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51)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51화(51/246)
적대적 인수합병 (1)
“으아, 으아아!! 으아아아아악!!!”
루덴도르프 공세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직후, 루덴도르프는 정신 착란을 비롯한 발작을 일으켰다.
“각하. 이제 저자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역시 천한 놈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저토록 기품이라곤 없다니.”
“차장을 다른 명망 있는 다른 인물로 앉혀야 전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혈통의 고귀함으로 치면 결코 밀리지 않았을 몰트케의 추태는 까맣게 잊어버린 듯, 참모들은 루덴도르프의 해임을 권했다.
“제아무리 강건한 사나이라도, 전쟁이란 고통을 맛보다 보면 마모되기 마련이지. 참모차장은 금방 정신을 차릴 걸세.”
“···각하께서 그렇게 말하신다면.”
힌덴부르크는 이들의 요청을 단호히 물리쳤다.
‘어리석은 놈들. 이제 와서 장군 한둘 갈아치운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부하들은 말 한마디로 치울 수 있던 힌덴부르크지만, 서쪽에서부터 몰려오는 적군은 그렇게 치울 수 없었다.
독일군의 공세가 끝나고 협상군의 백일 공세가 시작되자, 이제는 그 누구도 패전이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게 되었다.
“아군이 항복하고 있습니다.”
“전열이, 전열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보충된 신병들이 전쟁 수행을 거부했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규율이 무너졌다.
대공세를 통해 프랑스 땅 깊숙이 진격했던 장병들은 프랑스의 평범한 시민들이 집에서 빵과 고기를 잘만 먹고 산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적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고통받고 있고, 게르만의 인내 앞에서 나태한 저들은 먼저 무너질 것이다’라고 주장하던 독일군의 프로파간다는 진실 앞에서 소멸하고 말았다.
적은 끝이 없었고, 아군엔 없는 탱크가 수천 대씩 굴러다녔으며, 하늘 위는 오직 적의 전투기만이 날아다닐 뿐.
9월 29일.
“우린 졌습니다. 당장 휴전해야만 전열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기고 있다고 하지 않았소?”
H-L 듀오는 카이저와 총리에게 지금 당장 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전쟁 상황조차 모르던 이들에게 패전 소식은 날벼락과도 같았다.
“무언가, 협상을 하려면 일단 논의를 어떻게 할지부터-”
“우리 전선이 24시간씩이나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휴전하지 않으면 적들이 베를린까지 갈 겁니다!”
“루덴도르프! 무엄하다!”
“폐하. 당장 휴전해야 합니다. 휴전을 빌미로 숨을 고른다면 다시 진열을 회복하고 적을 막아볼만합니다.”
“그거면 되나?”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평화주의자입니다. 그자의 조건을 수락하겠다고 한다면, 남의 전쟁에 더 피를 흘리고 싶지 않은 미국은 틀림없이 응할 겁니다.”
루덴도르프의 구상은 참으로 장대했다.
– 독일의 민주화, 입헌군주화를 선언하고 의회에 명목상 권력을 던져주자.
– 사민당이 득실대는 의회 놈들에게 패전의 책임을 떠넘기자.
– 이후 군을 회복한 뒤 평화협상에 나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자.
독일은 윌슨에게 접촉해 휴전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제안했고, 윌슨은 이에 응답했다.
독일이 강점한 모든 점령지에서 즉각 철수할 것.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즉시 중단할 것.
카이저가 책임지고 퇴위할 것.
“전쟁! 전쟁뿐입니다!”
“참모차장, 제정신이오?”
“아직 할 수 있습니다. 건방진 미국 놈들에게 굴복할 순 없습니다. 폐하. 아직 독일은 패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굴욕입니다.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준 뒤 제정신으로 돌아온 미국인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됩니다···!”
10월 말이 되어 본격적으로 미국과 협상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자, 한 달 전 카이저를 윽박지르다시피 해 휴전 회담을 시작시킨 루덴도르프는 갑자기 협상 전면 중단과 전쟁 지속을 외치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무너진 독일군이 갑자기 정예강병으로 되살아날 린 없었다.
“루덴도르프. 자넨 해임일세.”
“후회할 겁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나라엔 황제도 뭣도 없게 될 겁니다!”
루덴도르프는 쫓겨나는 그 순간까지도 저주를 내뿜었다.
그리고 그의 의자가 비어진 지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독일인들이 폭발했다.
***
1918년 10월 24일.
독일 제국 함대는 출항을 명령받았다.
“우리 해군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전쟁이 끝나버리면 우리의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
“최후의 한 명까지 영국 함대 앞으로 돌진해 놈들에게 크나큰 타격을 준다면 평화 협상 때 우리의 전과가 반영될 터. 이제 옥쇄하는 일만 남았다!”
훗날 나타날 어떤 자살특공 좋아하는 제국과 놀라우리만치 비슷한 발상이었다.
“출격 반대!”
“전쟁 반대!!”
“이, 이 자식들! 뭣 하는 거냐! 항명은 즉각 처형이다!”
하지만 병사들은 그딴 자살행위에 동참해줄 생각이 없었다.
거의 모든 대형 함선에서 병사들이 일제히 반란을 일으켰고, 폭동과 파업으로 인해 독일 해군은 함대를 운용할 능력을 상실했다.
당황한 해군은 급히 ‘출격은 없다’라고 말을 번복했지만, 이미 수병들은 자신들을 용궁 물고기밥처럼 내던지려던 군 상층부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킬 군항의 반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반란은 순식간에 독일 국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지금이야말로 혁명의 시간입니다!”
“인민들이여, 떨쳐 일어납시다! 우릴 압제하는 자들을 모조리 무너뜨립시다!”
바로 작년, 러시아 제국이 멸망한 땅 위에 공산 국가가 들어섰다.
혁명을 갈망하던 이들은 모조리 거리로 뛰쳐나와 한목소리로 외쳤고, 몇 년 동안 끔찍한 기근과 고통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총파업의 대열에 동참했다.
“국왕이 도망쳤다! 현 시간부로 바이에른 왕국은 멸망이다!!”
“뷔르템베르크 국왕의 폐위를 선언한다!”
“작센 왕국은 소각이다!”
“바덴 공국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오직 소비에트가 있을 뿐! 소비에트의 위임을 받은 임시정부가 이 땅을 다스린다!”
단 며칠 만에.
제국을 구성하는 무수한 왕국과 공국들이 줄줄이 혁명의 불꽃 아래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제국의 수도 베를린은 쉽지 않았다.
모든 거리는 시뻘건 깃발의 물결로 뒤덮여 있었지만, 프로이센 경찰과 주둔군은 결코 제국의 심장만큼은 폭도들에게 내주지 않겠단 일념으로 뭉쳐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긴장.
“에베르트 의원. 총리를 맡아 주시오.”
“이 상황에서 대체 뭘 어쩌란 말입니까? 왜 내게 독이 든 성배를 건넵니까?”
“혁명을 원하시오? 볼셰비키들이 이 나라를 장악하고 모든 부자와 자본가를 몽둥이로 패죽이길 원하시오?”
“내가 있는 한 사민당은 결코 그런 폭력 혁명의 선두에 서지 않을 것입니다.”
“제정을 폐합시다. 영국과 프랑스도 공화국을 설립한다면 훨씬 자비를 베풀 게요. 다수당인 사민당이 주도하는 새로운 독일 정부를 수립해야 이 나라가 끔찍한 혼란의 늪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에베르트는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았다.
다수당 당수조차 담배 한 대 마음대로 피우지 못하는 희한한 나라. 거기에 전쟁 상황에 대해선 어떠한 통보도 듣지 못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이 나라를 맡으라니.
맡고 죽으란 소리 아닌가.
하지만 그가 아니면 누가? 누가 저 불타오르는 혁명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이 땅에 질서를 돌려줄까?
총리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갈등하고 있었다.
채 정리되지 않는 고민만 껴안고 있던 순간.
갑자기 저 멀리서 하늘이 쩌렁쩌렁 울리는 듯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또 무슨 일이지?”
“잠깐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총성이 확실한 폭발음이 연달아 몇 발 터져나왔다.
이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사민당 당사를 빠져나와 거리로 나갔다. 당원 몇 명이 곧장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행했다.
서둘러 움직인 그들의 눈에 한 무리의 군중이 보였다.
그리고 그 군중의 최선두에 선, 자동차에 꼿꼿이 선 채 권총을 들고 있는 남자.
“아르민··· 로젠바움!”
에베르트의 입에서 탄식 같은 무언가가 터져나왔다.
***
천 명.
옛 직원들이 다시 뭉치기까진 며칠도 채 걸리지 않았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전쟁터로 끌려갔지만, 군수사업 좋은 게 뭔가. 그래도 다른 업체에 비해선 징병 면제를 받은 젊은이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손에 부엌칼이든 몽둥이든, 하다못해 벽돌 한 덩이라도 쥐고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들어 올려라!!”
“와아아아아아!!!”
없는 잉크를 박박 긁어 그린, 내 전투기에 그려 넣었던 나를 상징하는 문장(紋章)과 회사 브랜드 로고.
그 두 개의 깃발이 펄럭거리기 시작하자 구경꾼들은 마침내 우리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가 달달 떠는 게 보여 나는 슬쩍 군홧발로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괜찮아요?”
“괘, 괜찮다. 정말이다.”
“이거 쓰고 계세요.”
젠장. 운전수는 딴 사람으로 쓸걸.
선글라스를 씌우니 좀 덜 떠는 것 같다. 한결 낫군.
군복을 차려입고, 그동안 받은 훈장을 주렁주렁 방탄복처럼 걸친 채 차에 올라탄 나.
그리고 바로 그 뒤를 따르는 이들은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살아서 돌아온 전역 장병들 백여 명. 그들의 손엔 하나같이 소총 하나씩이 쥐여져 있었다.
그 뒤 행렬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위세를 세워줄 역할. 전투력은 제로에 불과하다.
우리는 어떠한 구호도 외치지 않은 채 가장 먼저.
로젠바움사 항공기 공장으로 향했다.
“머, 멈춰라. 이 시설은 군용 시설로-”
“이사회 결의에 따라, 지금 이 시간부로 기존 사장을 해임하고 나 아르민 로젠바움이 다시 사장직에 복귀했다! 문을 열어라!”
나의 외침에 병사들이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히 폭도라고 생각했을 텐데, 제복과 군복을 앞세운 똑같은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우리는 폭도와 빨갱이로부터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병사들이여, 그대들의 임무는 끝났다! 지금부터 이 공장은 우리가 직접 관리한다!”
“와아아아아아!!”
다시금 울려퍼지는 어마어마한 함성.
이미 의욕이라곤 보이지 않던 경비병들은 주춤주춤 물러서며 총구를 내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로젠바움 씨! 명령서가 있다면 보여주십시오!”
대위 하나가 허둥지둥 달려나와 내 앞에 섰지만.
빠악!
“컥!”
“언제부터 대위 따위가 대령에게 ‘씨’라고 하게 되었지? 제국 육군은 이제 상관을 모욕할 정도가 되었나?”
“대, 대령님. 저는 상부로부터 어떠한 명령도 듣지 못했습니다. 적법한 명령이 있기 전에는-”
“너는 빨갱이가 틀림없군.”
너무나도 뜬금없는 말에 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예? 예??”
“사유재산을 침탈하고, 상급자의 명령에 불복종하며 제멋대로 군을 부리다니. 틀림없이 볼셰비키야. 그렇지 않나?”
“맞다!! 맞다!!”
“빨갱이를 죽여라!!”
“빨갱이를 끌어내라!!”
“죽여라!! 죽여라!!”
총 든 군중의 외침은 그 어떠한 강단과 용기도 단숨에 침몰시키는 마력을 띠고 있었다.
머리통에 몇 자루의 소총이 겨누어지자, 대위는 달달 떨며 쥐고 있던 권총을 떨구고 말았다.
“경비들에게 지시해. 문 열라고.”
“그, 그, 그럴, 그럴 수는.”
“역시 볼셰비키였군. 사격-”
“무, 문을 열어라!!”
내 성채.
내 영지.
<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격언이 적힌 정문이 주인을 환영한다는 듯 드르륵대며 그 입을 쩌억 벌렸다.
직원들은 경비병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총을 빼앗았고, 지시받은 대로.
“형제들이여!”
“어, 어?”
“사우(社友)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우리와 함께합시다!”
뜨거운 허그를 나누었다.
건방진 장교 하나를 제외하고 병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군중의 물결에 흡수되어 하나가 되었고, 더 많은 총기를 얻은 우리는 거침없이 드넓은 공장 부지 안으로 진입했다.
“사장님이 돌아오셨다!!”
“로젠바움 사장님께서 오셨다!!”
“와아아!! 와아아아아악!!”
공장은 말 그대로 미칠 듯한 함성으로 요동쳤다.
안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부터 매점 점원, 청소하던 여직원들까지 모조리 뛰쳐나와 내 이름을 연호했고, 나는 개선식을 올리는 장군마냥 그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하지만 아직 피날레가 남아 있었다.
“저곳 문도 여시오.”
“저곳이라니.”
“우리 직원들이 머무는 ‘기숙사’ 말이오.”
“기숙사라니, 그, 저, 저긴, 저긴 포로 수용소입니다!”
빠악!
아직도 올바른 학습이 되지 못한 덜떨어진 간부에겐 쪼인트가 제맛이지.
– 어우. 이빨 튀어나오는 것 좀 봐. 역시 쪼인트는 프로이센식이 정통인가?
“로젠바움사 직원들이 일하는 곳을 수용소라고 하다니. 열어.”
“그렇게는 못 합니다!”
“처리해.”
내 옆에서 대기 중이던 직원 하나가 고기 썰던 칼로 그의 목을 찔렀다. 그의 눈엔 ‘어째서’라는 의문만이 가득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파악 못한 놈은 원래 시대의 급류에 떠내려가는 법.
아직도 충성의 대상을 카이저에서 나로 바꾸지 못한 아둔한 놈이라면 다음 생에서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길 빌어줘야지.
더 이상의 저항은 없었다.
수용소의 문이 열리고, 딱 봐도 잔뜩 초췌한 모습의 포로들이 스멀스멀 바퀴벌레처럼 대가릴 빼꼼 내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직원 여러분! 약속한 대로, 나 로젠바움이 돌아왔습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경영 방침이 바뀌었소. 오늘부터 그대들은 기숙사 대신 통근들 하시오.”
절대 멋대로 포로를 풀어준 게 아니다.
내 사유재산인 노동력의 처우를 개선해준 것뿐이지.
어쩔 줄 몰라 하던 우리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은 미리 준비해 둔 낡은 옷을 받자 눈물을 줄줄 흘리며 넝마 같은 죄수복을 훌렁훌렁 벗어 던졌다.
이제 우릴 가로막을 자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한 줌도 되지 않는 경비병력은 모조리 제압, 아니 통합되었고, 무기고 문을 때려부순 직원들은 기관총과 소총을 그 안에서 끄집어냈다.
수천 명의 장정들을 무장시켰으니 이대로 단숨에 베를린을 무력으로 장악해봄직도 했지만.
– 그딴 짓을 했다간 승산이 없지. 주둔 병력과 경찰력을 합하면 금방 제압당할 게 틀림없어.
조스비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우린 어디까지나 ‘빨갱이로부터 사유재산을 지키고자 떨쳐 일어난 직원 일동’이지, 절대 반란군 따위가 아니니까.
그러니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전 사장, 출근했나?”
“그렇습니다. 사장실에 있습니다.”
“그 새끼! 그 새끼를 잡아야 합니다!”
“다들 같이 갑시다.”
내 사장실을 돌려받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