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3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34화(34/246)
무인지대 (1)
“빌헬름 뵐케(Wilhelm Boelcke) 중위입니다.”
“오스발트 뵐케(Oswald Boelcke) 중위입니다. 콜록! 형제가 함께 왔습니다!”
– 형도 있었다는 건 처음 알았구만. 역사에 남은 에이스는 동생인 오스발트야.
이런 말 하면 조금 쓰레기 같지만, 아무래도 역사에 남은 에이스라고 하니 자꾸 동생에게만 시선이 쏠린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다는 이들 형제는 신천지로 완전히 이민을 갔다기보단 굳이 따지면 해외 장기 출장 같은 느낌으로, 독일 국적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고 교육도 독일 국내에서 받았다.
금발에 푸른 눈, 거기에 내게 미치진 못하지만 준수한 외모. 성격은···.
“혹시 저 기억하십니까! 공장에도 자주 놀러 갔었습니다!! 로젠바움사 묘기비행단에 들어가는 거랑 군인이 되는 것 중 하나를 엄청 고민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저 서류전형에서 떨어졌었지 말입니다! 콜록, 콜록!”
“그런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장님을 뵙게 되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사장님을 따라 저도 하늘의 전설이 되고 싶습니다!! 콜록! 죄송합니다. 제가 천식이 좀 있어서.”
왜 떨어졌는진 알겠구만. 제발 우리 회사에 받아 달라는 항덕후가 차고 넘치는데 천식 환자를 받아줬을 리가 있나.
하지만 비행을 좋아하는 놈이 나쁜 놈일 리가 없다. 합격. 죽는 그 날까지 열심히 일합시다. 내가 죽이겠단 뜻은 아니고, 그냥 뼈빠지게 일 좀 하자고.
– 아니, 잠깐잠깐. 그 기준은 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하단 말이냐, 항공 오타쿠 주제에 조종간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이 미스터 에뮤 같으니.
– 그러니까. 나쁜 놈은 비행해본 적이 없으니 파일럿은 착하다고? 논리야 놀자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는데?
쿠데타 따위나 꿈꾸던 퇴물 늙은이가 단 한 번도 파일럿으로 날아올라본 적이 없는 걸 보니 역시 ‘파일럿은 착하다’라는 논리는 참인 것 같다. 사라져라, 제너럴 타조.
– 말을 말자. 빌어먹을.
나는 뵐케 형제와 인사를 나눈 뒤 다음으로 넘어갔다. 아무리 노력해도 경례보단 악수가 더 익숙하단 말이지.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Manfred von Richthofen)입니다.”
이 사람이 전설적인 에이스 파일럿 <붉은 남작>.
물론 지금은 햇병아리 삐약삐약에 불과하다. 방금 전 뵐케나 우리 붉은 남작이 에이스가 될 때쯤이면 내가 집에 갈 수 있겠군.
“이 헤르만 괴링이 마침내 합류했습니다! 아저씨, 이제 걱정일랑 딱 접어 두고 집에 가서 애들이나 보십쇼! 이 괴링 가의 남자가 세계 최고의 에이스가 될 테니!”
“쳇. 괴링인가.”
“세계 최고의 에이스 파일럿이 될 날 보고 겨우 혀 한 번 차고 끝이라니! 앞사람들만큼은 시간을 좀 쓰라고요, 아저씨!”
“조용히 해. 돼지.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 소령이다.”
“돼지? 미쳤어요? 이 군살이라곤 없는 날 보고 돼지라고 했겠다!”
– 모르핀 돼지가 될 운명이지. 역시 날지 않는 돼지는 결국 돼지일 뿐인가.
범석이는 좀 고장이 많이 났나. 절대 내가 타조 폼으로 바꿔서 그런 건 아닐 텐데.
– 최소한 연장자에 대한 대우라도 좀 해달란 말이다! 이 자식아!
그래서 계급장 안 없앴잖아.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쓰리 스타 계급장에 후광 효과까지 둘러줬건만.
그리고 연장자라는 것도 좀 우습지 않은가. 지금 2차 대전 이후에 태어난 꼬꼬마가 감히 1884년생인 나보고 나이가 어쩌고를 주장해? 내 앞에서? 민증 까고 생년월일로 따져보자면 우리 범석이가 나한테 할아버지라고 해야 맞지. 자, 따라해봐라. 아르민 어르신.
– 병신.
저저 새침한 놈 보소.
***
AI 조스비의 반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나는 새로운 전투기 파일럿 커리큘럼을 돌리는 한편 공군의 뼈대를 잡는 작업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공중전에서의 교리부터.
“태양을 끼고 싸워라. 다구리는 진리지만 한 번에 한 명씩만 때려야 한다. 6시를 잡아라. 편대는 3대가 Λ자 모양으로 구성한다.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눌러라···.”
“이걸 다 그냥 외우라고 하셨습니까?”
“나중에 너희가 해보고 아니다 싶은 건 교체하든가. 지금은 닥치고 그냥 외워.”
나와 함께 처칠의 비행선단을 지옥으로 보낸 초기 멤버들을 교관으로 전환. 애초에 그들은 직업군인이 아니었으니 이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육군에서 요구한 정찰기와 전투기, 두 타입의 비행사를 키우기 위한 훈련에 들어가고, 여기에 또 적보다 더 좋은 항공기를 개발하기 위한 작업도 틈틈이 이어나간다.
“금속제 항공기 개발은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하겠습니까?”
“솔직히 말하지. 테스트 파일럿들이 매일 최소 한 명씩 공중에서 죽어나가도 괜찮다면 속도를 더 올릴 수 있어.”
“···입 다물겠습니다.”
“그래야지. 재료 수급도 힘들어졌는데 사람까지 줄어들면 우린 망하겠군.”
금속제 전투기의 개발시점?
일단 위에서 만들라고 하니까 연구 개발은 하고 있는데, 글쎄올시다.
영국놈들에게 해상 봉쇄당한 독일이 언제까지 자원이 넉넉하겠나. 몇 년만 지나도 자원이 없어서 생산도 제대로 못 하고 허덕대지 않을까?
실제로 위대한 독일 제국의 육군과 해군은 항공에 대해서라면 신나게 똥을 싸갈기고 있었다.
“폐하께서 런던 재공습을 승인하셨소. 로젠바움, 그대도-”
“죄송합니다만 저는 빠지겠습니다.”
“불만이오?”
“영국은 바보가 아닙니다. 저번 폭격은 적의 의표를 찔렀기에 성공했지만, 이번엔 그렇게 되긴 어려울 겁니다.”
해군은 성과가 필요했다.
그야, 아무리 독일 해군이 돈을 처발랐다지만 영국과 1:1로 싸우면 끝장일 게 뻔하잖은가. 그런 그들에게 해군 비행선단의 놀라운 전과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티르피츠 제독과 카이저는 짝짜꿍이 맞아 두 번째 ‘브리튼섬 지옥불바다 대작전’에 돌입했고.
“쏴!! 쏴라!!”
“한 놈도 돌려보내지 마라! 빌어먹을 놈들을 불태워버리자!!”
해군 소속의 체펠린 비행선 열여섯 척이 동원된 두 번째 폭격작전은 초라하게 끝났다.
영국은 아직까지 효과적으로 비행선을 요격할 수단을 개발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부족한 효과를 섬나라 특유의 괴상망측한 똘기와 제정신이 아닌 미치광이들을 동원해 메꿨다.
“끼요오오오옷!!”
“우리가 바로 하늘의 방화범이드아아아!!”
“발사!! 모조리 발사!!!”
“저, 저게 뭐야!”
“영국놈들이 비행기에서 로켓을 쏴대고 있습니다!”
“그딴 짓을 했다간 자기들도 불탈 게 뻔하잖아!!”
“부, 불이야!! 불이야!!!”
“뭐가 됐든 죽이면 그만이지!”
체펠린 비행선을 막기 위해 영국이 동원한 아이디어는 바로 공대공 로켓.
영국인들은 이미 백 년 전쯤부터 콩그리브 로켓(Congreve rocket)이란 신기전 비슷한 무기를 쏴댔던 만큼, 훗날 제트기에 장착될 유도 미사일의 선캄브리아기 시조쯤 될 이 괴상망측한 물건에도 빠르게 익숙해졌다.
로켓 공격으로 격추된 비행선은 단 한 척에 불과했지만, 체펠린 비행선을 무적의 공중전함쯤으로 여기던 독일 해군 수뇌부는 찬물을 호되게 맞았고 영국 본토의 사기는 수직 떡상해버렸다. 남 좋은 일만 해준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육군은 ‘군대에선 중간만 가면 된다’라는 진리를 아주 충실히 따라주고 있었다.
이 전쟁에서 파일럿들이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실로 파리목숨.
사망원인 1위는 기계 결함.
그 어떠한 방호장비도 없음.
당장 낙하산 하나를 도입하기 위해 나는 군바리들과 실로 기나긴 악다구니를 써야만 했다. 물론 1914년산 낙하산이 얼마나 많은 목숨을 구해줄지는 미지수지만, 그냥 좀 쓰자고 시발. 내가 무슨 판금갑옷을 입겠다고 한 것도 아니잖아.
“로젠바움 사장님. 낙하산이 있으면 용감하게 싸우는 게 아니라 다들 뛰어내려서 추하게 살려고 하지 않을까요?”
처음에 나는 좋게 좋게 [장기간의 훈련과 오랜 숙련도에 좌우되는 보직임에도 소모율은 빠르니 생존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주장했지만, 이 프로이센 꼴통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결국 저따위 수준에 불과했다. 내가 숫제 자살쑈를 한 끝에야 간신히 낙하산을 제식으로 채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 밝히겠다.
그 결과.
1914년 10월부터 11월까지.
“오, 온다!! 독일 놈들이다!!”
“로젠바움의 빨갱이들이다! 전투 준비!!”
“어디 한번 보여주실까. 프랑스 전투기의 성능이란 것을.”
서부 전선의 하늘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완벽하게 소멸했다.
하늘은 오직 독일의 것이었다.
***
1914년.
<슐리펜 계획>의 실패 이후 서부전선은 난장판이 되었다.
“적의 측면으로 기동한다!”
“적의 측후방을 잡아서 패면 이긴다! 포위섬멸! 포위섬며어얼!!”
독일군과 프랑스군은 서로 미친 듯이 달리며 서로의 측면을 잡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했다.
그 결과, 북해의 바닷가에서부터 스위스 국경에 이르기까지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참호의 지옥이 펼쳐졌다.
이 <바다로의 경주>는 끝내 양쪽 군대가 북해 바닷바람 맛을 본 뒤에야 끝났고, 지휘관들은 마침내 ‘상대가 참호랑 기관총 깐 곳에 병력 보내면 다 뒈지더라’라는 귀중한 교훈을 깨달았다.
사람은 교훈을 얻었으면 한 단계 성장하는 법.
“좀 더 세게 들이박으면 뚫을 수 있지 않을까?”
“포병. 존나 많은 포병을 동원해 참호를 싹싹 갈아엎고 돌격하면 되겠지.”
“제공권이 답이다. 제대로 된 대규모 포격을 위해선 반드시 항공 정찰이 선행돼야 해!”
아직 탱크라는 병기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슬슬 어마어마한 피로 쓴 교리에 새로운 자구를 덧대기 시작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서부의 전투는 소강 상태에 빠졌다.
이제 국적을 막론하고 모든 장병들은 크리스마스를 이 좆같은 참호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각국 수뇌부는 이러다 나라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에 젖어 들어갔고,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함께 좆될 나라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가장 먼저 오스만 투르크가 이 물귀신에 당해버렸다.
[오스만 투르크, 독일 제국과 함께하다!] [슬라브 침략자에 맞설 새로운 전우! 오스만을 환영하라!] [<유럽의 환자>마저 끌어안는 독일, 얼마나 급한 건가?] [독일, 오스트리아, 투르크. 개노답 3인방 결성!]오스만 투르크 군대엔 육군과 해군을 막론하고 독일인들이 군사 고문을 비롯해 각종 명목으로 한자리씩을 꿰차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중 명패만 오스만군으로 갈아끼웠지 실제로는 독일의 명령만을 듣는 해군 군함 두 척이 있었는데, 이들은 바로 그 명패를 번쩍이며 다짜고짜 러시아를 공격해버렸다.
어어 하다가 순식간에 전쟁에 휘말린 오스만은 마치 터치 미스로 전재산을 특정 주식에 몰빵해버린 놈처럼 독일 코인을 풀매수하고 이 전쟁에 끼어들게 되었다.
그다음?
모두가 뻔히 예상하던 시나리오가 도래했다.
1.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상대하던 러시아가 오스만에도 분산 투자해야 한다. 독일은 한숨 돌린다.
2. 오스만이 중동 유전 지대를 찌르기 시작한다.
3. 오스만이 콘스탄티노플 앞바다, 다르다넬스 해협 문을 잠가버린다. 러시아로 가는 해로(海路) 보급이 끊긴다.
“-따라서, 우리 대영제국은 해군을 총동원해 봉쇄된 해협을 열어젖히고 콘스탄티노플에 전함 주포를 갈겨 줘야만 합니다! 놈들이 독일 편을 든 건 어마어마한 판단 미스였다고 뼈에 새겨줘야만 합니다!!”
“이보시오, 처칠 장관. 지금 제정신입니까? 적들이 설마 아무 방어 준비도 하지 않았다고 믿습니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됩니다.”
런던 상공에서 독일의 비행선이 불타는 순간.
처칠의 명성은 저 하늘의 태양만큼 찬란하게 빛나게 되었다.
그는 가장 차기 총리에 가까워져 있었고, 국민과 국가를 지키는 위대한 정치인의 상징과도 같았다.
“다르다넬스 해협에 함대를 쑤셔넣고 얼치기 터키 놈들 머리 위에 불벼락을 떨굽니다.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면 육상 병력을 상륙시키고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해서 중동과 지중해 전역을 끝냅시다.”
“해군부는 반대입니다! 절대 반대예요!!”
“육군은 현재 병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칠은 강행했다.
“이곳 갈리폴리에 병력을 상륙시키자고.”
몇 달 뒤.
작전에 투입된 병력은 갈려나갔고 처칠은 쫓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