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4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43화(4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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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아저씨!!!”
저 멀리서 쒹쒹 달려오는 놈의 정체는 바로 미래의 몰핀 돼지, 아기 정키 김괴링.
하늘에선 신난다고 깡패처럼 날뛰던 저놈이 저렇게 산불 맞은 멧돼지처럼 펄쩍거리면서 달려오는 이유는 오직 하나.
“저거 진짜 믿고 타고 다녀도 돼? 방금 나 죽을 뻔했다고!!”
“군대에서 누가 상관을 아저씨라고 하나?”
“방금!! 착륙하면서!! 엔진이!! 멈췄잖아!!”
“안 그런 비행기가 어딨어?”
진짜다. 원래 엔진 고장은 이 시대의 기본이다. 괜히 파일럿들이 징크스란 징크스는 죄다 주렁주렁 신봉하는 게 아니다.
원래 다 아프니까 청춘인 법. 언제 뚝 고장날지 모르는 날틀을 타고 하늘을 누비는 것이야말로 사나이로서의 용기를 증명하는 셈이다. 나? 나는 죽을 리가 없고. 내가 죽으면 그건 세상이 잘못된 거지 내가 잘못된 게 아니다.
아무튼 우리가 개발한 이 금속제 전투기는 남의 기관총에 맞고 골로 가거나 격추될 확률을 매우 낮춰줬으니, 아주 약간 더 엔진이 자주 고장난다고 해서 투덜거리면 안 되지 않을까?
-라고 하나하나 차분히 저 엉덩이에 뿔난 망아지를 타이르며 말해주기엔 너무 비경제적이다.
그리고 저놈이 이미 몇 년째 파일럿 놀음을 하고 있는데 그걸 모를까. 그냥 괜히 툴툴대는 거다. 착륙을 1분만 늦게 했어도 공중에서 엔진이 퍼져서 그대로 중력과 뜨거운 프렌치 키스를 나눴을 테니. 혹시 방금 죽인 개구리들의 망령이 엔진에 달라붙어서 고장이 난 건 아닐까.
하지만 괴링은 역사에 악명을 남길 놈답게 내 예상을 초월해버렸다.
“아저씨, 아니, 형님. 솔직히 개구리 새끼들 때려잡는 재미가 쏠쏠한 게 맞기는 한데, 너무 튼튼하니까 저의 용맹무쌍함과 사나이다움이 괜히 음습한 호사가들 주둥이에서 기체빨 취급당하면 어떡합니까? 뵐케도 리히트호펜도 다 푸르 르 메리트 훈장을 달고 다니는데 저도 이제 슬슬 받아야 할 차례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틀렸다. 저놈은 그냥 징징대고 싶은 거다. 어째선지 저놈을 상대할 땐 나까지 나이도 지능도 한 10 정도 감소되는 기분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21세기 경영자인 나는 보다 효율적으로 답해주었다.
“꼬우면 타지 마. 너 말고도 타고 싶다고 애원하는 사람 많아.”
“이 헤르만 괴링이야말로 로젠바움과 한 몸과 마찬가지인 충신 중의 충신. 명령만 내리신다면 팔켄하인 모가지라도 따오겠습니다!”
“그건 내 명령이 아니라 니가 하고 싶은 거잖아.”
“아니! 어떻게 알았지!!”
왜긴. 네가 맨날 욕하고 다니는 거 모르면 영국 간첩인데.
제식명 <로젠바움 D.I>.
조스비의 말로는 세계 최초의 전금속제 전투기가 실제로도 1차 대전 후반에 생산되었다고 하니 제법 앞당긴 셈. 게다가 우린 미래 지식도 일부 적용되었으니 그보다 더 성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개쩌는 물건을 받았으면 아무리 대가리가 맥주잔처럼 텅 빈 독일 군부라 할지라도 휘릭휘릭 끼요옷을 외치며 대만족을 표하는 게 정상이겠지만, 이 나라는 딱히 정상이 아니었다.
“로젠바움 사장. 참으로 대단하오! 이 놀라운 신기체라면 저 더러운 적들을 쓸어내버릴 수 있을 것이오!”
“감사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추가 발주를 해야겠지. 다만···.”
“무엇입니까?”
“혹시 두랄루민을 최대한 줄이고 차라리 강철 함량을 늘릴 순 없겠소?”
그렇지. 이게 독일이지.
아니나 다를까, 이들이 머릿속에서 튕기는 주판에도 슬슬 말라가는 국내 재고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제 슬슬 자원 걱정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
1915년까지만 해도, 몇몇 인사들과 많은 대중들은 조금만 더 참고 버티면 전쟁에서 이길지도 모른다는 장밋빛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동부 전선에서는 연전연승.
불가리아가 아군이 되고 세르비아는 사실상 전 국토 점령.
오스만 투르크? 갈리폴리.
하지만 1916년, 독일군이 베르됭에서 멋지게 꼬라박기가 무섭게 협상국은 전열을 정비하고 세계의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베르됭! 베르됭을 지켜야 하오!”
“지금 나라가 망할 판이란 말이야! 당장 공세 좀 해주시오! 당장!!”
<인간계의 지옥> 베르됭에서 실시간으로 병사들이 갈려나가는 걸 보고 기겁한 프랑스는 필사적으로 사방에 핼프를 쳤고, 이러다 정말 프랑스가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경악한 협상군은 공세를 개시했다.
작년에 개같이 처맞고 약해져 있던 러시아군은 프랑스의 요청을 받고 허리띠를 졸라매 제정 러시아 역사에 길이 남을 최후의 대공세, <브루실로프 공세>를 개시했다.
놀랍게도 이 공세엔 딱히 명확한 군사적 목적도 없었다. 너덜너덜해진 국가 위신을 살리고 프랑스를 구하겠다는 목표하에 전 전선에서 일단 대규모 닥공을 개시한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러시아가 아직 공세 역량이 있지?”
“전선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방어선이 붕괴되었습니다! 이반들이 쏟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자 부스러기 같은 오스트리아-헝가리 군대는 러시아를 막지 못했다.
이탈리아군의 무시무시한 파상공세를 막기 위해 무려 10개 사단을 동부 전선에서 빼내 이탈리아 방면으로 빼낸 오스트리아군은 틀림없이 올해는 동부에서 공세가 없을 것이라 믿었지만, 그 헛점을 제대로 찔렸기 때문.
러시아군의 이 대공세는 러시아와 동맹국 각각 100만, 합계 2백만에 달하는 미쳐버린 사상자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지만, 오스트리아라는 나라가 이제 전쟁 수행 역량이 없다는 사실은 전 세계에 각인되고 말았다.
동부 전선의 화염이 멎을 무렵, 그다음 타석엔 영국군이 섰다.
1916년 7월 1일.
솜(Somme)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첫날, 영국군은 약 6만 명의 사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불 연합군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약 넉 달 동안 벌어진 전투에서 독일과 영불 연합군은 도합 백만에 달하는 사상자를 냈다.
연합군을 소모시키겠다는 팔켄하인은 도리어 어마어마한 숫자로 독일군이 갈려나가는 현실을 목도해야만 했지만, 그는 아직 받아야 할 청구서가 남아 있었다.
1916년 8월 27일.
“현 시간부로 루마니아 왕국은 협상국과 함께 전쟁을 개시함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중립을 지키고 있던 루마니아가 참전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같은 호엔촐레른 왕가끼리 전쟁이라니! 이 배신자!! 배신자!!!”
“폐하. 루마니아가 적이 되어 더 이상 석유와 식량을 수입해 올 곳이 없습니다.”
“팔켄하인, 팔켄하인을 불러! 당장!!”
이틀 뒤인 8월 29일.
팔켄하인은 참모총장 자리에서 해임당해 루마니아 전선으로 배치되었다.
독일에는 천만다행히도, 루마니아군은 덩치에 비해 무장도 별 볼 일 없을뿐더러 군수산업도 크지 않아 전투력이 예상보다 훨씬 약한 허당이었다.
전쟁기계 독일군의 정점이었던 남자가 전투력이 부족할 리는 없었다.
군말하지 않고 즉시 루마니아 방면으로 향한 팔켄하인은 발칸 일대의 독일군과 오스트리아, 불가리아군을 끌어모아 순식간에 루마니아군을 박살냈으며 루마니아는 국토의 2/3 가량이 유린당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해상을 통해 집요하게 루마니아의 숨통을 붙들어 주었고, 루마니아 전선엔 백만에 달하는 동맹국 군대가 묶여 있어야만 했다.
이제 독일군은 돈 주고 루마니아에서 물자를 사오는 대신 게르만족으로 형상변환해 약탈 정신을 발휘했지만 약탈이 그렇게 쉬웠다면 세상 모든 나라가 몽골리안이 되었을 일. 어마어마한 독일 제국 전체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택도 없었다.
“폐하. 신 힌덴부르크, 참모총장의 막중한 중임을 맡겠나이다.”
“···그러시오.”
“아울러 신의 충직한 부하 에리히 루덴도르프를 참모차장으로 삼고자 하며, 효율적인 전쟁 수행을 위해 병참총감의 직책 또한 맡기고자 합니다.”
“···그리하라.”
카이저는 끝났다.
모두가 싫어하다 못해 증오하던 팔켄하인을 아득바득 중용한 건 카이저였다.
하지만 그 팔켄하인이 그토록 노래를 부르던 서부 전선에선 죽을 쑤고 있었고, 반면 힌덴부르크는 팔켄하인의 견제와 소인배짓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을 착실하게 때려잡지 않았던가?
독일 제국의 군인들은 사실상 카이저로부터 독립된 무언가가 되었다.
카이저는 지난 수십 년간 쓸모없는 멍청한 짓과 위험한 발언으로 국민적 신뢰와 지지도를 깎아먹었고, 최후의 자산이던 팔켄하인 코인마저 상장폐지되고 말았다.
신하들은 고립된 황제를 위해 아무 의미 없는 서류의 산을 던져주었고, 카이저는 그 서류에 서명을 하고 주석을 달고 개인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이 여전히 황제인 것마냥 RPG 게임을 즐겼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카이저를 뒷방으로 밀어내면서 새롭게 참모총장에 등극한 힌덴부르크는 전임자인 몰트케나 팔켄하인과는 전혀 다른 부류였다.
“어려운 시기지만 우리가 전쟁을 포기할 순 없겠지. 다들 최선을 다합시다.”
“예, 장군!”
“나는 늙고 병들어 소임을 맡기에 적절하지가 않소. 다들 루덴도르프 장군의 말을 내 말인 것처럼 따라주시오. 내가 총장이고 루덴도르프가 부장이라 생각하지 말고, 총장이 두 사람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하오.”
나이 칠십이 다 되어 가는 전쟁영웅 노인이 몸 좀 살살 굴리겠다는데 차마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에리히.”
“예, 총장님.”
“그대는 항상 더 큰 기회, 더 큰 권한을 원했지. 그리고 그동안 내 기대에 충실히 부응해 왔고.”
“그렇습니다. 저는 여전히 우리에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좋군. 나는 동부 전선에서처럼 뒷방에 누워 있도록 하지. 그편이 그대에게도, 내게도 좋지 않겠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언제나 총장님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하! 늙은이의 말은 젊은이에게 잔소리로 들리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힌덴부르크 본인이 말년에 괜히 총대 메고 승산 없는 전쟁에 부나방처럼 달려들고 싶은 생각도 딱히 없었다. 그는 새롭게 얻게 된 권력을 곧장 루덴도르프에게 모조리 토스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권력과 권한을 갈구하던 루덴도르프는 단순히 힌덴부르크의 휘광을 두르고 이를 휘두르는 게 아니라, 더 큰 것을 얻기로 했다.
“이제 독일엔 군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에는 여전히 징병할 남자들이 많고, 이제 제 식민지의 노예들마저 끌어와 병력으로 삼고 있다. 더 이상 병력에서의 열세를 극복할 수 없다면, 기술력에서 앞서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반드시··· 러시아를 파멸시켜야 한다.”
루덴도르프는 이른바 <힌덴부르크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겼다. 독일의 모든 것을 끌어모아 총력전에 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교회의 종탑까지 녹여서 총알로 바꿔 먹고, 전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 회사는 모조리 문을 닫아 병사든 공장이든 보내버리겠단 무자비한 계획.
“승리를 위해선 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합니다. 아직 제국엔 잠재력이 남아 있소. 피 한 방울, 쇠쪼가리 하나, 구리 한 토막까지! 최후의 한 명이 죽는 그 순간까지 우리의 투쟁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되오!”
유감스럽게도, 루덴도르프는 군인이었다.
그리고 군바리들은 대개 민간 경제에 대해선 어두운 법이다.
“아이고, 총감님!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숙련공은 다 끌려나가는데 생산량을 늘리라니요? 어렵습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고!! 이 반역자들! 전선의 장병들이 총알이 없어서 싸우지 못하는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힌덴부르크 프로그램의 골자는 참으로 거창했지만, 총 든 군바리들이 거대한 제국의 경제를 모조리 일괄적으로 컨트롤하겠다는 발상은 훗날 나타날 공산주의자들조차 모조리 실패한 허무맹랑한 페이퍼플랜.
제국의 경제에 스스로 막타를 쳤다는 것도 모르는 루덴도르프는 자신의 ‘산업 최적화’가 전쟁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로젠바움 사장. 오랜만에 만나는군.”
“축하드립니다, 총감님.”
“그래. 자네가 괄시하던 이가 마침내 명령을 내릴 권한이 생긴 듯하군. 기분이 어떤가? 팔켄하인처럼 루마니아로 보내줄까?”
“명령이라면 이에 따르겠습니다.”
좀 더 박박 비굴하게 빌 줄 알았건만, 로젠바움은 재미없다 못해 짜증 날 정도로 뻣뻣했다.
그 순간, 루덴도르프는 약간의 악의와 화풀이를 담아 이번에도 ‘최적화’를 베풀어주기로 결정했다.
“로젠바움사가 개발한 금속제 항공기는 대단히 우수하지만, 전쟁은 겨우 초고성능 신무기 한두 대로 치르는 게 아니지. 사관학교도 나오지 않은 얼치기의 발상과는 달리 말이야.”
“······.”
“항공대에 필요한 건 충분한 수량이오. 금속은 더 귀중한 곳에 써야 하고. 해당 기체의 생산을 중지하고 공장을 폐쇄하시오.”
“생산 라인을 변경한다면 얼마든지 기존 기체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로젠바움사의 항공기 독점에 대해 많은 우려가 들어왔소. 그대가 폐하의 후광으로 그동안 많은 불공정 행위를 저질러 왔다지? 그대의 명성을 고려해 처벌은 하지 않을 테니, 이제 그만 쉬시오.”
루덴도르프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꽉 붙든 채 근엄하게 말했다.
“안 나가보고 뭐 하시오?”
“이제 그만 쉬라는 말씀은, 어떤 뜻인지-”
“무슨 뜻이긴. 감옥에 가고 싶지 않으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란 뜻이오. 이 비열한 사회주의자. 무수한 이들이 당신의 경영 방침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소, 아시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장을 8시간 3교대로 돌린다고? 12시간 2교대로 돌리면 직원 중 1/3을 군대에 보낼 수 있는데!
그는 더 이상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손을 휘저었다.
이 시간부로 아르민 로젠바움은 로젠바움사에서 쫓겨났다.
– 어이어이, 이 시간부로 로젠바움은 서비스 종료다.
‘닥쳐. 웃기지 말고.’
그래서 그는 푹 숙인 아르민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