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5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52화(52/246)
적대적 인수합병 (2)
“로젠바움 대령! 이 무슨 짓거리인가! 지금 네놈은 반란을 일으킨 게야. 지금 당장 역적질을 멈추고 투항하게!!”
무장한 직원들과 함께 사장실 문을 열자, 늙은 퇴역 장성이 카이저수염을 기른 채 내 중역의자에 떡하니 앉아 내게 일갈했다.
난 그를 무시한 채 군홧발로 사장실에 발을 디뎠다.
내가 있던 시절의 사장실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내가 최초로 비행기를 만들 적 제작했었던 소형 목업들.
산처럼 쌓여 있던 각종 설계도면들.
회사의 번영과 실적을 보여주던 큼지막한 대형 표와 그래프 테이블과 항상 무언가 빼곡하게 써져 있던 칠판.
AI 비서를 소환하기 위해 비치해 놓았던 대형 거울.
내 취향에 맞게 언제든 커피를 끓일 수 있도록 세팅해 둔 찻주전자와 명품 도자기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봐, 브루노 이사! 어린놈의 망동에 어울려주면 쓰나! 지금 이게 뭐 하는 게야!”
“어이, 영감. 여기 있던 것들은 다 어디로 치웠지?”
나는 상황 파악도 못 하고 헛소리나 지껄여대는 그를 향해 말했다.
그는 잠깐 당황해하더니 입을 열었다.
“뭐 말이냐.”
“원래 여기 사장실에 있던 모든 것.”
“그딴 게 중요한가? 지금 너희들은 국가에 대한 반역을 일으키고 있어!”
이 늙은이가 보자 보자 하니까 정말.
– 참아. 죽일 가치도 없어. 저놈은 낙하산이야. 뒤에 힌덴부르크가 있다고!
거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찬장 유리에 나타난 조범석이 내 살의를 느꼈는지 속사포처럼 떠들어댔다.
“마지막으로 묻지. 여기 있는 것 다 어쨌나?”
“사장님. 그냥 말씀해주십쇼.”
“필요 없어서 다 갖다 버렸다.”
버려?
내 발자취를.
내 인생 그 자체와 같던 것들을 전부 버렸다고? 쓰레기처럼?
이봐. 범석이.
아직도 내가 이놈을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
– 그래. 당연하지. 이놈은 똥별이야. 벌레라고. 대충 애완 귀뚜라미쯤 되는 인간 이하의 무언가라고! 죽여서 주인님을 화나게 하느니 그냥 내버려 두자고. 에비에비. 지지야, 지지.
그러니까 주인만 대충 납득시키면 된다 이거군.
대충 뭐, 농장 하나쯤 더 주면 되지 않을까? 힌덴부르크 영감, 베르사유 파티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힘깨나 써야 할 텐데 굳이 애완 귀뚜라미 살해범에게까지 힘을 쓸까?
하지만 범석이의 말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다.
나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붙잡아.”
“뭐, 뭐야. 브루노! 이 미친 망동에 그만 어울리고-”
“붙잡아서 던져. 이놈이 하는 짓거리를 봤을 때, 살려 뒀다간 반드시 보복하겠지.”
“자, 잠깐. 잠깐!”
살기가 눈에서 번들거리는 직원들, 남은 건 증오뿐인 자들이 그의 면상과 사지를 붙들자 순식간에 그는 예절이 주입되었다.
“로젠바움 대령. 진정하게. 진정하게! 내, 내 뒤엔 힌덴부르크 각하가 계신다고. 사장. 이보시오. 사장님. 나, 나는 시킨 대로 했소. 어디까지나 나는 실권 없이 군부에서 하라는 대로 도장만 찍었는데-”
“사장님! 이 자식이 뭘 했는 줄 아십니까? 우릴 포로처럼 채찍질했습니다!”
“이놈과 함께 온 놈들이 우리 몫 식량을 빼돌렸습니다!”
“딸을 빌려주면 더 편한 업무로 빼주겠답니다! 인간말종입니다!”
“저러고도 잘도 군인이 어쩌고 떠들었나. 강단도 명예도 아무것도 없는 놈.”
단 몇 초 만에 바들바들 떨며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를, 사람들이 한두 번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던져.”
휙!
저 밑에서 잠시 소시지 철푸덕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와아아아아아!!”
“악마가 죽었다!!”
“빌어먹을 자식! 지옥에나 떨어져라!!”
떨어진 이가 누군지 깨달은 직원들이 다시금 환호성을 터뜨렸다.
나는 그를 집어던진 우리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전 사장은 ‘각하와 임직원들에게 미안한 심정’이라고 밝힌 뒤 스스로 투신했다. 그렇지 않나?”
“예, 그렇습니다!”
“저희가 두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좋아. 아버지.”
“으, 으응. 무슨 일이냐, 아들아.”
“직원들이랑 같이 저 자식 집에 가서 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해 주시죠.”
아버진 거절하지 않았다.
모두가 나가 휑해진 사장실에 나 혼자 남자.
나는 천천히 내 의자에 앉아 몸을 기댔다.
– 그래, 회사를 되찾았군. 축하하네.
전혀 알맹이가 없어 보이는 건성건성 축하 인사였다. 좀 더 있는 힘껏 기뻐해 달라고. 사회생활 잘하셨다는 분이 왜 이래.
나를 위해 움직이는 무장 집단을 확보했다.
노예처럼 강제 노동에 시달리던 포로들을 오직 이 아르민 로젠바움만이 굽어살펴주었다.
이게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 반대로 말하면 고작 그뿐 아닌가. 지금 같은 민감한 시국에 굳이 이래야겠나?
멍청하긴.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을 죄 죽여버리면서 내 것을 되찾을 수 있겠냐. ‘제발 돌려주세요 흑흑’ 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이나 줄줄 흘리다가, 간신히 되찾을 때쯤이면 협상군 놈들이 와서 기계를 죄 뜯어가겠지.
이게 최선이다.
나는 비상한 시국에만 가능한 비상한 방법을 썼을 뿐이다.
돌아왔다.
내 집에.
***
전 독일을 뒤덮은 혁명의 열풍이 베를린이라고 멀쩡할 린 없었다.
병사들은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길 거부했다.
그들은 들고 있던 묵직한 쇳덩이를 대강 바닥에 내던졌고, 장교들은 한 줌도 안 되는 군대가 모래알처럼 흩뿌려진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저 멀리 벨기에의 총사령부에 처박혀 있는 카이저가 뭐라 떠들거나 말거나, 마침내 권력자들은 제정의 폐지를 선언하고 이 나라가 공화정 국가가 되었음을 선언했다.
물론 그렇다고 혁명의 열기가 가라앉진 않았다.
“대체 자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나?”
“사유재산을 지켰을 따름입니다. 다행히 제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나 보군요.”
쾅!!
에베르트는 잔뜩 분노한 표정으로 책상을 내리쳤지만, 그런다고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은가.
“똑바로 말하게. 그 무력집단으로 대체 뭘 하려는 겐가?”
“그렇게 묻는다고 순순히 답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습니까?”
“이 개-”
“하지만 저는 정직과 신의를 최우선으로 삼는 모범적인 사업가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예,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는 설명하라는 듯 가만히 나를 노려보았고, 나는 잠시 한숨을 푹 쉬었다.
“베를린의 온 공장이란 공장마다 노동자 평의회라는 조직이 설립되고 있습니다. 들으셨겠지요?”
“자네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 말해보게.”
“평의회를 러시아어로 뭐라고 합니까.”
“······소비에트(Soviet).”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레닌과 그 친구들이 떠들던 말 아닙니까. 그 어느 때보다 폭력 혁명이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공산당은 연정에 동의했네. 민의를 대표하는 사민당과 공산당이 새로운 헌법이 나올 때까지 정부를 통제할 게야. 지금 가장 문제 되는 건 곳곳에 즐비한 사설 무장 조직이란 말일세! 자네가 쥐고 있는 것처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먼저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면, 로젠바움사의 방대한 자산과 노동력은 어느 얼뜨기 혁명가의 손에 떨어졌을 겁니다.”
에베르트는 여기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지금 이 베를린은 제각기 무수히 많은 노동자 평의회들이 결성되어 어찌어찌 도떼기시장처럼 굴러가고 있었고, 그 평의회를 주도하는 건 당연히 상당수가 기존 노조의 간부들이었다.
그리고 어느 나라나 다 비슷비슷하지만, 노조의 핵심 간부들은 대개 사민당원 아니면 공산당원이었다.
로젠바움사에도 노조는 있었고 지도부 대부분이 사민당원이었지만, 루덴도르프가 그들을 동부 전선으로 보내버렸다. 아직 소식이 전해지진 않았지만 한 절반 확률로 죽었거나 병신이 되었겠지.
“믿을 수 있는 이들이 없는 지금, 공산당이 대뜸 제 회사를 먹어버리면 어떡합니까.”
당연히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로젠바움사가 노동자 평의회를 결성하지 않을 리 없다.
1인 1표, 심지어 구 프랑스인 포로들까지 투표한 이 완벽한 21세기식 선거에서 평의회 의장으로는 경애하는 아르민 로젠바움 동지가 95%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이런 막중한 책무를 맡은 나는 지금 팔에 붉은 완장도 두르고 있고 <공산당 선언>도 열심히 읽고 있다. 진짜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시겠다?”
“반대로 묻지요. 제가 권력을 잡고 싶으니 베를린에 가서 총질합시다! 라고 하면 직원들이 움직일까요?”
그럴 리가.
이들은 내가 보여준 미래와 희망에 혹해서 움직였을 뿐이다.
하지만 내 진솔한 말에 에베르트는 더욱 경계심을 품는 기색이었다.
– 정치인들은 다 저렇지. 네가 만약 큰소리를 쳤다면 ‘저놈 저거 허세구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거 참 피곤하게들 산다.
“이들은 단순히 먹고살기 힘들어 움직인 가난한 노동자들에 불과합니다. 저번에 제가 무력 집단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긴 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무력을 쓰는데 익숙한 전문적인 직군이 아니라면 남을 죽일 용기라는 건 그리 쉽게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일단 믿겠소.”
“저는 언제나 그랬듯 사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이 혼란을 수습하고 평화 협상을 이끌어나갈 곳은 오직 사민당, 아니, 에베르트 총리 각하뿐이십니다.”
미안하다. 해줄 수 있는 게 딸랑딸랑밖에 없다.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
새롭게 정권을 인수한 에베르트.
첩첩산중과도 같은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그와 사민당을 반겨주고 있었다.
가장 먼저, 점령지에 있는 수백만 병사들을 무사히 귀환시키면서, 동시에 이들이 돌아오는 동안 약탈이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다음은 당연히 연합국과의 평화 협상 체결.
11월 11일부로 프랑스 콩피에뉴의 한 열차칸에서 휴전 조약을 체결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휴전일 뿐 메인 디쉬는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협상군은 평화 조약이 체결될 때까지 독일에 대한 봉쇄를 풀어줄 생각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국내가 멀쩡하냐 하면.
“지금 바로 혁명을 일으켜야 합니다!”
“레닌 동지도 성공했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전쟁의 책임을 져야 할 군인들과 자본가들을 전부 매달아야 합니다. 역사에 죄를 짓기 전에 우리가 나서서 저들을 전부 쓸어버립시다!”
“무슨 헛소리들입니까?”
“우리는 아직 그만한 역량이 되지 못해요! 미친 짓입니다!”
“해보지도 않고서 그걸 어떻게 압니까?”
“너 반동이지!”
사민당이 파트너로 손잡아야 했던 공산당 일각에선 폭력 혁명론이 맹렬히 샘솟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들이 마냥 아무것도 없는 얼치기가 아니라, 베를린의 경찰력을 쥐고 있는 경찰청장이 공산당원이란 점에서 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한편 하나둘 귀가하기 시작한 병사들은 개판이 난 집과 사회를 보며 절망에 빠지기 시작했다.
전쟁터만 지옥인 줄 알았는데 고향 땅 역시 지옥이긴 매한가지였고, 물가는 올랐으며, 일자리는 없고, 먹을 것을 구하긴 하늘의 별 따기였다.
베를린이 피바다가 되는 것은 이 시점에서 이미 정해진 셈이었다.
“돌아왔습니다.”
“사지 멀쩡하게 왔구나. 그럼 됐다.”
“이 전쟁영웅 헤르만 괴링을 환영하는 군악대나 군중이 없다니, 참 섭섭합니다.”
“미친놈. 그딴 게 요즘 시국에 어딨어.”
나는 괴링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준 후 서재로 안내했다.
“와. 커피다.”
“담배도 있지.”
“이것이 항공기 납품을 다 해처먹은 부르주아지의 위엄인가.”
“나 막판에 짤렸잖아. 헛소리할래?”
괴링의 무용담. 그리고 내가 베를린에서 있었던 일을 한참 떠든 후.
잠시 침묵이 깔렸다.
“······이제 뭐 하고 살아야 할까요.”
“무슨 소리냐.”
“전쟁영웅이면 뭐 합니까. 결국 패배한 나라의 패전군인인데.”
괴링은 대가리를 축 늘어뜨린 채 너덜너덜해진 제 군홧발 끄트머리만 응시했다.
“대체 우린 뭘 위해서 싸운 겁니까? 형님. 왜 우린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국 져야 합니까?”
“윗대가리들이 멍청해서지.”
“이건, 이건 너무 억울합니다. 죽은 부하들, 전우들은 대체 뭐가 됩니까! 어째서!! 왜!!!”
“만약 내가 저 카이저나 루덴도르프 같은 힘이 있었다면, 절대 이따위로 전쟁하진 않았어.”
내 말에 괴링은 번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형님.”
“네가 형님이라 부를 땐 항상 돈 달라고 할 때였는데.”
“로젠바움 대령님. 성공한 사업가이자 전쟁영웅, 국민적 영웅인 형님을 가로막던 앞길이 싹 비워지지 않았습니까? 의원이든 장관이든, 한자리 하시죠. 이 헤르만 괴링이 충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젓자 이놈은 갑자기 똥 마려운 강아지 같은 면상으로 되돌아갔다.
“그, 그럼. 혹시 그, 저 회사에 취직 좀 시켜주시면 안 됩니까?”
“군대에 안 있고?”
“이딴 군대에 있어서 뭐 합니까. 대가리에 채소무침만 들어찬 병신들뿐인 거 직접 보고 왔는데.”
“헤르만. 저길 봐라.”
나는 창문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바깥에선 빵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시위대의 붉은 물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우리 정치인 나리들이 저걸 감당할 수 있을성싶으냐?”
“···모르겠네요.”
“내가 만약 정치가 아니라··· 이 나라 전부를 원한다고 한다면, 그래서 이 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뜯어고치고 싶다고 한다면 넌 어쩔래?”
“당연히 이 한 목숨 다바쳐 충성을 맹세해야지요. 깃발 들라면 들고, 북을 치라면 치겠습니다.”
일부러 농담조로 운을 떼었지만, 괴링은 정색하며 갑자기 각을 잡았다.
“제가 성질도 뭣 같고 딱히 잘난 것도 없지만, 그 개막장 집안에서 데려와서 10년씩 먹여주고 재워준 사람을 물어뜯을 만큼 몰염치한 인간은 아닙니다. 제 평생 존경심을 품고 지켜본 사람이 이 나라를 바로잡겠다는데 피가 끓지 않으면 어찌 독일 남아라고 하겠습니까?”
“그으래?”
“그렇습니다. 이 한 목숨 바쳐 로젠바움 대령님을 모시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괴링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그럼 잘 됐다. 앞으로 할 일이 많아.”
“시켜만 주십쇼. 형님이 절 내치지 않는 한, 소나 말처럼 따르겠습니다.”
“좋아. 그럼 가장 먼저, 우리 항공대 전우들부터 전부 불러모으자고.”
“무슨 명목으로 그 친구들을 데려오면 되겠습니까? 취업?”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돌격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