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50)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50화(50/246)
제국들의 비명 (4)
“우리나라가 패배한다면, 영국과 프랑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가 영원히 패배자로 남길 원할 겁니다. 특히 프랑스.”
“개구리들이 우릴 경멸하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일이오만.”
“아니오. 그들은 이제 두려워합니다. 이번 전쟁으로 ‘프랑스는 결코 독일을 단독으로 상대하지 못한다’라는 사실이 전 세계에 명백해졌습니다. 단숨에 국력과 인구를 끌어올릴 방도 따윈 없으니, 이제 남은 건.”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것뿐.”
에베르트는 내가 몇 가지 힌트를 던져주자 곧장 본론으로 들어왔다.
“군비에 어마어마한 제한이 들어올 겁니다. 병력의 질과 양 모두 억제시키겠지요.”
“그게 가능한가?”
“반대입니다. 그 제약을 깨고 군비를 다시 늘린다 하더라도, 전쟁을 일으킬 만한 군사력을 확충하기까진 꽤 시일이 걸릴 테니까요. 그 시간 동안 프랑스는 동맹을 끌어모아 다시 우리나라를 견제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회사라는 명목하에 별도의 사병을 기른다고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국내도 국외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게요.”
당연하다.
독일이 재무장하는 꼴을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 베르사유 조약의 핵심.
<군대>를 별도로 소유한다? 그랬다간 당장 페탱과 포슈가 전차를 몰고 다시 방문해서 확실히 내 머리통을 날려버리겠지.
그러니까 군대만큼은 안 된다.
절대로.
“전쟁이 끝난 뒤엔 어마어마한 혼란이 찾아올 겁니다. 폭도들과 약탈자가 날뛰고, 선량한 시민들이 목숨을 위협받겠죠.”
“그건 조금 과장 같-”
“무력 혁명의 가능성을 본 급진 좌파들. 이들은 단숨에 러시아처럼 힘으로 권력을 거머쥐어 제2의 레닌이 되고자 할 겁니다. 반대로 융커들이나 수구 세력들이 제 똘마니를 거느리고 백색 테러를 저지를지도 모르죠.”
“······.”
에베르트는 차마 아니라고 부정하진 못했다.
승리가 아니라 패전으로 끝난다고 하면, 대체 이 삐그덕거리는 나라가 어떤 꼬락서니에 다다를 것인가? 모르긴 몰라도 일단 질서 하나는 확실히 사라지리라.
“특히 군수공장 위주인 로젠바움사는 무기와 탄약을 원하는 폭도들의 집중 타깃이 될 것이 명확해 보입니다. 따라서 저는 가장 먼저 사유재산의 안전, 나아가 직원들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럴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게 정치가의 일이오. 그대의 불안은 내 유의하도록 하지.”
‘유의하도록’이라.
나는 어디까지나 준군사조직 그 이하, 다시 말해 곤봉 든 어깨 수준 정도로만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베르트는 자신이 정권을 잡는다면 ‘그럴 일이 없도록’ 똑바로 나라를 굴리겠다고 했고.
우회적인 거절 멘트이자, 무력이 횡행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종의 포부였다.
그래서, 그렇게 됩니까?
– ······네 알아서 해라. 나한테 왜 묻지?
삐졌네, 이 사람. 나이도 나보다 갑절쯤은 잡순 분이 꽁해져서는.
근데 내가 도중에 실패해서 총 맞고 죽으면 당신도 실패잖아? 차라리 끝까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군은 대강 10만쯤으로 제한당한다. 공군과 전차도 당연히 금지. 참모본부도 금지. 그리고 네 말마따나, 바이마르 정국은 각 당마다 정치깡패 부대 하나씩은 데리고 다니는 미친 시대가 된다.
사민당도 맞고만 다닐 순 없으니 저쯤 되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깨 조직 하나쯤은 있어야 될 테지.
하지만 저토록 도덕관념에 신경 쓰는 입장에선, 사민당 직할 깡패들을 거느리는 것보단 당연히 외주 용역을 주는 편을 선호하리라.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면 병사들뿐만 아니라 직업군인들조차 아마 실업자 대파티가 일어날 터.
그리고 인류 역사를 반추해 봤을 때, ‘대량해고’라는 사건이 일어날 때 정말 능력 순으로 1등에서 10만 등까지 커트한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어지간히 탁월한 능력자여서 ‘이 사람이 뽑히지 않는다니 이건 부정이 틀림없어!’ 소릴 듣는 수준의 인재가 아니라면 대개는 끈과 빽이 엮이기 마련.
그렇게 낙오된 이들을 내가 죄다 주워먹겠다.
10년.
10년에 걸쳐서 서서히 깡패 조직을 무장친위대 수준으로 키워낸다.
내가 갑자기 덜컥 암살당해 죽는다면 내전이 일어날 정도로 확실하게.
앞으로는 총 없이는 인권도 없는 시대가 올 테니까.
***
1917년 후반.
“이길 것 같은데?”
“협상군은 무너지고 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최후의 한 발짝만 남았소!”
독일 군부는 슬슬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세르비아와 루마니아는 무너졌고, 러시아 제국 또한 무너졌다.
새로 정권을 잡은 러시아 정부는 <케렌스키 공세>라는 이름의 공세를 개시했지만, 이는 당장 적의 기관총 앞으로 달려나가야 할 장병들을 전혀 설득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처참히 패했고, 레닌은 마침내 부르주아 정권을 뒤엎고 두 번째 혁명을 일으켰다. 붉은 깃발을 휘날리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 노동자 농민이 틀림없이 혁명을 일으켜 전쟁을 끝낼 겁니다!”
“이제 외무부 따윈 쓸모없게 될 겁니다. 기다립시다!”
볼셰비키들의 얄궂은 희망사항 따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의 기대와 달리 러시아의 압제에 시달리던 소수민족은 이들 혁명가의 편을 들긴커녕 독립을 선언하기 일쑤였고, 사실상 소멸한 러시아군을 무시한 채 독일군은 끝없이 동쪽으로 동쪽으로 진군해 점령지를 넓혀 갔다.
멸망 목전에 놓인 볼셰비키들은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을 맺었고, 한반도 면적의 약 10배, 거의 모든 산업과 자원지대를 내어주어야만 했다.
루마니아 또한 <부쿠레슈티 조약>으로 독일에 유전 90년 임대, ‘언젠가’ 독일군과 오-헝군의 철군, 모든 ‘잉여 농산물’의 ‘합리적’ 양도, 정부의 모든 기능에 대한 감독 등 사실상 괴뢰화를 시인하는 조약을 맺었다.
동부 전선에 뇌진탕 환자들만 즐비하게 되자 그 여파를 뜬금없이 이탈리아가 뒤집어썼다.
동부 전선이 사실상 종결되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긴 독일군은 이탈리아의 공세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 가는 알프스 방면에 원군을 파견했다.
“이런 잡졸들을 상대로 밀렸다고? 오스트리아는 병신인가?”
“이탈리아군은 보급 상태가 불량하고 포병 화력이 저열합니다.”
“열강 언저리가 그러면 그렇지. 놈들은 방독면도 보급 못 한 2류 국가다! 가스와 포격을 병행해 놈들의 방어선을 뒤흔든다!”
그렇게 시작된 <카포레토 전투>는 2주에 걸쳐 독일군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독일군이다!! 적은 독일군이다!!”
“빌어먹을 간부 새끼들! 똥별 새끼들!! 너희가 다 망쳤어!!”
“살려줘! 살려, 케, 켁!!”
이탈리아군은 용감했지만, 현대전은 돈과 산업 능력 없이는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싸움.
한 판의 싸움으로 30만이라는 대손실을 입은 이탈리아 또한 그로기 상태에 빠졌으니, H-L 듀오의 위세는 성층권을 뚫고 우주로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영불 연합군의 공세는 가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었고, 방어자의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독일군은 1:1에 육박하는 교환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적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강요했지만 그 숫자만큼 아군도 죽어나가고 결국 땅은 빼앗겼다.
게다가 ‘전차’라는 적의 신무기 또한 서서히 그 숫자를 늘려 나가고 있었고, 국내 보급은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최전방의 군인들조차 톱밥과 순무를 씹어야만 했다.
“단 한 번의 결정적인 공세.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접경지역에 깊숙이 칼을 찔러넣어 놈들을 분단시키고 각개격파한다.”
루덴도르프가 전심 전력을 다해 설계한 대공세.
발 디딘 땅 한 점조차 쩍쩍 갈라져 무너져내리는 지금, 혼란스러운 국내와 점점 강해져만 가는 협상군 모두를 일거에 때려잡고 질서를 가져다줄 혼신의 일격.
1918년.
독일군 최후의 공세, <루덴도르프 공세>가 시작되었고.
막혔다.
제국의 멸망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
이곳 베를린에 앉아 있으니 세상과 괴리되는 느낌.
나는 카이저를 알현해 베를린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몇 차례씩 진언했지만, 그는 참모본부가 있는 벨기에의 스파(Spa)로 떠났다.
주인 없는 베를린은 전쟁으로부터 고립되었다.
제국의 멸망은 요란스럽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독일 군부는 국민들의 귀에 귀마개를 꽂고 필사적으로 모든 바깥 소식을 차단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적막과 고요.
하지만 댐이 균열을 일으키며 이윽고 무너지는 것처럼, 이 고요함은 뒤이어 찾아올 굉음을 더욱 크게 들리게 할 서곡에 불과했다.
독일 국내에선 이제 씹어먹을 순무와 루타바가마저 바닥을 드러냈다.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이미 전쟁 첫 해부터 식량난이 터지고 있었다. 제국을 구성하던 다종다양한 민족들은 합스부르크에 대한 기대를 접고 살아남기 위해 민족주의와 독립을 외치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비밀리에 단독 휴전을 합의하다 발각되었고, 빌헬름은 진노했다.
1918년 8월 8일.
협상군은 최후의 공세, <백일 공세>에 돌입했다.
루덴도르프 공세로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모조리 소진해버린 독일군은 이제 끝없이 후퇴했고, 이 패배의 끝이 어디일진 누가 봐도 명확했다.
한편 발칸 반도의 영국군 또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고, 9월에 이르자 불가리아가 동맹군을 이탈해 재빨리 휴전 협상에 도장을 찍었다.
끝났다.
이 미친 전쟁이 마침내 제국을 멸망시키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더듬이를 높게 치켜든 채, 전선의 붕괴와 향후 정권의 움직임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버지. 일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응? 뭐, 뭐냐?”
“직원들을 좀 모아주시죠.”
아르민 로젠바움과 체펠린 백작은 회사에서 밀려나버렸지만.
놀랍게도 브루노 로젠바움 씨는 살아남아 여전히 회사 장부를 만지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보단 쥐에 가까운 처신이라고 해야 하나 저걸. 아니면 아무리 짓밟혀도 결코 죽지 않는 잡초 근성이라고 해야 하나.
낙하산 사장을 위해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직원들과 함께 새 사장님의 화단을 가꾸며 각종 패물을 바치는 등 필사적인 딸랑딸랑으로 회사의 이사 직함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브루노 씨도 나이가 절대 적은 편이 아닌데, 저게 바로 샐러리맨의 처세라는 걸까.
“나,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게다가 너도 가능한 한 회사에 남아 있으라고 했잖니?”
“뭐라고 안 했어요. 빨리 일이나 좀 해줘요.”
나로서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나였다면 저 정도로 처절하리만치 온몸을 비틀며 안 잘리려고 발버둥치는 일, 불가능했을지도.
– 네가 어린 나이에 성공해서 그래. 자존심이 밥줄보다 더 우선된다는 건 네가 가장의 무게를 덜 느낀단 소리라고.
마찬가지로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온 사람이 내게 짐짓 훈계를 늘어놓았다. 근데 마지막엔 못 참고 폭발했잖아? 본인도 밥줄이 어쩌고 할 처진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아빠에게서 뜯어낸 낡고 퀴퀴한 코트를 걸친 채 하류층과 노동 계급이 주로 거주하는 구역으로 향했다.
팔 맥주가 없어 영업이 멈춘 지 오래인 작은 펍엔 얼굴들이 다들 익숙한 사람들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사랑하는 직원 여러분. 오랜만에 뵙는군요.”
“사장님!!”
“사장님, 살려주십쇼. 회사가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게 엉망진창입니다. 그 무능한 노인네가 회사를 제 놀이터로 만들었어요!”
일제히 터져나오는 아우성.
나는 손을 들어 그들의 입을 잠시 막았다.
“회사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만간 우린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서, 이제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비정상이 일상인 나라로 바뀌리란 사실을 미리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들의 썩은 동태 눈 같은 눈동자에 암흑이 들어찼다.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승리에 대한 선전이 멈췄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요?”
“······.”
“졌습니다. 전선은 무너졌고, 영불미 연합군이 진격해 오고 있습니다. 우린 적들을 막을 역량이 없습니다.”
“이, 이기고 있다면서요? 대령님이시잖습니까! 이기고 있다고 여태까지!”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우리는 속았습니다. 최후의 희망, 마지막 한 걸음 따위는 모두 거짓이었고 이미 확정된 패배를 미루기 위해 발버둥쳤을 뿐입니다.”
내 말에 대한 답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도처에서 털썩거리며 주저앉는 이들, 고개를 푹 숙인 이들, 흐느끼는 이들만이 있었을 뿐이다.
“저는, 죽는 그 순간까지 여러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직원 여러분과 그 가족까지 책임지겠단 말을 지키겠습니다.”
훌쩍임이 멈추었다.
그들은 이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해고당하거나 일을 못 하게 된 다른 직원들과 만날 수 있습니까?”
“무, 물론입니다.”
“준비하라고 하십쇼.”
“무엇을 말입니까?”
“우리의 보금자리를 돌려받을 준비 말입니다.”
나는 품에 있던 권총을 꺼내 들었다.
썩은 동태 눈이 사라졌다.
그 자리엔 이제 살기가 가득했다.
1918년 11월.
독일 혁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