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57)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57화(57/246)
벤데타 (2)
1월 6일 밤.
공산당 당사.
“때가 온 게 틀림없소. 지금이 바로 저 변절자들을 치워버리고 이 땅에 인민의 나라를 세울 때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결심만 한다면 베를린의 모든 군대가 총을 거꾸로 잡고 인민군의 대열에 합류할 겁니다!”
“당신들 지금 제정신입니까? 베를린을 힘으로 점령한다고 쳐도 그다음은요? 파리 코뮌처럼 다 같이 말라 죽을 게 뻔합니다!”
공산당 내부에서 즉각 혁명을 반대하던 두 거두 중 칼 리프크네히트가 입장을 바꾸어 혁명 찬성파가 되었다. 이제 로자 룩셈부르크 정도를 제외한다면 공산당 내에 무력 혁명을 반대하는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보시오. 이미 혁명은 시작되었소.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무수한 시민들이 희생당하고 있소! 지금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허무하게 스러져 간 희생자들을 볼 낯이 없잖소?”
“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혁명이 대중과 유리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 대중이 우릴 지지해주고 있소! 저 무수한 시위대의 물결을 보시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부 거리로 뛰쳐나왔는데도 아직 혁명의 때가 왔다는 걸 부정하는가?”
“그래서 정부 청사 앞에 진을 친 사람들은 인민이 아니고-”
“반동이지. 그들은.”
인민해병대와 무장한 시위대, 적위대는 가장 먼저 증오스러운 사민당 소속 언론사와 인쇄소를 장악했고 그다음으로 우체국과 전신국을 접수했다. 베를린의 소식은 바깥으로 나갈 수 없었다.
···군부가 가진 비밀 회선을 제외한다면.
그다음 수순은 정부 청사를 탈취하는 것이었지만, 이는 지체되고 있었다.
허약해 빠진 사민당 정권의 군대가 청사를 지키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한 무리의 시민들이 인계철선을 형성한 채 무장 세력의 청사 진입을 가로막고 있어서였다. 중산층을 필두로 한 사민당 지지자들이었다.
단숨에 사민당 각료들을 붙잡고 청사를 장악한 뒤 인민 공화국의 건국을 선언한다는 플랜 A가 소멸한 지금.
이들은 청사 앞 시민들을 물리적으로 전부 쏴버리고 진입하느냐, 혹은 ‘협상’을 통해 더 이상의 유혈사태 없이 정권을 인수하느냐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베르트는 단호했다.
[너희들은 스스로 의회정치와 공론화의 길을 걷어차고 반란의 길을 골랐다. 타협은 없다. 우릴 쏴 죽이고 내 시체를 밟은 채 그 잘난 인민 공화국을 건국하든가, 아니면 순순히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라.]총리가 이토록 각을 세운 상태에서 실무진들끼리 한두 차례 만나 서로 논의를 하긴 했지만.
– 해고당한 공산당 경찰청장을 다시 베를린 청장으로 원복시켜라.
– 다음번에 경찰까지 동원해서 군사 반란 일으키겠다고? 그걸 들어줄 것 같아?
– 멋대로 점거한 모든 사업체와 언론사, 공공기관에서 물러나라.
– 물러나면 그다음엔 다 쏴죽일 거지? 그치?
그 논의란 것은 사실상 앵무새 두 마리가 만나 서로 자신들이 아는 사람말을 떠들어대는 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저들이 먼저 행동합니다! 그땐 늦습니다!”
“지금 총파업에 합류한 노동자들이 국가 전복까지 원하는지는 아직 미지수예요!”
“저 붉은 깃발들을 보면서도 그런 말을 하다니, 동지는 어째서 혁명의 당위성을 그토록 끝없이 의심하시오!”
마침내 이들은 한참 동안의 갑론을박 끝에 무력 혁명을 일으키기로 결의했다.
“내일부터 전면전이오. 노조와 시위대에도 전달하시오.”
“예!”
“청사 앞의 반동들은 어찌합니까?”
“무기 대신 몽둥이로만 흩어지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반동들 뒤엔 기관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 동지들이 피를 흘릴 게 뻔합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러면-”
쿠웅!
그 순간.
저 멀리서 폭음이 들렸다.
저 멀리 동부 전선까지 끌려갔다 돌아온 리프크네히트는 그 소리가 단순한 폭발음 따위가 아닌 독일군 야포 소리라는 걸 곧바로 깨달았다.
“반동 놈들이 군대를 동원한 게 틀림없소! 갑시다. 맞서 싸웁시다!”
“예!”
하지만 그들의 앞에 당도한 것은 군대가 아니었다.
***
돈깨나 있고 권력도 금력으로 사들일 수 있다고 여기는 베를린의 자본가들 중, 자체 무력을 보유하지 않는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그들이 끌어모은 이들은 태반이 범죄자나 건달 출신이었고, 전과가 없는 이들은 대개 피죽 한 그릇이라도 얻어 먹고자 투신한 이들.
대놓고 말해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이래서야 돈낭비 아닌가?”
“하지만 이거라도 없으면 저 폭도들이 어떻게 나올지 뻔하잖소!”
전역자들 상당수는 더 이상 총칼을 쥐는 걸 원하지 않았다.
기꺼이 무기를 쥐고 전쟁터에서처럼 살인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심한 이들도, 차라리 <자유군단>과 같은 극우 민병대로 가면 갔지 자본가들에게 투신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그대들이 지킨 조국이 위기에 처했다! 다 함께 볼셰비키 반역을 막아내자!]최소한 자유군단들은 슬로건이라도 그럴듯해 보였고, 장군이니 대령이니 하는 전직 장교들이 나름대로 얼기설기 지휘체계라는 걸 세워 놓았다.
하지만 기업가들의 무력 조직은··· 그냥 건달패 아닌가? 물주만 있는.
유일하게 다른 곳이 있긴 했다.
“나 헤르만 괴링과 함께 이 나라의 정의를 바로세울 자는 없는가!”
“전쟁영웅 아르민 로젠바움과 함께 조국을 지킬 자, 로젠바움사의 문을 두드리시오!”
당장 로젠바움, 괴링, 뵐케만 따져도 푸르 르 메리트 훈장이 네 개.
이렇게 전역 장병을 흡수한 로젠바움사 <돌격대>가 다른 어설픈 건달패와 전투력이 같을 리가 없었다.
“싹 쓸어버려!”
“총 내려놔라! 총 든 놈은 다 죽여버린다!”
“조, 좆이나 까라 이 반동놈의-”
탕!
교외에서부터 행진해 온 돌격대는 곧장 바리케이드를 때려부수고 공산당 적위대와 충돌에 들어갔다.
총을 든 자들에겐 총알과 나이프를.
총이 없는 자들은 주먹과 몽둥이를.
적위대라고 해봤자 얼치기들, 혹은 징병 검사도 통과하지 못한 중장년층들.
바로 얼마 전까지 피와 포탄의 지옥을 헤쳐온 전역자들은 수수깡을 부러뜨리듯 순식간에 ‘소소한 저항’을 정리하고 그들이 세웠던 바리케이드를 탈취했다.
“타깃 섹터, 제압 완료했습니다.”
“좋아. 계속 진입한다!”
“적을 감제할 수 있는 저 건물 옥상에 기관총을 거치한다. 안에 있는 입주민은 모두 소개시켜.”
“야포! 빨갱이 심장부를 향해 야포 방열!”
고위급 간부는 없었지만, 없어도 되었다.
파일럿 출신은 아니지만 생계 막막한 초급 간부들 중에서도 돌격대에 가담한 이들이 적지 않았으므로, 오히려 지휘체계는 군부를 제외하곤 가장 탄탄했다.
본격적으로 지휘소까지 설치한 이들은 베를린 심장부를 향해 송곳처럼 파고들었고, 단숨에 목표로 했던 교두보 장악에 성공했다.
돌격대가 돌파를 달성한 뒤 그 후방엔 제대로 된 실전 경험이 없는 로젠바움사 직원들이 자리 잡고 새로이 방어선을 구축했고, 이들 미경험자들을 컨트롤하기 위해 군데 군데 전령을 동반한 장교 출신들이 방어선 지휘를 맡았다.
그리고 이 혼돈 가득한 어둠 속에서.
“또 반동들이 우리에게 도전해 온다고? 당장 때려잡아야지!”
“이보시오. 잠깐 진정하고, 야밤엔 오인 사격의 우려도 있으니 날이 밝은 뒤에-”
“그런 나약한 정신으론 혁명을 달성할 수가 없다니까!”
하인리히 도렌바흐(Heinrich Dorrenbach)는 나약한 지휘관의 말을 잘라버리며 일갈했다.
그는 본래 사민당원으로, 해군도 아니고 육군의 초급 장교였지만 부상당해 후송당한 뒤로 반전을 외치며 탈영했다가 전역당한 인물이었다.
킬 군항에서 베를린으로 상경한 수병 집단을 인민해병대로 편성한 장본인 중 한 명으로, <인민군> 창설안을 적극 추진하는 등 현시점에서 그의 힘은 이 부대의 지휘관보다도 막강했을뿐더러 공산당의 봉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독일의 군인이 언제부터 책상물림들의 말을 들었습니까? 지금 당장 저들을 내쫓고 ‘교전이 있었으나 이겼다’라고 보고하는 게 훨씬 더 우리의 명예와 입지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인민의 군대인 우리가 평의회의 명을 들어야-”
“보고를 안 한다는 게 아니잖소! 당신, 잘 생각하시오. 저들이 저대로 눌러앉아버리면 틀림없이 누구 책임이냐로 난리가 날 게 뻔해!”
“도렌바흐 동무의 말이 맞는 듯합니다. 어차피 깡패 새끼들에 불과한데 전쟁을 맛본 우리가 뭐가 꿀립니까?”
“옳소!”
“야간전은 다소 찜찜하지만··· 동무들의 의견이 그러하니 알겠소. 공격합시다.”
도렌바흐의 재촉을 이기지 못한 해병대 수백 명이 오와 열을 맞춘 채 행군하기 시작했다.
여태까지의 잡졸들은 대개 군홧발 소리 척척 우렁차게 들리도록 제식을 맞추기만 하면 절반쯤은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가기 일쑤였고, 남아 있던 절반은 총성이 울려 퍼지고 옆에 있던 제 동료가 뒈져나가기 시작하면 마저 도망가기 마련이었다.
1월 4일부터 시작된 지속적인 교전으로 이들은 자신감이 넘쳤고.
“돌격 앞으로! 반동들을 내쫓자!!”
“와아아아아!!”
“사격 개시!”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
“으, 으아아악!!”
“기관총! 기관총좌다!!”
“우, 우리도 포를 끌고 와야 해! 저건 누가 봐도 제대로 지은 기관총좌야!”
“건물! 우회해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면 된다!”
어째서 엄폐와 산개가 육상전의 기본이 되었는지 속성 납탄 교육을 받은 이들은 기관총 몇 문의 요란한 총알 선물에 순식간에 걸음이 멈춰서고 말았다.
그리고 돌격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상대는 서부의 참호 지옥도, 동부의 슬라브 지옥도 맛본 적 없는 수병 애새끼들이다. 진짜 전쟁을 경험한 우리가 물개 새끼들에게 전쟁이 뭔지 알려주자고.”
“가자, 돌격!”
어두컴컴한 밤.
기관총으로 기세를 제압한 돌격대는 곧장 모래 포대를 뛰어넘어 역으로 공세에 나섰다.
“죽어, 이 빨갱이 새끼들아!”
“남의 가족을 죽였으니 너희도 죽어야지!”
“아냐! 우린 안 죽였어!”
“죽였잖아, 이 비열한 새끼들아!”
총성.
파육음.
그리고 비명.
거침없이 수류탄을 던져대며 달려드는 돌격대 앞에서 이들 인민해병들은 죽음의 공포에 굴복하고 말았다.
“시, 싫어! 이제야 밀린 급여도 받았다고!”
“엄마! 엄마아아악!”
“집에 갈래! 나, 난 혁명 따위 관심도 없었어!”
“동무들! 동무들!! 우린 싸워야 한다!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컥!”
“니가 빨갱이들 두목이냐?”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대열을 보며 연신 공격을 독촉하던 도렌바흐는 억센 손아귀에 붙들리고 말았다.
“너너, 너흰 누구냐.”
“우린 로젠바움사 직원들이다.”
“로젠바움사? 대체 거기가 왜?”
“우린 너네 혁명놀음 따위엔 관심 없다. 우린 죽은 가족의 핏값을 청구할 뿐이다.”
단 몇 분.
어두컴컴한 겨울의 베를린 거리는 무엇 하나 똑바로 보이는 것이 없었지만, 단 하나의 사실만큼은 명백했다.
인민해병대의 절반이 순식간에 스르르 사라졌다는 것.
“잠깐. 반, 반동이 아니라면, 협상의 여지가-”
“그렇지. 협상. 우린 협상을 원한다.”
괴링은 그대로 도렌바흐의 멱살을 잡은 채 반대쪽 손으로 그의 뺨을 사정 없이 갈겼다.
“이제 지금 너희가 쏴죽인 우리 직원들의 목숨값도 협상 테이블에 추가됐어. 어디 한번 협상해 보자고.”
괴링은 사납게 웃었다.
이 얼치기 혁명가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으스러지고 있었다.
***
1월 7일의 아침 해가 베를린을 비췄을 때.
모든 베를린 시민들은 다시 한번 혼란을 맛봐야 했다.
“헤르만 괴링. 로젠바움사 노동자 평의회를 대표해 이 자리에 나왔소.”
“···칼 리프크네히트요.”
인사를 마친 괴링은 곧장 지참해 온 서류를 낭독했다.
“우리의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첫째, 1월 4일부터 벌어진 소요사태 때 죽은 임직원과 그 가족들의 사망 원인과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우리에게 넘길 것.
둘째. 1월 6일 밤, 우리가 정당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베를린 시내로 진입하려 할 때 일방적으로 무기를 동원해 살상 및 제압을 시도한 모든 무력 행사자의 신병을 넘기고 책임을 질 것.”
“당신들이 멋대로 베를린에 진입했잖아!”
“우리도 베를린 시민이오. 언제부터 귀가하는데 총질을 당해야 하는 게 베를린의 법이 되었소?”
느물느물하게 웃으면서도 경멸을 숨기지 않는 괴링을 향해 공산당원 몇 명이 고함을 버럭 내질렀지만.
이미 피아의 강약은 너무나 확고하게 입증되고 말았다.
“그만! 우선 후자에 관해서는 책임자의 소명을 듣고 말해주리다. 하지만 첫번째 요구사항에 대해선 우리도 할 말이 있소. 그건 우리 탓이 아니라 극우 반동들의-”
“당신들은 베를린뿐만 아니라 전 독일의 인민들을 대표한다 하지 않았소? 설마 저기 청사에 갇혀 있다시피 한 사민당 놈들에게 책임을 회피할 셈인가?”
“우리 공산당은 시위 지도부와는 별개요.”
“책임을 지지 않겠다면, 책임을 지게 만들어주지. 협상은 끝이다.”
“자, 자, 잠깐!!”
“24시간의 여유를 줄 테니 그때까지 우리의 요구사항에 응하시오. 그럼 이만.”
괴링이 공산당 당사를 빠져나오기 무섭게, 베를린의 하늘 위로 몇 대의 항공기가 저공비행하며 삐라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공산당 놈들, 나라를 뒤집겠다고 설친 주제에 정작 실행 무력은 좆도 아닌 수병 몇백 명이 전부라고?’
그는 아르민이 지시한 명령에 충실히 응했다.
[로젠바움사는 언제나 존경과 부러움, 그리고 사랑의 대상이어야 한다.]새벽에 있었던 충돌로 공산당이 종이호랑이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까발려졌다.
고래의 몸통에 깊은 상처를 입혀놨으니, 에베르트든 융커든 아니면 다른 누군가든.
이 기회를 놓치기 싫은 상어가 떼를 지어 몰려와 공산당을 살점 하나 남김 없이 모조리 뜯어먹을 터.
[절대 공산당 몰살의 책임이 우리에게 돌아와선 안 된다.]“돌격대! 배식 작전 준비는?”
“피해 입은 선량한 시민들께 긴급 구난 작업에 들어갈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습니다!”
“좋아. 시작해!”
돌격대가 들고 있던 흉흉한 살인 병기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국자와 접시, 그리고 모락모락 스튜 냄새를 풍기는 거대한 솥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일은 로젠바움사가.
나쁜 일은 전공 부족한 극우 민병대가.
완벽한 협업이었다.
‘역시 형님이야말로.’
이 나라를 다스릴 만한 그릇 아니겠는가.
괴링의 웃옷에 붙은 푸르 르 메리트 훈장이 새벽 햇볕을 쬐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