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31)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31화(31/246)
장미의 기사 (1)
런던.
금융의 중심.
권력의 중심.
세계의 중심.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인구 700만이 넘는 위대한 도시.
비록 전쟁이 터졌다지만, 대대적으로 자원병을 모집하되 아직 거국적 징병이 선언되지도 않았고 섬나라라는 특성상 국토가 적에게 짓밟힐 일도 없었다.
설령 전쟁의 화염이 제아무리 거셀지라도 결코 대영제국 왕립 해군이 지키고 있는 도버 해협을 건널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바.
런던 시민들은 동요하고 걱정할지언정,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엄마, 엄마!!”
“어서 씻고 밥 먹을 준비 하라니까 뭐 하고 있니?”
“저것 좀 봐. 하늘에 풍서니 가드캐!!”
하늘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얼마 없는 태양 빛이 줄어들고, 안개의 도시 런던 위로 그림자가 깔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저것이 바로 독일의, 적국의 비행선이라는 걸 사실을 깨달았고.
“꺄아아아아아아악!!”
“으, 으아아아!!”
“제리다!! 제리가 왔다!!!”
“도망쳐!! 제리가 우릴 다 죽인다!!”
거대 도시 런던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다.
집과 일터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거리로 뛰쳐나오며 거리는 아수라장으로 바뀌었고, 곳곳에서 교통사고와 충돌, 압사와 낙사가 줄줄이 벌어졌다.
“불이야!!”
“제리가 불을 질렀다!”
“간첩이다! 독일 간첩이 암약하고 있어!!”
이 혼란 속에서, 담뱃불인지 혹은 요리를 하기 위한 불인지 모를 무언가가 잘못되어 한 집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불꽃을 본 사람들은 완전히 패닉에 빠져 존재하지도 않는 독일 간첩단의 음모를 목놓아 부르짖었다.
그리고 이 끔찍한 난리통을 저 높은 곳에서 굽어살피던 독일인들은.
지상의 개미들에게 친히 들고 온 꾸러미를 뿌려주었다.
대재앙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대체 우리 군대는 어디 있는 거야!”
“살려주세요!”
“엄마! 엄마아아!!”
수백 년 동안 영국인들이 즐겨 왔던 압도적인 폭력.
결코 닿지 않을 것만 같던 전쟁의 불길이 아주 미미하게 살짝 닿는 순간, 런던 전역에 거대한 공포가 생겨났다.
더 이상 바다는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
더 이상 우리는 구경꾼이 될 수 없다.
좋았던 시절 – 벨 에포크가 종말을 맞이하고.
현대전이 보여주는 총력전이 들이닥쳤다.
이제 그들은 관람객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쟁터 속에 있었다.
***
“훈족과 같은 독일인의 야만성은 또 한 번 입증되었습니다. 비열하기 짝이 없는 저들은 중립국 벨기에를 짓밟았고(Rape of Belgium), 그곳에서 온갖 잔인무도한 살육과 강간, 영아살해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저들은 모자란 기름을 보충하기 위해 벨기에인들을 살해한 후 그 시신에서 기름을 짜내고 있고, 바로 그 기름으로 비행선을 띄워 런던을 불태웠습니다! 기독교 문명이 나타난 이래 이토록 야만스러운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신이시여, 독일인들에게 천벌을 내려주소서!”
런던의 불길은 하루 만에 모두 진압되었지만, 그다음엔 어김없이 책임을 놓고 영국 정계가 불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총책임자였던 윈스턴 처칠은 기다렸다는 듯 응수했다.
“제가 맡은 해군은 독일인들의 비행선 습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육군과의 협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대도시 런던은 방공 대비가 매우 부실하였고, 지휘권은 분산되어 있었으며, 육군의 항공기는 제때 이륙하지도 못했습니다. 제가 신속하게 해군의 항공기를 동원하지 않았다면 런던은 몇 시간은 더 불탔을 것입니다.”
아직 처칠은 ‘미스터 갈리폴리’와 같은 위대한 별명을 얻지 못했고, 오히려 젊고 유능한 이미지가 있는 위대한 정치가 씨앗이었다.
그는 얼굴에 검댕을 덕지덕지 바른 채 의회에 출석했고, 오랜 평화에 나태해진 군부를 맹렬히 질타했으며, 자신의 혜안 덕택에 독일군이 신속히 물러났다고 강변했다.
놀랍게도 대중은 그에게 열광했고, 런던은 불탔지만 처칠은 정치적 이득을 모조리 챙겨먹었다. 육군 장성 둘을 제물로 바쳐 소환된 궁극완전체 처칠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더욱 당당하게 항공 분야를 자신의 권한 중 하나로 확보했다.
“국가 방위를 위해 먼저 적 비행체를 탐지하고 통합해 관제할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리고 놈들의 비행선을 격추할 효율적인 무기를 만들어야지요. 대공 사격에 특화된 대포를 만들고, 적 비행선을 찢을 수 있는 항공기를 개발합시다.”
신무기 개발을 좋아하는 처칠은 물 만난 물고기마냥 신나게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부었고, 막강한 권능에 힘입어 군부와 각종 연구기관은 신속히 신무기 연구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다음.
“이번 폭격을 주도한 사람이 아르민 로젠바움, 그 발명가라고?”
“독일 측 프로파간다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먼저 민간인을 대상으로 비행선 폭격을 시작했고, 어디까지나 반격했을 뿐이라고-”
“미친놈들.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비행선 폭격을 먼저 시작한 건 그 제리놈들 아닌가. 뻔뻔스러운 자식들. 그래서, 갑자기 로젠바움은 왜 띄워준다고 보나?”
“···장관님께선 그게 거짓 주장이라고 여기십니까?”
“당연하지. 군 경력이라고는 1년 의무 복무가 전부인 자를 내세워서 어쩌자고?”
명색이 사관학교 출신에 실전 경험까지 있는 처칠로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
하지만 그는 독일인들의 저 허황된 소리에 적절한 대답을 해주기로 결심했다. 그는 신사니까.
“로젠바움사가 우리나라에도 지사가 있었지? 압류하게.”
“전쟁 직후 이미 압류 처리되었습니다.”
“그놈들이 보유한 모든 서류나 기술 등을 전부 쥐어짜자고. 라이센스비도 굳고 아주 좋겠군.”
특허를 강탈당하고 눈물을 주륵주륵 흘릴 로젠바움 씨를 생각하니 자다가도 절로 웃음이 나올 판.
하지만 처칠은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로젠바움사에서 순순히 협조를 해줬다고?”
“그렇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쟁 이전 이미 분사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영국 지사는 독일 제국의 편을 들지도 않으며, 우리의 전쟁 수행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합니다.”
“허. 협조하겠다면 좋은 일이지.”
“그리고 그게, 로젠바움 사장의 지시라고.”
“뭐지?”
알 수 없는 영문이었다.
하지만 영국 지사가 ‘아르민 로젠바움이 직접 설계했다’라고 주장하는 <항공모함과 그 함재기>의 설계도면을 제출하는 시점에서, 그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이 새낀 도대체··· 뭐지?”
“나중에 우리가 승리하면 잘 봐달라는 뜻 아닐까요?”
“좀 상식적인 소릴 하게, 제발!”
처칠 상식.
개같이 1패.
***
– 이렇게까지 대놓고 조공을 바치는데 나중에 우릴 전범으로 몰아 처형장으로 보내진 않겠지.
“적국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를 우리는 이적행위라고 말하지요. 정말 제대로 된 짓거리일까요?”
– 뭐, 어때. 어차피 이 미친 민족주의의 시대에 독일인 사장이 사보타주 지시를 내린다고 해서 영국인 직원들이 그걸 따르겠나? 어차피 뜯길 거, 그냥 내줘버리는 게 낫지.
런던 대폭격을 성공리에 수행하고 돌아온 이후.
전 독일은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나의 신민들이여, 이 지구의 하늘을 지배하는 국가는 오직 독일 제국뿐이라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명약관화해졌다! 그 어떤 국가가 런던을 불태울 수 있었겠는가! 그 어떤 나라가 감히 항거할 수 없는 힘으로 세계 곳곳에 비행선을 보낼 수 있었겠는가!”
“와아아아아!!”
“저들이 항복하고 자비를 구걸하는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의 심판은 계속되리라!!”
“카이저 폐하 만세!!”
나는 오랜만에 다시 스타덤에 올랐다.
이번에는 비행기의 발명가도, 자진 입대하는 애국 청년도 아닌 <런던의 정복자>라는 타이틀로.
우리 영화사 직원들이 촬영한 영상은 순식간에 가공, 편집되어 전국 방방곡곡에 뿌려졌고, <런던 대심판>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과 장병들에게 상영되었다.
[아르민 로젠바움, 천재 발명가이자 위대한 선구자가 다시 한번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독일 제국 육해군의 막강한 비행선단은 바다를 건너 런던에 도달, 나태와 평온에 젖은 이들에게 불벼락을 선사했습니다.] [이 폭격은 어디까지나 군 시설을 대상으로 행해졌고, 조사된 바에 따르면 민간인 피해는 없습니다.]나라에서 각 잡고 나를 밀어주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조기 종전의 꿈이 저 멀리 날아갔고, 심지어 본국이 폭격까지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런던 불바다를 해내?
색슨족이 브리튼섬으로 건너간 이래 최초로 런던을 불태웠는데 참아?
하지만 전 독일을 열광시킨 마성의 남자 아르민 로젠바움은 도저히 행복해질 수가 없었다.
“이제 끝내야 합니다. 런던 폭격은 어디까지나 일회성이었습니다.”
“어째서인가? 조금만 더 하면 영국이 전열에서 이탈할지도 몰라. 로젠바움 군. 자네가 영국을 굴복시킬지도 모르는데 정녕 여기서 손을 뗄 생각인가?”
“그게 가능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국이 더 많은 항공기를 모아 수비에 나서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러지요.”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하는 게 어떻겠나?”
티르피츠 제독마저 눈이 저리 홱 돌아갈 줄이야. 이성적인 줄 알았는데.
“죄송합니다만, 이제 육군은 비행선을 돌려받아야겠습니다.”
“런던 대방화의 공로를 우리 해군이 독점해도 괜찮겠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육군의 작전에 비행선이 필요합니다.”
몰트케는 해임당했다. 독일 통일의 일등 공신인 삼촌과 비교했을 때 형편없는 결말이었다.
그리고 새롭게 취임한 참모총장, 폰 팔켄하인은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범석이의 말로는 물론 실패하지만.
“들어보게. 런던의 대비가 탄탄하단 말은 다른 곳이 비어 있단 뜻 아닌가. 그러면 우리 비행선이 갈 만한 근처 다른 도시를 불태우는 걸세. 벌써 런던에서만 피난민이 수백만씩 짐을 싸고 도망쳐서 유령 도시가 됐다던데.”
“글쎄요? 제가 듣기론 오히려 자원입대자들이 썩어넘쳐서 난리라던데.”
“적들의 프로파간다야.”
“런던이 유령 도시가 됐다는 게 더 우리의 희망 사항이죠.”
“···좋네! 그럼 자네도 빠지게!”
“저는 반대했다고 꼭 언급해주세요.”
나는 비행선 일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이제 슬슬 본업인 항공기 쪽에 집중해야지. 더 해봤자 구질구질해지기만 하고.
새로운 참모총장은 다행스럽게도 항공에 완전히 관심이 없지는 않았고, 특히 지금 하늘에서 활개를 치는 영국과 프랑스 항공기를 싹 치워야 한다는 덴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모양새였다.
“그동안 우리 로젠바움사가 곡예비행용으로 보유하고 있던 모든 항공기를 전투용으로 개조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몰던 파일럿들도 모두 하늘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로 결의했지요. 우리를 전장으로 보내주십쇼.”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하지만··· 사장님도 그 대열에 낄 생각이십니까?”
“물론입니다.”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리고 생각보다 기회는 빠르게 왔다.
***
육군과 해군, 그리고 나는 물론 외교부까지 의심의 여지 없이 동의한 것.
그건 바로 <영국은 반드시 보복하러 온다>는 사실이었다. 그야 혐성국 놈들이 되갚아주러 오지 않으면 어디 혐성 소리를 들었겠나. 신사의 나라 소리 듣지.
그리고 그 타격 대상은 매우 높은 확률로 비행선 기지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런던 방위를 위한 선제 타격. 이게 딱 영국식 발상이지.
그리하여 우리가 런던을 불태운 지 고작 보름 만에.
이번엔 열한 대에 달하는 영국제 비행선이 바다를 건너 독일의 도시 쾰른 근교 상공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영국군 비행선 확인. 수효 11. 진로 방향 동동남.]그리고 우리는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우리 직원 여러분. 일할 시간입니다.”
“가자!!”
“가자!!!”
새빨갛게 도장된 전투기 수십 대가 순차적으로 엔진에 시동을 걸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나 또한 곧장 내 전용 전투기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 마음의 준비는 됐나.
하. 런던도 불태운 마당에 이제 와서 거창하게 준비라고 할 것까지야.
“사장님! 사장님!!”
“하하. 사랑하는 직원 여러분-”
“포즈 한번 잡아주십쇼! 신문에 실어야 합니다!”
무서운 것들. 사람이 성과급에 미치면 저렇게 되는구나.
날이 갈수록 억척스러워지는 우리 직원들을 보며 나는 파일럿용 고글을 썼다.
– 헬멧도 하나 맞춰야겠군. 빨간 기체에 탄 놈은 원래 요란스러운 헬멧과 가면을 써야 한다고.
망령은 좋겠다. 헛소리할 여유도 있고.
“현 시간부로 로젠바움 독립전투비행대는 적 비행선단 요격 임무를 개시합니다. 적이 쾰른으로 접근해 민간인을 살상하기 전, 모조리 격추시킬 테니 국민 여러분들은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 시대 영화는 당연히 무성영화지만, 따로 녹음해서 축음기로 틀면 된다.
나는 그렇게 최대한 있어 보이는 말을 남긴 뒤, 마침내 저 높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영국인들에겐 참으로 불행한 이야기지만.
내가 있는데 상식적으로 비행선 요격 수단이 없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