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7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79화(79/246)
하나의 유령 (3)
훗날 세계를 지배할 천조국의 대통령도 표를 구걸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 일갈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가장 먼저 대통령궁에 하렘을 세우고 삼처사첩을 거느렸다고 하는데.
– 네 멋대로 역사를 고치지 말란 말이야.
아무튼, 결국 한 나라의 독버섯과 곰팡이를 피워 올리는 배지는 결국 개판난 경제가 될 수밖에 없다.
다들 경기가 좋고 주머니에 현금이 빵빵하면 싸우지도 않는다. 경제가 좋기만 하면 카이저고 차르고 아무튼 권좌를 유지할 수 있지만, 경제가 터지기 시작하면 모든 결격 사유가 그대로 치명적인 낙마 사유로 직행하는 법.
그런 점에서 바이마르 공화국의 ‘황금기’는 딱히 모두의 행복조차 아니었다.
가장 경기가 잘 풀리던 20년대 중후반조차 실업률은 갈수록 올라가고 있었다.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해 고용을 늘릴 메리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로 갓 나온 청년들이 실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고 이들은 극단주의에 관심을 보였다. 전통적인 장인과 숙련공 계층도 기계화에 분노와 박탈감을 느꼈다.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은 하이퍼인플레로 어마어마한 이득을 봤다. 자신들의 점포는 값이 떡상하고 빚은 소멸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화점이란 공룡이 출현해 자신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자 그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 모든 파행의 결과물은 정치의 양극화라는 참상으로 드러났다.
공산당.
아니면 나치당.
그리고 나치당 최대의 무기는 간결하고도 명료한 세계관에 있었다.
[네 인생이 좆된 이유는 다 유대인 때문이다.] [유대인의 조종을 받는 빨갱이 정부가 나라를 망쳤다.] [우리와 함께하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사람들은 복잡한 이야길 듣기 싫어한다.
그들은 울분에 가득 차 있었고, 히틀러는 그들의 분노가 정당하니 마음껏 증오하라고 더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대적자는 그동안의 정당들과는 전혀 달랐다.
굳이 따지자면.
그들과 동류였다.
21세기의 품격 있는 선동을 맛볼 히틀러를 위해.
건배.
***
“마침내 유대-볼셰비키의 진짜 주구, 아르민 로젠바움이 출마의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지도자시여! 당신께서 조국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이제 명실상부 유대인의 손아귀에 떨어집니다!”
히틀러는 1932년 대선 출마를 원하지 않았다.
이리 대고 저리 대봐도 승산이 그렇게 높아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대 불합격 이래 인생 최고의 걸작, <유대인과 아리아인의 독일과 세계의 운명을 건 정상결전> 세계관을 몇십 년에 걸쳐서 꾸준하게 떠들어 왔고, 로젠바움이 유대인의 주구라고 몇 년 동안 입이 부르트도록 떠들었다.
그럼 당연히 로젠바움의 더러운 손길에서 조국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선지자 휘투라 씨의 외로운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최종결전 아니겠는가?
“출마하겠네.”
“역시!!”
“믿고 있었다구!!”
“전 독일의 애국지사들, 그리고 볼셰비키와 마르크스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선량한 시민들의 표를 받아! 내가 하늘에 서겠다!”
위풍당당한 선언.
히틀러에 대한 신앙심으로 무장한 나치당원들은 모두 감동의 눈물을 좔좔 흘리며 마침내 다가온 라그나뢰크에 총폭탄 정신으로 매진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나치 돌격대(SA)는 경애하는 지도자의 명령만 떨어진다면 저 빨갱이들의 머리통을 전부 으깨버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대중들은 지금 나라를 망친 공산주의자들, 마르크스주의자들을 징벌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로젠바움이 빨갱이라는 사실을 주지하기만 한다면 대중은 우리에게 표를 줄 것입니다.”
“로젠바움의 약점은 당적(黨籍)이 없단 겁니다. 대통령에 당선된다 한들 의회를 장악할 수 없으니 결국 혼란을 피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가 특정 당과 손잡으려 한다면 이는 곧 그놈도 기성 부패 세력과 야합하려는 음모가에 불과했단 뜻이니, 그의 집권 정당성도 사라지는 셈입니다!”
당 고위 관계자들은 매일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냈지만.
“어리석은 놈들. 지금 생각을 심각하게 잘못하고 있군.”
“부디 지도자 동지의 고견을 알려주시옵소서!”
“지금 같은 시기에 유대인이나 레벤스라움 같은 시시한 이야기를 떠들어봤자 평범한 시민들에게 어필할 것 같나? 그런 이야기는 좋아하는 놈들끼리 떠들라 두고, 우리는 오직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히틀러는 서류 작업이나 행정 업무에선 파멸적인 능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본능.
그리고 육감.
적의 약점을 물어뜯는 데 최적화된 짐승 같은 육감이야말로 오스트리아 출신 미대 낙제 퇴역 군인을 이 자리에까지 올린 일등공신.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심취한 놈들은 전부 로젠바움에게 한 표를 던질 테지. 우리는 그가 볼셰비키 본성을 드러냈다고 맹렬히 공격한다.”
“그러면 저들의 표심이 결집할 텐데요?”
“이 독일에 대관절 몇 명이나 저들을 좋아하겠나! 사민당이니 중앙당이니 하는 것들이 저들끼리 뭉쳐서 이 나라를 10년 넘게 조물딱댄 결과가 두 차례의 경제위기, 베르사유의 굴욕, 루르 강점, 조각난 국토야! 그 모든 멍에를 로젠바움 어깨 위에 짊어지게 하고 우리가 진짜 대안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란 말이야!!!”
로젠바움을 <좌파 대표>로 만든다.
히틀러는 <우파 대표>를 자임한다.
이러면 로젠바움은 기성 정치권, 사민당의 실패를 짊어진다.
게다가 공산당은 스파르타쿠스단 봉기 때 초를 친 로젠바움을 증오할 테니 이번에도 독자 출마해 로젠바움의 표를 빨아먹을 터.
48 대 47 대 5 쯤의 득표율로 히틀러, 당선!!
“이게 완벽한 시나리오지.”
마침내 나치당의 선거 플랜이 완성되었다.
애시당초 나치당은 밑바닥에서 쓰레기처럼 커온 끝에 마침내 중앙 정계의 문을 두드린 정당.
그런고로, 당연히 쓰레기 같은 짓이라면 이들도 밥 먹듯이 하는 짓이었다.
모름지기 인간은 선행을 할 때보다 악행을 할 때 더욱 힘이 솟고 거침없어지는 법.
히틀러와 나치당의 공식적인 논평은 철저하게 기존 정당의 규탄과 유일한 대안으로서의 자신들을 어필했으나, 그 수면 아래에선 전혀 다른 이야기의 칼날이 발사되었다.
“아르민 로젠바움은 유대인이다!”
“로젠바움의 어미는 유대인 의사 에펜슈타인과 붙어먹어 아르민 로젠바움을 낳았다.”
“아르민은 헤르만 괴링을 어렸을 적부터 데려와 키웠는데, 실은 아비가 같은 이복동생이기 때문이다!”
“오쟁이 진 남편 브루노 로젠바움은 객지를 전전하다 스페인에서 죽었는데, 유대인의 배후중상 버릇을 못 버린 아르민이 가짜 애비인 브루노를 쫓아내고 기어이 죽여버렸다.”
“로젠바움 저택 주변엔 전부 그의 심복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데, 자신들의 부인과 딸을 바친다고 서약해야만 그곳으로 이사 갈 수 있다. 거기가 다 섹스촌이라니까, 섹스촌!”
“로젠바움사는 온갖 추잡한 짓을 자행하면서 돈을 벌고, 지난 하이퍼인플레 때 막대한 투기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기까지 했다. 이놈들의 자선이야말로 곧 위선이다!”
나치 소유의 기관지는 물론 그들의 영향을 짙게 받는 선동성 언론사는 시종일관 아르민 로젠바움 유대인설, 불륜설 등등을 내뱉으며 ‘절멸해야 마땅한 더러운 종자’라고 그를 규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기사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이상성욕자 히틀러와 20살 연하 조카의 끔찍한 시간] [‘경애하는 지도자’는 어떻게 자신의 조카를 감금해 노예로 만들었나] [히틀러 측근의 충격 고백 : 그는 조카에게 굶주린 미치광이 발정기 짐승]“저 비열한 새끼들! 감히 내 조카 겔리의 죽음을 정치 루머의 소재로 쓴다고?”
“천인공노할 새끼들입니다. 당장 달려가서 그딴 헛소릴 지껄인 놈들의 손가락을 모두 으스러뜨리겠습니다!”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루머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추잡한 유언비어로 공격하는 건 당연히 나치당의 일이고, 모욕당해서 억울하다며 눈물을 쏟아내고 화내는 건 적들의 일 아니었나?
그들이 처맞는 일은 꽤 색달랐다.
하지만 나치 관계자들도 억울해 죽을 맛인 게, ‘아, 저희 당수께서 조카를 가둬 놓고 집 밖으로도 못 나가게 한 건 맞지만 절대 조카와 관계를 갖거나 죽이진 않았습니다.’라고 말할 순 없잖은가?
그동안 무수한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해 심심하면 피고로 법정에 불려가던 히틀러는, 이번엔 눈물을 줄줄 짜면서 법원에 원고 입장으로 고소장을 던졌다.
“니가 죽였지?”
“내가 대체 왜 조카를 죽입니까.”
“그동안 조카를 가둬놓고 더러운 이상성욕을 풀다가 탈출을 시도하니 죽여버린 거 아닙니까.”
“밑도 끝도 없는 개소리 집어치워! 판사님,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 어떠한 증거도 없이 타인을 비방해댑니다!”
“저거 들으셨습니까? 증거를 까랍니다! 당연히 증거가 없지! 너희 나치당 놈들이 몇 년 동안 그녀를 안가에 감금해 놨는데 대체 어떻게 증거가 있겠나! 판사님, 오직 범인만이 증거 있냐는 말을 합니다!”
“아니라니까!!”
한창 전국을 누비며 표밭을 관리해야 할 히틀러는 법원에 불려 다녀야만 했다.
이 추잡한 루머를 유포한 기자들과 언론사를 연이어 고소하고, 법적 투쟁을 벌이고, 나치 돌격대가 몰려가 싸움을 벌이고.
그러는 동안 로젠바움의 용돈을 받아 처먹은 언론사들은 새로운 포병대를 끌고 와서 히틀러의 뚝배기를 깔 두 번째 전선을 열어젖혔다.
“국민 여러분! 마침내 국가와 민족을 배신한 반역자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나치당의 수장 아돌프 히틀러가 무솔리니에게 남부 티롤의 독일인 거주 지역을 팔아넘기기로 밀약을 맺었습니다!”
“무솔리니가 뇌물로 히틀러를 매수했다!! 빼앗긴 우리의 국토를 무솔리니가 금괴로 매수했다아악!!”
“그는 이탈리아의 조종을 받는 괴뢰다!”
남부 티롤은 본래 독일령이었지만, 전쟁 이후 이탈리아가 새롭게 그 땅의 주인이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독일 민족주의자들은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인데, 파쇼 독재자 무솔리니는 이 티롤 땅에서 무자비하게 <이탈리아화> 정책을 취해 독일 문화와 언어를 완벽하게 말살하려 했다.
독일인 공직자 전원 해고.
독일어 교육 금지.
독일어 신문 검열.
인명과 지명의 독일어식 표기를 모조리 금지하고 독일 쪽 학위까지 인정해주지 않는 등, 무솔리니는 집요하게 독일계를 탄압해 ‘이탈리아인이 되거나 꺼져라’라는 스탠스를 취해 독일인들을 분노케 했다.
하지만 그 무솔리니가 히틀러와 한 패였다?
“입만 열면 애국자를 자칭하는 사람이 사실은 같은 민족을 팔아먹으려 했다니!”
“이것 참, 세상이 참으로 요지경이라지만 너무 개탄스럽습니다!”
지식인이나 교양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일수록 저열하기 그지없는 출생의 비밀, 탁란, 근친, 불륜 같은 떡밥은 굳이 입에 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남들 보는 눈이 많을 때 구태여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외통수.
떡밥은 그야말로 화끈하게 불타올랐다.
이미 히틀러는 티롤 문제로 입을 여러 차례 놀린 바 있었고, 정적들은 이 건을 이슈화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
“저들 나치가 성서처럼 숭배하는 <나의 투쟁>에 적혀 있습니다. ‘이탈리아와의 동맹을 위해서라면 티롤을 포기하는 대승적 판단을 내릴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이탈리아 공작원이 파시즘의 전파를 위해 히틀러를 자신의 사도로 간택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간첩이 대통령이 되려는 시도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달랐다.
아직 본격적인 선거는 시작도 채 하지 않았지만, 양쪽의 언론은 콜로세움에 선 검투사처럼 서로를 향해 살초를 날려댔다.
한편 폭로 이후 로젠바움 그룹 전략기획실에선 소소하게 샴페인을 땄지만, 그들은 방심하지 않았다.
“다들 정신들 똑바로 챙겨. 이건 서전(緖戰)에 불과하다. 이제 겨우 싸움에 돌입한다고 선전포고를 날린 셈이야.”
“예!!”
“이제부턴 얼마나 많은 대중을 동원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 오늘부터 집에 들어갈 생각은 때려치워!”
“하일 로젠바움!”
“하일 로젠바움!!”
슈미트의 말마따나, 이 정도는 고작해야 인사를 나누는 정도에 불과하다.
대선이라는 기나긴 레이스는 이제 시작이었으니까.
“그리고, 우리의 보고를 청취한 회장님께서 새로운 지시사항을 하달하셨습니다. 언론에 과다하게 심취하다간 자칫 화제성을 히틀러 1인에게만 집중시켜 줘 오히려 적의 이익이 될 수 있으니, 무리하게 그에게 화제를 집중시키기보단 적당한 선에서 커트하라고 하셨습니다.”
“과연.”
“역시 회장님께선 항상 다섯 수 앞을 내다보고 계신가.”
“그리고,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맞이하기 위해-”
슈미트는 잠시 잡담을 떠들어대는 이들을 응시하며 말꼬리를 길게 늘렸다가, 모두가 입을 다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나치 돌격대원은 전부 패 죽입시다.”
살아 있어봐야 칫솔수염 같은 놈에게나 투표할 것 아닌가.
좀 죽어도 된다. 그런 놈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