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3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35화(35/246)
무인지대 (2)
제2차 런던 대폭격을 막아낸 처칠코인은 우주대코인으로 대접받으며 ‘처칠 코인이 기축통화가 될 것’ ‘시집가려면 처칠 같은 남자를 만나라’ ‘엄마 나는 커서 윈스턴 처칠이 될래요’ 등의 무한한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갈리폴리 상륙 작전>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자 순식간에 개잡코인으로 평가절하당해 맨틀 너머 외핵까지 처박혔고, 죽는 그 순간까지 이 건에 대해서는 비아냥과 조롱을 들어야만 했다.
물론 단순히 그것만으로 처칠을 욕하기엔 다소 과한 감이 없잖아 있다. 애초에 처칠은 고작 전함 두 척이 탐나서 압류 딱지를 붙이고 오스만을 적으로 돌린 게 아니었으니까.
“오스만이 중립? 이 새끼들, 독일 편에 붙겠군.”
“너무 단언하시는 것 아닙니까 장관님?”
“그럼 설마 오스만이 러시아와 동맹을 맺을까? 말 같은 소릴 해야지.”
“영국이 프랑스, 러시아와 한 편이 되리라는 것도 옛날 사람들이 들었다면 배를 잡고 웃었을 겁니다.”
“오스만의 사례와는 다르지.”
오히려 그에겐 확신이 있었다.
그깟 전함을 팔든 말든 오스만은 결국 적이 되리라는 확신.
흔히 독일이 오스만에 막대한 공을 들였다고들 생각하지만, 영국은 거의 백 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오스만의 물주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와 ‘그레이트 게임’을 치르는 동안 러시아를 엿먹이는 방안으로 오스만을 적극 후원해준 것이다. 거기에 프랑스 또한 어마어마한 경제적 투자를 진행했고. 당장 크림 전쟁이 누구와 누구의 전쟁이던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립을 선언했다.
자신들의 입지가 협상국 국가들의 목젖을 조르는 위치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동안 누구 덕에 나라 꼴 유지하고 살았는데 중립?
비상식적이다 못해 웃음이 터질 일이다. 염치가 있으면 재깍재깍 라인 똑바로 정해야지.
결과적으로 전쟁은 터졌고, 오스만은 적이 되었다.
지중해가 막히면서 러시아는 영국과 프랑스의 무기를 수입할 수 없게 되었고, 반대로 영불 두 제국은 러시아의 식량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갈리폴리에 꼬라박은 처칠이 딱히 잘했다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오직 해군의 힘만으로 오스만이 봉쇄한 해협을 정면돌파하려 했지만, 너무 그건 날로 먹는 발상이었다. 영불 연합군은 전함만 무려 세 척을 날려먹는 피해를 봤다.
그리고 차선으로 제시된 것이 갈리폴리에 육군을 박아서 터키를 날려버리잔 옵션이었지만, 모두가 다 알다시피 어마어마한 피해만 입고 망해버렸다.
“물러나 줘야겠네.”
“억울합니다. 그건 모두 피셔 제독 탓입니다! 내 계획보다 훨씬 늦게 시행해서 적들이 대비할 틈을 줘놓고서 이제 와서 내 탓이라고 하면 억울해서 어떡합니까!”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자네를 죽여버리고 싶어 해. 더 이상 정권에 부담 주지 말고 사직하게.”
“아니. 이건 아니지요. 내가 독일 비행선단을 격퇴했을 땐 나더러 차기 총리감이니 뭐니 떠들어대던 총리님 어디 가셨습니까?”
처칠은 완강하게 버티며 자신의 책임을 다른 이들에게 거침없이 떠넘겼다. 사실 정치인에겐 일종의 미덕과도 같은 능력.
“총리님.”
“뭔가.”
“만약 절 정말로 해임하시겠다면, 저는 전쟁터로 갈 겁니다. 저는 예비역 영관이고, 해임되어 더 이상 공직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저 빌어먹을 참호 어드메로 가야겠지요.”
“······.”
“지금은 다들 나더러 갈리폴리에 처박은 병신이라면서 조롱해대지만, 어디 내가 죽고 나서도 그 조롱이 계속될 것 같습니까? 뒷감당 가능하시겠습니까?”
대개 죽은 자의 죄는 잊혀지고, 공은 더 두드러진다.
갈리폴리의 과오는 흐지부지되고 브리튼섬의 수호자라는 후광은 더욱 찬란해지리.
결국 정부는 처칠을 해군 장관 자리에서 끌어내렸지만, 새로운 선택지를 꺼내야만 했다.
“공군청을 신설하고 윈스턴 처칠을 청장으로 임명하겠습니다.”
“뭐, 그 양반은 해군을 맡을 깜냥은 아니었나 보지. 그래도 하늘은 잘 지켰잖아?”
“나쁘지는 않은 인사군.”
형편없이 몰락해버려 정말 진흙탕 참호로 향했던 원 역사와는 달리, 그래도 판돈이 남아 있던 처칠은 구사일생으로 간신히 공직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게 되었다.
“내가 다시 비상하려면 반드시 큰 업적 하나는 뽑아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제공권을 되찾아야 해!”
타도 독일 공군.
미스터 갈리폴리의 원망과 증오가 누군가를 향해 집중되기 시작했다.
***
1915년.
14년이 모두 가기 전, 독일의 팔켄하인 참모총장은 집요하게 프랑스 북쪽을 찌르며 전선에 돌파구를 내고자 시도했고, 영불 연합군은 돌파구를 모조리 틀어막기 위해 집요하게 버티면서 동시에 반격타를 날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일대는 갈려나간 시체로 산을 쌓았고, 결국 전투는 겨울이 찾아오면서 종결되었다.
땅에는 거미줄같이 빼곡하니 깔린 기나긴 참호와, 그 참호 사이 죽음의 땅.
이 거미줄을 내려다보는 하늘 위 또한 불꽃 튀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적기, 위에서 다가옵니다!!”
“피처럼 붉은 신형기! 로젠바움의 졸개들이다!”
파일럿들이라면 치를 떨 수밖에 없는 상황.
기체의 성능에서부터 너무나 차이가 명백.
마치 놀리는 것처럼, 아군의 신형기가 도착하면 놈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 더 좋은 성능의 신형기를 몰고 나타나 하드웨어 우위를 이어나갔다.
처칠의 놀라운 언론 플레이로 본국 국민들의 관심을 살짝 빗겨나가는 덴 성공했지만, 협상군이 제공권을 상실했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이 빌어먹을 로젠바움!!”
“저주받을 놈들! 블러디 로즈!”
이제 파일럿이라면 모두 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나는지.
독일인 아닌 이들을 모조리 하늘의 고혼으로 만들어 영혼을 수거해 가는 악마가 있음을.
하늘은 오직 독일의 것이라고 외치는 악마가 바로 지금, 그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음을.
“저기! 저기!!!”
“···신이시여.”
“온다!! 지옥에 떨어질 빌어먹을 유대인이 온다!!”
물론 아르민 로젠바움은 유대인이 아니지만, 알 바인가?
영국인들이 남을 비방하는 것보다 더 재밌어하는 건 바로 허위 사실로 남을 비방하는 일.
런던 대폭격 직후부터 영국 언론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아르민 로젠바움을 씹어댔고, 처칠이 취임한 이후부터는 아주 본격적으로 그 애비가 성불구자고 로젠바움은 사실 탁란된 뻐꾸기라는 내용의 기사를 마구 써내려갔다.
진짜 애비의 이름은 그때그때 바뀌었는데, 지금 현재는 ‘유대인 혼혈설’과 ‘체펠린 사생아설’이 박빙을 이루고 있었다. 전자는 쥬라고 비방할 수 있어서 즐겁고, 후자는 근친상간이라고 비방할 수 있어서 감칠맛이 돋았다.
그리고 얼마 뒤부터, 영국인 파일럿의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더 올라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이 괴링 님의 여섯 번째 제물이 될 놈은 어디에 있나!!”
“목 다 쉬겠다. 우리의 목표는 적 정찰 저지지 전투기 격추가 아냐.”
“각 기 위치로.”
아르민 로젠바움.
독일 제국의 에이스 파일럿.
그리고 제국 최고의 항공기 개발자.
권력 있고 능력 출중한데 개발 능력까지 있는 이가 최전방에서 적기를 격추하고 다니니, 현장의 피드백이 윗선의 컨펌을 받아 신형기로 개발되기까지의 타임 랙이 미칠 듯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
그가 손을 휘저어 수신호를 전달하자, 새빨갛다 못해 핏빛으로 도장된 전투기들이 줄지어 위치를 점했다.
“사냥 개시.”
그리고 일순간.
깨 볶는 듯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양측의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우, 우아악!!”
“도, 도망쳐! 애초에 적이 아군 경로를 뻔히 아는데 무슨 개지랄이냐 이게!!”
“어, 엄마-”
영국군은 또다시 정찰비행에 실패했다.
도무지 승률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길.
“차장입니다. 본 열차로 전쟁영웅 아르민 로젠바움 대령님을 모실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과분한 대우에 감사드립니다.”
“제 아이들이 로젠바움 대령님을 존경하는데, 혹시-”
이럴 줄 알았지.
협상국이 날 어떻게 씹든 말든, 이미 나의 명성은 하늘을 찌르다 못해 대기권을 이탈해 저 하늘의 태양처럼 불타고 있다.
명실상부한 최고의 전쟁영웅이자 최고의 에이스 파일럿.
솔직히 말해, 내게 이만큼의 재능이 있을 줄은 나도 몰랐다. 만약 실력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부족했더라면 바로 비행기에서 내려 지휘관 일에나 종사했을 텐데 다행이다.
– 이제 슬슬 내려와야지. 이 시대의 공중전은 운이 3할이라고.
그래서 기체에 장갑 덧대고 있잖아. 여태까지 안 죽었는데 설마 이제 와서 덜컥 죽을까.
영국과 프랑스는 14년 겨울부터 15년 봄까지, 그야말로 공중에서 학살당했다.
우리는 미리 세워놓은 계획에 따라 단계적인 기체 업그레이드에 나섰고, 협상군은 온몸을 비틀며 우리의 기체 레벨을 따라잡기 위해 용을 썼지만 끝끝내 하드웨어에서의 경쟁력을 따라잡진 못했다.
게다가 공중전.
이 당시에 확립된 교리를 다 알고 있고, 역사 속 에이스들을 잡아왔으며, 이미 진작부터 공중전에 대해 숙련된 인물들을 내 사비 들여서 키워왔었다. 이러고도 지면 혀 깨물고 죽어야지.
하지만 곧 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독일은 봉쇄되어 있고, 자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소수 에이스와 숙련된 지원병들에 의지한 항공대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AI 비서가 친절히 알려주고 있지 않나.
– 일본제국이 딱 그랬지. 스치면 뒈지는 기체를 타고 있단 점에서 제로센 타던 그놈들이나 우리나 딱히 다를 바 없고. 일본은 개발 능력이 부족해서 더 나은 기체를 제공해주지 못했지만 우린 지금 개발할 여력이 없군.
격추시키고 또 격추시켜도.
놈들은 어디서 찍어내는 것처럼 꾸역꾸역 파일럿을 조달해 와서는 또 공중에 띄웠다.
우리 비행대원들은 최대한 적군이 숙련된 경험을 쌓는 걸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대편에도 피로 얻은 교훈을 뼛속까지 새긴 에이스 파일럿들이 나타나는 걸 막을 순 없었다.
협상군은 이제 편대 비행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협상군 전투기도 이제 전방을 향해 기총을 갈겨댄다.
– 그러니까 말했잖아. 못 이긴다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내 헌신이 보답받긴커녕 부도날 판이잖은가.
멍청한 육군 놈들은 ‘아군기가 격추당해 적의 손에 떨어지면 우리 기술이 유출되니까 우리 영토 내에서만 싸우지?’ 같은 띨빵한 소리나 해댔다.
멍청한 해군 놈들은 ‘혹시 어떻게 런던까지 비행선 호위할 방법 없나? 런던 불바다 한 번만 더 하면 쟤들 항복할 것 같은데’ 같은 깝깝한 소리나 해댔다.
이놈들은 답이 없다.
오직 나만 정답이잖은가.
“와아아아아아!!”
“사장님!! 환영합니다!!”
“대령님, 저랑 결혼해주세요오오오!”
“모자란 귀족 놈들보다 훨씬 낫습니다!!”
베를린의 역에 도착하자, 그야말로 구름과도 같은 인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향해 환호하는 저들.
사방을 둘러봐도 오직 나를 보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이들뿐.
역시 멍청한 팔병신이나 돌아버린 융커들 따위보단··· 차라리 내가 저들을 통치하는 편이 서로에게 더 좋지 않겠나?
나는 결국 간단한 연설 한마디를 한 뒤에야 몰려드는 인파를 해산시켜 풀려났고, 간신히 로젠바움사 본사로 가 만나기로 약속했던 인물과 접견을 가질 수 있었다.
“이거이거. 전쟁영웅 로젠바움 사장님이시군요. 이제 대령님이라고 불러드릴까요? 푸르 르 메리트(Pour Le Merite. 프로이센 최고 훈장)도 시간문제이신 분이신데.”
“그렇게 배배 꼴 것 없습니다, 의원님.”
에베르트 의원은 여전히 풍채가 좋았다. 오늘따라 더 통통해 보이는 것이, 키워서 잡아먹기 적절해 보이는 돼지 같았다.
크리스마스에 끝내겠다던 전쟁이 기어이 해를 넘기자 사민당 내에선 ‘반란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족주의의 압력 앞에서 깨갱했던 자들이 슬슬 자아정체성을 되찾고 반전, 반제국주의를 외치는 셈이다.
“전쟁을 통해 어마어마한 재산과 명성을 동시에 쌓고 있는 분께서, 우리 같은 빨갱이 새끼들을 뵙고 싶다니 당연히 나와야지요. 예예. 그런 세상 아닙니까. 빨갱이 하나쯤 적당히 저기 강바닥에 담가도 되는.”
“제가 사민당의 친구였단 사실은 벌써 잊혀진 겁니까?”
“후우. 그럴 리가요. 내가 요즘 마음이 갑갑해서 이럽니다. 전쟁을 통해 나아진 거라곤 딱 하나, 여성의 권리가 개선되었다 정돕니다. 남자가 다 전쟁에서 뒈져나간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그는 슬슬 후회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몸소 내린 커피를 받아 마시면서도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걸 보니 어지간히 핀치에 몰린 듯하다. 이제 슬슬 독일 전역의 커피콩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텐데?
“차라리 사민당이 온몸을 내던져서 전쟁에 반대했더라면 상황이 이만큼 끔찍해지지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럴 리가요. 당신들이 죽고 끝났습니다. 사민당의 힘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시죠.”
“···좋습니다. 징징대는 건 여기까지 하지요. 뭐가 필요해서 날 찾은 겁니까?”
“유사시에 대비해 쿠데타 계획을 좀 짜보려고 하는데, 혹시 제정 폐지와 공화국 건설에 흥미가 있으십니까?”
“푸우우우우우웁!!!”
에베르트는 분수처럼 힘차게 내 면상을 향해 커피를 내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