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4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44화(44/246)
다가오는 겨울 (1)
괴벨스 일가는 독일의 흔한 가톨릭교도 서민 집안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깡촌 시골에서 도시로 건너와 공장 노동자가 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먹고살기 힘들어 부잣집 하녀로 일하다 아버지를 만나 결혼한 어머니.
그리고 여느 집안이 으레 그러하듯, 이들 가족은 형제들 중 공부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어린 파울 요제프 괴벨스를 밀어주기로 결정했다.
어린 괴벨스에게 공부는 단순한 출세 수단일 뿐만 아니라 다리 장애라는 컴플렉스를 극복하게 해줄 원동력이었으며, 나아가 집안을 일으켜 세울 유일한 방도이기도 했다.
게다가, 비록 아버지가 승진하면서 집안 살림살이가 나아지긴 했지만, 장학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부모와 형제들이 밤에 잠을 편히 잘 수 있느냐 혹은 졸린 눈을 비비며 부업을 해야 하느냐가 갈린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악물고 공부해 장학금을 타고, 그 와중에 과외 아르바이트도 병행했다.
그러던 와중, 학교로 찾아온 로젠바움사 직원은 놀라운 제안을 건네주었었다.
“괴벨스 학생, 졸업한 뒤 우리 로젠바움사에 취직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요?”
“그렇습니다. 영화 사업부에서는 애국심과 능력을 두루 갖춘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졸업 후 취직하겠다고 약조해주신다면 우선 이 후원금을 지급해드리지요.”
“장애인 특별 채용이라니. 그,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적선입니까?”
“이건 적선 같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로젠바움 사장님 당신께서도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국의 자랑으로 떠오르셨지만, 체펠린 백작님과 같은 훌륭한 분이 없으셨다면 이토록 빨리 우뚝 서진 못하셨을 겁니다. 사장님께선 자신처럼 어려운 입지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우뚝 일어설 인재를 찾고 계십니다.”
완벽한 제안이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고픈 욕구도 있긴 했지만, 도저히 이 엄청난 제안을 거절할 깡은 없었다. 하물며 제국의 우상과도 같은 로젠바움의 초대라니!
그가 대학 진학의 꿈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서명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파울 요제프 괴벨스 씨에게.대단히 유감스러우나, 회사 경영 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우리는 장애인 특별 전형 채용 계획을 전면 취소하였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청천벽력.
“이게, 이게 무슨 소리야.”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더듬거리며 자신 앞으로 날아온 통지문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물론 그런다고 적혀 있는 타자기 글자가 바뀌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붙들고 항의라도 하고 싶지만, 아무 상관 없는 우체부조차 편지를 건네준 후 떠난 지 오래.
요제프는 집에 틀어박혀 몇 날 며칠 식음을 전폐한 채 자신의 일기장에 세상에 대한 저주를 빼곡히 채워나갔다.
가족들 또한 그 모습을 보고 차마 뭐라 하진 않았지만, 1년만 더 지나면 가계 사정이 펴지리라 기대했던 그들의 눈에 어린 실망과 안타까움이 완전히 지워지지도 않았다. 그것이 어린 괴벨스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저, 대학 갈래요.”
“잘 생각했다. 취직은 무슨 놈의 취직이냐! 다시 마음 잡고 공부나 하자. 후원금 한 번 받았으면 된 거 아니냐!”
“그래. 얼른 나와서 밥 좀 먹으렴. 방금 막 따끈하게 차려놨다.”
감자가 자취를 감추고 순무만이 수줍게 얼굴을 드러낸 식탁이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그는 곧 게걸스럽게 다시 밥을 꾸역꾸역 먹기 시작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그런지 순무는 참 잘도 넘어갔다.
“괴벨스 씨? 편지 왔습니다.”
“예에.”
“그, 보낸 사람이 좀, 엄청난데. 빨리 나와서 받아 가십쇼.”
고급스러워 보이는 봉투엔 베를린 소인이 찍혀 있었고.
[아르민 로젠바움. 파울 요제프 괴벨스 앞. 친전(親展).]괴벨스는 낚아채다시피 홱 편지를 받아 들고는 곧장 제 방구석으로 달려가 조심스레, 조금이라도 봉투가 찢어지지 않도록 정성껏 봉투를 열었다.
봉투엔 척 보기에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의 우편환, 그리고 손으로 적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학생께서 이 편지를 받았을 때 즈음엔 아마 로젠바움사의 경영 방침 변화에 따른 채용 불가 통보가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학생이 아무쪼록 마음에 큰 상처를 받지 않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현재 부득이한 사정으로 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으며, 해당 통보는 저의 본의가 아닙니다···.
(중략)
···아무쪼록, 학생께서는 대학에 진학한 뒤, 훗날 전쟁이 끝나고 다시 저희 로젠바움사의 문을 두드려주셨으면 합니다.
괴벨스 학생께서 입사를 약속한 그 순간부로 귀하는 우리의 가족이며, 로젠바움사는 결코 가족을 버리지 않습니다.
귀하의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소정의 성의를 동봉하여 보내드리며, 아비투어의 결과를 본 주소로 보내주신다면 학비와 생활비도 도움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상심하지 마시고 조국의 미래를 위해 정진해주셨으면 합니다.
훗날 함께할 그 날을 기다리며.
아르민 로젠바움.]
괴벨스는 편지지에 눈물을 떨구다 화들짝 놀라 재빨리 물기를 닦아냈다. 잉크가 번지고 있잖은가.
그는 버려지지 않았다.
그가 필요하다고 친필로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 도움에 감사를 표하지 않겠는가?
그는 일기장을 꺼내 욕설과 저주가 가득 적혀 있던 부분을 모조리 찢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편지를 꽂아넣었다.
이제 수험생 생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
에리히 루덴도르프의 명령에 따라 독일은 총력전 체제에 돌입했다.
교회의 종이란 종은 모조리 군바리들이 몰수했고, 심지어 구리를 씌운 지붕조차 박박 긁어갔다.
식량 배급제는 더욱 강화되었다. 이제 가족 중 누가 죽어서 사망 신고서를 제출하려 해도 죽은 사람 몫의 배급권을 내야만 했다. 이딴 데서 치밀하게 굴지 말라고.
– 숟가락이랑 포크는 안 뺏어가나? 왜놈들이 전쟁 말기에 밥그릇까지 뺏어갔었는데.
그러니까 독‘일제’국이지. 봉쇄당했는데 눈에 핏발 선 것까지 아주 영혼의 쌍둥이가 따로 없네.
그래도 섬나라가 아닌 탓에 아직 중립국 네덜란드, 스위스, 그리고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 가물에 콩 나듯 수입이 되긴 되고 있다. 영국이 눈에 보이는 족족 조지고 있어서 그렇지.
나는 루덴도르프가 새롭게 장악한 군부와 미묘한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가 전사할 경우 국민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는 명목하에 전투 출격은 금지되었다.
대신 저들도 머리 위에 달린 게 뇌는 맞는지, 대외적으로는 ‘그동안 너무나 열심히 조국을 위해 싸운 나머지 건강을 크게 해침’으로 공표되었다.
– 이건 더 이상 군에 영향력 행사 못 하게 막으려는 것 같은데. 항공대는 자네 광신도나 마찬가지니까 물 좀 빼겠단 거지. 하지만 내가 루덴도르프였어도 슬슬 자네는 후방에 박아 뒀을 게야.
그렇지. 저게 당연한 수지.
나와 루덴도르프가 그렇게 서로 화목하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천지인데 내가 덜컥 전사해버린다? 정적들이 물어뜯을 건수 하나 생기는 셈이다. 루덴도르프는 평생 ‘영웅 로젠바움을 차도살인한 남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게 될 테고.
장악력 약화? 글쎄. 이제 와서 날 뺀다 쳐도 날틀쟁이들이 나에 대한 지지를 거둘 것 같나? 나로서는 이득이다.
대외적으로 건강 악화가 공표된 상황에서 나는 로젠바움사의 사장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고, 회사는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사장을 선임했다. 그렇게 해서 뽑힌 새 사장은 퇴역 장군··· 그러니까 낙하산을 타고 떨어진 똥별이었다. 새삼스럽지도 않아 정말.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사 내의 내 지분은 건재했다.
<국유화>라는 단어는 융커들의 머릿속에서 결코 나올 수 없는 무시무시하고도 새빨간 말이었고, 나를 음해해 밀어내는데 동조한 다른 자본가들조차 로젠바움사가 국가의 이름으로 압류되는 선례를 만들긴 싫어 이 부분에선 모두 똘똘 뭉쳐 단결했다.
대신이랄까, 루덴도르프는 내게 몇 가지 감투를 던져줬다.
내가 이뻐서도 아니고, 나와 싸우는 게 두려워서 그만 싸우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저 인간은 총력전 상황에서 나를 놀리기 싫은 거다. 아, 두려워라.
– 뭐, 전시 영웅이 다 그렇지.
채권팔이라.
생각해 보니 전쟁 전에 서커스단까지 채용해서 순회공연시켰던 나다. 어쩌면 본업으로 돌아왔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나는 얼기설기 <로젠바움 서커스단>을 다시 끌어모았고,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애국심 고취 및 전시 국채 구매 호소 등의 작업에 종사하기로 했다. 명목상으로는.
“폐하! 루덴도르프 그자가 제 회사를 빼앗아 갔습니다! 자본가의 경영 활동을 침해하다니,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크흠. 루덴도르프의 말로는 그대가 사회주의에 너무 심취해서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을 일삼았다던데.”
“억울합니다, 폐하. 이제 와서 사장 자리를 돌려달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제가 결코 빨갱이가 아니란 점을 입증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중립국과의 교역을 위한 새로운 회사를 창립하겠습니다. 제 가산을 모조리 불태워서라도 하나의 물자라도 더 수입해 조국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앞에서 미리 말해 둔 게 있는 카이저는 기꺼운 마음으로 루덴도르프에게 ‘로젠바움의 새 사업은 건들지 말라’라고 명했고, 얼마 뒤 나는 <크와트로 레벤스바움>이라는 이름의 가짜 신분증과 여권을 발급받았다. 미리 말하자면 이름은 내가 아니라 조스비가 지었다. 이름이 저게 뭐야.
루덴도르프도 어쨌든 전쟁 도와준다는데 사소한 거로 힘 빼긴 싫었는지 터치하지 않았다.
왜냐면 루덴도르프는.
이 나라 전체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탄약과 박격포는 2배, 기관총과 포탄 생산량을 3배로 늘리시오. 또한 항공기 생산량을 개선해야 하며,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기 위한 자재가-”
“가, 갑자기 말씀이십니까?”
“승리를 위해서 이는 필수불가결하오.”
그는 명석한 인물이었고,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병력을 더 동원할 수 없다면 화력이라도 우월해야 하지 않겠는가?
병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더 효율적으로 적의 피를 빨기 위해 <힌덴부르크 선>이라고 불릴 새로운 방어선이 기획되었다.
계획에 따르면 이 선으로 후퇴할 경우 보급과 전투 모두 효율이 크게 늘어나 사단 몇 개를 빼서 다른 데 박을 여유가 나올 예정이었다.
전쟁은 이렇게 딱딱 공식대로 하면 아웃풋이 착착 나올지 몰라도.
경제가 그게 되겠나?
“17세 이상, 60세 미만의 남성은 모조리 징집하시오. 군대에 가든가! 공장에 가든가!”
“그런 짓을 했다간 나라가 망합니다!”
“패전해도 망하는 건 똑같소. 또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일시 정지해 임금에 따라 뜨내기처럼 노동력이 쏠리는 현상을 막고, 전쟁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장은 폐쇄하겠소.”
보이지 않는 손과 싸워서 이겨보려는 노력은 참으로 가상했지만, 그게 됐으면 인류는 아마 시장자유주의 대신 공산주의를 채택했을 게 뻔하다.
탄약은 구리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화약이 필요하다. 화약은 질소로 만든다. 그리고 질소는 비료의 원료도 된다. 군부는 이번에도 ‘화약 우선’을 외쳤고, 세금으로 지은 비료 공장은 원자재가 없어서 놀았다.
갑자기 군수 생산을 끌어올리겠다고 쪼아댄 결과, 민수 공장은 자원이 없어서 노는데 군수공장은 새로 생산 라인을 깔아야 했다.
새 공장을 짓겠다고 야단법석을 떤 결과, 이미 한계에 다다른 철도 인프라가 폭발해버렸다.
“루르발 철도가 멈춰버렸습니다.”
“역에서의 하역이 극도로 더뎌졌습니다.”
“대체 왜? 사보타주인가?”
“아닙니다. 하역 작업에 투입할 인부가 모자란 탓에 역에 도착한 열차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빌어먹을, 하찮은 잡역부 때문에 제국의 혈관이 멈춘다고?! 군인들을 당장 철도역에 투입해!”
모든 것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꽉 막힌 관료들이나 욕심만 넘치는 자본가들 대신 상명하복에 철저하고 교육받은 인재인 군인들이 시장을 통제하면 훨씬 경제가 매끄럽게 돌아가리라 기대했건만, 세상은 정면으로 그를 배신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습니다.”
“이 임금으로는 살 수 없다고 하는데-”
“빨갱이들이야. 빨갱이들이 선동하고 있다고. 파업 주도자들을 싹 다 징병해서 동부 전선으로 보내버려. 그리고, 그리고··· 일부 인력을 제대시켜서 공장으로 보내자고. 이러면 되겠지. 이러면.”
되겠냐고.
민간 경제는 파탄 났다.
전쟁 비용을 오직 세금과 채권으로만 충당해야 하니 인플레이션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연금으로 여생을 버텨야 할 노인이나 도시 화이트칼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
군복 만들기에 급급하니 시민들이 입을 옷이 부족해졌다.
루마니아의 참전 이후 석탄을 비롯한 연료가 씨가 말랐다.
부족했고, 고갈되었고, 모자랐다.
모든 것이.
그리고 차디찬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
1916년의 어느 가을.
나는 스위스에 도착했다.
명분은 어디까지나 식량과 원자재를 수입한다는 것이었지만, 그게 그렇게 매끄러울 리가 있나.
다행스럽게도, 이 아르민 로젠바움의 스위스 은행 계좌엔 점점 불쏘시개가 되어 가는 마르크화 말고도 달러, 프랑, 파운드가 한가득하다. 정 안 되면 맛 좋은 금괴도 있고.
라이트 형제를 스위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들을 통해 윌슨과 컨택하는 것이 1차 목표.
그리고 2차 목표는.
“명성 드높은 전쟁영웅께서 범죄자와 엮이셔도 됩니까? 아르민 로젠바움 대령.”
“무언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만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래요? 나는 로젠바움을 보러 왔습니다만. 그만 일어나 보겠소.”
“조만간 러시아가 망할 겁니다.”
대머리 남자는 일어나려다 말고 멈칫했다.
이만하면 첫인상은 제법 강렬하게 남긴 것 같은데.
레닌(Vladimir Len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