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5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56화(56/246)
벤데타 (1)
휴고 슈티네스(Hugo Adolf Eugen Victor Stinnes)라는 인물이 있었다.
일명 <루르의 왕>, <독일 경제의 카이저>.
이 화려한 칭호들을 얻기까진 아직 몇 년의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그는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독일 산업계 최대의 거물이었다.
그는 무수한 광산을 소유한 석탄의 왕이었다.
그는 독일 곳곳에 발전소를 가진 전기의 왕이었다.
그는 자신의 왕국에서 쏟아지는 제품을 팔기 위해 운송과 해운 사업을 영위했고, 제철과 정유에도 손이 닿아 있었으며, 전쟁 기간 동안 엄청난 양의 탄약을 생산해 팔아치웠다.
그는 루덴도르프와 무척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고, 독일이 점령지에서 노예 노동과 약탈, 착취를 벌일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이윤’을 창출했었다.
그의 탄광은 잡혀 온 포로들로 가득했고, 벨기에의 민간인들을 자신의 공장에 노동력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해 수만 명의 벨기에인을 자신의 공장과 광산에서 써먹었다. 슈티네스는 이 행위를 ‘협상국이 국외의 본인 사업체를 압류해서 손실을 벌충했을 뿐’이라 여겼다.
이제 전쟁은 패배로 끝났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여전히 그에겐 무한에 가까운 돈이 남아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여겼다.
전쟁이 끝나고 그의 영지 루르로 적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신 인플레와 혼돈을 견디지 못한 무수한 기업들도 매물로 쏟아지지 않겠나. 그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에게 있어선 잔치라고 할 수 있었다.
“회장님의 협조에 에베르트 총리께서도 대단히 기뻐하고 계십니다.”
“뭘요. 노동자의 권리가 확대되면 결국 기업도 득을 본다.”
사민당 중진과 대화를 나누던 그는 떫은 감을 씹는 듯한 느낌으로 내뱉었다.
“···로젠바움사가 대표적인 예시를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사민당이 집권한 직후, 민심에 부응할 필요가 있던 사민당과 안정적 정부가 필요했던 기업가들은 즉각 협상에 나섰다.
기업가들의 대표자격으로 나선 슈티네스는 노동자 권리 증진, 일일 8시간 노동과 노조의 권리 확대 등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물론 그는 저러한 사민당의 정책을 악법이라고 보았지만, 빨갱이들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것보단 낫지 않겠는가?
“로젠바움식 경영은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노조를 자신의 수족으로 부리는 기술이 탐나긴 하지만, 그건 창립자인 동시에 전쟁영웅의 휘광이 있는 그에게만 가능한 고유의 수법이지요. 하지만, 볼셰비키들이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걸 막기 위해 그가 선보인 과감한 일련의 행동은 저도 본받을 만하겠더군요.”
“그렇습니까.”
“이미 제 명의의 사업체도 직원들을 더 고용했습니다. 폭도들이 제 기업을 약탈하면 큰일이니까요.”
아르민 로젠바움이란 인물이 나타나면서, 역사는 이미 그 궤도에서 이탈하고 있었다.
원래 역사에서도 슈티네스는 극우 조직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공산당에 맞설 것을 종용했지만, 지금의 그는 더욱 적극적으로 바뀌어 직원들의 병사화를 추진했다.
그리고 원래 유행이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
슈티네스의 선진 경영 기법은 순식간에 확대되었고, 기업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직원 고용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자신들만의 무장 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다. 깡패와 건달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면 부수적인 효과로 이들을 노조 활동에도 투입시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정작 슈티네스는 ‘이미 통 큰 타협을 보여줬는데 괜히 노조를 자극했다간 이전의 협약마저 진정성이 의심받는다’라고 판단해 노조에 개입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당장 눈앞에 적화 혁명이 다가왔다고 여기는 이들은 자신들의 사업체를 지키기 위해 그야말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총리님께 전해주십시오. 위대한 인물은 위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로젠바움 대령과 자리를 마련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건 어렵지 않지요. 기별을 넣어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뭔가 다르다.
슈티네스는 로젠바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직감하고 있었다.
단순히 물려받아 더 키운 사람과 새로운 영역 자체를 창조해낸 사람의 차이가 아니다.
로젠바움의 움직임에선 자본가 특유의 탐욕이 보이지 않았다.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었다면 당연히 그 돈을 종잣돈으로 더 크게 불리려 하는 것은 짐승이 배 고프면 사냥하는 것만큼 당연한 본능이거늘, 쓰레기통에 처넣고 있다?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군.”
홀로 남은 그의 중얼거림만이 집무실을 떠다녔다.
***
대립이 격화될 때, 한쪽이 더 강경해지면 반대편도 이에 부응하기 마련.
이 상호 대립 과정을 통해 온건파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강경파 내부에서도 더욱 강경할수록 득세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베를린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이 벌어졌고, 심심하면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 소란의 붉은 단추를 꾹 누른 <인민 해병>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우리 때문에 이 난리가 났다고?”
“난 그냥 밀린 월급 받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야, 이 빨갱이 새끼들아! 너희 때문에 좆됐잖아!”
하지만 베를린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방화, 총성과 포격을 보며 이들의 마음도 점차 바뀌고 있었다.
“저거 보이나? 우리가 여기서 도망쳐봤자 저 미친 놈들이 우릴 다 죽여버릴 게 틀림없어!”
“어차피 윗대가리들은 우리더러 다 죽으라고 하던 놈들이야! 저놈들을 다 죽이기 전엔 우린 편히 못 살아!”
“시민들이 우릴 위해 싸워주고 있는데 어떻게 도망친단 말을 할 수 있나!!”
마침내 인민 해병대는 다시 한번 싸우기로 결의했다.
1919년 1월 4일.
“사민당은 일방적으로 1월 19일 제헌의회 선거를 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들은 선량한 시민들인 인민 해병들에게 총구를 겨누어 수십 명을 죽였습니다.
그들은 경찰이 저 일방적인 살상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청장을 해임하고 경찰력을 제멋대로 장악했습니다.
그들은 전쟁에 책임이 있는 자본가와 융커들과 야합해 모든 것을 과거로 되감으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저 비열한 야합의 결정체인 선거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없다!! 없다!!”
“오직 노동자와 농민이! 이 전쟁의 피해자인 우리의 의사를 따르는 정부만이 이 독일 땅에 세워져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렇다!! 그렇다!!”
“인민들이여, 일어납시다!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인민의 뜻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전달될 것입니다!!”
“와아아아!!”
“공산당! 공산당!”
죽은 인민 해병대원들의 장례식이 거행되었고, 공산당 내 모험주의자들은 이를 기점으로 전면적인 혁명을 일으키기로 결심했다.
공산당에 동조하는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결의했고, 무려 5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장례식과 함께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다.
“러시아와 똑같아! 빨갱이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당장 일터로 복귀해, 이 개자식들아! 이건 반란이라고!”
“싹 죽여! 사유재산을 탐내는 빨갱이들이다!”
“회사는 노동자의 것이다! 용역 깡패들은 꺼져라!”
파업과 시위 현장을 향해 이들 민병대는 곧장 총격을 가했고, 사람이 죽자 시민들은 눈이 홱 돌아갔다.
고작해야 깡패 집단에 불과한 이들은 순식간에 린치당해 너덜너덜한 고깃덩어리가 되었고, 우발적 교전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사민당과 공산당 지도부가 채 파악하기도 전에 이미 일련의 무장 집단들이 언론사와 관공서를 점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파르타쿠스단 봉기>는 그렇게 어어 하는 순간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아아아앙!! 아아아아앙!!”
“착하지. 착하지. 울지 마. 엄마 아빠 금방 올 거야. 울지 마.”
1월 4일에서 5일로 넘어가는 새벽.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콘라드 슈미트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창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 베를린에서 혁명이 일어나든 말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장 보러 나간다던 여동생 부부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엄마 품이 그리운 건지 아니면 단순히 배가 고픈 건지 아이는 연신 울어젖히고 있었지만, 육아와는 평생 연이 없던 콘라드는 아이를 토닥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빌어먹을 빨갱이 새끼들.”
“아아아앙!!”
“어이쿠, 미안하다 미안해. 삼촌이 나쁜 말 해서 미안해~”
평소라면 그냥 집에만 있으라고 한마디 했겠지만, 애 먹일 음식이 없는데 어쩌겠는가.
부모님의 유품인 목걸이를 우유로 바꿔 오겠다는 여동생의 눈은 이미 벌게져 있었고, 슈미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실수였다.
차라리 그가 매제를 데리고 나갔어야 했다.
지금 같은 이 시국에 싱싱한 우유 구분하는 눈이나 에누리하는 실력이 뭐가 중요한가. 살아서 돌아오는 게 더 급하지.
쿵쿵쿵!!
“계십니까?”
“누구요!”
“여기 바이젠바움 부부 사는 집 맞습니까!”
“누구냐고요!”
잠시 고민하던 콘라드는 여전히 우는 아이를 요람에 다시 올려두고, 아이 대신 총을 쥐었다. 따뜻하고 말랑한 아이 대신 묵직한 나무의 감촉이 느껴지니 그의 머릿속에 피가 핑핑 도는 느낌이었다.
“누구시오.”
“워워. 총 내려놔주시오. 바이젠바움 부부의 친족 되십니까?”
“그렇소만.”
“인민 위원회에서 나왔소. 대단히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스럽지만, 반동 깡패들이 혁명을 막기 위해 발악하는 도중 죄 없는 이들이 피해를 입었-”
“용건만 똑바로 말하시오.”
“부부가 살해당했소.”
콘라드의 무릎이 탁 꺾였다.
요람 속 아이는 이제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젖히고 있었다.
***
1월 6일.
아르민 로젠바움은 전 직원을 소집했다.
자리를 가득 메운 무수한 직원들 앞엔 여러 개의 관이 놓여 있었다.
“막스 바이젠바움. 1894년생. 함부르크 출신. 1914년 로젠바움사 입사. 1917년, 군부에 의해 해고. 1919년 1월 4일, 장을 보던 중 공산당의 봉기에 휘말려 살해당함. 슬하 생후 2개월 남아 1명 있음.”
“엠마 바이젠바움. 1895년생. 베를린 출신. 1916년 징병된 사우(社友) 콘라드 슈미트를 대신해 로젠바움사 입사. 1918년, 막스 바이젠바움과 혼인. 1919년 1월 4일, 장을 보던 중 공산당의 봉기에 휘말려 살해당함. 슬하 생후 2개월 남아 1명 있음.”
“알프레드 베르너. 1898년생. 포츠담 출신. 1917년 로젠바움사 입사-”
“요한 쾰러. 1892년생-”
죽은 이들이 하나씩 호명되는 동안, 그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않고 연단에 올라선 사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원 가족 여러분.”
그리고 호명이 끝났다.
“흔히들 나를 보고 조국 도이칠란트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라 생각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짧은 한평생 동안 가족, 오직 가족을 위해 성실히 일해 왔을 뿐입니다. 내게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내 가족의 울타리 안에는 수천 수만 명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가족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로젠바움의 시선이 연단 옆에 앉아 있는 콘라드 슈미트를 비롯한 유족에게로 옮겨 갔고, 직원들의 시선 또한 그리로 자연스레 움직였다.
“나는 정치에 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내 머릿속은 여러분을 잘 먹고 잘살게 하는 방법으로만 가득 차 있었고,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만 가득했습니다.
따라서 내가 하고픈 말은 지금 베를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혁명에 대한 고담준론이 아닙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지금 우리의 가족들의 시신을 앞에 두고 그런 것을 읊고 싶습니까 여러분!”
“아니다!! 아니다!!”
“만약 지금이 옛날 같았다면, 나는 경찰과 판검사 앞에 달려나가 범인을 잡아 적절한 처벌을 받게 해달라고 읍소했을 것입니다. 지금 그게 가능합니까? 여러분은 법의 처벌을 신뢰할 수 있습니까!”
“아니다!! 아니다!!”
“우리의 친구, 우리의 가족을 살해한 이들이 앞으로 그 법을 다루겠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를 용납할 수 있습니까!”
“아니다!! 아니다!!”
쾅!
로젠바움은 있는 힘껏 발을 굴렸고, 사람들의 심장 또한 쿵쿵대기 시작했다.
“우리는 결코 분열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혼란스러운 시국에서는, 단 한 번의 양보로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가족의 불행에 침묵한다면,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 평안한 삶을 누릴 권리를 지킬 수 없습니다!
로젠바움사 가족 여러분!
나와 함께 갑시다!
우리의 아들딸들을 죽인 이들이 있는 곳!
저 베를린으로!”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와아아아아아!!”
“가자!!!”
“복수!! 복수!! 복수!!”
공장 부지의 정문이 활짝 열리고.
작업복을 차려입은 수천 명의 남자들이 총 한 자루씩을 쥔 채 저벅저벅 행진하기 시작했다.
“형님.”
“돌격대가 선행해야지. 먼저 움직여.”
“야포도 다 꺼낼까요?”
“쓸 수 있나?”
“물론입니다.”
“끌고 가.”
괴링이 고개를 끄덕인 후 민첩하게 달려나갔다.
아르민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는 콘라드를 향해 다가갔다.
“슈미트.”
“···예, 사장님.”
“미안하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야.”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이 세상의 그 누가 이렇게까지 해주시겠습니까···?”
로젠바움사 비서 콘라드 슈미트는 이미 이 자리에 없었다.
최악의 전쟁터에서 무수한 적을 죽인 끝에 고향에 온 철십자 훈장 수훈자 한 명만이 돌아와 있었다.
“복수는 덧없고 무의미하다.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이다, 라고들 하지.”
아르민은 두 팔 벌려 그를 한차례 끌어안은 채,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
“그러니 복수를 이어받을 놈들을 전부 죽여버려야 하네.”
“저도 이제 망가졌나 봅니다. 사장님이 그리 말씀해주시니 무섭긴커녕 너무 즐겁습니다.”
두 남자들 또한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갔다.
야포의 우렁찬 포성이 들리고 있었다.
명분이 생겼다.
(참조)
원 역사의 스파르타쿠스단 봉기 당시, 공산당 편에 설 것 같았던 인민해병대는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사민당 정권이 이들의 정규군 편입을 보장했고 체불된 임금을 지급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공산당은 1월 4일 시위 당시 예상보다 훨씬 많은 군중이 시위에 합류하자 이에 자극받았고, 인민해병대 지휘관은 ‘지금 혁명을 일으키면 인민해병대는 물론 베를린의 모든 군인이 합세할 것’이라고 주장해 봉기를 등떠밀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공산당은 제대로 된 무력 조직이 하나도 없었고, <자유군단>으로 대표되는 극우 민병대에게 상당수가 살해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