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7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73화(73/246)
파시즘 발호 (3)
1920년, 처음 히틀러가 나치당에 발을 디디며 정치 생활을 시작했을 때 히틀러와 나치는 그야말로 무수히 많은 버러지 극우 동아리에 불과했다.
이 당시 독일 남부 바이에른은 극우파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었고, 각지에서 쫓겨온 극우 인사들과 자유군단 잔당들이 모여 ‘조국의 회복’을 염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히틀러에겐 천부적인 능력이 있었다.
끝없이 증오를 토해내는 재주.
그리고 그 증오를 주변에 감염시키는 언변.
2020년 현대 민주 사회였으면 정신병동을 안내받기 딱 좋았을 그 무한한 증오는 1920년 독일인들에겐 끝없는 자기확신과 자신감으로 비쳐졌고, 자연스럽게 이는 하나의 카리스마로 절망에 빠진 인사들을 매혹시켰다.
그리고 그에겐 루덴도르프가 있었다.
원 역사에서나 지금이나 권력에 대한 망집을 품은 채 끝없이 찝쩍대는 건 똑같았지만, 베르사유 조약에 서명을 하러 끌려갔다 돌아온 루덴도르프는 도저히 대중 앞에 고개를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를 따르는 깡패 패거리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진작 칼에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
루덴도르프는 불사조처럼 날아오르기 위해 히틀러라는 새싹에 물과 비료를 아낌없이 때려넣었다.
원래부터 친분이 있던 <독일 경제의 카이저> 슈티네스의 무한한 재보 중 일부가 히틀러와 나치당에게로 흘러들어 왔고, 루덴도르프의 추종자 중 일부도 나치당에 합류했으며, 비록 지금은 무척 쇠퇴했지만 명색이 독일의 독재자였던 그가 오래도록 일구어 놓은 무수한 인맥이 히틀러에게 꽂혀 들어왔다.
그리고 맥주홀 폭동.
무수한 언론이 있는 힘껏 나발을 불어준 결과.
히틀러는 이제 전국구 유명인사가 되었다.
“에베르트가 뒈졌다지?”
“지도자 각하. 천재일우의 호기가 왔습니다.”
누구보다 충성스러운 심복 루돌프 헤스(Rudolf Hess).
가장 처음부터 히틀러를 따랐던 비서이자 선동가 헤르만 에서(Hermann Esser).
자신의 당과 세력을 모조리 히틀러에게 바치고 그를 따르기로 맹세한 반유대주의 극우 언론인 줄리우스 슈트라이허(Julius Streicher).
뮌헨 <무기의 왕>으로 불리며 최고의 전투력과 무장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에른스트 룀(Ernst Röhm).
히틀러가 감방에 들어갈 때 자신을 대신해 당 대표직을 맡길 정도로 신임하던 골수 음모론자 알프레트 로젠베르크(Alfred Rosenberg).
변호사 출신의 경찰 관계자로 히틀러가 마음껏 바이에른을 휘젓게 도와주는 빌헬름 프리크(Wilhelm Frick).
하버드대 출신 갑부로 무수한 상류층, 지식인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던 에른스트 한프슈탱글(Ernst Hanfstaengl).
그리고 명목상의 당수 드렉슬러와 슈트라서 형제 등등.
하나하나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러움 가득할 것 같은 인사들이었지만, 이들이 똘똘 뭉치자 임계질량에 도달한 우라늄 235가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듯 치사량의 방사선을 마구 내뿜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독일을 ‘정상화’시키는 것.
히틀러가 빵에 처박혀 있던 13개월 동안, 독일 극우 세력들은 공화국의 가열찬 반격으로 그 세가 현저히 약해졌다. 무엇보다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진정세에 접어들며 더 이상 증오와 저주만을 쏟아내는 이들 극우에 대한 관심이 슬며시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히틀러 개인은 스타가 되었다.
독일의 극우파들은 이제 오직 히틀러만이 대중을 열광시키고 군중을 동원할 힘이 있는 리더라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천하의 루덴도르프조차 히틀러를 대신할 새 인물을 발굴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던가!
상당수 독일인들은 초인적이며 강대한 지도자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이웃 나라 이탈리아에서 무솔리니가 <로마 진군>이라는 드라마틱한 이벤트를 통해 집권하고, 집권 직후부터 무자비하게 반대파를 때려잡기 시작하자 우익에 치우친 이들은 독일산 무솔리니를 찾고자 갈망했다.
그리고 히틀러는.
그것이 바로 자신이라고 굳게 믿었다.
“우리의 선거 목표는 저 나약한 놈들과는 그 본질부터 차이가 있어야 하오. 저들은 표를 구걸하며 노동자, 유대인, 가톨릭, 농부 따위들의 비위를 맞추기 일쑤지만 우리 당은 달라야 하오.
우리는 의석을 확보해 얼마나 의회 정치가 무책임, 무쓸모, 무기력한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오! 이 나라에 진정 필요한 것은 나약한 서방식 민주주의가 아니라 오직 강철과 같은 지도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에 반대하는 나치당이 표를 얻는다.
나치당이 원내에 진출해 의석을 꿰어찬다.
모든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다.
의회가 공허하게 부결만을 반복하며 공회전하고, 제때 통과되어야 할 법률이나 정치적 아젠다가 끝없이 늘어진다.
사람들이 공화국과 의회정치에 넌더리를 내고, 나치는 더 많은 표를 얻어 더더욱 가열차게 사보타주를-
이미 오래전부터 의회제 국가에서 도입하던 방식이지만, 우습게도 나치당뿐만 아니라 바로 공산당 또한 이러한 형태의 사보타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전권을 거머쥐고 당원들의 열화와 같은 숭배를 등에 업은 히틀러는 이제 그다음 행보를 준비했다.
“지도자께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셔서 단숨에 이 나라를 거머쥐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하! 대통령이라니. 그런 모자걸이 같은 자리를 이 내가 거머쥐어야겠나? 무의미하다, 그건.”
뻥이다.
출마해봤자 10%도 득표하지 못할 게 뻔히 보이는데, 나가서 무슨 개쪽을 다 판단 말인가?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건가?
“우리가 주장해야 할 바는 오직 하나! 이 체제 자체에 대한 의문과 부정이오!”
루덴도르프는 이제 더 이상 히틀러를 조종할 수 없었다.
이들 극우 세력과 나치당에 후원의 손길을 내밀고 싶어 하는 이들은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고, 루덴도르프가 없어도 당은 어찌어찌 살림을 이어나갈 수 있겠지만 히틀러가 없다면 당장 나치당은 먼지나 부스러기 신세가 될 게 뻔했다.
“루덴도르프가 베를린에서 여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고 있소. 올해 내로 반드시 우리 당을 불법으로 지정했던 더러운 빨갱이들의 음모를 분쇄하겠다더군.”
“그 뱀 같은 자가 순순히 우리를 도울까요?”
“안 도우면 제깟 놈이 어쩌겠나. 이제 와서 그자가 우리 말고 어디로 갈까?”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고 우익 전체의 단일 후보를 지지하는 대신 히틀러가 얻고자 하는 건 간단했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나치당 활동 재개.
돌격대와 정치깡패에 대한 단속 약화.
그리고 아돌프 히틀러 본인의 독일 국적 취득.
셋 모두 충분히 받아먹을 수 있었고 루덴도르프도 자신하고 있었다. 지금 나치당을 적으로 돌리면 대체 누가 이 남부 지방에서 빨갱이와 분리주의자들의 머리통을 각목으로 찍어주겠는가?
“그럼 이제, <나의 투쟁>의 출간을 서두르게.”
“하일 히틀러!”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여론전이었다.
전국적으로 책팔이를 거하게 해먹은 로젠바움에게 정면으로 반박하며 그 유명세에 올라탄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에겐 남는 장사였다.
‘가능하면 그 유대인 놈이 링에 올라와주면 더 좋겠는데.’
히틀러는 간절히 염원했다.
***
작년, 그러니까 1924년 말.
내게 끝없이 겐세이를 걸던 슈티네스는 그대로 이승과 작별하고 말았다. 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 하나, 뒤지면 끝인데.
슈티네스는 어마어마한 빚을 져서 하이퍼인플레 때 부동산과 기업을 적극적으로 사들였고 폭리를 취했지만, 손 털고 차익을 실현해야 할 시점에 그 본인이 황천길로 떠나버렸다.
그의 자식놈들은 슈티네스가 저질러 놓은 그 장대한 묘기대행진을 이어갈 능력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독일의 많은 권력자들은 이번 기회에 슈티네스의 그룹을 다 찢어먹고 싶어 했다.
남의 불행 때 이익을 탐하는 자는 당연히 원한을 쌓는다.
슈티네스는 그냥 불행도 아니고 모두가 절망할 때 가장 악랄하게 돈을 벌었다.
그의 제국은 순식간에 터져버렸다.
나는 슈티네스 산하 기업들의 노조에 적당한 ‘호의’를 베풀었고, 내 호의와 괴링의 도움을 받은 노조원들은 적극적으로 공장에 불을 지르고 감독의 가족들을 구덩이에 파묻었다. 루르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 프랑스군과 싸우던 사람들이라 다들 전투력이 좋더라고.
결론만 말해, 나는 그 압도적으로 거대한 채무 중 일부를 분담하는 대신 내가 간절히 원하던 제철소 약간, 그리고 60여 개에 달하던 슈티네스의 언론사 중 일부를 사먹었다.
보고 있나, 슈티네스? 네 기업이 내 것이 되고 네놈 액자가 붙어 있던 자리에 전부 내 초상화가 걸려 있다. 지옥에서 이걸 보고 좆같아 하라고.
어쨌거나, 슈티네스와 에베르트라는 독일의 거인들이 슉슉 죽어나가는 걸 보니 나로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죽음 앞에선 장사 없었다.
“···지금 나보고 빨리 죽으라고 하는 말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원수님.”
파울 폰 힌덴부르크는 노인네 앞에서 죽음의 두려움과 인생무상을 떠들어대는 이 새끼에게 커피를 대접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갈등하는 듯했다.
– 네가 잘못했다. 대가리 박자 그냥.
잘못이라니. 언제부터 진실을 말한 게 잘못이란 거지?
“역시 자네에게 커피를 주긴 아깝군그래.”
“이 농장 누가 바쳤습니까?”
“···커피는 주지. 술은 안 돼.”
농장을 갖다 바쳤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커피 한 잔이라니. 쩨쩨한 양반이다, 참. 대인의 풍모는 어디로 갔는가.
– 늙은이 앞에서 죽네 사네 같은 말을 떠들었으니 못 얻어먹어도 싸.
나는 노인네가 끓인 맛없는 커피를 대강 입에 넣으며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힌덴부르크는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예의 그 무시무시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왜 왔나?”
“시국이 시국이니까요.”
“나는 이제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퇴물일세.”
“알고 있습니다. 젝트 장군에게 ‘조언’을 조금 해주셨다가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셨다지요?”
“···날 불쾌하게 하러 왔나?”
“이런 말씀 드리기 참 그렇지만 말입니다, 저는 꽤 바쁜 사람입니다. 제가 직접 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전 성의를 제법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힌덴부르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때 저 밑바닥에서 발발 기던 평민이 이제 대등한 협상을 논하고 있다. 기분 이상하겠지.
“아직 이 나라엔 각하가 필요합니다.”
“자네가 아니고?”
“저는 정치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나를 대통령으로 추대하고 총리 자리 달라고 온 것 아니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미쳤나?
“애초에 총리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게 아니라 집권여당이 뽑은 대표자가 맡게 됩니다.”
“알고 있네. 내 후광이 필요한가 했지.”
“루덴도르프 씨와 다르게, 저는 제 스스로 빛을 낼 줄 압니다. 각하의 위광··· 탐나긴 하지만, 지금 거래 테이블에 올릴 물건은 아닌 듯하군요.”
“늙으면 쉽게 피곤해지지. 용건만 말하게.”
나는 그의 소원대로 곧장 일합을 내지르기로 했다.
“출마하시지요. 이번 대선.”
“지지해주겠다고?”
“아니오.”
노인이 잠깐 자신의 귀를 의심하더니 눈살을 확 찌푸렸다. 나는 그가 화를 내기 전에 곧바로 부연에 들어갔다.
“각하께서도 아시겠지만, 제가 각하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면 득보단 실이 더 클 겁니다. 일단 제가 대중에게 밝혔던 신념과 각하의 의견이 크게 일치하지도 않을뿐더러.”
나는 툭툭 발로 마룻바닥을 두들겼다.
“이 농장의 출처. 반드시 누구 하나쯤은 찔러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를 지지하진 않겠다?”
“대신 사민당을 맹렬하게 때려드리지요. 에베르트가 죽었으니 더 이상 저는 사민당에 빚진 게 없습니다. 사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그들에 대한 비난의 포문을 열겠습니다.”
융커 출신 군바리에 전직 독재자 힌덴부르크.
독일제국을 무너뜨리고 바이마르 공화국을 연 사민당.
세상이 미쳐돌아가지 않고서야 둘이 손을 잡을 리가 없다. 그러니 적의 적이 되어주겠다는 이 제안은 제법 그에게도 유효하겠지.
“내가 대통령 같은 자릴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럼, 뭐. 어쩔 수 없지요. 새로 출마할 대선후보에게 똑같은 제안을 해야지요.”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그냥 신경 끄고 살아도 되지 않나?”
“저는 죽기 싫습니다. 군부는 너무 설치고 있어요.”
비록 지금은 조금 잠잠해졌다지만, 대충 19년부터 23년까지 5년간 테러리스트의 손에 살해당한 정치인만 얼추 300명이 넘는다. 내가 괜히 슐라이허에게 굽힌 게 아니다. 이 새끼들은 정말 눈에 뵈는 게 없는 미친개다.
단순히 또라이나 혹은 극우 음모론자의 손에 죽은 이들도 있지만, 군부가 배후에서 부추기거나 전직 군인들이 저지른 암살도 부지기수.
군부는 겉으로는 ‘걔들 군인 아님. 우린 아무 관련 없음.’을 외쳤지만, 뒤에서는 아예 대놓고 ‘걔들 사실 군인 맞음. 그치만 애국자를 감옥에 보내서야 쓰나?’라고 헛소리를 해댔다. 젝트만 하더라도 대법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압박을 했고. 이 새끼들의 졸렬함에 가슴이 쪼그라든다.
그러니 답은 힌덴부르크.
퇴역 장성 힌덴부르크는 군부를 딱히 터치 못 하고 있지만, 그가 파워업 변신해서 변신마법대통령 힌덴부르크나 가면대통령 힌각하가 되는 순간 군부도 갑자기 칼각 잡고 충성충성을 외칠 게 뻔하지 않은가?
“로젠바움.”
“예, 원수님.”
“대통령이란 자리가 생각보다 내게 매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건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말해보게. 내가 왜 대통령을 해야 하는가? 이 나라를 위해서, 같은 시시껄렁한 것 말고.”
나는 커피를 마저 깔끔하게 들이켜고, 드디어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공화국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