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6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68화(68/246)
신세계로부터 (1)
1920년 미국 민주당 전세기 추락사고는 훗날 완벽한 인재(人災)로 판명 났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상 최초의 열강 간 총력전을 거치며 항공 기술력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여전히 항공기는 대단히 주의하지 않으면 아차 하는 순간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신문물이었다.
애초에, 인류가 두 발로 걷지 않고 말이라는 교통수단을 쓰기 시작한 이래 위험하지 않은 교통수단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21세기의 인류조차 심심하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지 않는가.
“여러분. 저희가 임대해 드린 비행기긴 하지만, 비행기를 이렇게 험하게 굴리시면 위험합니다! 비행기는 항상 운행 후에 철저한 점검을 거쳐야 합니다!”
“어허. 설마 죽기야 하겠습니까?”
“죽습니다! 정말 위험합니다!”
“여러분은 자기 회사 제품의 성능도 못 믿으시는 겁니까? 이거 이거, 실망스러운데요.”
“정말로, 정말로 이건 아닌데···.”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자신감과 기이하리만큼 엄청난 자기 확신, 그리고 스릴을 추구하다 못해 중독된 젊은 정치가였다.
“걱정 마십쇼. 전 장티푸스에 걸렸을 때도 안 죽고 살아남았습니다.”
“그거야-”
“재작년 전쟁 때 일입니다. 유럽에서 귀국하는 여객선 전체에 스페인 독감이 퍼졌었지요. 배가 순식간에 유령선처럼 환자로 넘쳐났고 전 독감이 악화돼 폐렴까지 걸렸습니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살아남았지요. 놀랍지 않습니까?”
“예. 확실히 살아 계신 게 놀랍긴 하군요.”
“그러니 이번에도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장담하지요.”
결국 라이트-로젠바움사의 엔지니어들은 클라이언트의 똥고집을 꺾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루즈벨트는 그때부터 전국을 종횡무진하며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기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 민주당에 한 표를!!”
“젊은 피! 뉴 페이스!! 저희 민주당에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제 한 몸을 불살라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어차피 패배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현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민족자결을 외치고 국제연맹을 외쳤지만 정작 베르사유에 가선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윌슨은 1916년 선거에서 전쟁 반대, 고립주의, 민족자결주의에 따른 아일랜드 독립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었고, 아일랜드계와 독일계는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배신당했다.
미국은 전쟁에 뛰어들었고, 독일계 미국인들은 핍박받았으며, 윌슨은 ‘영국이 아일랜드에도 자치령을 세워준대. 민족자결이 실현되었어! 나 공약 이행했다?’라며 완벽하게 그들의 뒤통수를 갈겼다.
눈이 뒤집힌 아일랜드계는 공공연히 ‘공화당을 뽑아 윌슨과 그 졸개들에게 복수하자’라고 외쳐댔고, 독일계는 미국의 참전 이후 받은 박해와 탄압을 투표로 응징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윌슨은 이제 자신의 원대한 구상인 국제연맹에 반대하는 아일랜드계와 독일계를 대놓고 배신자, 등 뒤의 간첩이라며 욕지거리를 해대고 있었고, 이 꼬락서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루즈벨트는 이번 대선을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하나의 세일즈 찬스로만 간주하고 그 누구보다 열렬히 선거운동을 돌아다녔다.
“으, 으어어어.”
“괜찮나?”
“오늘따라 비행기 유난히, 유난히 추운데요.”
“내 코트 잠깐 걸치고 있게. 다음부턴 담요도 훨씬 두툼한 놈으로 챙기고.”
하지만 다음은 없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뛸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이 항공기의 엔진은 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혹사를 견디지 못한 항공기가 어느 옥수수밭에 처박히면서 루즈벨트의 선거는 그렇게 끝났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끄.. 끄윽···.”
“살아 있구려!! 정신 차리시오, 이보시오! 정신 차려요! 지금 눈을 감으면 안 돼!!”
세 명 중 두 명이 즉사했고 한 명만이 살아남았다.
옥수수밭 주인은 자신의 T형 포드 차량에 이 중상자를 태워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고, 천신만고 끝에 그는 목숨을 건졌다.
“환자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그···.”
그리고 생존한 이는 그 순간,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정략적 판단을 내렸다.
– 내가 운항을 강행해 애꿎은 비서와 조종사만 목숨을 잃고 정작 나는 살았다. 어쩌면 내 정치 생명이 끝날지도 모른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자신의 비서 이름을 댔고.
천만다행히 기자들보다 먼저 민주당 관계자들이 병원에 들이닥쳤다.
“내가 죽었다고 기사를 내고, 얼마 뒤에 오보라고 합시다.”
그리하여 날조가 진행되었다.
이대로라면 선거고 나발이고 다 말아먹게 생긴 민주당은 필사적으로 ‘미담 만들기’에 돌입했고.
[감기에 고통스러워하던 비서에게 코트를 벗어준 부통령 후보.] [시신의 품에서 나온 수첩 때문에 신원 착각··· 부통령 후보 유일하게 생존.]애초에 지옥의 사탄도 역겨워하며 상종하길 거부할 이들이 바로 자유의 나라 미국의 기자들. ‘부통령 후보 사망’은 그들의 구미에도 훨씬 맞는 이야기였다. ‘사실은 살아 있었답니다!’는 더 잘 팔리는 컨텐츠였고.
물론 이런다고 선거의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랭클린 루즈벨트라는 이름은 며칠간 전국의 모든 신문과 라디오를 도배했다. 그가 바란 대로 된 셈이다.
“이보시오, 의사 양반. 내··· 다리. 내 다리가, 아무 감각이 없소.”
“진정하십쇼. 지금 살아 있는 게 기적입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이럴 순 없어. 이건, 이건!”
그는 살아남았다.
명성도 드높아졌다.
하지만 하반신은 움직이지 않았다.
***
“흐. 흐흐. 흐흐흐흐.”
혼자만 쓰는 1등 객실.
그곳에서 나는 거울을 마주한 채 연신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 ······.
“흐하하!! 흐하하하하!!! 흐하하하하!!”
– 그만 좀 웃어라. 웃다 정들라.
“아직도 그 소리냐! 현실을 받아들여, AI 비서.”
FDR.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4선을 달성했다는 대통령, 전시 지도자.
그런 그가 죽었다. 내가 딱히 손쓴 것도 없는데.
– 나비 효과라는 게, 이런 식으로 웃기지도 않게 발생할 수 있다고? 항공기 발전이 더 빨라져서 루즈벨트가 그걸 타고 죽는다고? 시발! 이걸 지금 말이라고 해? 차라리 운석에 맞아 죽었다고 하지 그래!
“당연히 말이 되지요? 참 잘 되지요!”
나는 쾅 하고 책상을 내리쳤고, 범석이의 표정은 더더욱 침울해졌다.
“아직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해? 이래도 내가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걸 부정하나?”
– ···뭔가 착각하고 있는데, 대통령 하나 없다고 미국의 국력이 바뀌진 않아. 어쩌면 훨씬 더 유능한 대통령이 나타날지도 모르지. 루즈벨트가 뉴딜을 하지 않는다고 쳐도 결국 일본은 진주만을 공습할 테고, 거인은 잠에서 깨어날 거야. 민주주의의 병기창이 좆으로-
“백날 망상해봐라. 그런다고 죽은 놈이 돌아오나.”
역시 내가 옳았다.
하늘은 더 강한 독일을 원한다.
나는 자신들의 유능한 지도자를 잃은 줄도 모르고 있을 불쌍한 미국인들을 위해 기꺼이 샴페인을 땄고, 범석이를 놀리는 재미로 하루를 보냈다.
– 꼭 두 번째 전쟁에서 독일이 승리하는 것만이 ‘역사를 바꾸는’ 건 아니지.
나도 알지. 나는 전쟁 같은 걸 바라지 않는다. 어지간히 미친 놈들이 아니고서야 누가 전쟁을 원하겠어.
하지만.
“과연 다른 나라들이 독일이 다시 일어나는 걸 용납해줄 것 같아?”
– ······모르겠군.
“아니지. 독일인 스스로가 용납 못 할걸. 결국, 이 나라의 혼란을 극복한 지도자가 누가 되든 빼앗긴 땅과 무너진 자긍심을 되찾아줘야만 그 자릴 계속 유지할 수 있겠지.”
충격에 빠져 커피잔을 허우적대는 그를 놀리며, 나는 알콜의 힘으로 기분이 한가득 업된 채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 크하하하하하!! 그렇지! 세상이 그따위로 돌아갈 리가 없지!
“닥쳐.”
– 어이, 애송이. 잘 봐라. 루즈벨트는 살아 있다···.
“닥치라고!”
[사실 살아 있었음]이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야 그 사람이 살아 있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죽었다는 소리 듣고 오도방정 깨방정을 떨면서 좋아했던 놈이 이제 와서 정신승리하는 모습, 보기 흉하죠?
“닥치라니까!”
선실을 나와 탁 트인 바깥으로 가자, 어김없이 초거대 대머리 장군이 저가 레비아탄이라도 되는 양 해파리처럼 둥실둥실 바다 위를 유영하고 있었다.
개같았다.
조스비의 웃음소리가 내 귓전을 간질였다.
***
미국에서의 일정도 대동소이.
WR사 임원들과의 미팅.
사고로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 표명.
현지 파견 직원들과 독일계 미국인들과의 만남.
로젠바움 영화사가 제작하고 현지에 수출한 영화 관람.
[카이저 폐하를 위해 너희 영국인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죽여버리겠다!] [흐··· 흐어억!!! 도··· 독일의 붉은 악마··· 로젠바움이다! 로젠바움이 나타났다!!!] [어딜 쏘는 거지? 그건 내 잔상이다-]“도대체 누가 대사를 저토록 손발이 오그라들게 난도질했지? 우리 회사 직원인가?”
“회장님. 그, 번안 과정에서··· 죄송합니다만 이곳에서는 저런 게 먹힙니다. 가볍게 보고 웃을 수 있는 것들 말이지요.”
“신대륙 촌놈들은 저런 끔찍한 걸 보고 웃는다고? 대서양을 건너면서 유머 감각이 템즈강 장어젤리처럼 고장난 건가?”
미친놈들. 미친놈들. 이게 훗날 전설이 되는 할리우드라고? 혹시 미국인들이 유럽의 모든 영화인을 쏴 죽여서 전설이 된 건가?
끔찍한 영화는 빨리 잊어버리고, <독일 국민들의 소중한 목돈>이라는 묵직한 네임 태그가 붙은 돈을 맡길 현지 증권사를 섭외하고, 투자를 논의.
– 코카콜라. US 스틸. 그 외에 더 있나?
불경기인 지금 최대한 많이 주워 담으면 어마어마한 이득이 예정되어 있다.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요 맨땅에서 헤엄치기.
마지막.
전혀 예상 못 했던 일.
“안녕하십니까, 루즈벨트 전 차관보님. 이렇게 뵙게 되어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로젠바움 회장님을 뵙고자 요청드린 것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나는 한 병실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빈말로도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퀭해진 얼굴에 온몸에 붕대와 깁스를 덕지덕지 감고 있으니 누가 봐도 왕가의 계곡에 가서 피라미드에 묻혀야 할 미라 꼴이었다.
“제가 고집을 피운 탓에 두 사람이 애꿎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저는 살아남았지요.”
“한 사람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생각 마시고 치료에 전념하시죠.”
“말씀 감사합니다.”
의례적인 인사.
저만큼 붕대를 둘둘 말고 살 거라면 그냥 이승 하직해주면 얼마나 더 고마웠겠는가.
하지만 미래의 4선 대통령이 고작 이런 고해성사 하나 하자고 날 불렀을 린 없었다.
“대단히 외람된 말씀이지만,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일단 말씀해 주시죠.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돕겠습니다.”
“···제 건강이 회복되면 조만간 수사가 시작될 겁니다. 공화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비행기를 떨어트렸다’라고 주장하려 들겠지요.”
그렇다.
비록 루즈벨트의 육신은 살아남았지만, 그에게 살인범, 과실치사범 딱지를 붙여 그의 정치 인생을 아작내기만 한다면 결과는 똑같지 않겠는가.
“귀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죄송하지만, 저희의 입장은 다소 상이한 듯합니다.”
루즈벨트가 책임을 피하려면 기체 결함 혹은 조종 미숙 등으로 우리 회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게 내가 봤을 땐 거의 유일한 탈출로.
나의 이익을 위해서건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건, 아니면 독일을 위해서건 루즈벨트는 여기서 밥숟가락 놔주셔야 한다.
“공화당은 결코 이 이슈를 크게 키우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지요?”
“그야 이번 선거는 이미 그들이 이긴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괜히 이 건을 이슈로 만들어 쓸데없이 민주당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해줄 생각 자체가 없을 겁니다.”
“······.”
“귀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저 또한 이 건이 얼마나 귀사에 피해를 입히는지 알고 있는 만큼,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습니다.”
나는 그가 누워 있는 병상에서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있는 힘을 다해 루즈벨트를 나락으로 떨구기 위해 노력할 것이냐?
만약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어이 그가 정치적으로 부활한다면?
프랭클린 루즈벨트.
그의 정치적 능력.
그리고 내가 미국에서 써먹을 수 있는 힘.
짧은 순간이지만 나는 결정했다.
“그러면 가장 먼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나는 붕대가 덕지덕지 발린 그의 오른손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도 평생 저희 라이트-로젠바움사의 비행기를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