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3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38화(38/246)
H-L 등장 (수정)
독일은 친구가 적었다.
프랑스? 대를 내려오는 철천지 원수.
영국? 떠오르는 신흥 원수지간.
러시아? 냄새나는 슬라브족은 조금··· 운터멘쉬 같으니까 나가주지 않을래···?
열강이란 열강은 모조리 적으로 돌린 이 예술적 판도.
친구랍시고 있는 오스트리아-헝가리와 오스만 투르크는 둘 다 커피는 잘 끓인단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군사적 역량도 국가 내부 사정도 무능과 개판 그 자체였다.
1914년, 전쟁 첫해.
오스트리아군은 놀랍게도 황태자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세르비아로 쳐들어갔지만 패배했다. 한때 온 유럽을 호령하던 합스부르크 제국이 코딱지만 한 나라에게 박살이 난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도 막지 못했고, 세르비아를 끝장내지도 못했다. 그들은 꼭 처맞고 집에 들어온 애새끼마냥 독일 바짓가랑이만 붙들고 도와달라고 애원할 뿐.
오스만은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독일의 군사적 지원이 없이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유럽의 환자.
오스만이 참전함으로써 러시아가 동부 전선에서 가하던 압력은 분명 줄어들었지만, 영국을 고통스럽게 만들어주려면 단순히 참전 수준이 아니라 중동에서 깽판을 놔줘야만 한다.
그러려면 결국 오스만에 더 지원을 해줘야 한다.
오스만에 지원을 해주려면 발칸을 건너가야 한다.
발칸을 건너가려면··· 세르비아를 멸망시켜야 한다.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를 못 밀고 있다.
결론? 오스만에 지원을 해주기 위해서는 오스트리아에 지원을 해줘야 한다.
실로 병신같지만 이게 독일의 현실.
팔켄하인은 곧 죽어도 프랑스 먼저 아웃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었지만, 국민적 영웅 힌덴부르크와 융커들의 압력, 그리고 외교적인 고려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서부 전선 등을 모두 고려해.
1915년의 독일군은 서부 전선에선 지키되, 동부에서는 무자비한 킬딸 행진을 찍기 시작했다.
“도, 독일군이다! 이길 수 없어! 도망쳐라!!”
“게르만 민족 만세! 슬라브 놈들을 모조리 쓸어내자!”
밭에서 이반을 캐는 무한한 물량의 나라 러시아는 전쟁기계 독일군이 각잡고 뛰쳐나오자 연전연패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급해진 영프는 필사적으로 이탈리아에게 구애의 댄스를 췄고, 마침내 이탈리아는 민족의 원수 오스트리아를 물리치고 고토를 수복하기 위해 협상국에 합류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참전하게 되었다! 더 이상 쓸모없는 정치싸움 따위로 싸울 일은 없게 되겠지!”
“그럴 리가 있나. 이딴 전쟁에 끼어든 건 실로 어리석은 짓인데.”
“우리가 저 거대한 전쟁에 낄 여력은 있나?”
이탈리아가 전쟁에 끼어들면서 오스트리아는 등 뒤에 적이 하나 더 추가되었고, 수십만의 적군이 더 늘어났다.
그렇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면.
“으아아악!”
“살려줘! 너무 아파!”
“어서 참호를 파라! 참호를 파야 살 수 있어!”
“씨발!!! 돌산에서 백날 삽질해 봐라, 참호가 파지나!!”
오스트리아 – 이탈리아 국경을 세 글자로 줄이면.
알프스.
오스트리아군은 분명 약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된 전쟁 준비도 못 갖춘 이탈리아군이 쉽게 비빌 상대는 아니었고, 알프스라는 천연 장벽을 끼고 싸우는 오스트리아군은 3배의 전투력을 발휘하며 이탈리아군을 갈아먹었다.
협상국도 독일도, 이쯤 되자 누가 누가 새 친구를 더 많이 끌어오느냐에 전쟁의 향방이 바뀐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전쟁의 흐름을 바꿀 만한 나라는 셋 남아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불가리아, 루마니아, 그리고 그리스였다.
셋 다 고만고만한 나라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군사력이 강하고 요충지에 자리 잡은 나라는 바로 불가리아.
온갖 나라의 외교관들이 죄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로 달려가 각종 흥정을 했지만, 이 협상은 애초에 협상국에게 크게 불리했었다.
“세르비아인을 이 세상에서 한 마리도 남김없이 멸종시키는 것. 그것이 전 인류의 소원입니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간사스럽기 짝이 없어 신의를 지킨 적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전쟁은 그놈들의 자업자득이잖습니까? 이번 기회에 세르비아 민족을 말살시켜야 세상이 평화로워지지 않을까요?”
“전쟁! 결코 다시 전쟁!”
“세르비아인에게 죽음을!”
불가리아 또한 민족주의가 부글부글 끓는 나라였고, 겨우 2년 전 세르비아, 그리스, 루마니아에게 다구리당하고 영토까지 뜯겨 원한마저 있었다.
원래 독일인이었던 불가리아 국왕이 독일에 놀러 왔다가 아무 영문도 없이 팔병신 카이저에게 엉덩이를 철썩 얻어맞았던 사소한 원한이 있긴 했지만, ‘세르비아를 찢어버리고 그 시체를 같이 뜯어먹지 않을래?’라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유혹은 그깟 궁둥짝의 정조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떡밥.
불가리아가 참전하면서 다시금 판의 균형은 흔들렸다.
세르비아의 전 국토는 점령당했고, 허겁지겁 달려온 영국과 프랑스군은 오스트리아와 불가리아군에게 턱주가리가 날아갔다. 갈리폴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하지만.
“이런다고 해서 이길 전쟁이 아닌데. 허허.”
“원수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오, 나의 벗 루덴도르프(Erich Friedrich Wilhelm Ludendorff)여.”
파울 폰 힌덴부르크(Paul Ludwig Hans Anton von Beneckendorff und von Hindenburg).
탄넨베르크의 영웅.
훗날 독일의 정점에 서는 자.
공화국을 혐오한 공화국 대통령.
“내가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안 괜찮겠나? 막사에서 뒤집어져서 잠이나 자는 게 내 일인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동부 전선의 전 장병과 독일 제국의 모든 국민들은 장군께서 이 나라를 위해 얼마나 헌신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뭐, 그렇게 알고들 있는 거겠지. 전쟁 중인 나라엔 영웅이 필요한 법이니까.”
늙은 육군 원수 힌덴부르크는 자신이 딱히 전략전술에 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리더십이란 휘하 참모들에게 완벽에 가깝도록 위임하고, 또 그들이 내린 결정을 북돋아주는 것.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삼국지에 나오는 유선의 진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완전히 멍청한 것도 아니다. 멍청한 이는 결코 어머니가 고작 부르주아 신분에 불과하단 패널티를 안은 채 독일군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없다.
그는 1914년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승리하자마자 멀리 떨어진 마을인 탄넨베르크의 이름을 따 ‘탄넨베르크에서 승리했다’라고 선전했다. 한국식으로 풀이하자면, 김포에서 승리한 뒤 그 전투 이름을 ‘행주대첩’이라고 명명한 셈.
그는 국민적 영웅이라는 압도적 지지와 동부 전선의 책임자라는 군공을 바탕으로 팔켄하인 참모총장, 그리고 그 팔켄하인을 홀로 실드쳐주고 있는 카이저 빌헬름을 끊임없이 쿡쿡 찔러대고 있었다.
– 저는 현 총사령부의 작전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으니 사직을 청하고자 합니다. 폐하께서는 부디 소신의 충정을 가납하여 주시어···.
– 폰 팔켄하인 참모총장은 휘하 장성들에게 자신의 작전에 관해 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며 외골수적, 독단적 행태를 일삼고 있습니다. 그는 기약 없는 서부 전선에만 몰두하여 전세를···.
– 슐리펜 계획이 허사로 돌아간 것은 전임자 몰트케와 현임 팔켄하인 모두 무능했기 때문입니다. 이리 된 이상 전쟁의 향방은 오직 동부 전선에 있건만, 팔켄하인은 하릴없이 시간만 때우며 서부 전선에 국력을 소진하고 있습···.
자이언트 잠만보 힌덴부르크가 가끔 낮잠에서 깨어나 베를린으로 툭툭 사직서가 첨부된 편지를 보낼 때마다 베를린에선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힌덴부르크 – 루덴도르프, 일명 듀오는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팔켄하인을 혐오했고, 승리의 답은 오직 동부 전선에 있다고 여겼다.
“잠깐 베를린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으음. 그대가 없으면 낮잠도 편히 못 잘 텐데? 이 늙은이더러 설마 서류나 매만지라고 시키는 겐가?”
“하하하. 이러다 참모들이 원수님 얼굴도 까먹을 판입니다. 금방 돌아올 예정이니 잠시만 좀 봐주십쇼.”
“에에잉. 내 나이라면 퇴역해야 정상이란 말이다. 일하기는 싫은데. 그래, 베를린은 무슨 일로?”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리 집요하게 쑤시고 걷어차고 괴롭혀도 황제는 요지부동이었다.
팔켄하인은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인간이니, 오직 황제가 그를 보살펴줘야만 참모총장이란 제 위치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힌덴부르크가 참모총장 자리에 앉는 순간, 압도적인 권위로 눈부실 정도인 그가 온다면 카이저는 순식간에 빛이 바래고 만다. 토템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리고 루덴도르프는 욕심이 많았다.
얼마나 많았냐면.
‘보험쟁이 아들이 온갖 경쟁자들을 치워버리고 여기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내가··· 저 팔병신보다 못난 게 뭐가 있지? 고작 애비의 신분 차이?’
위험한 수준으로 욕심이 많았다.
“우리 국민들의 감투 정신을 더욱 고취시키려면 국민들이 보다 전선의 영웅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화사 대표들과 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영화? 아, 그그. 젊은이들 많이 본다던 그거?”
“그렇습니다.”
팔켄하인에 대한 비방을 퍼뜨릴수록.
그리고 동부 전선의 영웅들에 대해 알면 알수록.
루덴도르프의 야망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 분명했다.
“국내에서 영화와 관련해 가장 큰손은 아르민 로젠바움 사장입니다. 그, 비행기의 발명가 말입니다.”
“그 붉은 장미의 어쩌고 그 친구? 혼자서 비행선 다섯 대를 격추했다던?”
“그거야 프로파간다지요. 아무튼 대단한 젊은이임은 틀림없습니다. 안면을 터서 나쁠 일은 없겠지요.”
들리는 소문으로는 친 팔켄하인 파벌이란 소리가 있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이 세상에 그놈과 친할 사람이 그렇게 많을 리가 없잖은가?
베를린에 가기 전의 그는 그렇게 믿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아르민 로젠바움입니다. 본디 군과는 일절 인연이 없는 기계공에 불과합니다만, 세월이 수상해 과분하게도 대령이란 계급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에리히 루덴도르프요. 말이 긴 것을 보니 확실히 군인은 아니시구려. 하지만 난 지금 하늘의 기사가 아니라 사업가 로젠바움 사장을 보러 왔으니 아무래도 괜찮겠지.”
아르민 로젠바움은 듣던 것보다 더 놀라운 인물이었다.
뭘 먹고 자랐는지 키는 몰라도 떡대 하나는 어지간한 권투 선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다부졌고, 얼굴은 요즘 유행하는 기생오라비상이 아니라 딱 봐도 남자답게 생겨 경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모름지기 외관보다는 내실이 더 중요한 법.
“죄송합니다만, 지금 저희가 제작하고 있는 영상물에 장군님의 의향이 더욱 담기길 희망하시는 것 맞으십니까?”
“그걸 굳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할 것 있나? 답변하자면, 바로 그거네. 이제 팔켄하인은 얼마 남지 않았네. 나와 힌덴부르크 원수께서 지휘봉을 잡겠지. 제대로 된 줄을 서야 하지 않겠나?”
“죄송합니다만 그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로젠바움은 뉘 집 개가 짖냐는 듯한 얼굴로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저는 제국에 충성하며, 제국에 납품하는 기업 대표이자 제국의 군인으로서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이나 요구는 제가 고려할 대상이 아닙니다.”
“···농담이겠지?”
“말씀대로 장군께서 조만간 크게 출세하실 예정이시라면, 출세한 뒤에 제게 명령하시면 됩니다.”
“내가 귀하의 로젠바움사를 통째로 압류한다면?”
“그런 무자비한 폭거를 저지른다면 물론 저야 울면서 통곡하는 것 외엔 답이 없지요. 하지만 제 말로를 본 다른 기업가들이 무척 동요할 듯한데··· 그럴 힘은 있으시지만 그래야만 할 필요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딱딱하게 굴지 좀 말게. 좋은 게 좋은 게야.”
“죄송합니다만 그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단 말인가?
팔켄하인만 꽉 막힌 놈인 줄 알았는데 팔켄하인의 복제품 같은 놈이 있지 않은가.
“내가 직접 베를린까지 와서 요청했건만 이리 날 무안하게 만들다니. 이 굴욕은 내 잊지 않겠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에 정확한 명령서를 지참하여 방문해 주시면 반드시 제가 명령에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됐네.”
루덴도르프는 잔뜩 얼굴을 굳힌 채, 찻잔엔 손도 대지 않고 곧장 나가버렸다.
군홧발 소리가 한참 멀어진 뒤.
로젠바움은 슬며시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이만하면 꼴받았겠지?”
– 이런 모욕을 당했는데 참으면 프로이센 돌대가리가 아니라 일세의 영걸이지. 잘만하면 이거 회사도 통째로 국유화당하겠는데?
“국유화당하면 그건 그것대로 재밌겠는데요.”
– 저 친구가 앞으로 얼마나 음습하게 우릴 괴롭힐지 기대 단단히 하고 있자고. 팔켄하인이 짤린 이후로는 아마 살기 싫어질 정도로 괴롭힐 테니.
아르민은 슬며시 웃으며 축배를 들듯 커피잔을 치켜올렸다.
다음 날, 조금 색다른 소식을 듣기 전까진.
“이보시오, 로젠바움! 대관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무엇 말씀이십니까.”
“영국인들이 새 전투기를 전선에 배치했소.”
“···그래서요?”
“‘그래서요’? 그 전투기, 로젠바움사 미국 지사에서 개발했단 말이오! 당신 회사 말이야!!”
아, 그거 말입니까.
제가 시킨 거 맞는데요.
원래 장사가 다 그런 거지 뭐.
(참고)
유럽의 왕족들이 다 그렇듯, 불가리아 차르 페르디난트 1세도 독일산 수출품으로 카이저 빌헬름 2세와는 먼 친척뻘입니다.
1909년 독일을 방문해 포츠담 궁전에 머무르던 페르디난트는 창문 바깥으로 몸을 쭉 내밀고 밖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빌헬름이 그의 엉덩이를 찰지게 갈깁니다. 페르디난트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빌헬름은 거부했습니다.
이 무례에 대한 대답으로 페르디난트는 본래 크루프사와 맺었던 무기 수입 계약을 파기해버리고, 대신 프랑스의 슈나이더-크루소사와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 회사는 비행기 경주 대회로 유명한 ‘슈나이더컵’의 그 슈나이더가 맞으며, 이 회사의 자회사로 2차대전과 전차 개발사에 종종 언급되는 소뮤아(SOMUA)사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뺨을 때렸다고 서술했는데 자료 오역인 듯합니다. 창문 바깥으로 몸을 내밀고 있는데 뺨을 칠 순 없죠. 뒤에서 나타난 빌헬름은 필시 페르디난트의 궁둥짝이 무척 탐스러워 보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