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67)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67화(67/246)
금괴를 찾아서 (5)
독일군의 새로운 참모총장 한스 폰 젝트(Johannes Friedrich Leopold von Seeckt)는 연일 군을 지키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피와 전쟁에 미친 조직, 독일군을 막기 위해 베르사유 조약에선 갖가지 이 악귀를 봉인할 퇴마 부적을 덕지덕지 발랐다.
신무기의 개발 및 생산, 보유 금지는 너무 당연한 것이고 대가리 숫자를 줄이기 위해 총병력 수 10만, 장교 4천 명으로 제한. 징병제를 금지하고 반드시 모병제. 거기에 참모본부 설립을 금지시켜 지휘 능력을 거세하고자 했다.
이 노력은 그야말로 집요하기 그지없어서, 군무원과 군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인원수 제한, 세관원, 해경, 삼림경비대 인원수 제한,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 군사훈련 금지, 허가된 곳을 제외한 모든 사관학교 및 유년장교 교육시설 금지, 동원 계획 준비 금지 등등.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독일군을 영구적으로 봉인하겠다는 굳은 의지에 더불어, 연합군은 독일이 제대로 조약을 준수하고 있는지 감시할 <연합군 통제 위원회(Military Inter-Allied Commission of Control)>를 창설했다.
가장 독일에 받아낼 핏값이 두둑한 프랑스, 그리고 독일이라면 이를 갈게 된 벨기에가 이 위원회를 진두지휘했고, 프랑스의 샤를 놀렛(Charles Marie Edouard Nollet) 장군이 위원장으로 취임해 독일의 감시를 맡았다.
당연히.
억울함과 원통함으로 가득한 독일군은 얌전히 이 감시와 통제에 복종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당장 젝트는 참모본부 대신 <군사국>을 신설해 사실상의 참모본부를 만들었고, 병력수 10만 명 제한을 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공작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이 믿고 쓰는 한 장교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총장님.”
“이야기가 기니까 앉게.”
쿠르트 폰 슐라이허(Kurt Ferdinand Friedrich Hermann von Schleicher) 소령은 젝트의 명에 공손히 자리에 착석했다.
“그러고 보면 그뢰너 장군도, 힌덴부르크 각하께서도 모두 그대가 제법 총기 있고 전도유망한 장교라고 하셨지. 그렇지 않나?”
슐라이허는 잠시 고민했다.
젝트와 힌덴부르크 사이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않다는 건 쉽게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대관절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프로이센의 한 농장으로 간 힌덴부르크는 쉽게 권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요컨대 상왕으로 행세하며 군부에 입김을 후 불려고 했고, 젝트는 결코 늙은이 따까리 따위에서 만족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의 판단은 신속했다.
“그분께서 과분한 칭찬을 해주셨습니다만, 저는 한 명의 군인으로서 임무에 충실할 따름입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는군.”
슐라이허는 태생부터 잘난 융커 출신이었지만, 그의 진짜 재능은 정치에 있었다. 그의 윗선 비위 맞추기 스킬은 신기(神技)에 달해 상관들은 항상 그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또 본인 일신의 재주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저 멀리 네덜란드에 처박혀 있는 빌헬름 2세와 떨거지 왕자들은 슐라이허가 왕정복고의 대의를 가슴에 품고 있는 충신이라 믿었고, 에베르트를 비롯한 사민당 주류는 슐라이허가 공화국에 진심으로 충성하는 몇 안 되는 군인이라 여겼다.
슐라이허는 자유군단 설립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이들 중 한 명인 동시에 군부와 사민당 사이의 가교 역할이었고, 독일군이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자적 조직이 되게끔 판을 짠 핵심 실무진이었다.
누구에게도 적대시당하지 않는 놀라운 처세.
이것이 바로 슐라이허의 가장 강력한 스킬이었다.
“연합군이 통제 위원회를 구성해 우리 군을 감찰할 예정일세.”
“그렇게 들었습니다. 참으로 비통한 일입니다.”
“그런가?”
“그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저들의 비열한 손길을 단호히 뿌리쳐야 합니다!”
슐라이허의 외침에 젝트는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그는 정답을 맞혔다.
“조국이 위기를 맞이했네. 동쪽에선 더러운 폴란드 종자들이 국토를 빼앗기 위해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고, 연합군은 가만히 팔짱만 낀 채 이를 방관하고 있지. 그대와 같은 뛰어난 군인이 해야 할 일이 많아.”
“무엇이든 맡겨 주신다면 소나 말처럼 일하겠습니다!”
젝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두 묶음의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첫 번째.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소련과의 협상을 준비하게.”
“소련··· 말씀이십니까?”
천하의 슐라이허조차 소련이라는 말엔 저절로 기겁하고 말았다.
하지만 눈앞의 젝트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합군의 감시를 피해 신무기를 개발하고 운용법을 습득하려면, 똑같이 연합군에게 고통받는 나라를 찾아가는 수밖에.”
“···이해했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볼셰비키들도 폴란드인을 멸종시키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지구상에 폴란드 놈들이 숨을 쉬고 있다는 건 인류의 수치입니다!”
“저들도 아직 혼란스러우니 급한 일은 아니야. 천천히 준비하게.”
그다음.
소련과의 협상만 해도 어마어마한 비밀 작전인데, 대체 이걸 먼저 말할 정도면 그다음은 뭐 어떤 게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슐라이허는 천천히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흑색··· 군(Black Reichswehr)?”
“그렇네.”
군인들을 전역시켜 민간인으로 위장, 비밀 군사 조직을 만든다.
여기까지라면 <자유군단>이나 <철모단>과 딱히 다를 바 없는 독일에 흔해빠진 무력집단.
하지만 이 조직의 목표가 조금 남달랐다.
“우리 군이 베르사유 조약을 우회, 위반한다는 사실을 밀고할 민족반역자, 배신자, 스파이들.”
“······.”
“자네는 이 비밀 부대를 이끌고 그들을 모조리 심판하게.”
“심판이라면.”
“영원히, 그 입을 못 놀리게, 만들게.”
살인명령.
당연히 근대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끔찍한 폭거지만, 젝트도 슐라이허도 그 사실에 대해 어떠한 감흥도 없었다.
슐라이허는 대답 대신 조용히 경례를 올렸고, 젝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가장 먼저 프랑스에 빌붙어 아첨이나 일삼는 자칭 평화주의자부터 손봐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구?”
“로젠바움 말입니다. 그 돈에 미쳐 팔아선 안 될 자존심까지 파는 버러지-”
“입 조심하게. 아무리 장식이래도 그는 엄연히 대령이야.”
고민하던 젝트는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진실의 일부를 알려주기로 결심했다.
“로젠바움 대령은 독일 항공대의 재건이라는 비밀 임무를 맡고 있네.”
“···!”
“그러니 그는 건들 필요 없네.”
“하지만 그를 어떻게 신뢰합니까? 그는 사회주의자입니다!”
외부에서는 본인도 사회주의자 소릴 듣고 있는 슐라이허가 자못 당당하게 외쳤다.
“그러면 대안이 있나?”
“하지만 총장님. 일개 장사치에게 군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권한을 부여하는 건 너무 과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뭐 어때? 그거로 그놈이 헛짓거리라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마음만 먹으면 제 처자식과 함께 머리통을 날려버리면 끝인데.”
하긴, 틀린 말은 아니다. 빨갱이 역적을 죽이고 싶은 의인(義人)들은 이 나라 사방에 깔려 있다.
로젠바움이 아니라 로젠바움 할애비가 온다 하더라도, 감히 군부의 신성한 권리를 탐내는 순간 그 반반한 면상에 납탄이 박히는 걸 각오해야 하리.
“이미 힌덴부르크 각하 시절부터 검토했던 건이네. 로젠바움을 배제하고 비밀리에 항공대를 재설립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결론 내렸지. 그러니 괜한 시비 걸지 말고, 로젠바움이 공군을 육성할 수 있게 돕기나 하게.”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물러난 슐라이허는 군사국의 복도를 걸어가는 와중에도 생각을 끝내지 못했다.
로젠바움이 실은 슐라이허 자신처럼 정체를 숨긴 비밀 근왕파였다?
가능은 하다. 애초에 그는 카이저의 총애를 얻어 출세한 간신이니.
하지만, 간신이 왜 간신인가?
주인의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바로 주인부터 잡아먹기 때문에 간신 아닌가. 그는 도저히 로젠바움 같은 인간의 마음속에 충성심의 ㅊ 자라도 남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흐흐.”
그 순간, 그는 확 깨달았다.
이 불쾌한 기분.
틀림없이 동족혐오였다.
***
프랑스에서 내 행사는 대개가 ‘사죄’를 위한 행사였다.
“이 전쟁은 탐욕스러운 자본가와 귀족들이 일으킨 비극입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됩니다.”
“그렇습니다. 이 불행을 막고 항구적인 평화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시급합니다.”
정치란 참으로 오묘하다.
프랑스 우익은 단순히 일개 파일럿으로 종군한 ‘전쟁영웅’인 내게 대놓고 욕을 해대진 못했다. 내가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오, 당장 포로의 노동을 문제 삼자니 그 포로 출신들이 나를 지지하고 있잖은가.
그러는 사이, 놀랍게도 프랑스의 좌익 세력들이 나를 얼굴마담으로 붙잡아 자신들의 정견을 떠들어댔다. 이 친구들은 <베르사유 조약 너무 가혹해요>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지라 마침 나와 의견의 일치를 볼 여지도 충분했다.
“로젠바움 회장은 베르사유 조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이 점 하나는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조약 원문에는 그런 말이 없지만, 독일의 언론들은 <이번 전쟁의 책임은 오로지 독일에만 있다>라고 조약에 써져 있는 것처럼 일제히 보도를 했습니다. 독일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세상에! 어떤 극악무도한 자들이 조약문을 날조하고 왜곡해 가면서 그런 선동을 했단 말입니까!”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독일인들은 패배를 인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이 오롯이 독일 때문에 일어났다고 하니 억울할 수밖에 없지요. 양식 있는 프랑스의 지식인 여러분들이 베르사유 조약의 가혹함에 대해 항변해 주시니, 한 사람의 전쟁의 피해자로서 참으로-”
우린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를 하며 신나게 조약을 씹어댔다.
그 외에도 뭐, 뻔하디뻔한 행사 있잖은가. 내 손에 죽은 이들의 유가족을 만나 진심 어린 사과, 용서, 화해의 큰 뜻 이런 거. 거기에 기부도 곁들이고.
프랑스에서의 행사가 끝난 뒤엔 영국으로 갔다.
내 목적 중 하나는 영국이 낳은 가장 흉폭한 맹견, 윈스턴 처칠과 만나 보는 것이었지만 이건 시원하게 까였다.
<일개 민간인 빨갱이 사업가와 만날 이유 없음>.
심플했다. 한번 얼굴 좀 봤으면 좋았겠는데.
– 그런 놈이랑 굳이 만날 이유 있나? 괜히 찍힐라.
찍히면 뭐 어때. 그 양반이 아직 공군 장관이라고. 물건 좀 팔아먹을 노력을 해봐야지.
– 처칠은 평생 히틀러만 보면 짖는 개였어. 아주 꾸준하게 짖었고, 그 덕분에 히틀러가 야욕을 드러내자 전시 총리 자리에까지 올랐지. 자칫 잘못하다간 너만 보면 짖는 개가 될지도 모르는데?
으음. 그건 좀 무섭군. 히틀러랑 다르게 난 아직 패려면 팰 수 있는 놈이니까.
영국에서도 프랑스에서 했던 일과 거의 유사한 일을 반복한 뒤.
마침내 나는 대서양을 건너는 원양 정기선에 올라탔다.
***
선상여행은 처음엔 재밌었다. 신기하기도 했고.
1등석을 위한 호화찬란한 식당, 공연, 음악,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 승객들···.
“어머. 로젠바움 회장님!”
“저번에 해주시던 이야기 마저 해주세요!”
“하하. 그럴까요?”
– 너 그러다 칼 맞는다 진짜.
바람 안 피워. 상류층 귀한 집 사람들이니 그냥 이미지 관리하는 것뿐이라고.
– 솔직히 말해봐.
안 한다고, 이 색욕에 미친 대머리야.
바다의 힘을 빌어 거다이맥스해진 조범석이 파도와 포말에 휘감겨 대왕오징어처럼 출렁거렸다. 컵이나 유리에만 있던 조스비가 저토록 거대해진 모습을 보니 실로 두렵기 그지없었다.
그때, 제복을 차려입은 선원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아르민 로젠바움 승객님 맞으십니까?”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무선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급(至急) 건입니다.”
나는 다른 손님들에게 인사한 뒤 조용한 곳으로 가 종이쪼가리를 확인했다.
[미국 WR사 제작 항공기 추락사고 발생]악재였다. 하필 내가 직접 미국으로 가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나는 두둑히 지폐를 찔러주며 최대한 신속히 더 많은 정보를 받길 원한다고 제안했고, 선장부터 시작해서 쫘르륵 돈을 퍼부은 결과 난 배의 통신실을 입맛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선-통신이라는 신비의 힘을 통해, 나는 대서양 한복판에서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 한 토막씩을 전해 듣게 되었다.
[미국 민주당 선거 유세를 위해 임대한 비행기 추락] [조종사와 승객 1명 사망, 1명 중태] [사망자] [부통령 후보 프랭클린 델러노 루즈벨트](참고)
마침내 애비 셋 둔 궁극의 정치군인 슐라이허가 등판했습니다.
슐라이허는 히틀러의 전임 총리이자 실질적으로는 바이마르 공화국 최후의 총리입니다.
군웅할거와 난세의 땅 독일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군웅으로, 일세를 풍미한 군의 정점이었던 젝트와 그뢰너 장군, 그리고 브뤼닝과 파펜 두 총리를 모두 차례차례 배신하고 몰락시키면서 군부의 톱, 나아가 총리 자리까지 거머쥐게 됩니다.
하지만 성이 셋인 종놈 여포가 쬬는 이길 수 없었듯, 가짜광기 슐라이허는 진짜광기 칫솔수염을 상대하지 못했습니다.
특유의 음모와 권모술수로 나치당에 타격을 입히긴 했지만 그뿐. 분노한 칫솔수염은 <장검의 밤>을 일으켜 슐라이허 부부를 죽여버리고, 절대권력자가 된 뒤엔 유일한 목격자였던 가정부마저 죽여 살인멸구를 끝냅니다.
군부 일각은 죽은 슐라이허가 프랑스 스파이였다고 폄하하는 히틀러에게 반발했지만, 히틀러는 맛좋은 농장 뇌물 치트키로 반발을 무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