 닿지 않나? 그러니 그냥 영국 놈들의 섬을 불태울 비행선을 내놓게.”
그렇게 말하던 티르피츠는 나를 힐끗 보더니 멋쩍다는 듯 관자놀이를 슥슥 글었다.
“아, 로젠바움 사장. 미안하네만, 폐하께서는 런던에 대한 공습을 금하셨네.”
“어째서입니까? 제가 처음 폐하께 런던 폭격을 주청했을 때 분명 폐하께서는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고민해 보시다가, 문득 런던에 있는 여러 왕족들 중 누군가가 눈먼 폭탄에 다친다면 영국인들의 뱃심을 꺾는 게 아니라 도리어 그들이 더 사납게 날뛰지 않을까 걱정하시더군. 런던은 금지야.”
런던핫이 금지라니.
IQ 300을 자랑하는 이 시대 최고의 석학 조르민 로젠바움석의 완벽한 플랜에 따르면, 육군과 해군에 각기 부속되어 따로 노는 항공 병과는 <공군>이라는 통합된 무언가로 탄생해야만 한다. 육군의 전부, 그리고 해군의 일부. 수상기나 항공모함 함재기까지 뺏어먹을 순 없으니 해군은 조금 양해를 해줘야지.
우리는 그 공군 탄생의 씨앗을 비행선으로 점찍어놓았다.
<한 번에 확실한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막대한 가치가 있는 도시를 공포로 짓눌러야 한다>
<그러려면 한 번에 최대한 많은 비행선을 동원해야 한다>
이 핑계로 육군과 해군에서 최대한 많이 비행선을 끌어모으려던 게 원래의 계획.
하지만 팔병신이 런던 폭격을 금지했다면, 그다음으로 가치가 있는 곳은 당연히 파리. 하지만 파리는 경계가 너무 삼엄할 텐데. 무엇보다 해군은 프랑스를 불태우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
나는 일단 빠르게 교통정리부터 끝내기로 했다.
“이 전쟁에서 항공기의 역할은 첫째로 정찰, 둘째로 적 정찰 저지, 마지막이 폭격이 될 것입니다.”
“런던 불바다를 외치는 놈치고는 폭격이 꽤 후순위군그래?”
“그야 실용성이 없으니까요. 공포심은 줄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결국 핵심은 맵핵 역할.
우리는 정찰을 하고 적의 정찰을 막는 걸 보다 그럴듯한 말로는 <제공권 장악>이라고 한다.
나는 앞으로 있을 육해군과의 기나긴 줄다리기를 생각하며, 쏟아지는 두통에 넌더리를 치고 곧장 술병을 꺼냈다.
하지만 이틀 뒤.
“로젠바움 사장님. 모시겠습니다.”
“육군에서요? 저를?”
“그렇습니다. 당장 와주십시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육군이 보낸 차에 올라탔다.
“사장님. 마음을 단단히 먹어 주십시오.”
“뭡니까.”
“영국인들이 비행선을 보내 체펠린 백작이 머무르던 비행선 공장을 폭격했습니다.”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 뭐라고-”
“다행히 백작 일가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피해를 확인 중입니다만 직원 두 명이 목숨을 잃고 일부 공장 시설이 파손된 것은 확실합니다. 폐하께서는 이미 런던 폭격을 결단하셨고, 사장님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전쟁이니까.
전쟁이니까,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당연히 알았다.
당장 나만 해도 런던 불바다 같은 계획을 짰는데, 당연히. 당연히.
“제 이름을 걸고 말하건대, 런던 시민은 고작 두 명만 죽지는 않을 겁니다.”
이를 악물었다.
되갚아줄 뿐이다.
***
1914년 9월.
런던.
“어떤가, 내 혜안이!!”
처칠 해군장관은 기세 좋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 커다란 웃음소리에 그의 몸이 출렁일 때마다 전등 불빛에 대머리가 번쩍번쩍 빛나는 것이 꼭 폭발과도 비슷해 보였다.
“다들 비행선을 장난감 취급할 때, 오직 이 선지자 윈스턴 처칠만이 하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 말일세. 다음 목표는 놈들의 비행선 기지가 있다는 쾰른이야. 물론 남부의 비행선 공장도 계속해서 타격해야 하고말고.”
“원정군의 일에 너무 개입하는 건 아닌가 다소 우려스럽습니다만-”
“나만큼 항공에 대해 혜안이 있는 이가 있다면 기꺼이 내 간섭을 그만두도록 하겠네. 자. 아무튼 중요한 건 이다음이야.”
처칠의 주가는 순식간에 화성 가는 것처럼 솟아올라 큰 봉우리가 되었다.
항공 전문가라는 명예까지 얻은 그는 국내 방공(防空)의 총책임자 감투까지 쓰게 됐고, 이 막강한 권력을 기반으로 곳곳에 자신의 ‘혜안’을 베풀어주고 있었다.
“새로 진수한 수상기모함을 배치해 북해 해안가의 제리 기지를 타격하고, 우리 해군이 적극적으로 놈들을 견제해야 해. 그러면서 해군 항공대가 더 맹렬히 독일 본토를 타격한다면 카이저는 질질 짜면서 평화를 구걸하게 되고, 우리 해군은 세계 평화를 이룩할 수 있지. 어떤가?”
“참으로··· 원대한 계획입니다.”
“그렇고말고!”
그럼 그다음은? 당연히 총리 취임.
내가 누구? 대영제국 총리 윈스턴 처칠 aka 제국의 수호자, 창공의 지배자.
처칠의 행복회로가 너무 뜨끈뜨끈해지다 못해 녹아버리려 하는 그 순간.
“장관님, 장관님?!”
“무슨 일인가.”
“독일 비행선단이 해협을 건너 본토로 오고 있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제리 놈들을 다 때려잡고 제국을 지켜야지. 그래, 놈들 비행선 몇 대가 오고 있다던가?”
“30대 이상입니다!”
처칠은 잠시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그의 입은 뇌 대신 척수와 연결되어 희미한 비명 섞인 신음만 토해냈다.
“뭐··· 라고?”
“40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어, 어쩌긴 뭘 어째! 당장 병사란 병사는 모조리 소집해! 총을 들고 있으면 사냥꾼이든 캥거루든 전부 불러와서 대공 사격 해야지!”
하지만 그는 뼛속까지 정치인이었다.
옳은지 그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척수조차도 아무튼 기세 좋게 무언가 그럴싸한 대책을 떠들어대니 최소한 <궁지에 몰리니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찌질이>라는 타이틀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항공기는 어디서 뭘 하고 있지?”
“육군이 보유한 항공기 말씀이십니까?”
“그래! 육군이고 뭐고 본토 방공의 총책임자는 나야! 당장 비행기 띄우라고 해!”
“띄워서 어떻게 합니까.”
“그것까지 내가 말해줘야 하나!!”
그들이 그렇게 아우성대는 동안.
독일 육해군 합동 비행선단은 미끄러지듯 대영제국의 심장 런던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더 넓게! 더 넓게 흩어져!”
“발광 신호 전달 중! 더욱 산개!”
“기관총좌는 절대 아군 비행선에 잘못 쏘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리고 아르민 로젠바움은 그중 한 대의 비행선에 탑승해 있었다.
“다시 한번 전달합니다. 단 한 번. 신호가 전달되는 대로 가진 모든 폭탄을 순차적으로 투하. 그리고 곧장 크게 선회해 본토로 귀환.”
현시점에서 아직 방공 능력은 개판.
신형 비행선은 몰라도, 구형 비행선은 수소 대신 헬륨을 채워넣었기 때문에 폭발 가능성도 적다. 수소를 쓴 비행선들도 어차피 아직 예광탄이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불이 붙지는 않고.
그러니 딱 지금뿐이다.
전문적인 대공포도, 전투기도, 예광탄도 없는 지금.
대규모 비행선 운용으로 적 도시를 불태울 마지막 기회.
“전방에서 적 항공기 발견!”
“지상에서 사격을 개시했습니다!”
“지상은 무시해도 되겠고. 날파리들은 치워도 될 것 같습니다.”
“기관총탄이 얼마 없다는 점만 유의하면 될 것 같군요.”
– 아쉽군.
조범석과 로젠바움은 군인들에게 대공전을 맡긴 채, 저 아래 펼쳐진 런던의 전경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이런 원시적인 폭탄이 아니라-
“독가스를 뿌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 아니. 아니아니. 그건 좀. 민간인 도시에 독가스는 선 넘었지.
“어째섭니까? 폭탄은 착한 살인이고 염소는 나쁜 살인인가? 결국 죽는 건 똑같지 않아요?”
– 회사가 공습당한 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머리를 식히게. 냉정해져야지. 자네를 위해 합리적으로 말하자면, 몇 년 뒤 독일의 온 도시에 화학탄 공습이 일어나는 꼴을 보고 싶진 않겠지? 패배자가 될 처지일수록 명분과 도리를 지켜야만 해.
“빌어먹을.”
아르민 로젠바움이 탑승한 비행선에는 군인들 말고도 회사 직원들 또한 탑승해 있었다.
정확히는, 영화사 직원들.
반쯤 얼이 빠진 민간인들을 향해 아르민이 외쳤다.
“잘들 촬영해 놓으시오. 독일 민족이 런던에 본때를 보이는 전무후무한 광경이니.”
“알겠습니다!”
“제국 만세!!”
그리고 이 열기에 기름을 붓듯, 로젠바움은 축음기를 켜 독일 국가를 크게 틀어놓았다.
[그대에게 승리의 왕관을조국의 지도자여
카이저 폐하 만세!]
“목표로 잡은 랜드마크가 보입니다!”
“신호 전달! 폭격 개시!”
“폭격 개시!!!”
“신이시여, 저 해적놈들을 벌하소서!!”
“카이저 폐하 만세!!”
마흔세 대.
런던의 하늘을 가득 메운 비행선이 일제히 분노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폭음과 총성과 비명과 기도가 섞인 가운데서.
[왕좌의 영광에서 느끼라매우 큰 기쁨,
민족의 사랑이라!
카이저 폐하 만세!]
런던이 불탄다.
그 어떤 전쟁의 참화에서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던 런던이 불탄다.
“그거 아십니까?”
– 뭐.
“제국 국가와 영국 국가, 은 같은 멜로디입니다. 그러니 이 음악은 우리가 바치는 선물이라 해도 무방하지요.”
– ···전쟁이 멀쩡한 놈 맛 가게 하는 건 순식간이군, 정말.
“영국인들, 전쟁 시작하자마자 칼같이 특허 라이센스비 입금 중단했잖습니까. 이건 폭격이 아니라 추심입니다 추심.”
불꽃이 피어오르고.
건물에서 사람들이 개미 떼처럼 쏟아지고.
하늘을 멍하니 응시한 채 일방적인 신의 채찍이 내리치는 꼴을 지켜만 보고.
선단은 가진 모든 폭탄을 토해낸 채 다시금 유유히 귀환길에 올랐다.
저 멀리 시꺼먼 연기를 토해내는 런던이 점처럼 작아지고 있었다.
1914년 개전 직후의 지도입니다!! 아직 이탈리아, 오스만 등은 참전하지 않았습니다.
제작해주신 물의백작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