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4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48화(48/246)
제국들의 비명 (2)
무제한 잠수함 작전 재개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는 짓이었다.
독일 유보트는 무자비하게 대서양의 상선들을 유린했고, 날이면 날마다 엄청난 숫자의 상선들이 격침당해 물고기들은 선원의 살점으로 배가 터질 지경이 되었다.
물론 독일이 완전히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러시아가 무너지고 있다.”
“전쟁의 완전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다!”
“광대한 러시아에서 식량과 자원을 징발하고 영국을 잠수함으로 말려 죽이면 이 전쟁, 이길 수 있다!”
러시아 정부가 붕괴되고 있었다.
차르 전제 정권의 폭압에 지칠 대로 지친 러시아인들은 전쟁 인플레이션 때문에 삼중 사중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인내심의 끝을 맞이한 그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파업과 시위에 나섰다.
1917년 3월.
“전쟁 반대!! 우리는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
“빵! 빵을 달라! 정부는 굶주림을 해결하라!”
“전제 정치 타도! 인민 권리 수호! 차르는 책임을 져라!!”
수도를 가득 메운 시위대의 붉은 물결.
러시아 정부는 늘 그러했듯 군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모조리 밀어버릴 것을 지시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뭣들 하는 거냐! 저들은 역적이다! 어서 쏴버려!!”
“병사들이여! 동지들이여! 우리를 기관총 앞으로 내모는 저자들을 위해 부모와 형제를 쏠 테냐! 싸우자! 전쟁을 끝내자!”
“명령이 안 들리나! 당장 쏴라!”
“닥쳐! 쏘면 널 쏴버리고 말지 우리가 왜 시민을 쏘냐!”
시위 진압을 명령받은 군대 중 일부가 총부리를 거꾸로 돌리기 시작했다. 이제 병사들은 탈영하는 대신 그대로 무기를 잡고 시위대의 편에 섰고, 막사 곳곳에서 살해당한 장교들의 시체가 나뒹굴었다.
마침내 전선 후방의 거의 모든 부대가 반란에 동참했다.
시민들은 진압군에 맞서 무기고를 습격하고 경찰들을 살해해 무장했다.
제아무리 차르라 한들 이 시점에서 대세를 뒤바꾸지는 못했다.
니콜라이 2세가 퇴위를 선언했고, 부르주아들로 구성된 신정부가 수립되었다.
문제는.
“전쟁을 지금 멈춘다면 영국과 프랑스가 가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전쟁을 끝내면 전선에 있던 부대가 돌아올 텐데, 그들 중 쿠데타를 꿈꾸지 않을 이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전쟁이라는 게, 그,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도 있거든요. 기껏 나라를 전시 경제로 재편했는데 여기서 전쟁을 멈추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되지 않을지?”
신정부는 민중의 바람을 배신했다.
“최후의 승리가 눈앞이다! 조금만 더 버티자!”
“뭐, 이 새끼들아?”
“전쟁 끝내라고 했지 누구 멋대로 계속 전쟁이야!!”
그리고 이 시점에서.
내가 보고서에 적어놓은 그대로 레닌과 그 친구들이 러시아에 도착했다.
러시아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었다.
***
“시러어어어어!!”
둘째 아들 오토의 빼애액 소리가 온 집을 뒤흔들듯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밥상을 엎은 아이는 숫제 부모 잃고 통곡하듯 꺽꺽대더니, 아예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온몸을 데굴데굴 굴리며 고함쳤다.
“시러!! 고기! 감자!! 감자 먹을래! 순무 싫다고! 스웨덴 순무(루타바가) 먹다가 토할 거 같다고오오!!”
우리집 식탁에 순무와 루타바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현실적인 이유를 들자면, 지하실에 보관해 놨던 감자 중 일부가 미친 한파를 맞고 그대로 이승을 하직해버렸다. 안타깝게도 아직 냉장고라는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다.
– 감자는 냉장고에 넣는 거 아냐. 이놈아.
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요. 20세기 냉장고엔 넣어도 된다고 치자고.
물론 내가 명색이 악덕 자본가인데 돈이 없을 리는 없다. 아무리 감자가 금값이라 한들, 작심하고 암시장 뒤지면 같은 무게의 은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살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식탁에 순무쪼가리를 올리는 길을 택했다.
아직 애들은 어리다. 당장 대성통곡하고 있는 오토가 07년생 아닌가.
모름지기 애들 입단속이란 불가능에 가까운 법. 괜히 학교 같은 데 가서 ‘우리 집엔 통조림이랑 소시지랑 훈제 햄이랑 감자랑 잔뜩 있어서 루타바가 같은 쓰레기는 안 먹어!’라고 떠들어대면 얼마나 곤란해지겠나. 안 그래도 정적들이 곳곳에 깔려 있는데 딱 전쟁영웅의 명성에 먹칠하기 좋은 소재 아닐까.
풍족하게 먹일 순 있고, 그렇게 할 거다.
하지만 쟤들도 알아야 한다. 지금 세상이 얼마나 팍팍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도는. 냉정하게 말해서, 톱밥 섞인 빵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은 복 받고 태어났다.
“뭐 해. 아빠도 있는데. 빨리 일어나서 똑바로 밥 먹어.”
첫째 페르디난트도 의자에서 내려와 오토의 엉덩이를 발로 툭툭 두들겨댔지만 요지부동.
“싫어! 지겨워!”
“엄마 아빠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고. 일어나!”
“지하실에 먹을 거 한가득이잖아!! 아직 괜찮잖아! 왜 먹을 게 있는데도 이런 개밥을 먹어야 하냐고!”
짝!
오토의 머리가 홱 돌아갔다.
“아, 아-”
“앉아.”
냉장고가 없다는 말은 취소하겠다.
지금 에르나의 분위기야말로 냉장고가 따로 없었으니까.
“지금 밖에는 이게 없어서 굶주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그치만-”
“음식 투정 부리면 안 된다고 했어, 안 했어!”
철썩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신명 나는 자진모리 매타작 장단, 애 우는 소리가 밥상 앞을 가득 메웠다.
나는 밥상에 있던 새로운 인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르신. 담배나 한 대 피우러 가시죠.”
“으음. 그러지. 쟤도 다 컸구만. 아이고, 찰지게도 때린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바이올린 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할- 아아- 버어어어- 지이이- 아아아 빠아아아-”
“아빠는 보고만 있지 말고 얘 좀 뭐라고 하세요! 할아버지랑 아빠 있으니까 얘가 투정 부리는 거 아냐!”
오토가 서럽게 울며 제 편들어줄 사람을 찾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마음 같아선 내가 때리고 싶은데.
– 안 돼.
범석이가 막는다. 애들은 원래 맞고 크는 법인데, 이 나약한 21세기 놈팽이가-
– 응? 당연히 애들은 줘패면서 키워야지. 맞아보지도 않은 애가 어떻게 똑바로 자라나나?
뭐야. 그럼 왜 막는 건데. 아비로서 교육 좀 할 수도 있지.
– 나는 너니까, 멍청한 놈아. 애들 때리기 시작하면, 스위치 들어가서 훼까닥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어?
생각해 보면 내 혈관엔 가정폭력범 브루노 씨의 피가 흐르고 있다. 당장 조스비가 들러붙은 것도 싸닥션의 힘이지 않은가. 가정교육은 그냥 집에서 사랑받고 큰 에르나에게 맡기도록 하자.
나는 손주가 실시간으로 얻어맞는 장면을 보며 손을 꼼지락대는 체펠린 백작을 붙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젠바움사에 낙하산 군바리가 떨어지면서 백작 또한 붕 떴다.
체펠린 비행선단은 전술을 바꿔 달 없는 밤에 엔진 끄고 한두 척이 조용히 런던으로 진입해 폭탄을 던지고 호다닥 도망치는 수법으로 영국인들을 괴롭혔지만, 영국은 서치라이트 수십 수백 개를 동원해 기어이 비행선들을 격추시켰다.
런던 폭격 중단 소식을 듣고 비행선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직감한 백작은 회사에도 더 이상 출근하지 않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보다 못한 내가 백작을 베를린으로 데려왔다.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던 백작은 커피와 담배가 풍족하다는 말에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서재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시가 하나씩을 입에 꼬나물었다.
“그래, 힌덴부르크 그놈은 뭐라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랍에 넣던데요.”
“그렇지? 그놈이 받아먹을 줄 알았어. 땅은 못 참지. 개가 똥을 끊지 어떻게 땅을 마다하겠어? 그냥 농장도 아니고 동프로이센 농장이라고.”
남부 독일인 아니랄까 봐 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힌덴부르크를 까댔다.
“이름에 폰 자 붙은 놈들은 하나같이 농장을 갖고 싶어 하지. 그래야 면이 살거든. 그냥 밥벌이가 아니라 사회적 위신의 문제야. 전쟁 아니었으면 그냥 흔한 퇴직 연금으로 먹고살았을 퇴역 군바리가 농장을 참는다? 그럴 리가.”
그, 혹시 본인 이름에도 폰 자 들어가는 거 아시죠?
얼마 전, 나는 힌덴부르크와 첫 만남을 가졌었다.
루덴도르프에겐 시비를 걸었었지만, 힌덴부르크에게마저 그럴 순 없었다. 그는 나보다 더 상위 티어의 전쟁영웅. 마치 불과 마그마처럼 그와 나의 능력은 상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무슨 설명이 그따위야. 용암이랑 불이랑 무슨 관계라고?
그냥 대충 알아들으면 될 거 아냐. 달을 가리켰는데 왜 손가락을 보고 그래.
– 손가락이 아니라 네 좆으로 가리키니까 이러지.
망할. 져주질 않네. 징글징글하다 진짜.
아무튼 각설하고.
내 목표는 루덴도르프와는 적당히 뜨뜻미지근하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래의 바이마르 공화국 대통령이 될 범국민적 영웅 힌덴부르크와는 우호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서 적당히 아부 좀 하고, ‘공장 뺏겼지만 괜찮아요 저는 애국자거든요’ 같은 소리 좀 주워섬기고, 향후 전쟁 수행에 협력하겠다는 충성 맹세 좀 박고 오려 했다.
하지만 힌덴부르크는 뭐가 그리 고까웠는지 무시무시하게 나를 압박해 들어왔다.
힌덴부르크는 날 보자마자 대뜸 충성심이 없네, 전쟁을 진다고 여기고 있네 하면서 선 시비를 걸었다. 이게 무슨 뜻이겠나?
답은 하나. 서열 정리다. 언제든 내 모가지를 똑 부러뜨릴 수 있으니 깝치지 말고 까라면 까라는 뜻. 실제로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가 나란히 ‘로젠바움에게 역심이 있다’라고 떠들어대면 내 앞날이 굉장히 어두컴컴해지지 않겠는가.
[가면놀이 그만하게. 내가 자네를 역겹다고 판단하기 전에. 변명은 여기까지야. 왜지?]빌어먹을. 애꾸도 아니면서 무슨 관심법을 쓰겠다고 야단이야. 설마 내가 언젠가 나라를 엎어버릴 속셈이라는 걸 간파해서 그 개지랄을 떨진 않았을 거 아닌가.
만약 꿰뚫어봤다면 더 문제다. 힌덴부르크가 진심으로 나를 담그려 든다고? 인생 최악의 위기다.
– 선조의 정치력을 탑재한 이순신이 너 죽어 하고 덤벼들면 죽어야지. 그걸 어떻게 이겨?
말마따나, 지금은 절대 그와 싸워선 안 된다. 덤벼도 될 놈과 덤비면 좆되는 놈쯤은 구분할 줄 알아야지. 언젠간 그도 이 나라를 나락으로 보내는 책임을 져야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서 갓 상경한 장인어른과 상의해 서둘러 그에게 갖다 바칠 뇌물을 구했다. 귀족 사회와 연이 있는 백작이 아니었다면 돈이 있어도 농장은 못 샀을 거다.
다행히도 내 성의가 마음에 들었는지, 힌덴부르크는 더 이상 나보고 시비를 거는 대신 일자리를 던져주었다. 나 또한 빼지 않고 받아들였고.
새로 떠맡은 일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파간다 작업.
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힌덴부르크 숭배 작업이었다.
[힌덴부르크 장군께선 자나깨나 조국 걱정, 국민 걱정] [힌덴부르크와 함께 승리를 향해 나아가자!] [러시아 파괴자 힌덴부르크, 그와 함께 오직 전진!] [오직 힌덴부르크만이 우릴 지켜준다!]– 어째 기시감이 팍팍 드는데. 혹시 힌덴부르크 목덜미에 혹 하나 그려넣을 생각 없나? 조금 더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 느낌을 살려서….
엄청난 양의 포스터, 그리고 더더 엄청난 양의 그림엽서 등이 전국에 살포되었다. 인기 없는 카이저 팔병신 대신 국민적 영웅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전쟁 동원력을 끌어올려 보겠단 얄팍한 발상이었다.
전쟁 수행에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작업을 통해 그는 신성불가침이 되었고, 훗날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다다른다.
나는 이번 업무를 대중 선동과 매스 커뮤니케이션 작업에 대해 공부하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지금 미리미리 내 사람 좀 키워놓고, 나중에 방송국 같은 언론을 슬며시 세우면 꽤 재미 좀 보겠지.
나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신문을 힐끗 바라보았다.
[미국, 영국 편을 들어 참전] [그들은 어차피 우리의 적이었다!]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달라질 게 없긴, 병신들.
– 네가 쓰라고 시킨 기사잖아, 이 뻔뻔한 자식아.
뭐. 왜. 뭐.
영혼 없는 공무원 처음 봐?
그리고 신문 뒷면의 기사도 봐야지.
[힌덴부르크-로젠바움, 연륜의 기성세대와 패기의 신세대가 힘을 합치다!] [독일 민족의 영웅 ‘장미의 기사’처럼 용맹하게!]셋째가 생긴다면 존경하는 각하의 이름을 따 걔 이름을 꼭 ‘파울’로 할 거야. 다른 날강도들과 달리 힌덴부르크 어르신은 셈 하나는 확실하다고.
갖다 바칠 농장 어디에 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