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4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42화(42/246)
마지막 공연
1915년, 동부 전선의 목표를 놓고 팔켄하인과 루덴도르프는 정면 대립하게 되었다.
위대한 대영웅 힌덴부르크의 후광을 등에 업은 루덴도르프는 자신의 실적을 바탕으로 팔켄하인에 맞섰다.
“러시아군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약합니다. 지금 결정적인 일격을 가해 놈들의 전쟁 역량을 소멸시킨다면 우린 동부 전선을 종결지을 수 있습니다. 서부 전선에서 수세를 굳히며 예비 병력을 모두 끌어모은다면, 승리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시오, 루덴도르프 장군. 대체 무슨 수로 러시아를 무너뜨린단 말이오? 나폴레옹은 모스크바까지 갔지만 끝끝내 러시아를 정복하지는 못했소. 러시아 공략은 단순한 병력의 문제가 아니라 막대한 보급과 통신, 수송 역량을 잡아먹는 총체적 난국이란 말이외다.”
이들이 옥신각신은 말 그대로 무시무시한 후폭풍을 불러왔다.
팔켄하인은 총사령관직은 유지했지만 겸직하던 프로이센 전쟁부 장관직에서 내려왔고, 그 보복으로 루덴도르프를 힌덴부르크에서 떼어내 서부 전선으로 발령냈다.
“이놈 봐라? 이제 어른 수염을 뽑으려 하네?”
그리고 굼뜬 거인이 몸을 일으켰다.
H-L 듀오는 나란히 황제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팔켄하인은 며칠 만에 발령을 취소해야 했다. 다시 한번, 그는 권위를 잃었다.
이들의 대립을 끝내 준 건 뜻밖에도 러시아였다.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자, 팔켄하인은 결코 주기 싫었던 몇 개 군단을 추가로 힌덴부르크에게 줘야만 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이빨 빠진 호랑이 아니랄까 봐 1914년에 이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불곰 펀치를 처맞고 강냉이가 다 뽑혔지만, H-L 듀오는 새로 받은 병력에 힘입어 독일령 동프로이센으로 쳐들어온 러시아군을 찢어버리고 점령당했던 영토를 회복한 뒤 역습에 나섰다. 힌덴부르크의 명성이 다시 한번 온 독일을 뒤흔들었다.
1915년 가을까지, 독일과 오스트리아군은 끝없이 러시아군을 격파하며 진격에 진격을 거듭했다.
바르샤바가 함락당했고, 러시아는 300km가 넘게 뒤로 후퇴했다. 러시아는 이 후퇴 과정에서 넘겨주는 영토에 살고 있던 독일계 주민, 그리고 자타공인 동네북인 유대인 수십만 명을 학살하는 것으로 보복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팔켄하인과 루덴도르프가 충돌했다.
“지금 옛 발트 3국 방향으로 진격해 발트해를 우리의 안방으로 만들고 러시아를 압박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냔 말이오. 러시아군에게 어마어마한 타격을 줬으니 놈들의 역량은 소멸했소. 이제 서부에 집중할 시간이오.”
카이저는 또다시 팔켄하인의 손을 들어주었고, 루덴도르프는 마음속으로 원한을 또 적립했다.
한편, 어마어마한 패배를 당한 러시아 정국은 말 그대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엉망진창이 되었다.
“짐이 가만히 옛일을 돌이켜 보건대, 만약 러일전쟁 당시 짐이 직접 전쟁터로 나아가 장병들을 격려하였다면 그토록 추태를 보이며 패배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짐은 만백성의 어버이이자 러시아의 군주인데 어찌 패배를 궁전에서 지켜만 보고 있어야겠는가! 책임을 져야 한다! 바로 짐이!”
“폐하! 그 무슨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십니까! 폐하께선 이 나라의 전제군주이신데 어찌 저 험한 전장으로 나아가려 하십니까!”
“러시아의 차르란 모름지기 기쁨도 슬픔도 장병들과 함께해야 한다! 짐은 그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거나, 아니면 함께 죽어야 하리!”
“신들은 모두 폐하의 숭고한 마음가짐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하, 지금은 20세기입니다. 폐하께선 표트르 대제의 용맹이 아니라 대제의 통치를 본받으셔야 합니다!”
“짐은 단순한 의무감에서 나서려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듣기로 전선의 군부와 후방의 관료들이 서로 질시하며 싸우길 멈추고 있지 않다 하였다. 짐이 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그들을 아우른다면 현장의 혼란이 가라앉고 만백성이 용기백배하지 않겠는가?”
신하들은 독일 출신 황후와 천하의 개잡놈 라스푸틴이 차르의 귀에 독을 넣은 게 틀림없다고 저주나 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마침내 니콜라이 2세는 신하들의 반대를 모조리 묵살하며 스스로 러시아군 최고 총사령관의 자리에 취임했고, 수도를 떠나 전쟁터로 향했다.
이로써 제정 러시아는 멸망으로 가는 또 하나의 계단을 쌓아 올렸다.
***
폭풍 같은 1915년이 끝났다.
잔뜩 골이 난 H-L 듀오를 무시하고 전력을 끌어모은 팔켄하인은 여전히 서부 전선에 전쟁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 믿었다.
물론 그도 이제 <완벽한 승리>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있었다.
팔켄하인의 논리에 따르면, 바다 건너 영국은 독일이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고 러시아의 광활한 대평원 또한 바다와 마찬가지로 독일군이 어찌 범접할 수 없다.
그러니 독일군의 사정거리 안에 닿는 이들부터 조진다.
구체적으로는 단 한 나라.
프랑스.
파리 함락을 통한 단기결전이 불가능해졌으니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강요해 프랑스를 휴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다.
그리하여 1916년 2월 21일.
<도살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베르됭 전투의 서막이 올랐다.
“퇴, 퇴각해야 합니다! 독일군의 공세가 너무나 막강합니다!”
“당신은 집에 가시오. 페탱 장군! 반드시 베르됭을 사수하시오!”
“알겠습니다.”
필리프 페탱.
집에 갈 날만 기다리고 있던 장포대 A에 불과했던 말년 대령에서 전쟁영웅이 된 남자.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든 독일산 지옥에 투입된 페탱은 부임 직후 독일군의 약점을 파악했다.
“이놈들 봐라. 아주 독이 단단히 올랐구만.”
“장병들이 극심한 두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여길 지킬 수 있을지-”
“우리가 독일을 내쫓긴 글렀지. 당장 병력비부터 1:3 아닌가? 놈들에게도 똑같이 출혈을 강요해서 제풀에 공세를 멈추게 하자고.”
공격, 오직 공격 정신으로만 가득 찬 당대 프랑스군 수뇌부 중에서 페탱은 드물게도 그러한 아드레날린 가득한 사상에 덜 물든 장군이었다.
빼앗긴 국토 탈환 대신 피에는 피 식의 소모전술을 구사하자, 팔켄하인이 꿈꾸었던 ‘독일군 한 명이 죽을 때 프랑스군 셋을 죽여서 프랑스 무너뜨리기’는 순식간에 백일몽으로 끝나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팔켄하인이 당장 공세를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베르됭 공세에는 많은 것, 특히 독일군의 전투 수행 여력과 팔켄하인 그 자신의 자리마저 달려 있었으니 말이다.
“포병 전력을 더 집중해!”
“제공권! 제공권을 빼앗아! 제공권만 잡으면 아군 병사 하나 죽을 자리를 적군 하나로 바꿀 수 있어!”
그리하여 다시금 시작된 공중에서의 대결.
프랑스군은 어김없이 어마어마한 물량의 항공기를 띄워 베르됭 상공에서 소수 정예 독일 항공대를 날려버리기로 했다.
“지금 베르됭에 있는 독일 참새들은?”
“뵐케의 제8항공전대, 그리고 리히트호펜의 제13항공전대가 확인되었습니다. 놈들도 항공 전력을 증원하지 않을까요?”
“로젠바움은?”
“목격되지 않고 있습니다.”
“역시··· 로젠바움은 전장을 떠난 게 틀림없어. 후방으로 빠졌군. 졸장부 같은 놈.”
아르민 로젠바움은 이제 서부 전선의 협상군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하늘의 악마였다.
그가 나타난 곳에서 협상군은 결코 재미를 본 적이 없다.
로젠바움 특유의 핏빛 기체는 언제나 새로운 공중전 전술, 신형 기체, 혹은 둘 다를 준비한 채 전쟁에 나타났고, 그때마다 협상군은 ‘처맞으면서 배운다’라는 게 뭔지 뼈에 새겨야만 했다.
독일군은 <로젠바움이 가는 곳에 오직 승리뿐>이라며 프로파간다에 매진했고, 반대로 협상군은 <전공 주워먹고 싶을 때만 나서는 비열한 놈>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협상군 파일럿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놈이 전공 주워먹을 때만 나온다고? 그럼 그놈에게 전공 헌납한 우리는 어디 먹다 흘린 빵부스러기야?!”
“제발 윗대가리 중 나타날 때마다 더 발전된 전술을 들고나올 수 있는 놈이 있으면 나랑 같이 로젠바움 잡으러 가자. 그놈을 잡을 수 있다면 내 마누라라도 빌려줄 수 있다!”
그래서 파일럿들은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로젠바움이 없다는 건 지금 만난 독일 놈들에게 혁신적 변화가 없다는 뜻이니까.
이번 출격도 마찬가지였다.
‘로젠바움은 베르됭에 없다’라는 요지의 브리핑을 받고 하늘로 날아오른 프랑스 항공대원들은 정찰기를 엄호하는 전형적 대형을 취한 채 독일군 진영을 향해 기수를 돌렸다.
오늘도 무사히.
오늘도 무사히.
오늘도, 제발, 귀환해서 착륙하는 그 순간까지 무사히!
“적이다!”
“제리 놈들이 온다. 교전 준비. 위치로.”
“저기, 잠깐, 잠깐···!”
맹렬한 속도로 점점 커져만 가는 점.
그리고 어느 순간.
병아리 눈물만 하던 점이 점점 커지면서.
붉은빛이 감돌기 시작하고.
“피! 핏빛!”
“로젠바움이라고?!”
“안 오는 게 이상하지! 이 도살장에 피에 미친 로젠바움이 없을 리가 없잖아!”
“정보부가 그러면 그렇-”
무언가 이상했다.
프랑스 파일럿들은 찰나의 순간, 기체의 형상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유난히 앞장서서 날아오는 세 대의 붉은색 독일군 기체.
그리고 최선두에 선 핏빛 기체.
날개가 한 쌍이었다.
“단엽기?!”
“붉은색으로 도장된 단엽기!”
“씨발!! 또 새 기체야!!”
“저 새낀 돈이 남아도나!!”
요란한 엔진음과 바람을 가르는 소리 때문에 어차피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소리를 정신없이 지껄여대는 그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음의 공포에 대적하지 못한다. 파일럿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이미 간은 배 밖에 내어놓은 이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죽음이 두려운 한 명의 인간에 불과했으니.
하지만 불운하게도.
그들의 경악 섞인 외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타타타타!!
깡!
“···깡?”
“어···?”
눈이 잘못되었겠지 하고 외면하던 진실을 알리는 소리.
아주 작았지만, 저 멀리 들리는 웃음소리와 깡 하는 소리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진실을 속삭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아르민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와하하하하!! 쏴 봐, 이 개새끼들아! 이거 방탄이야!!”
“괴링, 그만 쪼개고 내 뒤나 똑바로 봐!”
아르민이 수신호를 보내자 괴링은 세 번째 손가락을 치켜들어 알아들었음을 전했다. 아르민의 눈이 찌푸려졌다.
“저 새끼, 돌아가서 보자.”
– 눈앞에 적!
“보고 있다고!!”
가볍게 사격.
그리고 격추.
튼튼한 비행선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오랫동안 알루미늄과 금속쪼가리를 붙들고 살았던 체펠린 백작.
그리고 마찬가지로 항공기 개발에 능하던 융커스.
아르민과 오일러 등이 캔버스제 복엽기, 삼엽기를 지속적으로 롤업하며 전선의 급한 항공기 소요를 메꾸는 동안.
막대한 예산과 연구 인력을 제공받은 이들은 마침내 베르됭의 하늘에 금속제 항공기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또다시 피해자 입장이 된 개구리들에겐 약간 미안하지만, 그래도 프랑스군 포로들이 제작한 구형 기체에 당하는 것보단 순도 100% 게르만 기체에 죽는 게 조금이라도 더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
아르민은 이 완벽한 자신의 논리에 두려움마저 느끼며 또다시 새로운 적기를 조준하고, 갈겼다. 타다다다!!
– 이번이 마지막 비행인가?
“그렇지. 마지막으로 개구리 친구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듬뿍 맛보여주고 바이바이.”
– 재미 실컷 봤다고 아득바득 조종간 잡으려는 게 아니고?
“그럴 수야 없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여기서! 허망하게 뒈질 순 없으니까!”
필사적으로 아르민의 덜미를 잡으려던 적기의 움직임을 가볍게 회피. 그리고 뒤에 붙은 윙맨 괴링에 의해 위협 제거. 완벽했다.
베르됭 전투의 결말은 독일과 프랑스의 교환비 1:1이라는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이 전투의 연출, 감독, 제작을 도맡았던 팔켄하인의 시대 또한 막을 내린다.
이미 미운털이 찍힌 루덴도르프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모르긴 몰라도 한직에 처박히겠지.
“나중에 에베르트에게 감사의 의미로 소시지 한 다발이라도 보내줘야겠어.”
혹시 모를 탄압을 피해 스위스에 잔류한 사민당 인사들은 지금도 로젠바움이 끊어준 스위스 계좌 수표책으로 먹고살고 있다.
그들을 한 다리 걸치는 통로로 써먹으면서 움직인다면, 루덴도르프의 눈을 피해 협상국이나 그 외 다른 국가들과 접선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그러니까.
[윌슨 대통령께. 독일 제국은 평화를 갈구하고 있습니다. 영국 함대에 의해 봉쇄된 이 땅엔 기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고, 문명인으로서 누려야 할 정당한 문물의 혜택도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평화를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소수 군사귀족 집단, 융커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짓밟히고 있어-]미래에 가장 힘세질 형님한테 미리 약 좀 쳐야 한다.
황제 폐하께서 지시한 건 조금 다른 이야기 같은데···
알 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