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6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62화(62/246)
베르사유로 가는 길 (4)
베르사유 조약이 공개되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너무 징벌적이군.”
“이래서야 저들이 원한을 품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저들을 총칼로 협박해 서명을 받아냈으니 독일인들은 결코 순순히 승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럽 경제의 거대한 축이던 독일의 배를 째면 어쩌잔 말인가? 배상금 좀 받자고 다 함께 불황의 늪으로 빠질 심산입니까?!”
주로 한탄이 터져나온 곳은 영국과 미국이었다.
이들은 프랑스가 너무 가혹하게 굴고 있다고 여겼고, 필요 이상으로 독일에게 모멸감을 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달랐다.
“너무 물러터졌다!!”
“클레망소! 네놈은 대체 회담장에서 뭘 한 거야!!”
“이게 몽둥이냐? 솜방망이지!”
“대체 독일이 뭘 잃었나? 우린 저들의 전쟁 역량을 거세하는 데 실패했다. 독일은 언젠가 빚을 갚을 것이고, 다시 군대를 일으킬 것이다. 이 조약은 20년짜리 휴전 조약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우익 정치인과 강경파들은 하나같이 독일이 딱히 잃은 게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저런 나라들이 죄 달라붙어 땅을 야금야금 뺏긴 했다.
그렇지만 아무튼 독일이란 나라는 큰 덩어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모름지기 독일은 너무 좋아서 한 300개쯤 있어야 제맛인데, 세 토막은커녕 두 토막도 내지 못하지 않았는가.
좌파들은 영미의 화법을 빌려 이 조약이 너무 가혹하다고 비난하고 우파는 우파대로 너무 나약하다고 비난했다.
독일은 말할 것도 없이 폭발해서 총리가 사임하는 아수라장.
그리고 폭발해버린 나라가 하나 더 있었으니.
“이게 뭐냐!!”
“이탈리아의 아들들 백만 명이 죽었다. 백만 명! 그런데 고토 수복을 못 하다니!”
“이러려고 전쟁했어? 이러려고 전쟁했냐고 이 새끼들아!”
이탈리아들은 그 옛날 자신들의 강역이었던 고토를 수복하기 위해 <런던 밀약>을 체결하고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 밀약을 좆까라고 한 이가 있었으니.
“이 구시대적인 비밀 외교가 세계를 전쟁의 불길 속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우드로 지저스 윌슨 가라사대, 느그 멋대로 쑥덕댄 밀약 따위 내 알 바냐.
“영토 분배는 당연히 민족자결주의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신대륙의 황제께서 친히 베르사유에 임해 하교하시길, 그 이탈리아의 고토 중 이탈리아인이 대관절 몇 명이나 사느냐? 별로 없지 않느냐? 근데 왜 그 땅을 너희가 먹어야 하느냐 이 양심 없는 놈들아?
그렇게 이탈리아는 거의 아무것도 받아가지 못하게 되었고, 이탈리아 총리는 협정 체결을 1주일 남겨 두고 자리에서 쫓겨났다.
“우리의 승리가 훼손(Mutilated Victory)당했다!!”
“알바니아는 이탈리아의 정당한 전리품이다!!”
“우리 손으로 우리 땅을 되찾자!”
분노와 실의, 절망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한때 사회주의 언론인이었던 한 명의 상이군인이 새롭게 결의를 다졌다.
“사회주의는 실패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원한과 증오뿐이다. 이 나라를 바로잡으려면, 모든 것을 무자비하고 정력적으로 싹 쓸어버릴 강인한 자가 나타나야만 한다.”
그의 이름은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그가 만든 소규모 조직 <전투 파쇼>가 세상에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인이 흘린 피에 보답하지 않는 이 세상에 대한 모든 증오를 담아.
***
이탈리아가 저 지경인데 독일이라고 멀쩡할 린 없었다.
선거가 끝난 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에베르트는 협상 통지서를 받아 들고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을 받았다.
“군은 싸울 수 있소?”
그는 군부에게 전투가 가능한지를 먼저 타진했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다.
이딴 걸 협상이랍시고 받아들인다면 독일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터.
국토가 불타는 한이 있더라도, 저항이 가능하다면 차라리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독일이 순순히 이 늑약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라도 표명해보고자 했다.
“죄송합니다만, 서부에서 적군이 침공해 올 경우 우리는 일절 유의미한 방어전을 치를 수 없습니다.”
“전쟁이 재개된다면 독일 전역은 적들에게 짓밟힐 것입니다.”
하지만 군부의 답변은 매정했다.
누구보다 자기 보신에 능한 힌덴부르크는 직접 대통령에게 이를 말하는 대신 늘 그랬듯 부하들을 움직였고, 국민이 뽑은 의원들은 군부의 답변을 듣고 탄식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의회는 표결을 통해 찬반을 물었고.
그들은 가결했다.
베르사유 조약엔 그렇게 독일의 서명이 들어갔다.
어차피 나로서는 다 알고 있던 일이고, 더군다나 한차례 내 회사를 말아먹으려던 음모를 저지했으니 할 만큼 했다고 자평하던 차.
이 망할 조약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내 인생에 먹구름을 뿌렸다.
“···백작님.”
“내가, 오래 살아서, 개, 빌어먹을, 옘병할, 꼴을 보고 가는구나.”
체펠린 백작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끌어모아 자신의 고향, 뷔르템베르크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래도록 누웠던 침대에 몸을 누인 그는 더 이상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우리 가족은 물론 처형 일가까지 모여 그의 임종을 기다리고 있었고, 저 바깥엔 백작의 이웃들이 삼삼오오 백작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밤을 새우고 있었다.
“장인어른. 조금만 더 힘을 내십시오.”
“아냐. 난 죽었어야 했어. 저 빌어먹을 섬나라 놈들이 내 비행선을 모조리 격추시키는 그날 종탑에서 뛰어내려 죽었어야 했어. 그랬다면, 그랬다면 지금 같은 끔찍한 꼴은 보지 않았을 것 아닌가!”
내 동서, 알렉산더 카를 폰 브란덴슈타인(Alexander Karl Graf von Brandenstein-Zeppelin)의 말에도 백작은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여느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군인인 그는, 백작이 죽는다면 그는 이제 폰 브란덴슈타인-체펠린이 될 예정이었다.
“딸들아. 나는 먼저 가야겠다.”
“아버지!!”
“아빠!”
“미안하다. 하지만 예수님도 이 지랄맞은 세상을 보신다면 화병이 치솟는 걸 양해해 주시겠지. 주님께선, 주님께선 무기를 만들어 피를 묻힌 죄를, 이런 식으로 심판하신 건가? 아니면 하늘을 난 죄로 이카로스가 된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백작님께선 누구보다 조국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로젠바움.”
나를 잠시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이들과 부인들, 목사까지 모두 물러나고, 그의 침실엔 이제 나와 동서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무시무시한 악력으로 내 팔목을 붙들었다.
“사위들.”
“예.”
“죽어가는 망자의 소원 하나만 들어주시게.”
“무엇이든지요. 일어나시기만 하면 그깟 소원쯤 얼마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는 우리의 말에도 대답은커녕 손에 힘만 더 꽉 주었다.
“···죽여.”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죽여. 반드시, 복수해주게. 복수!! 죽어간 모든 독일 건아들을 위한 복수!!”
우리 모두 안색이 허얘졌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빌어먹을 프로이센 새끼들이 대업을 망쳤어. 이제 우린 목줄 매인 노예가 되었고, 영원토록 패배자의 낙인이 찍힌 채 무릎 꿇어야 할 것이야.”
“흐,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나는 죽어도 절대 지옥이든 천국이든 가지 않겠네. 런던과 파리를 불타는 모습을 지켜봐야 어디로든 갈 테니, 반드시!! 반드시, 복수를-”
내 손목을 쥔 늙은이의 자글자글한 손에서 힘이 쭈욱 빠져나갔다.
“이 가엾은 민족을 위해. 복수를.”
백작은 눈을 감지 못했고, 그는 그렇게 눈을 부릅뜬 채 이 세상을 등졌다.
우리 두 사람은 차마 그의 눈을 감겨주지 못했다.
“···쉬십쇼.”
나는 그를 향해 무릎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내 아버지.”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
이놈의 나라에 혼란이 가라앉을 때는 과연 언제쯤일까.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의 마지막 만남은 1919년의 초겨울 국회 청문회였다.
“우리는 패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전선은 건재했지만 후방이 무너지면서 독일군은 마지막 힘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예컨대, 독일군은 등 뒤에서 나이프를 찔려 암살당하고 만 셈입니다.”
루덴도르프는 예의 <배후중상설>을 들고나왔고, 책임 회피를 위해 온몸으로 트리플 악셀을 밟던 힌덴부르크 또한 여기에 슬며시 올라탔다.
[우린 할 만큼 했다.] [더 싸워볼 여지 있었는데 니들이 먼저 무너짐.] [어쩌라고. 우린 책임 없어.]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 이 증언들은 곧장 보수 극우파들의 바이블이 되었다.
사민당은 군부의 이 오리발에 미치고 팔짝 뛰었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군부가 따로 노는 건 프로이센 시절부터의 전통인 것을.
한편 베를린에서 내가 중력 실험, 쥐불놀이, 자선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구하고 있을 동안, 독일 곳곳에선 극좌와 극우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당장 이곳 베를린도 스파르타쿠스단 봉기 이후에도 다시 한번 대대적인 총파업이 있었다.
어김없이 베를린은 털렸고, 군부가 나서서 진압을 벌였다. 최대한 사상자 수를 적게 잡아도 족히 천 명은 죽었다.
그리고 반프로이센 정서가 가장 팽배한 곳은 단연 남부의 맹주 바이에른.
바이에른 왕국은 독일 제국 내에서도 가장 독자성을 유지한 영방국 중 하나였고, 얼마나 독립적이었냐면 무려 군대마저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종교조차 비스마르크에게 끝없이 탄압당한 가톨릭이 주를 이루었으니, 프로이센을 좋아할 리가 없다.
바이에른 공산주의자들은 기존의 왕가를 무너뜨린 뒤 그 땅에 <바이에른 소비에트 공화국>의 건국을 선언했지만, 자신들이 지금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킬 건지 아니면 적당한 수준의 사회주의적 법안을 도입할 것인지 등을 놓고 끝없이 내분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말은 시밤- 쾅.
군부와 자유군단의 합동 공세가 시작되었고, 바이에른의 주도 뮌헨이 피로 물들었다. 돌잡이도 못 한 바이에른 소비에트 공화국은 그렇게 멸망했다.
작고한 체펠린 백작의 고향이 바이에른 옆 뷔르템베르크고 바이에른 출신 노동자가 우리 공장에 제법 많이 취직하긴 했지만, 그래서 바이에른에 대해 뭔가 동질감 같은 게 있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 그렇지. 부산이나 울산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하면 현지인들은 조까라고 할걸? 울산 그거 야구단도 없는 놈들-
으응? 지금 그런 도시 없잖아. 죄송하지만 일본어로 발음해 주시겠어요?
– 개새끼. 나빴다. 넌 진짜 나빴다. 네놈의 앞날에 꼴데의 저주가 함께할 거다.
범석이가 삐졌다. 나약한 녀석.
아무튼, 바이에른이 피바다가 되든 말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빨갱이들이 싹 죽어버린 건 사업상 리스크 해소에 가까우니까.
내가 바이에른, 특히 뮌헨에서 주목하고 있는 건 철십자 훈장을 달고 다니는 어느 칫솔수염 귀환병이었다.
[감시대상 A는 바이에른 사회주의 공화국 군대에 편입함.] [감시대상 A는 시가전에 참여치 않음. 생존.] [감시대상 A는 새로 조직된 바이에른 군대에 합류함.]그놈은 참 웃긴 놈이었다.
세상을 시꺼멓게 물들인다던 독재자가 <사회주의 공화국>의 군대에 가담했다니.
그냥 가담했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 빨갱이들이 멸망하니 얼른 새롭게 조직된 바이에른 군대에 합류했다.
그러니까··· 이놈에게 주의나 사상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나와 닮은 새끼다.
[감시대상 A는 군소 정치집단을 감찰하는 임무에 투입됨.] [감시대상 A가 군을 나와 소규모 정치집단에 가담함.] [감시대상 A. 에리히 루덴도르프 전 참모차장과 회동.]됐다.
미래 지식이 아니라 나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각본과 연출을 도맡은 작품이 성공리에 상영되었다.
하늘 아래 햇볕을 맡지 못하게 된 루덴도르프.
권좌로 향하는 길을 찾아 쥐새끼처럼 빈민가를 헤매고 있던 아돌프 히틀러.
팔 없는 놈과 다리 없는 놈이 퓨전 합체를 해 트윈 헤드 키메라 오우거로 재탄생하듯, 두 글러먹은 놈들이 정치적 결합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 뒷감당 가능해?
뭐가.
– 히틀러 최고의 재능이 뭐였는 줄 알아? 화술? 아냐. 남들이 자신을 만만하게 보도록 하는 그 재주! 견제 대상보다는 광대로 취급하게 만들어버리는 그 능력이야말로 그놈이 승리자가 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 네가 지금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이라도 짓밟으면···.
그럼.
사민당이 승리하겠지.
공산당이 씨가 마르고 군부가 대가리 숙이고 있는 지금.
이대로 가다간 정말 ‘독일은 민주화되었고 공화국은 맨날 국회에서 이종격투기를 찍었지만 아무튼 나름대로 잘 굴러갔답니다’ 엔딩이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지금 급한 건 칫솔수염이 아니다.
내 쇼핑이지.
연쇄적으로 부도와 파산의 도가니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무수한 독일 기업들.
저것 중 옥석을 가려 내가 하나씩 잡아먹어야 한다.
단순한 기업이 아닌 콘체른(Konzern)이 되어야만 대마불사를 달성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미 로젠바움사에 채용된 전직 법률가들과 금융인들이 열심히 알짜배기 회사를 찾아 독일 전역을 헤매고 있었고, 나는 그들이 움직이는 동안 전혀 새로운 사업 분야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
21세기식으로.
***
“마이크로크레디트?”
“그렇습니다. 독일인 특유의 근면성, 그리고 상부상조의 정신.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잊혀져 가는 미풍양속에 다시 불을 붙이고 노동자와 서민의 자립을 돕고자 합니다.”
나는 가장 먼저 금융가를 돌아다니며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다녔다.
“로젠바움 사장님.”
“예. 고견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죄송한 말이지만, 어째서 담보가 없는 이들에게 고리대가 적용되는지 아십니까? 그들 중 태반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고 배를 째기 때문입니다.”
내 사업 제안은 거의 모든 금융업계에서 까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내 PPT의 목적은 바로 까이기 위함이었으니.
“그러면, 제가 이 자선사업을 시행했을 때 귀사에서는 이를 사업 분야 침해로는 생각하지 않겠군요?”
“뭐어. 그렇습니다. 좋은 일 하시겠다는데 저희가 어찌 끼어들겠습니까.”
서민을 위한 대출.
은행가들은 이제 리스크에 ‘빨갱이들에게 습격당해 은행이 불타고 밤중에 칼에 맞을 위험’까지 따져야 하니 참으로 살기 팍팍한 시대.
– 그. 아르민아. 금융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거든?
조용히 해. 수익률 마이너스 88프로따리가 어딜 감히 대기업 총수에게 금융이 어쩌고를 떠들려고 하냐.
“정말 이렇게 저리에 대출을 해주신다고요?”
“그렇습니다. <독일중흥민족각성운동>이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 바로 <가정재건 희망재건 프로그램>입니다. 가계 수익을 증진시킬 부업, 또는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학자금을 위해 저렴한 이자율로 대출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하겠습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어차피 담보 따위 잡아봤자다. 서민 쥐어짜서 뭐가 나온다고. 혁명의 붉은 깃발 안 나오면 다행이지.
“대신, 저희가 대출해드리는 금액의 10%는 반드시 <미래행복 도이치 드림 펀드>에 수탁하셔야만 합니다. 그리고-”
“아, 예. 물론이지요. 여기 서명하면 되나요?”
언뜻 보면 이건 일종의 ‘꺾기’다.
1천 마르크를 대출해준다고 하면 그중 1백 마르크를 의무적으로 우리가 취급하는 펀드 상품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뭐 어떤가.
사채업자에게 9백 마르크 대출받는 것보다 훨씬 이율이 저렴한데.
나는 아예 대놓고 사민당에게 내 <희망재건 프로그램> 상품을 팔아줄 것을 요구했고, 사실상 자선사업이나 마찬가지인 이 요구를 사민당은 거절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드림 펀드에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쌓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다 내 돈이지만.
– 그래서. 그다음에는?
뭐긴 병신아.
한 바퀴 돌려서 자금 출처를 세탁했잖아.
그럼 이제 뭘 해야겠어?
“이 드림 펀드에는 말 그대로 독일 서민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결코 단발성 투기자금으로 쓸 수 없습니다.”
“그렇지요.”
“제가 귀사에 이 펀드의 운용을 맡기는 이유는 단 하나. 귀사야말로 가장 정직함과 신용을 중시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입니다! 물론입니다. 하하. 사장님. 저희가 잘 운용할 테니-”
“그러니까.”
나는 단호하게 손을 휘저었다.
“전부 미국 주식과 금에 투자하십시오. 전액.”
로젠바움에서 대출받고 숨만 쉬었는데 알부자가 되어 있더라.
인생 성공 너무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