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7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78화(78/246)
하나의 유령 (2)
야심한 밤.
공화국 대통령 힌덴부르크는 고민하고 있었다.
‘로젠바움.’
그가 올라오고 있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퇴직해서 연금이나 타먹고 살던 노인네를 탄넨베르크의 전쟁영웅으로 만들었고, 폐하의 총애나 믿고 날뛰던 애송이를 창공의 지배자로 만들었다.
이제 힌덴부르크는 속세의 몇 푼 안 되는 금전보다는 힌덴부르크라는 인물이 이 나라 역사에 어떻게 남을 것이냐, 그리고 얼마만큼 죽어서 떳떳할 수 있느냐를 더 고민할 연배였다.
그러니 전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사람으로서, 이 나라 이 조국을 다시 ‘정상화’시키는 것은 가장 큰 책무였다.
로젠바움과 힌덴부르크가 보는 방향은 분명 달랐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엔 여전히 황실에 대한 애착이 남아 있었고, 조국의 현실을 보며 개탄하고 있었으며, 족쇄를 주렁주렁 매단 이 나라를 위해 기꺼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융커들을 존중하지 않고, 자본가 특유의 농업에 대한 경시가 있는 것 또한 틀리지 않으니, 힌덴부르크는 밤잠을 잊은 채 끝없이 고민해야만 했다.
“아버지. 이제 슬슬 들어가서 눈 좀 붙이시죠.”
“되었다.”
전쟁영웅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인생을 날로 먹는 남자, 오스카어 폰 힌덴부르크(Oskar von Hindenburg)가 늙은 부친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직 고민 중이십니까?”
“네가 정치를 뭘 안다고?”
“모르니까 더 말할 수 있지요.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를 바로 곁에서 들을 수 있잖습니까.”
힌덴부르크는 고집스럽게 입을 꽉 다물었고, 아들은 열심히 재잘대기 시작했다.
“로젠바움의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겁니까?”
“그놈은 빨갱이야.”
“세상에 어느 빨갱이가 카이저 폐하를 그토록 존숭합니까. 아버지. 로젠바움은 복지 같은 빨갱이놀음을 하는 게 아니라 자선을 베푸는 겁니다.”
“넌 그놈이 얼마나 음흉한지 몰라서 그런다. 나는 그가 저 밑바닥에서 기어다닐 때부터 봤어. 이상하리만치 그와 싸우던 이들은 뒤끝이 좋지 않았다. 이게 우연 같으냐?”
“높이 올라가는 사람들 중 경쟁자를 찍어내리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장 힌덴부르크 본인만 하더라도 팔켄하인을 끝장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했던가.
로젠바움과 대립하던 이들 몇몇이 끝이 좋지 않았다곤 하지만, 성공한 사업가나 정치인을 인생 내력을 쭉 적기 시작하면 안 그런 사람이 없다. 경쟁자를 제거하지 못한 놈은 애초에 높은 위치까지 못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는 내가 그를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예.”
“어째서?”
“아버지가 로젠바움을 지지하지 않으시면 다음 대통령은 히틀러가 될 테니까요.”
“히틀러! 하! 그 보헤미아 상병 따위가 거느리는 빨갱이들이 이 나라 대통령이 된다고?”
파업을 선동하고 노동자들에게 아첨하는 당을 빨갱이 외에 뭐라고 불러야 하겠는가? 전통적인 보수주의자 눈으로 봤을 때 히틀러 또한 <빨갱이>의 타이틀을 거머쥐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아직 히틀러는 자본가, 정통 우익 정치가, 군부 등과 본격적으로 야합하지 못했으니 실제로도 붉은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아버지. 인정하셔야 합니다. 히틀러는 어마어마한 사람이에요. 무수한 사람들이 그의 연설 한 번을 듣고 나면 정신을 못 차리고 그의 포로가 됩니다. 제발 그가 자신들을 다스려주길 원한다구요.”
“그래서?”
“적어도 로젠바움은 공산 혁명을 일으키진 않을 거란 뜻이죠.”
“내가 듣기로 히틀러도 공산당과 항상 싸운다는데?”
“그거야 양쪽 다 똑같지요.”
팔순이 넘은 노인과 달리, 곧 쉰이 되는 오스카어는 아직 아버지에 비해 머리가 말랑말랑했다. 아직 그는 살날이 많이 남아 있었다.
“물론 아버지께서 또 출마하시면-”
“난 안 할 게다.”
“···출마하시면 당연히 당선되겠지만, 이제 아버지도 쉬고 싶잖아요.”
두 부자는 나란히 낙선의 ㄴ자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제 아버지께 남은 마지막 책무는,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훌륭한 후임자를 지목하는 것뿐입니다.”
“무슨 소리냐. 대통령은 신민··· 국민들이 투표로 뽑는 것이지 내가 지목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따르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누가 더 나은 사람인지 말을 해줄 순 있잖습니까. 아버지의 지지자들에게 책임을 지셔야지요.”
마침내 오스카어는 늙은 부친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로젠바움이라고?”
“히틀러와 로젠바움. 둘 중 하나밖에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빌어먹을 세상이야, 참.”
이미 몇 년 전, 진작부터 로젠바움은 대통령이라는 자릴 탐내고 있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늙었다고 하기엔 아직까지 충분히 노회한 힌덴부르크는 로젠바움이 도대체 왜 대통령 자리를 탐내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경제는 망가졌다.
사회는 혼란스럽다.
극단주의자들이 발호하고, 공화국은 위기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런데 왜 대통령을 하려고 하지? 국가를 되살리고 싶다면 총리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7년 전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통령은 뒷방 늙은이, 토템, 바지사장 역할이었다. 전도유망하고 전성기에 있는 남자가 노릴 자리가 아니었다.
지금 대통령이란 자리는 달라졌다.
의회의 힘이 약해지고 대통령 긴급명령이란 이름으로 마음껏 권능을 쏴 갈길 수 있는 지금이라면 이 자리를 탐낼 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떠한 정치인도 지금 이 시점에서 대선 출마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고 있었다. 까딱 잘못했다간 대통령이란 자리는 골고다 언덕까지 십자가를 짊어지고 올라갈 역할이 될지도 모른단 견적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예수가 될 수 있다고 하면 기꺼이 자임할 놈들이 넘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독일 대통령이란 자린 예수보단 예수 옆에 같이 매달리던 강도에 가깝다. 멍청한 게 죄라면 대통령 자릴 탐내는 건 십자가형을 당하고도 충분한 죄였다.
그런데 로젠바움은 그걸 원했다.
‘7년 전부터 대통령이 의회를 제압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예측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끔찍한 시국에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7년 전에?’
제정신이 아니다.
로젠바움인지 아니면 힌덴부르크 자신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정신은 아니다.
그는 결국 마음에 없는 척 딴소리를 했다.
“오스카어.”
“예. 아버지.”
“너는 둘 중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니.”
“당연히 로젠바움입니다. 악쓰는 선동가에게 나라를 넘겨줄 순 없지요.”
“···네가 한번 그를 찾아가 봐라.”
“네. 알겠습니다.”
힌덴부르크는 자기 전에 술을 마시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래서 간신히 돈값을 해낸 아들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봤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지만.
***
수십 년에 걸쳐서.
아르민 로젠바움은 로젠바움 그룹 전체를 하나의 영지로 만들기 위해 매진해 왔다.
– 이리 와서 앉아 봐라.
– 보통 사람은 트라우마가 있으면 회피를 하거나 극복을 하지, 이 정도 전국구로 지랄병을 안 한다니까?
– 나? 아니, 나는 그거랑 그거랑 이거랑 같나! 나는 조금 욱해서 확 저질러버린 거고, 너는 지금 몇십 년째 이 지랄을 하는 거고!
옆에 붙은 귀신조차 설득에 실패했으니 누가 그를 말릴까.
그룹의 규모가 날로 거대해지고 무수한 신규 인원이 유입되면 당연히 그러한 정체성도 흐려질 수밖에 없지만, 로젠바움은 그야말로 편집증적이라는 단어 외엔 설명할 수 없는 뚝심으로 조직의 정체성을 유지해나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조직 내에서도 계층이라 불릴 만한 게 생겨났다.
가장 먼저 아르민 로젠바움과 함께 최초의 동력비행이라는 간난신고를 함께하며 축축한 헛간에서 기름밥을 처먹던 최고 원로이자 공신 계층.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 어린 소년을 처음 봤을 때 어땠냐면 말일세-”
“아르민 코흘리개 시절부터 다 알고 있는 게 나야. 그 친구는 평화를 간절히 원하고 주변인들의 행복을 곧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이지. 우린 국가와 민족에 이바지하는 최고의 회사에서 일하는 이들이고!”
일명 <헛간파>.
비 오는 날 헛간 처마에서 눈물 젖은 흑빵 씹어먹던 레퍼토리를 천날만날 떠들어대는 노인네들을 보며 사내에서 누군가 슬쩍 붙인 칭호지만, 이들은 그 호칭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체펠린 백작, 아르민과 함께 비행의 꿈을 꾸던 이들로 가장 대표적으론 휴고 융커스, 그리고 브루노 로젠바움과 함께 은행이나 증권사를 뛰쳐나와 로젠바움사로 넘어왔던 이들이 가장 대표적인 헛간파로 분류되었다.
이들은 대개 사회적으로도 명망 있는 부르주아들이었고, 별도의 자회사나 협력사를 세워 독립했지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많았다.
정치적으로는 대개 자유주의 좌익 또는 자유주의 우익 경향이 짙었고, 전쟁보단 평화를 통한 이익 실현을 더욱 선호했다.
반면, 이들과 가장 반대편 극단에 서 있는 이들도 있었다.
“군인이 충성을 바치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
괴링과 뵐케 등 로젠바움과 함께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사선을 몇 번씩이나 넘겼던 이들을 위주로 군 복무가 인생의 중대한 터닝 포인트였던 사람들.
일명 <참호파>.
“헛간에서 흑빵 처먹은 거 원툴로 더럽게 우려먹는 노인네들 같으니. 우린 쥐와 구더기, 시체 범벅인 참호에서 순무 갈라 먹었는데.”
“지금이야 대령님께서 성공했으니 저 치들이 저리 자랑스러워하지만, 자신들 매출 장부에 흠집이라도 나는 순간 저놈들 중 태반은 대령님을 배신할 걸세. 우리야말로 진짜 중의 진짜고.”
“로젠바움 대령님과 함께하는 동안 우린 유럽 하늘의 지배자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로젠바움이 함께하는 독일은 유럽의 지배자가 되지 않겠나?”
이들은 너절한 근로계약서 따위가 아닌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이 곧 자신들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라고 확신했다.
베르사유 조약 이후 군에서 나온 친우들을 하나둘씩 회사로 부르며 머릿수를 불렸고, 로젠바움 또한 철저한 충성을 맹세한 이들을 후하게 대접했다.
이들은 곧 사내에서도 비밀스러운 무력을 전담했고, 비록 사원증은 갖고 있다지만 공식적으로 소속된 부서와 실제로 근무하는 부서가 다른 경우가 허다했다. 심지어 ‘회사일’이 아닌 다른 일에 종사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잡았다, 요놈. 감히 회사와 회장님을 배신하고 프락치 짓을 했겠다?”
“사, 살려주세요! 아이가 너무 아파서, 약값이 필요해서-”
“걱정 말게, 이 친구야. 자네 애는 이제 약을 쓸 일도 없을 테니까.”
그룹 감사(監事)팀은 감사와 보안이라는 허울하에 사실상 돌격대를 위한 공간이었다.
에베르트가 죽고 로젠바움이 사민당과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한 뒤, 이들은 사내 노조 또한 서서히 장악하기 시작해 이제는 거의 완전한 어용 노조가 되어 있었다.
“지금 회장님을 빨갱이 취급하는 겐가? 잘 듣게. 빨갱이들은 손에 칼을 들고 <공평한 분배>를 하자고 윽박질러서 빨갱이고, 회장님은 교회에서 말하는 것처럼 가난한 이들을 위해 먼저 베푸는 걸세.”
이들 참호파는 사내에서도 가장 보수 우익적이었지만, 로젠바움사 특유의 복지나 자선에 대해선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했다.
그리고 가장 젊은 계층.
10여 년 전, 시민단체를 통해 장학금이나 대출을 받고 그 도움의 손길을 기억하는 이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가족은 회장님 같은 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진즉에 다 죽고 없어졌습니다. 저는 회장님께서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이끄셔야 한다고 믿습니다!”
일명 <청년파>.
1900년~1912년생, 독일 전체로 따져 봤을 때 전쟁청년세대(Kriegsjugendgeneration)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겪긴 했지만 전쟁터로 끌려가진 않은 세대였다.
그리고 입사하기도 전부터 로젠바움의 프로파간다와 영향력을 맛보며 그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첫 세대이기도 했다.
괴벨스의 성공과 간부로서의 자리매김은 바로 이들 청년파 사원들에게 ‘젊은 데다가 장애까지 있던 평사원의 인간승리’로 해석되었고, 더 승진하고 더 출세하기 위해 더더욱 신앙심을 불태울 것을 요구받았다.
“올해엔 전략기획실 갈 수 있을까?”
“네 주제에? 거기 가려면 자식도 마누라도 바칠 각오쯤은 해야지.”
“안 그런 사람이 어딨다고? 회사가 있어야 나라가 살지.”
충성심.
오로지 충심.
압도적이다 못해 광신과 자가최면, 세뇌의 영역에 이르러 자살이든 뭐든 할 수 있을 법한 충성심.
가장 완벽하게 검증되어 암살이든 테러든 저지를 수 있는 최고의 광신도 중에서도 다시 한번 엄선된 인재들이 그룹 전략기획실로 불려간다.
로젠바움 그룹 전략기획실.
최고의 인재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곳··· 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완전히 틀렸다.
“여론조사 결과 회장님의 지지율은 48%로 과반을 점하진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민당과 중앙당이 모두 지지 선언의 대가로 총리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웃기는 소리 하는군. 사민당에게 회장님 외의 다른 대안이 있나? 꼬우면 가서 히틀러 지지 선언 하라고 해.”
콘라드 슈미트 전략기획실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 웃음을 내뱉으며 보고서를 넘겼다.
“오스카어는?”
“돈을 더 달랍니다.”
“탐욕에 미친 돼지새끼 같으니. 줘버려. 힌덴부르크의 지지 선언은 그 돼지 여물값을 치를 가치가 있으니까.”
전략기획실은 하이퍼인플레이션 때부터 로젠바움의 집권을 준비해 왔다.
수백만에 달하는 거대 시민단체.
각지에 흩뿌려진 무수한 풀뿌리 조직.
그리고.
“지금부터 총력적으로 여론전을 펼친다. 먼저 히틀러가 조카를 강간하고 죽였다는 찌라시부터 돌려.”
“예!”
“이 칫솔수염을 인간버러지, 근친상간마, 상종해선 안 될 오물 수준으로 만들어버린다. 반드시!”
언론의 힘.
죽은 슈티네스의 시체가 식기도 전에 돈으로 강탈한 수십 개의 언론사.
근대 사회의 하이에나들이 로젠바움을 위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참고)
겔리 라우발(Angela Maria “Geli” Raubal)은 히틀러의 이복여동생이 낳은 딸로, 히틀러와는 이복조카입니다. 히틀러 일가가 원래 불륜과 근친이 좀 잦습니다.
히틀러는 여성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전해지지만, 이 조카에게만큼은 비정상적으로 집착했었습니다. 그녀와 눈 맞은 남자들을 모조리 커트하다가 나중엔 감금해버리고, 1931년 그녀는 자살합니다.
나치는 ‘혼자 방에서 삼촌 권총 가지고 놀다가 사고사’라고 주장했지만 아무도 믿진 않았고, 히틀러는 ‘니가 죽였지?’라는 공격에 시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