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61)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61화(61/246)
베르사유로 가는 길 (3)
윌슨 대통령 효과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탁월했다.
역시 미국인들이야말로 자유와 정의, 그리고 민족자결이 무엇인지 아는 훌륭한 사람들이다. 내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필시 올바른 마음가짐의 착한 어른으로 살았겠지.
– 지금 본인이 나쁜 놈이란 건 인식하는 모양이구나.
닥쳐, 대머리.
독일에서 태어나게 시킨 이 세상이 잘못한 거야. 이 개판이 된 나라 꼬라지 좀 봐라. 앞으로 공화국 정치는 여기서 더 개판이 된다면서? 민주주의가 작동을 멈춘다는 걸 알고 있는데 나더러 어쩌란 거냐.
– 스스로도 믿지 않을 거짓말 따위 하지 마라. 멍청한 자식.
나는 시가에 불을 붙인 채 잔소리가 쫑알쫑알 흘러나오는 거울을 등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윌슨의 저격은 내 작품이다. 멍청한 미국인들이 대관절 독일 사정에 어찌 그리 정통하실까.
‘독일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시민 혁명으로 성취한 갓난아이 민주주의는 극좌 볼셰비키와 극우 군부라는 양쪽의 적에 의해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나는 거짓말 따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윌슨도 한 나라의 대통령씩이나 되는 사람이니 교차검증이라는 걸 했을 테고, 내가 비밀리에 전한 코멘트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겠지.
윌슨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평화.
1919년 지금의 독일을 관찰하는 그 누구라도, ‘아! 독일의 평범한 민중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구나!’라고 확신하게 되리라.
그럼 당연히 민심을 힘으로 억지로 비틀 세력을 때려잡아야 독일이 다시 폭주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 결론.
결과적으로 루덴도르프만 제물로 낙점되었다.
– 루덴도르프를 골로 보내서 얻을 게 있나?
있지.
네가 직접 말해주지 않았나.
원 역사에서도 너덜너덜해진 루덴도르프는 뮌헨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 이런 미친놈아! 그 새끼를 키워주겠다고?!
당연하지.
아르민 로젠바움이 정계에 관심을 갖는 순간, 온 사방에서 적들이 벌떼처럼 달려들 게 뻔하잖나.
내가 모든 것을 손에 넣으려면.
공화국은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져 끝없는 혼란에 접어들어야만 한다.
양식 있는 시민들조차 눈앞의 참상에 눈을 감고, 무의미한 정쟁만 일삼는 정부 대신 강력한 리더십을 갈망하게 될 만큼.
그러니까.
내가 비상하려면.
그 칫솔수염이 필요하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괴링과 괴벨스를 다 빼먹었으니, 루덴도르프 정도는 쥐여줘야 그놈이 판에 끼어들 수 있겠지.
장하다 루덴-히틀러.
공화국을 멸망시켜버리렴.
***
베르사유 조약이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조약의 조항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야말로 독일인들에겐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세부적인 조율이 아직 남아 있지만, 지금 잡힌 뼈대만 봐도 이미 백악기 대멸종 운석급이다.
– 내가 봤을 땐 개소리지만.
범석이는 한없이 싸가지없고 빈정거리는 자세로 건들거리며 말했다.
– 점령지 벨기에에서 너희 독일군이 무슨 정신 나간 착취를 했지? 러시아와 맺은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은 어떻고, 루마니아를 괴뢰화했던 조약은 또 어때.
베르사유 조약은 너희가 강자일 때 약자들에게 윽박질렀던 조약에 비하면 훨씬 관대해. 이제 와서 갑자기 피해자라고 즙을 짠다니. 하!
조용히 해라, 망할 대머리. 팩트로 때리지 말라고.
당연한 말이지만 미래를 아는 초인 아르민 로젠바움은 그에 대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다.
Q: 이 전쟁은 누가 일으켰습니까?
A: 카이저와 융커가.
Q: 이 전쟁의 소식에 대해 들었습니까?
A: 망하기 직전까지 국회의원들조차 아무도 몰랐음.
Q: 그럼··· 그냥 끌려나가서 싸운 이들에게는 무슨 책임이 있을까?
A: 없다!
그렇지.
그냥 조국을 위해 개같이 고생하고 전쟁터로 끌려나간 이들은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다. 그렇고말고. 내가 공범이라고 하면 너무 섭섭하잖은가. 죄를 물을 거라면 지배층에게만 묻지 왜 선량한 시민에게 묻는가?
– 저어기 루마니아나 러시아에 가서 그 소리 해봐라. 머리통에 총 맞지.
그래서 거긴 안 갈 거야. 나는 똑똑한 어른이거든. 내가 거길 갈 땐 반드시 군대와 함께 갈 거다.
각설하고.
베르사유 조약의 문구들은 참으로 화려했다.
[독일군 10만으로 제한.] [전차, 항공기, 독가스 등 신무기 보유 금지.] [배상금 1,320억 마르크 금으로 환산하여 배상.] [모든 식민지 토해낼 것.] [프랑스와 벨기에에 인접한 라인란트 지역 독일군 주둔 금지.] [독일 국토를 벨기에, 프랑스, 덴마크, 폴란드, 리투아니아, 체코슬로바키아에 할양.] [독일령 자르 지방과 단치히를 각각 국제 연맹 주관하에 분리하여 자치령으로 신설.] [독일의 관세 자주권 박탈. 연합국에 최혜국 대우.]말 그대로 폭발사산.
미래를 아는 내가 봤을 때 오스트리아-헝가리나 오스만 투르크에 비하면 그래도 오밀조밀 한 덩어리를 참 잘도 유지했지만, 하루아침에 무수한 영토를 잃고 어마어마한 배상금이 책정된 독일 시민들은 하나같이 반쯤 미쳐버릴 게 뻔한 조문들이다.
그런데 니들이 화내서 어쩔 거야. 어쩔 건데? 전쟁 다시 시작해서 다 죽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는데? 화내거나 거리에서 욕이나 하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냐고 이 병신 같은-
– 야.
가만히 거울에서 조약문을 읽어 내려가던 조범석이 입을 연 건 그때였다.
– 이것 좀 봐라.
[독일은 관과 민을 막론하고 일절 항공기를 생산할 수 없다.]“이 빌어먹을 새끼들!!!”
분노가 확 몰아쳐 눈앞이 캄캄해진다.
“밖에 누구 없나!!”
“예, 사장님!”
“당장 기자들, 아니, 사람들 다 불러모아!! 시위! 시위부터 해야겠어!!”
파리로 가야겠다.
당장.
***
다시 한번.
독일은 불탔다.
[독일의 자랑 로젠바움사 해체 위기? 항공기 생산 전면 규제] [힌덴부르크에 이어 이번엔 로젠바움, 연합국의 음모는 계속된다.] [창공의 제국 독일에게서 하늘을 빼앗아가려는 연합국의 사악한 야욕!] [영국 공군 장관 처 모 씨, “비행기는 영국인이 최초로 개발.” 희대의 망언 대잔치] [로젠바움 대령 전용 전투기 <로젠바움 D.I> 프랑스에 압류 예정] [연합국, 로젠바움사 본사를 프랑스로 이전할 것을 비밀리에 제안!]정정하겠다. 내가 불태웠다.
“연합군을 전부 찔러 죽이자!!”
“다시 한번 전쟁! 결코 다시 전쟁!”
“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다!”
“힌덴부르크와 로젠바움 만세!!!”
참으로 자랑스럽다.
내가 독일인이라는 게 이토록 자랑스러울 때가 없었다.
타인의 고난을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진심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모두 다 같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저 모습을 보라. 감명받지 않으면 어찌 그게 사람이겠는가.
독일인들이 한낱 전쟁영웅 따위에 자아를 위탁한다고 음해하던 이가 대체 누구인가? 레밍처럼 여론의 선동질에 왁 하고 일어난다고 비하하던 저열한 이가 대체 누구란 말인가?
– 너잖아, 쓰레기야.
오늘따라 우리 AI 비서님의 일침이 잦네. 그거 나쁜 습관이야.
내 돈을 받아먹은 언론들은 일제히 아가리를 쩍 벌려 연합국을 비난하는 기사를 맹렬하게 쏘아 올렸고, 돈을 받아먹지 못한 언론들도 가장 잘 팔리는 이 기사를 외면하지 않았다.
내 돈지랄은 고작 독일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업가의 자유를 침해하는 베르사유 조약. 빨갱이의 음모인가] [세계 최고의 항공 전문가, 조국을 떠나는가?] [퍼져나가는 적화 위협. 로젠바움사 국유화 앞둬]내가 파리로 가지는 못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직 평화 협상 체결 안 됐다. 적국의 시민인 내가 무슨 명분으로 파리를 가겠나.
대신 나는 미친 듯이 나발을 불며 ‘기업가의 정당한 경영 활동이 침해당한다! 볼셰비키다! 파리에 볼셰비키가 횡행한다!’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렇게 푸닥거리를 한 결과.
[독일의 항공기 연구개발과 생산은 연합국의 감시, 감독을 받는다.]마지막의 마지막에.
간신히 조정되었다.
하마터면 회사 말아먹을 뻔했지만, 아무튼 지켜낸 것이다.
내 영지를.
물론 내 기준에서 감시 감독이라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기밀 빼먹겠단 의도가 너무 낭낭해서 웃음도 잘 나오지 않는데.
기밀, 없잖아?
세계 각지로 분할된 로젠바움사가 어떻게 독일인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남아 있을 것 같나.
당연히 로젠바움이라는 지붕 아래 남아 있는 게 주주들과 고객들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항공기 발명가가 이끈다는 브랜드? 그건 이번 전쟁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세계 각지의 지사들이 사슬을 끊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아 있길 택한 이유는 단 하나.
미래 지식과 독일제 공돌이들을 버무려서 나오는 세계 최고 기술력의 명품 항공기 설계도면을 앉아서 받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슬 끊고 독립한다? 지사 하나 더 차리면 돼. 이제 전쟁도 끝났다고.
막말로 내가 미국이나 프랑스, 하다못해 중립국 네덜란드로 건너가서 새로 항공기 회사 차리면 그게 로젠바움사 시즌 2다. 그딴 불행한 일을 당하느니 그냥 내 포근한 지붕 밑에서 안식을 찾기로 결정한 셈.
그러니까 감시를 하든 말든, 어차피 개구리들이고 해적놈들이고 때가 되면 로젠바움사 현지 지사가 팔아먹을 항공기들이다.
근데 대체 왜 감시를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네. 그냥 유세 부리고 싶은 건가.
– 그게 맞겠지. 전쟁 도중 로젠바움의 핏빛 전투기에 대한 악명은 그야말로 자자했으니까.
압류.
개구리 놈들은 독일군에 남아 있는 모든 항공기를 자국으로 들고 가기로 했다. 전쟁 때 한 달에 한 번꼴로 기술 업그레이드가 일어난지라 지금은 퇴물이 된 항공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득바득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당연히 내 전용기도 내놓으라고 했는데.
‘못 줍니다.’
‘장난해?’
‘아니, 진짜로요. 그 기체는 로젠바움 대령이 사비로 자체 제작한 자가용이란 말입니다!’
‘아잇, 씨발.’
나는 압류 대신 ‘평화를 위한 자발적 기증’을 선택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걸 받아먹게 된 프랑스인들의 마음이 아주 조금은 누그러들지 않았을까 감히 자평해 본다.
그래, 나는 많은 걸 양보했다.
내가 참는 이유는 나의 공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밤에 소시지도 구워 먹고 같이 낙하산도 집어 던지고 베를린에 불도 지르던 친구들 중 개구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내 사유재산인 붉은색 금속제 단엽기, ‘빨갱이’를 파리로 보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내 손에 격추당하고 살해당한 프랑스의 용감한 하늘의 기사들을 위한 헌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나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정말 혹시라도 저 사악한 개구리들이 내 소중한 독일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시 한번 칼을 빼 든다면.
그땐 내 애마를 되찾으러 가야겠지.
그때야말로.
파리로.
***
1919년 초여름.
베르사유발 소행성이 독일 전역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있었다.
사민당 소속 외교장관 헤르만 뮐러(Hermann Müller), 가톨릭중앙당 소속 식민장관 요하네스 벨(Johannes Bell).
그리고 군부를 대표하는 에리히 루덴도르프는 베르사유로 갔고.
“서명하시오!”
“독일은··· 졌다···.”
서명했다.
패배를 확정 짓는 조약문에.
이미 패배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독일 시민들은 <1,320억>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미쳐버렸다.
사민당은 순식간에 역적이 되었고, 다음 선거 때 그들이 나락에 떨어지리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자명했다.
루덴도르프는 대놓고 길거리에서 ‘어머, 저 매국노 봐.’ 같은 소리를 듣고 독일 남자의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어졌고, 한참 아래의 초급 간부들조차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왜 베르사유에서 자살하지 않고 돌아왔을까?’ 같은 소리를 하는 걸 보고 눈알의 실핏줄이 모조리 터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자존심을 위해 생명을 포기하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었다.
다시 권좌로 돌아가고 싶다.
자신을 멸시하는 모든 버러지들에게 피의 복수를 하고 싶다.
내가 다시 정점에 올라, 내가 옳고 너희가 글렀음을 입증하고 싶다.
하지만 그에겐 그럴 방도가 없었다.
에리히 루덴도르프라는 인물은 이미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없을만치 엉망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러니.
“이게 전부 유대인들 탓이오! 유대인! 공산주의자! 바로 그들이 우리 등 뒤에 비수를 찌르지만 않았다면 우린 전쟁에서 이겼을 것이오! 독일 민족이여, 우리는 반성해야 합니다! 다시 하나로 뭉쳐 복수를 해야만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토록 애국적인 젊은이가 있었다니! 이보게, 젊은이. 그대의 이름을 묻고 싶네만.”
배후에서 조종할 인형이 필요했다.
“아돌프 히틀러. 죽지 않고 돌아온··· 병사입니다.”
저 칫솔수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