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4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46화(46/246)
다가오는 겨울 (3)
윌버 라이트는 단순히 미국으로 보낼 편지 배달부 역할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지사에 대한 논의와 지시 또한 이행해줘야 했다.
비록 최초의 발명가 타이틀은 따내지 못했지만, 그들은 내가 전해준 항공기 기술을 스펀지가 물을 먹듯 흡수해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적국이 된 협상국 진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는가.
영국과 프랑스 지사는 참으로 골때리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거긴 뭐 딱히 먹을 것도 없었다. 나름대로 영업을 시도하긴 했었는데, 민항기 몇 대 팔아먹은 것 외엔 딱히? 무엇보다도 본사와 전시 상태에 돌입했는데 현지에 공장 하나 없는 지사가 대체 뭘 하겠는가.
그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회사를 이어나가기 위해 공장을 갖고 있는 프랑스 지사와 협력해 지속적인 세일즈를 시도했지만.
“절대! 절대 안 산다!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절대로! 당신들에게 흘러간 1페니가 전부 체펠린 비행선이 돼서 런던에 폭탄을 떨구러 올 거 아냐!”
어떤 공군 전문가이자 상륙의 달인, 탈룰라 마스터의 강력한 블로킹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프랑스 지사는 철저한 전쟁 협조를 맹세하며 나름대로 판매 실적을 올리긴 했으나, 자국민이 설립한 항공기 회사도 많은데 구태여 독일 냄새 나는 로젠바움사 항공기를 대량 발주할 일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 내 생각엔 ‘애국자’들이 공장에 불을 지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프랑스의 국민성을 높이 평가해야 했다.
하지만 윌버 라이트가 막대한 생산 능력과 우수한 성능에 기반해 협상국에 대규모 판매 계약을 체결한 후 사정이 바뀌었다.
“영국과 프랑스 지사는 회사가 보유한 특허와 라이센스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건 좋군요.”
독일 본사가 계속 존재감을 과시한다면 영프 놈들은 특허료 그냥 짬하고도 남는다. 차라리 지사들의 독립성을 강화해서라도 받아야 할 돈 받는 게 낫지.
그렇게 회사 보유금은 차곡차곡 늘어나고 있었고.
“로비를 합시다.”
“로비요?”
“자칫하다가 회사 통째로 몰수당하면 큰일 아닙니까. 높으신 분들에게 알랑방귀 좀 뀌어야지요.”
나는 계속해서 협상국의 전쟁 수행에 협력하는 한편, 돈 아끼지 말고 팍팍 뇌물을 뿌릴 것을 지시했다.
뭐. 왜. 원래 입에 달달구리 좀 들어가야 사람들이 흉폭해지지 않는다고.
그리고.
“프랑스 군부에도 약간의 성의를 표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영업을 하려면 그건 어쩔 수 없겠지요.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시도해 보겠습니다.”
“특히, 페르디낭 포슈(Ferdinand Foch)와 필리프 페탱(Henri Philippe Benoni Omer Joseph Pétain) 두 사람에게 각별한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페탱.”
“알겠습니다.”
– 뭘 벌써부터 물을 치겠단 거냐.
벌써부터라니. 어디까지나 회사 매출 때문이라고.
다른 의도는 없다. 아마도.
***
눈속임용으로 스위스에서 몇 건의 소소한 원자재와 식량 구매 계약을 체결한 후, 나는 귀국했다.
스위스의 업자들은 마르크화로 돈 주겠다고 하니 하나같이 난색을 표했다. 이제 휴지가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이거지. 미국 달러로 지불하기로 한 이후에야 간신히 계약이 성사되었다.
베를린으로 돌아오던 도중, 즉각 포츠담의 황궁으로 오라는 명령을 받든 나는 얼른 빌헬름 2세를 알현하러 포츠담행 열차로 갈아탔다.
“그래, 스위스에서의 일은 어찌 되었는고?”
“미국의 친구에게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그가 정계로 전달해주길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그런가···.”
빌헬름은 잠시 혼자 무언갈 고민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루덴도르프, 그자는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다. 힌덴부르크 또한 속이 음흉한 듯하고. 힌덴부르크는 그나마 왕가에 대한 충성심은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루덴도르프 그자는 권력욕으로만 가득 찬 듯하구나.”
“폐하. 루덴도르프 참모차장은 실력으로 승부하는 제국 육군에서도 그 공훈과 실력을 인정받아 올라온 이 아닙니까. 어찌하여 그를 그리 불신하십니까.”
“그자는 자신이 늑대라는 걸 숨기지도 않는 늑대다. 그리고 가면 갈수록 그 발톱을 휘두르는 걸 삼가하지 않고 있지. 이 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되는구나.”
실력으로 승부··· 라고 말하기엔 빌헬름은 여태까지 육군참모총장을 자신의 호불호에 따라 정해 왔었다.
얼마 전 죽어버린 전전임자 몰트케는 실력 부족하단 소릴 줄기차게 들었지만 ‘나도 할아버지 빌헬름 1세처럼 몰트케 옆에 끼고 떵떵거리고 싶다’는 팔병신의 욕망 때문에 총장 자리에 앉았다.
몰트케의 인성은 차치하고, 슐리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후 팔병신은 몰트케 보고 “넌 위대한 네 삼촌만 못하구나, 무능한 놈!” 하면서 샤우팅을 박았다고 한다. 면전에서 그딴 소릴 들은 몰트케도 분통이 터져서 “전 한 번도 제가 삼촌처럼 위대한 사람이라 생각한 적 없습니다!”라고 대들었다고 하고.
팔켄하인은 한술 더 뜬다. 인망을 조져버린 탓에 모두가 반대했지만, 전쟁부 장관 자리도 총장 자리도 오직 팔병신이 아득바득 밀어줘서 임명되었다. 계급도 딸렸는데 그 계급을 본인 직권으로 올려주면서까지 임명을 강행했다.
비록 내겐 골치 아픈 인간이지만, 루덴도르프는 차라리 양반이다. 적어도 그에게 있는 결격 사유라곤 성 앞에 ‘폰’이 안 붙는다는 것과 황제가 싫어한다는 것 정도거든. 실력 부족과 인성 부족에 비하면 훨씬 낫지.
혹시나 다들 착각했을까 봐 친절하게 정정해주는데, 루덴도르프와의 관계는 내가 먼저 일부러 조져버린 거다.
왜? 걔랑 친했다간 전쟁 책임 손절을 못 하잖아. 객관적으론 할 만큼 하는 사람이다. 할 만큼 하면 못 이기니까 문제지.
“나의 친우이자 충신인 로젠바움이여.”
“예, 폐하.”
“우리의 지난 우정을 돌이켜, 솔직하게 말해다오. 그대가 본 이 전쟁의 향방은 어떠한가?”
황제는 나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 나는 표정을 가다듬는 데 약간의 딜레이가 걸렸고, 평생 무수히 많은 사람을 상대했을 빌헬름은 그 일순간의 당혹감을 꿰뚫어본 듯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제국은 반드시 승리합니다’ 같은 말을 했다간 황제의 신뢰마저 날려먹을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아뢰옵기 대단히 송구하옵나이다만··· 이제 이 전쟁은 이길 수 없습니다.”
“······그대도 그렇게 말하는가. 어째서인가?”
“몰트케 전 총장이 죽기 전 고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몰트케의 말년은 비참했다.
몰트케를 팔켄하인으로 교체하기 직전, 황제는 몰트케를 총장 자리에 그대로 앉혀둔 채 실권만 모두 팔켄하인에게로 넘겼다.
놀랍게도 팔켄하인은··· 아무리 실권을 빼앗겼다지만 그래도 명색이 총장이던 몰트케를 병풍, 투명인간 취급해버렸다. 그것도 만인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몇 날 며칠을.
프로이센의 군인이자 한 명의 남자로서 최악의 모욕과 굴욕을 당한 몰트케는 반쯤 넋이 나가 안 그래도 무너진 멘탈이 갈기갈기 찢어졌고, 그대로 퇴임했다.
몰트케는 팔켄하인이 물러나기 직전, 그러니까 몇 달 전 죽었다.
그리고 죽기 직전의 그는 ‘이 나라에 남은 물자와 인력으로는 절대 전선의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 우리 앞에 남은 것은 오직 패배뿐이다’라는 극도의 비관론자가 되었었다.
하지만 그건 비관론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알고 있다.
죽기 전이 되어서일까.
아니면 모든 직책에서 밀려난 이후에야 객관적 현실이 눈에 보인 것일까.
최후의 몰트케는 분명 미래를 꿰뚫어보았다.
“그 비관론 말인가. 그런 정신머릴 가진 자를 총장 자리에 앉혔었다니, 내 눈이 틀렸지.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는 아직 승산이 있다던데.”
“단순한 비관론이 아닙니다, 폐하. 평생을 군에서 보냈던 이가 죽기 직전 깨달은 통찰입니다.”
“설명해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1916년의 세계는 아직 경제학적 연구가 미진하다.
16년의 인류는 아직 공산주의 중앙통제 경제를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파괴되는 일을 난생처음 경험해 보고 있다.
당장 범석이 고향의 대원군인가 하는 왕족은 100배 가치를 지닌 화폐를 찍어냈다가 인플레로 나라를 말아먹었다고 하잖은가. 경제학도 군사학도, 처맞아보기 전엔 깨닫지 못하는 희한한 학문이다.
독일군은 군납업체들 아가리에 후한 대금을 찔러넣어 주면 병기 생산이 원활해지리라 믿었다.
돈 싫어하는 자본가들은 없으니 당연히 일단 단가를 높게 부르고 봤고, 군부는 달라는 대로 다 줬다.
“그야 당연한 일이지. 전시이니 무기의 수요가 올랐고,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봉쇄된 경제환경.
젊은 성인 남성이 대거 차출된 노동시장.
이 제반 조건이 깔린다면 어떻게 될까?
거의 모든 일터가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가장 수익 실현이 원활한 군수공장은 노동력, 특히 숙련공들을 꼬드기기 위해 일단 급여를 세게 부르고 봤다. 이건 로젠바움사 또한 마찬가지.
민간 소비재를 생산하는 공장은 정부의 물가 통제 때문에 수익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군수공장에 비해 직원이 군대에 끌려갈 가능성도 높았으며, 심지어 배급조차 군수공장 노동자에게 더 우선적으로 더 많이 지급되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너도 나도 군수공장으로 향했다.
기존에 일하던 공장이나 농토는 내팽개치고.
“그것참 안된 일이군. 하지만 로젠바움. 모든 일엔 우선 순위란 걸 둬야 하는 법일세.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지금 다급한 전선의 군수품은 어찌 조달하겠는가?”
“폐하. 심장, 뇌, 허파가 손가락 발가락보다야 더 중요하겠지만, 썩어들면 죽는 것은 어느 부위든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전엔 칠레의 초석을 루마니아산 연료로 가공해 화약을 만들었는데, 저 두 곳의 수입이 끊긴 지금 루덴도르프가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는가? 지금 그의 노력은 마른걸레를 짜서 물 받아보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독일은 팔다리가 썩어들어가고 있다.
곧 죽는다.
“그러면. 그대는.”
“슐리펜 계획이 실패한 시점에서 곧장 휴전 협상에 돌입해야 했습니다.”
“그랬다간 죽은 이들의 핏값은 어찌해야 했단 말인가!”
“폐하. 우리가 죽은 장병들의 핏값 때문에 멈추지 못하는 것과 똑같이 저들 또한 그리 생각할 겁니다. 덜 죽었을 때 멈춰야 했습니다. 이제 가족을 잃은 각국 국민들은 전부 아니면 전무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무(全無)는 우리의 몫으로 예약되어 있다.
독일엔 아무것도 남지 않으리.
“나가보게.”
“···예, 폐하.”
나는 쫓겨나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 괜찮나? 상대는 아무리 그래도 카이저야. 총애를 거둔다면 루덴도르프가 더 세게 각을 떠버릴지도 모르는데?
아니지, 범석아.
우리가 이래도 카이저는 우릴 못 버려.
루덴도르프와 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는 결국 나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이제 내가 갑이다.
***
서부 전선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참호에서의 대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규모 공세가 개시된다면 참호 일대는 피와 비명, 폭음이 난무하는 생지옥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그 사실이 대규모 공세가 없을 때 참호가 조용하다는 뜻은 아니다.
총구를 마주하고 있는 양군은 쉴 새 없이 서로를 향해 잽을 날려댔고, 그 소소한 잽 한 번에 사람 목숨은 적게는 한둘에서 많게는 수백 단위로 죽어나갔다.
끊임없이 견제타를 날리고.
상대의 공격 의도와 방어 태세를 확인하기 위해 항공기를 띄우고.
가만히 앉아서 체력을 비축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으니 대포를 쏴댄다.
공세가 없을 때도 참호는 지옥이었다.
“어어, 추락한다!”
“빌어먹을. 적군이겠지? 적군이지?”
콰앙!!
“우리 편이잖아, 망할!!”
“파일럿은?”
“낙하산! 낙하산 폈다!”
참호 안에서 공중전이 벌어지고 있는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던 독일 병사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막 낙하산을 편 독일 파일럿을 향해.
적의 항공기가 잔인하리만치 기관총 세례를 퍼부어댔기 때문이다.
“이 악랄한 새끼들!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악마 새끼들아! 천벌 받을 거다!”
한편 참호의 어느 구석.
전선으로 왔다가 포격 때문에 잠시 눌러앉게 된 전령병 한 명이 품에서 목탄쪼가리와 종이를 꺼내 그림을 끼적대기 시작했다.
“오, 잘 그리는데?”
“소싯적에 그림으로 먹고살았소.”
“크. 아저씨, 그림 좀 구경합시다.”
전령은 종이를 내밀었다. 꼬깃꼬깃해진 종이엔 적기를 격추시키는 독일 항공기가 그려져 있었다.
“누구 그리셨소? 로젠바움인가?”
“그런 놈 따위 절대 그리지 않소.”
“아니, 어째서?”
“그놈은 유대인이오. 영국 간첩이 틀림없다고.”
전령의 눈에선 순간 부싯돌을 부딪치듯 불꽃이 튀었다.
“저 비행기 좀 보라지! 저건 로젠바움사 미국 지사가 만든 비행기요! 그놈이 만든 전쟁병기가 우리 독일인을 죽이고 있단 말이오!”
“그러니까 진짜 남자 아닌가. 자기를 죽일지도 모르는 비행기인데. 애초에 유대인도 아니라던데?”
“성만 들어도 유대인이구만, 웃기는 소리. 어째서 그토록 승승장구했겠소? 적들이 전공을 갖다바쳐줬으니 그랬던 거지. 이제 한계에 다다르니까 전쟁터에서 내뺀 거고.”
“아저씨 말뽄새 개같은데 아가리 좀 여무세요. 영국 간첩이 푸르 르 메리트를 받았다고?”
“이 전쟁으로 누가 이득을 봤는지를 봐야지! 모두가 고통받는데 로젠바움, 오직 로젠바움만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있소! 그 유대 빨갱이만이!”
그가 막 사자후를 토하려는 순간, 소란을 감지한 하사 하나가 나타나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헛소리들 그만하고 할 일 없으면 총기수입들이나 해! 거, 전령 형씨. 형씨도 헌병대 만나기 싫으면 개소리 작작 좀 해.”
“빌어먹을. 다들 속고 있어. 속고 있다고.”
전령, 아돌프 히틀러는 한탄을 내뱉으며 돌려받은 그림을 품에 넣었다.
죽은 파일럿을 추모라도 하려는지, 참호 안으로 축축한 가을비가 흩뿌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