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6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66화(66/246)
금괴를 찾아서 (4)
프랑스, 영국, 그리고 미국.
내가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당연히 프랑스였다.
미국까지 갈 목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해외 여행은 대단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집 잘 보고 있어라.”
“잘 다녀오세요.”
“올 때 선물 사와주세요오.”
“집,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에르나와 아이들은 놓고 가야만 했다.
전쟁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엔 하늘을 누비며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였고. 만에 하나라도 보복이 들어올지 모르는 만큼 애들을 동반하고 가는 건 좀 무리수지.
“페르디난트.”
“네, 아버지.”
“공부 열심히 하고 있고. 싸우지 말고.”
“제가 암만 그래도 아버지처럼 학교 다니진 않죠.”
이놈 보소.
첫째 페르디난트는 내가 다녔던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솔직히 내 학창생활은 별로 본받을 게 아니긴 하지. 최초의 항공기 개발 업적 따낸다고 아주 예술적으로 학교를 다녔었으니까.
“오토는··· 먹는 거 좀 줄이고.”
“왜요?”
“새벽 3시에 몰래 나와서 지하실에서 먹을 거 먹는 놈이 어딨어!”
“그치만 배고팠는걸요오.”
애가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나.
전쟁과 내란이라는 이 미쳐 돌아가는 시대가 코딱지만 한 애들에게 얼마나 심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끼쳤을지에 대해서 굳이 알아보고 싶진 않지만, 딱 봐도 영향이 없진 않다.
“마리아는.”
“집 잘 보고 있을게요. 지하실에 자물쇠도 걸고-”
“너는 딸이라니까. 우리 집 가정부가 아니라.”
“그치만.”
“애들은 애들답게 있어야지.”
“제가 동생 잘 보고 있을게요.”
오토가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누가 봐도 마리아가 오토를 돌봐주고 있지 그 반대는 아니다.
오토가 지하실의 햄을 약탈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면, 마리아는 암만 봐도 뭔가 ‘일’을 함으로써 부채의식을 털려고 용을 쓰는 모양새라···.
– 짠하구만. 그놈의 전쟁이 뭔지.
나는 범석이가 또 무슨 소리를 할지 짐작이 돼 굳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저놈은 또다시 쫑알대기 시작했다.
– 애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저런 애들이 집집마다 수백, 수천만이야. 지금이라도 마음 고쳐먹으면 쟤들의 평생 단 한 번뿐인 어린 시절을 조금이라도 낫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이 나라가 혼란스러운 게 어디 내 탓인가. 내가 지금 정치판에 뛰어든다고 해서 그 혼란을 종식시킬 수 있단 보장이 어디 있지?
칫솔수염과 루덴도르프 한둘 쏴 죽인다고 독일의 평화가 돌아올 리가 없다. 그런 거였으면 진작에 애들 보내서 한밤중에 깊은 저 라인강 파인애플 보글보글 칫솔수염으로 만들어버렸지.
“우리 장남이 동생들 잘 챙기길 바란다.”
“네. 제가 애들 봐야죠.”
“그래, 장하다.”
‘사실 쟤는 네 고모다’라는 놀라운 비밀을 알아버린 첫째는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사춘기라는 걸 겪어보질 못한지라-
– 아냐. 다시 생각해 봐. 누가 봐도 훌륭한 사춘기였다고.
어허. 그럴 리가 있나.
나는 짐가방을 들고 차에 올라탔다.
***
명색이 회장님 행차인데 혼자 달랑 움직일 리는 없다.
어김없이 내 비서 슈미트가 함께했고, 회사 실무진 중에서도 지사 상황을 파악하고 협조하기 위해 동행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국이 시국이니 명목으론 다른 업무가 있지만 실질적으론 경호원 역할로 함께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모시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일에 열심인 모습은 참 보기 좋은데··· 학업은 어찌하고?”
나는 아직 박사 학위가 없는 괴벨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 괴 박사가 아닌 괴벨스라니, 붕어가 안 든 붕어빵과 엄마손이 없는 엄마손 파이보다도 더 실망스러운데.
무슨 미친 소릴 하는 거냐, 이 식인종아. 혹시 한국이란 나라가 아즈텍의 후예였냐? 심장도 막 뽑아먹어?
– ···염통꼬치는 있는데. 아무튼, 원 역사에서 받았던 학위를 못 받으면 능력에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말의 요지지. 그러니까-
요지는 이쑤시개고 썩 사라져라, 야만족. 너희 마추픽추로 썩 돌아가!
내가 퇴마의식을 거행하는 동안 괴벨스 씨는 쩔쩔매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제 학위를 걱정해주시다니. 저는 이미 학위에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로젠바움사에 제 뼈를 묻고자 하는데 학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는 괴벨스 씨, 그리고 가족분들께 약속했습니다. 귀하의 학업을 후원하겠다고요. 만약 회사 업무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게 된다면 이는 제가 약속을 어기게 되는 셈입니다.”
조스비의 말이 딱히 틀리지도 않았다. 가능하면 역사와 차이가 나는 부분은 줄이는 편이 좋지.
하지만 당사자는 그야말로 감동의 폭풍 속을 허우적대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업무에 전념하겠습니다.”
“그러십시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괴벨스를 비롯한 우리 영화사 직원들은 이번 내 해외 출장을 하나의 컨텐츠로 만들기 위해 동행했다. 지금 당장은 뉴스 취재지만, 나중에 써먹을 건덕지가 뭐라도 있겠지. 잘 만든 프로파간다용 영화 하나가 얼마나 파급력이 있는지는 구태여 말을 더해 무엇 하겠나.
우리는 가장 먼저 남부 뷔르템베르크 지사에 들러 보고를 받았다.
군용기 생산이 금지당했으니 로젠바움사는 민항기 제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군용기를 찍어낼 연구 개발 능력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항공 개발 및 생산 역량을 그룹 차원에서 재편하고, 신사업의 비중을 높이겠습니다.”
“그러면 뷔르템베르크 공장을 정리할 생각이신지요?”
“아니오. 베를린과 뷔르템베르크는 상호 협조하면서도 경쟁하는 체제가 될 것입니다. 두 공장 모두 소비재 생산 라인을 확충하고, 동시에 둘 모두 항공기 제작을 완전히 놓진 않을 겁니다.”
나는 지사장의 초조함을 덜어주기 위해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이곳은 체펠린 백작님의 혼이 서린 곳이고, 비행선 제작 라인을 갖춘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체펠린 백작의 의지를 우리가 이어받는 한, 뷔르템베르크 공장은 결코 항공기 생산을 중단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진행 중인 시민단체와 병행해 <페르디난트 폰 체펠린 재단>을 신설하겠습니다. 코흘리개 아르민 로젠바움에게 기회의 손을 뻗은 그분과 마찬가지로, 젊음의 패기와 열정을 가진 남부의 인재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남부까지 내려왔으니 당연히 바이에른, 뮌헨을 들르지 않을 수 없다.
남부의 맹주 가톨릭중앙당은 ‘가톨릭이면 중앙당 뽑읍시다!’로 대표되는 어마어마한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말해 가톨릭교도가 아니면 굳이 이들을 향해 투표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21세기 한국인들은 이상하게도 가톨릭이 진보적이고 명랑 쾌활한 줄 아는데, 1920년의 가톨릭은 슈퍼울트라보수다.
이분들이 공화국을 지지하는 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건 ‘제국도 싫고 공산당도 싫어서’에 가깝다.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프로이센에서 가톨릭은 유대인, 집시, 폴란드인 다음으로 배척당한다.
“로젠바움 회장님께서 진행하는 상조 사업이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하하. 중앙당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구 쪽에서는 동일한 시민단체가 수익사업으로 콘돔 같은 외설적인 상품을 판매한다는 데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 피임은 죄악이라고 믿는 분들이시지.
“혹시 중앙당도 교계와 의견이 같으십니까?”
“저희는 그 정도는 아니지요. 성당 앞 콘돔 자판기 매출이 어마어마하다면서요? 현실을 외면하면 정치 못 합니다.”
그렇지. 바이에른에서 장사하는 사람이면 다 가톨릭교도일 텐데. 모름지기 정치인은 표 떨어지는 일은 절대 안 한다.
우린 상호 협력을 더 강화하기로 협의한 후 행복하게 작별인사를 나눴다.
중앙당도 언젠가 한 큰술 크게 떠먹어야지.
– 악랄한 놈. 아주 온 세상이 제 맛집인 줄 알지.
칭찬 고맙다.
그치만 사실인 걸 어떡해.
***
뮌헨과 바이에른 지방의 민심을 체크한 뒤.
우리 일행은 프랑스로 향했다.
“분위기 한번 예술이군.”
“어디 끌려가서 린치당할 것 같은데요.”
입국 신고부터 참으로 험악하기 짝이 없었다. 심사 과정부터 ‘왜 아직도 제리 놈들이 살아서 숨을 쉬고 있지?’라는 살의가 느껴졌다고 하면 조금 과장일까.
하지만 우리가 파리의 기차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렸을 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마르탱 씨. 귀국하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세상에, 아직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저를?”
“죄송합니다. 무슨 일을 하셨는지까진 기억이 잘 안 나는군요. 사번은 기억나는데.”
로젠바움사 프랑스 지부 직원들.
그리고 지난 전쟁 당시 ‘특별 채용 작전’으로 합류됐었던 베를린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들.
– 특별 채용은 무슨 얼어죽을 소릴 하고 있어. 전쟁 포로였잖아!
응? 로젠바움사가 언제부터 제네바 협약에 의해 금지된 포로 강제 노동을 시행한 회사가 됐지? 으음. 역시 그 낙하산 놈인가. 그놈을 좀 더 고통스럽게 낙하시켰어야 했어.
내가 이들 포로 출신의 직원들과 감동의 해후를 하는 사이, 미리 통지를 받고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하이에나 떼처럼 우글우글 무리를 지어 꼼지락대기 시작했다.
“아르민 로젠바움 씨!”
“프랑스인들을 하늘에서 죽여댄 소감이 어땠습니까?”
“양 세력 모두에 무기를 팔아댄 죽음의 상인으로 명성이 자자하신데, 그 막대한 부를 피해자들을 위해 쓸 생각은 없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썩 꺼져!”
하지만 날 둘러싸고 있던 전직 직원들도 곧장 날카롭게 반응했다.
“뭐 이 새끼들아?”
“그럼 우리도 살인자냐!”
“결정권자도 아닌 사람더러 그러면 쓰나!”
난장판이군. 최대한 우리 쪽에 유리한 기사를 써줄 이들을 골랐음에도 이 모양이라니.
“제가 파리로 온 이유는 단 하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무슨-”
“지난 전쟁 당시 포로로 붙잡힌 이후 로젠바움사에서 근무했던 모든 지원자들을 프랑스 지사에서 채용하겠습니다.”
“사장님!!”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제가 전장에서 맞닥뜨린 모든 군인은 고결했습니다. 그들은 결코 그렇게 죽음을 맞이할 이들이 아니었지만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부디, 이런 불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저는 자본주의가, 국제 협업의 체인이 우리 사이의 불신과 증오를 씻고 평화와 공존, 번영의 길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그 옛날 우리의 협업이 재개되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저는 각오하고 이곳 파리에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아들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불행한 일이 두 번 다시 없길 바랍니다. 저는 제 아들이 죽은 이들을 꿈에서 다시 만나며 밤잠을 설치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청년들의 용기와 애국심을 역사적인 미친 짓거리에 또다시 낭비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 순간 나는 다시금 기자들의 파도에 휘말렸고, 경찰이 달려온 끝에야 나는 인파 속에서 구출되었다.
입고 있던 정장이 반쯤 넝마가 된 뒤, 제 지팡이를 무기처럼 휘둘러대던 괴벨스가 곧장 내게 다가왔다. 절뚝대는 사람을 보니 다들 상이군인인가 싶어 조심하는 듯했다.
“회장님.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답할 수 있는 거라면요.”
“방금 하신 말씀, 국내외적으로 물어뜯기지 않겠습니까?”
“뜯으라고 한 겁니다.”
“예?”
나는 잠깐 고민하다 미래의 이 대선동가에게 팁과 노하우 한 토막을 알려주기로 했다.
“로젠바움사의 사업도, 전쟁 당시의 행적도, 누구든 시비를 걸려고 하면 얼마든지 걸 수 있습니다.”
“그렇··· 습니다.”
“그러니 지금 얻어맞아야 합니다. 아직 사업이 회복세에 접어들지 않았으니 지금 처맞으면 덜 아픕니다.”
“반박이 어려우니 나중에라도 또 때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 가서 또 똑같은 말 하면 대중들은 호응하는 게 아니라 지겨워할 테니까.”
내가 노리는 정계 데뷔 시점은 10년 뒤.
그때까지 실컷 들을 욕은 미리 들어놔야 한다. 결정적일 때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에 빠진 저 얼굴을 보니, 어쩐지 나는 떡 하나 더 던져주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약점이 있는 상대를 좋아합니다. 그들은 강자를 두려워하지만, 상대가 삼손이나 아킬레우스라면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약점이, 명백하니까.”
“명심하세요. 상대를 죽여버리기 전까진 무조건 약해 보이는 게 이득입니다.”
이게 칫솔수염 최고의 강점이라고 했던가?
그럼 나도 벤치마킹해야지.
“그래서, 사진은 찍었나?”
“물론입니다.”
“<프랑스 개구리들에게 린치당한 아르민 로젠바움> 타이틀 달 수 있나?”
“세 살 꼬마도 우리가 찍은 사진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을 겁니다.”
“아주 좋아. 가자고.”
– 원할 때 그 사진만 던지면 예수 코스프레를 할 수 있겠군. 어쩜 이런 것만 쏙쏙 배웠을까.
이런 건 그냥 보험이지.
내가 정계 진출한다고 선언하자마자 세상이 모조리 적으로 돌변할 텐데, 이 정도는 챙겨놔야 하지 않겠어?
나는 고용 승계를 약속받고 환희에 가득 찬 프랑스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파리 지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