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6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65화(65/246)
금괴를 찾아서 (3)
젊은 은행가, 얄마르 샤흐트(Hjalmar Schacht)는 <독일중흥민족각성운동> 지부의 분위기가 참 낯설었다.
“안녕하세요, 자매님!”
“아유. 반가워요. 이번에 그, 우리 아들내미가 빌려간 트럭 빚 이자 내러 왔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도와드리겠습니다!”
“여기 이 친구가 우리 동네에서 제일 똘똘한 친굽니다. 얘가 학자금 대출 못 받으면 우리 촌 애들 전부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야 혀.”
“보증인 다섯 명이 있어야 한담서? 우리 동네에서 50명 왔수다.”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커피 한 잔 내드릴까요?”
“그, 저, 우리 커피값 낼 돈이-”
“괜찮습니다! 저희가 대접해드리는 거니 편히 앉아 계세요!”
중절모에 정장을 빼입은 이는 직원을 빼면 오직 그뿐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돈 냄새 나는 신사나 나이 지긋한 귀족들은 보이지 않는다. 온통 서민, 빈민, 노인, 상이군인뿐.
그런 이들을 상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건물은 큼직하고 깔끔했으며, 창구 직원들 또한 건물에 어울리는 깔끔한 제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더군다나 땟국물 꼬질꼬질한 이가 찾아왔는데도 웃음을 잃지 않고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담보가 부족한 서민들은 당연히 은행보다는 으레 사채를 쓰기 마련. 애초에 담보 잡힐 집이나 땅이 있으면 은행도 거부하지 않는다.
요컨대, 기존 금융 문법에 따르자면 저들은 상환 가능성이 희박한 이들. 떼일 가능성이 높으니 어쩔 수 없이 이율 또한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샤흐트는 들려오는 몇 토막의 대화만으로도 이 희망 어쩌고 대출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 짜여 있는지 캐치해냈다.
‘통상적인 은행이 취급하지 않는 소액.’
‘다수 지인의 연대보증을 통한 리스크 감소.’
‘쓰면 사라지는 생활비가 아니라 트럭이나 자전거, 점포 등 가계 수입 증진을 목표로 하는 경우에만 대출.’
‘예외는 학자금. 하지만 취직 후 급여에서 의무 상환을 명시.’
단순한 자선이 아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돈을 갚지 못한다면 사회적 위신과 명예에 치명적인 흠집이 난다. 야반도주를 감행하면 그만이라지만 그러기엔 또 너무 소액. 이들이 구입한 부업 수단을 팔아치우면 어찌어찌 갚을 순 있으렷다.
그는 거기까지 무심코 셈하다 말고 스스로에게 놀랐다.
이게 된다고? 그래. 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품을 들이는 것치곤 수익이 적을 텐데?
그는 대기실 한 켠에 꽂혀 있는 팸플릿을 종류별로 모조리 꺼내왔다.
<로젠바움 상조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세요!>
<가슴이 찢어지는 이별의 고통. 망인(亡人)의 가는 길에 저희가 함께합니다. 관, 묘비, 목사 섭외, 그리고 복잡한 사망신고를 한 번에->
장례비?
샤흐트는 어처구니가 없어 잠시 말문이 막혔고, 아래에 대문짝만하게 적힌 금액을 보고 더 기가 막혔다. 이 돈 받고 저 서비스를 다 해준다고?
아니지. 아니야. 지금 무슨 멍청한 소린가, 이게.
핵심은 이 돈이 로젠바움의 금고에 들어간단 거다. 원금과 이자 대신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언제? 최소 몇 년에서 몇십 년 뒤에.
그는 다음 팸플릿을 펼쳤다.
<자동 판매기 :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궁극의 부업!>
<지금도 어딘가에선 짤랑 하고 동전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지갑 속으로!>
<나라를 위해 싸운 당신, 이제 경제적 자립을 향해 나아갈 시간 – 상이군인 특별 계약을 문의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샤흐트 님 맞으십니까?”
그는 팸플릿을 탁 하고 덮었다. 젊은 미남이 땀에 젖은 채 그의 앞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로젠바움 회장님이시군요.”
“일찍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진작 말씀해주시지.”
“아닙니다. 한번 여길 구경해 보고 싶었습니다. 실례지만 혹시 어디서 오는 길이신지 여쭤봐도 될지-”
“직원 장례식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임원 말씀이십니까?”
“아뇨. 직원입니다. 16년 좀 안 되게 근속한 생산 라인 노동자였죠. 부인 되는 분께서 요리를 기가 막히게 잘하셨는데-”
그러니까, 지금 망치랑 스패너 만지작대던 일개 노동자 장례에 참석했다고?
“굉장히, 독특하시군요.”
“다들 그렇게 말합니다. 혹시나 오해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리지만, 모든 직원 경조사에 제가 참석하는 건 아닙니다.”
지금 들고 계시는 팸플릿에 나온 상조 보험에 가입했거든요. 아, 계열사 직원은 디스카운트 적용됩니다.
아르민 로젠바움은 뻔뻔스럽게 상품 PR에 들어갔고, 샤흐트는 저도 모르게 투자 적격 여부를 판정하는 심사관에 분했다.
“그게 남는 게 있습니까?”
“규모의 경제가 있잖습니까. 하다못해 묘비만 하더라도, 대규모 물량을 발주해 단가를 극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우리와 계약한 석공들은 다른 일 안 하고 평생 묘비만 만들어도 됩니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서비스를 전부 제공하려면 인력이 제법 들 텐데요?”
“그렇죠.”
“그럼 고스란히 비용으로 반영되잖습니까.”
“그렇지요.”
“차라리 말씀하신 서비스 중 일부를 제하고 단가를 낮추는 게 유리하지 않습니까?”
로젠바움은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그러면 고용 창출을 못 하지요.”
“그게 무슨- 아, 이런.”
“여긴 기업이 아니라 시민단체입니다. 수익? 이 사업이 유지되고 성장하기만 하면 충분합니다. 핵심은 많은 사람을 대규모로 고용해 그들이 가정을 부양하는 것 그 자체입니다.”
샤흐트는 대답 대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연기가 그의 폐와 뇌를 자극하길 잠시.
“그러면 여긴 내 능력이 필요한 곳이 아닌 것 같소만.”
“어째서입니까?”
“은행가는 자금을 굴려 수익을 벌어들이는 게 목표잖소.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면 구태여 내가 필요하겠소?”
“저렴한 가격으로 대규모 서비스를 운용하려면, 당연히 모은 기금을 알차게 잘 굴려야 할 필요성이 있지요. 하지만 이게 아니더라도, 저는 샤흐트 님이 이 조직을 맡기에 가장 적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무엇이오?”
“그야 귀하께서 독일민주당의 창당 멤버 중 한 명이니까요.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단순한 대출 창구가 아니라, 볼셰비즘의 붉은 손길에서 독일의 서민을 구해내는 최전방 전선입니다.”
샤흐트의 시선은 로젠바움 뒤편, 대문짝만하게 붙은 캐치프레이즈로 향했다.
<희망재건 프로젝트와 함께 부자의 꿈을 이뤄보아요>
<우리 아들딸에게 더 나은 미래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좋습니다. 로젠바움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샤흐트는 로젠바움이 내민 손을 꽉 쥐었다.
***
<카프 폭동>은 전국민의 궐기와 일제 총파업을 이기지 못하고 삼일천하로 그 막을 내렸다.
하지만 사민당 정부는 이번 기회에 군부를 때려잡긴커녕 군부에 질질 끌려다니는 촌극을 선보이고 말았다.
[반군 수장들의 신변 안전 보장.] [참모총장에 군부의 의중을 헤아리는 인물 임명.] [‘의거’에 참여한 자유군단 조직원들을 군인으로 채용.]정부는 굴복했고, 공산주의자들은 ‘이 총파업의 열기를 이용해 다시 한번 나라를 엎어야 한다’라며 루르 지방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란을 일으켰다.
기가 막히는 일이지만, 바로 그 쿠데타를 일으켰던 부대가 다시 정부의 요청으로 루르에 투입되어 공산 반군과 맞섰다. 반군을 진압한다는 명목하에 대학살이 벌어졌고 공화국은 간신히 국체를 유지했다. 실로 병신같은 나라였다. 이게 나라냐, 거적떼기냐?
나라가 개판이 되면 될수록 내겐 좋은 일이다.
이 루르 반란은 내게 전혀 의외의 이득을 가져다주기도 했는데, 바로 <루르의 왕> 휴고 슈티네스의 본진이 피범벅이 되었단 사실이다.
당장이라도 내 머리통에 오함마를 갈길 것만 같던 슈티네스는 이중고를 치르고 있었다.
쿠데타군에게 흘러간 돈의 꼬리표를 떼고 탈룰라를 해야 했고, 동시에 총파업과 반란으로 엉망이 된 본인 본진도 신경 써야 한다.
독일의 패왕인 슈티네스가 고작 쿠데타군 후원 같은 소소한 일로 감옥 맛을 볼 일은 절대 없겠지만, 로젠바움 때리기는 당연히 후순위로 밀려야만 했다.
한편 정계는 숨가쁘게 재편되고 있었다.
현재 독일의 정치 상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공산당 : 극좌. 사민당에 깊은 원한. 공화국 부정.
2. 사민당 : 좌익. 여당. 공화국 수호.
3. 민주당 : 자유주의 온건 좌파. 공화국 수호.
4. 가톨릭중앙당 : 보수. 남부의 패왕. 공화국 수호.
5. 국민당 : 자유주의 온건 우익. 공화국 부정에서 수호로 바뀌는 중.
6. 민족당 : 수구 우익. 왕당파 다수. 공화국 부정.
여기에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나치까지.
개판이다. 참으로 개판이다.
사민당, 민주당, 중앙당이 힘을 합쳐 일명 <흑적금 연합>을 결성하고 정치를 이끌고 있지만, 이 연약한 연정은 언제든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출렁거리는 지지도와 함께 무너질지 몰랐다.
당장 지금만 봐도 베르사유 조약과 이번 반란 진압이 겹쳐졌으니, 그 업보를 뒤집어쓸 사민당의 참패는 확정된 미래.
– 그래서 샤흐트를 끌어들였냐?
그렇지.
민주당 자체는 약해빠졌지만, 사회자유주의라는 당 성향상 지식인, 공무원 계층의 지지도가 제법 높다. ‘더 자유로워지긴 해야 하지만 사민당은 쫌 빨갱이 냄새 나서···.’라고 생각하는 가진 것 많은 분들이 민주당을 찍는 셈이다.
거기다 유대계 독일인들도 민주당의 핵심 표밭. 아예 별명이 <교수와 유대인의 당>이라고.
당장 범석이가 이름 들어봤다고 설레발 치는 독일민주당의 거물급 네임드만 따져도 막스 베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있다.
알짜 인재는 많은데 표는 적은 당··· 이거 완전 땅에 떨어진 지갑 아닌가.
– 샤흐트 하나만 해도 일당백일 거다, 아마. 원래는 나치에 가담했던 사람이니 네놈이 시꺼먼 본색을 드러내도 한 패로 계속 갈지도 모르고.
샤흐트는 조스비의 강력한 추천으로 영입했다.
겸임 허용 및 폭넓은 자율권 부여가 그가 내건 조건이었고, 나는 대신 이 미칠듯이 커져 가는 조직의 내부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퇴임하더라도 제대로 된 후임을 육성해줄 것을 당부했다. 어차피 그가 하이퍼인플레에 맞설 독일 경제의 총사령관이 되는 건 정해진 미래였으니.
그렇지만 경제의 천재도 정치판에 대해선 살짝 어수룩한 듯했다.
– 네가 음흉한 거냐, 아님 내가 멍청한 거냐? 동일인 맞아?
음··· 환경 차이? 내가 범석이 수준의 정치 지능으로 살았다면 1차 대전 터지기도 전에 진작 골수 다 빨리고 폐기처분됐겠지?
자판기 사업은 말 그대로 밑바닥 서민들의 부업용으로 발굴했다. 에베르트에게서 기차역 등지에서 수익사업을 진행할 권리를 뜯어냈고, 각 지방 정부에 돈을 풀어 버스 정류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사업을 할 권한을 받아내고 있었다.
당연히 다른 하이에나들도 군침을 질질 흘렸지만, 내겐 <상이군인과 전몰 유족 가계 안정화>라는 마법의 키워드가 있다. 계약은 순조로웠다.
자판기 시장의 지배자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자판기에 어떤 상품을 넣느냐가 하나의 권력이 된다.
지금은 초콜릿이나 과자, 위생용품 등을 주로 취급하고 콘돔도 돈을 미친 듯이 긁어모으고 있었다. 나는 프롬(Fromm) 콘돔사를 얼른 사들였다. 냉장 기능을 탑재한 자판기가 개발된다면 음료 시장도 판도가 싹 바뀌겠지.
상조는 종교계에 어필하는 수단이다. <가난한 이에게도 안식할 권리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접근하면서 교회의 핵심 수익사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였고, 가톨릭중앙당과 친해지는 부가 효과도 있다.
– 다 표밭이구만. 그게 전부냐?
그럴 리가.
샤흐트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뒀지만, 나는 ‘상조 전담 직원’이라는 데 주안점을 뒀다.
업무 특성상 자연스럽게 동네 마당발이 하거나, 혹은 마당발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조사 챙기고 동네 목사와 신부, 공무원 만나는 직업이니까.
지금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10년이 지난 뒤엔 어떨까? 풀뿌리 네트워크의 핵심으로 거듭나 있지 않을까? 어려울 때 도와주던 사람이 ‘눈 딱 감고 이번 선거에 로젠바움 한 표만 던져줘’라고 하면 재밌어지지 않을까?
나는 펜을 탁 놓고 거울을 바라봤다.
자, AI 비서. 여기까지 했으면 그다음은 뭘까?
– 몰라, 이 자식아. 뭘 할 건데?
뭐긴 뭐야.
해외여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