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8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82화(82/246)
대통령 (2)
중앙당 당사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로젠바움 대통령의 주장은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이제 그만 가슴에 손을 얹고 인정합시다! 공화국의 다당제 내각책임제는 실패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어요.”
“정말입니까? 취임 연설 들으셨겠죠. 환자를 살릴 처방전을 달라고 했는데 머리에 대고 권총을 쏘면 된다고 지껄이는 의사에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브뤼닝은 그야말로 목이 터져라 부르짖었다.
어떻게든 중앙당이 로젠바움 대통령의 정국 구상에 호응해줘야만 그도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다. 때문에 그는 그 누구보다 필사적이었다.
“로젠바움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지역 차별, 종교 차별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우리 당이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대관절 누가 우릴 위해 싸워주겠습니까?”
“하지만 그는 너무 좌파적이에요. 당색이 다르단 말입니다.”
“대통령은 새 정당을 <빅 텐트>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공화국 수호라는 단일 기치하에 뭉치고, 개별 안건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논의하되 당론이 확정되고 의회에서 표결할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 몸처럼 움직이자고 했습니다.”
“그건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지금도 마찬가지 아니오.”
“지금은 벽에 못 박는 일 하나조차 진행하려면 내각이 터지고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해야 하잖소!”
브뤼닝의 옆에 있던 파펜이 더 크게 부르짖었다.
“단독 과반! 안정적 국가 운영! 지금 국민들이 준엄하게 요구하는 바는 단 하나요. 제발 선거 좀 작작 하고 뭐든 간에 좀 해보자!!”
“현실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이미 지난 하이퍼인플레이션 때 명성을 떨친 얄마르 샤흐트가 경제부 장관으로 입각해 이인삼각으로 경제난에 맞설 것이오. 그러면 그들이 시행할 법안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둘 중 하나인데··· 반대할 자신 있소?”
여론은 그 ‘반대’를 건전한 논의라기보단 훼방으로 알아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사민당이나 민주당 등 거의 모든 정당에 러브콜을 보냈을 겁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의원들이 민족혁명당으로 넘어가 당내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게 우리의 정견을 더욱 뚜렷하게 반영할 테고요.”
“으으음···.”
“우리는 신앙인을 대변하는 정당입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시오. 이미 우리의 숙원이던 차별 방지와 종교의 자유는 달성했소!”
“자고로 신앙을 잃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법이며···!”
“그러니까 신앙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잖소!!”
이 비슷한 갑론을박은 사민당에서도 정확하게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헌정에 찬성하는 이들은 독일민족혁명당에 집결하고, 헌정을 거부하는 이들은 반역죄로 다스린다. 이게 일당독재가 아니면 뭐란 말이오?”
“아니지. 당내에서 싸워 의회 권력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입법부의 파행을 막자는 것 아니오.”
“노동자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민당은 남아 있어야만 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민족혁명당 내의 당권을 차지하는 게 훨씬 더 노동자 권리에 도움이 된단 걸 아직도 모르겠나!”
정치 짬밥을 많이 먹은 이들일수록 ‘지켜보자’라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찻잔 속 태풍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괜히 부화뇌동해서 모든 걸 잃느니, 지켜보다가 나중에 움직여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생각을 고쳐먹게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나라를 지킵시다!! 이제 지긋지긋한 정쟁을 끝냅시다!”
“정치인이란 것들은 천날만날 자기들끼리 야합만 해대지 국정엔 관심도 없다!!”
“선거로 심판하자! 투표로 결판짓자!!”
“못 살겠다, 갈아보자!!”
민족혁명당은 나치가 써먹어서 재미가 봤던 전술을 그대로 카피, 발전시켰다.
화수분에 가까운 끝없는 정치자금의 힘과 무수한 열성 지지자들이 매일같이 공권력을 등에 업고 선전 활동을 다니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지긋지긋한 선거는 이제 그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모두 한데 힘을 모읍시다!] [다시 한번! 다 함께!] [선거, 연정, 총리 임명, 법률 제안, 반대, 부결, 의회 해산, 선거, 연정, 총리··· 언제까지?] [훌륭한 대통령에게 기회를!] [로젠바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을!]오로지 이미지.
정확히 이 당이 뭘 하겠다는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튼 로젠바움에겐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아무튼 권력과 보신주의에 미친 기득권들이 그를 음해하려고 이를 갈고 있다.
아무튼 조국과 민족의 파멸을 원하는 역도들이 어둠 속에 숨어 있다! 이 나라가 이 모양이 된 건 전부 <그들> 때문이다!
지역 조직의 뿌리부터 통째 뽑혀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말단 평당원들이 대거 탈당해 민혁당의 문을 두드렸다.
각 정당마다 하나씩 두고 있던 청년단체(aka. 깡패조직) 조직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기존 단체에서 나와 형제단에 입단 신청서를 내밀었다.
독일 정계의 그 근본부터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
당연한 말이지만.
당수가 대선에서 30%씩이나 득표한 정당을 국가에서 매장해버리려면 보통 수단으로 되는 게 아니다.
“우린 억울합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 문명 국가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자행될 수 있습니까!!”
“국민 여러분, 조국이 위험합니다!!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가 무너지기 바로 직전의 순간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나치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리고 히틀러는 그날부로 숫제 반쯤 드러누워 대성통곡하며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건 탄압입니다!”
“우리 나치당은 합법적으로 집권하겠다고 이미 수차례 선언했습니다. 우리가 공화국의 적이라고 했습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혁명적이고 급진적이며 불가역적인 변화를 외칠 뿐입니다!”
“이 나라가 천지개벽하길 바라는 수백만 유권자들의 바람을 외면하려는! 민주주의 파괴자 로젠바움을 벌해야 합니다!!”
나치는 대중들을 대상으로 음모론을 내세웠다. 자신들이 너무 많은 득표를 하니 두려워진 기성 정치권이 음해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러자 로젠바움은 대응했다.
직접.
[평안한 하루 보내고 계십니까, 국민 여러분? 독일 대통령 아르민 로젠바움이 라디오를 통해 여러분의 안방에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그는 원래 역사에서라면 바로 내년, 어떤 미국의 휠체어 탄 대통령이 써먹었을 방식을 1년 먼저 써먹었다.
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기로 한 것이다.
[며칠 전, 제 수양딸이 제게 와서 물었습니다. 왜 나치당을 금지하려고 하냐고요. 그리고 제가 새로 입주한 관저로도 이에 대한 의문을 담은 편지가 무척 많이 왔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저는 국민 여러분의 의문에 답해드리고자 합니다.]“이, 이게 뭐야.”
“대통령 각하께서? 라디오에?”
[나치당은 자신들이 선거로 이 나라를 바꾸겠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약 10년 전부터 쿠데타와 폭력으로 이 나라를 접수하고자 시도했습니다. 당장 작년만 해도 나치 돌격대의 폭력으로 죽은 사람이 수십 명에 이르고 있으며,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이들은 전국 각지에 수천 명이 넘습니다.힌덴부르크 전 대통령께선 이들의 행패를 보다 못해 돌격대를 불법으로 지정했지만,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치에게 법이란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치당 내부의 깨어 있는 양심들이 제게 진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히틀러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금 지원은 물론 고위 관계자와 자본가, 상류층 인사들이 무솔리니가 보낸 간첩들을 경유해 나치와 접촉했습니다.
또한 나치당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군사 반란을 일으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전과 폭동의 총성이 멎은 지 몇 년도 되지 않았건만, 나치는 다시 한번 이 나라를 불태울-]
“저 빌어먹을 유대인!! 저 개자식이!!”
“가, 각하. 주 경찰들이 곳곳에서 우리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체포 영장이 발부된 인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복스하임(Boxheim) 문서.
나치 내부 인사가 <32년 대선에서 공산당이 당선됐을 경우>를 가정해서 작성한 이 문서가 공개되자 억울함을 호소하던 나치는 다시 한번 큰 궁지에 몰렸다.
문서에 따르면 나치는 돌격대를 총동원해 단숨에 국가를 장악하고, 사유재산의 변동을 금지하며, 돌격대가 전 국민에게 식량을 골고루 배분해주되 유대인에겐 일절 식량을 공급하지 않아 독일에서 모든 유대인을 아사시키겠단 ‘포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치당은 문서가 조작이다, 당의 공식 문서가 아닌 개인의 망상이다, 국가 전복을 노리는 공산당에 맞서 나라를 지키려 했을 뿐이다 등등 온갖 변명을 주워섬겼지만.
“이번 기회에 나치당을 완전히 소멸시켜야 합니다.”
“찬성!”
“찬성이오!!”
“반대! 반대!! 반대!! 누구 맘대로!!”
“정치 탄압 중단하라!!”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싱싱한 권력 로젠바움은 그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나치를 완벽하게 파묻어버리겠단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돌격대의 에른스트 룀이 히틀러에게 달려온 건 바로 이때였다.
“이보게, 아돌프. 지금이야말로 구국의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일세.”
“지금 농담하나?”
“아니!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죽는 것보단 낫잖은가. 우리가 결의를 보인다면 저들도 내전이 두려워서라도 섣불리 움직이진 못할 걸세.”
당장이라도 혁명을 일으켜 로젠바움을 벌집으로 만들고 베를린을 점령하자는 장대한 구상에 천하의 히틀러조차 잠시 당황.
하지만 룀은 끊임없이 계속해서 히틀러를 설득하려 했다.
“지금 엄청난 속도로 돌격대원들이 줄어들고 있네.”
“아니, 어째서?!”
“어중이떠중이 기회주의자들이 도망치고 있는 셈이지. 이탈자들 중 태반이 그 유대인 놈이 거느리고 있는 형제단으로 가고 있고. 지금 우리가 결의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 이탈 행렬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고.”
룀뿐만이라면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나치당에 대한 탄압은 빠른 속도로 에스컬레이트되어 가고 있었다.
고민하던 히틀러는 결심했다.
“안 돼.”
“···응? 뭐라고?”
“안 돼. 아직은 안 돼. 맞설 준비를 하면서도 절대 우리가 먼저 국가를 공격한단 느낌을 주면 안 된다고! 이건 저 유대인 놈의 음모야! 우리가 먼저 무기를 잡으면 저 자식이 그럴 줄 알았다면서 동네방네 떠들어 댈 거야!”
히틀러의 감각.
그 악마적 직감이 다시금 고하고 있었다.
절대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기 싫다는 비뚤어지고 유아적인 사고가 재능을 만났을 때.
“슐라이허.”
“그자? 그자는 국방부 장관인데-”
“그러니까! 슐라이허를 설득해! 군대만 움직이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니까!”
군부는 항상 그랬다.
그들은 팔짱 끼고 관망만 할 뿐, 제대로 나서는 법이 없었다.
“로젠바움이 우리와 공산당을 다 날려버리고 나면, 더 이상 군부에 의지할 이유가 없어져. 아직도 모르겠나? 이 나라가 개좆같고 당장이라도 반란의 위기가 가득해야 군인들이 기세등등하지, 이 나라의 위협이 사라지면 군인들도 막사에서 기어나올 수가 없다고!
영원히 정치가들의 노예가 돼서 굽실대기 싫다면 당장 우리 편을 들라고 해! 그 멍청이에게!”
절대로.
절대 슐라이허는 이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캐스팅 보트를 쥐길 원하지, 로젠바움이 모든 적을 물리치고 승리하길 원할 종자가 아니다!
“그리고.”
“으, 응?”
“오스트리아로 금과 비자금을 보내게.”
퇴로 확보.
히틀러는 전혀 곱게 판을 접을 생각이 없었다.
다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각하. 슐라이허가 태도를 바꿨습니다.”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참모본부에서 워게임을 시행해 본 결과, 내란을 조기에 진압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최악의 경우 저들이 해방구를 장악하거나 수도를 점령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저들과 정면 충돌할 경우 전면적인 내전으로 이어질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아주 좋군.”
군이 없어도 된다.
아르민은 확신하고 있었다.
(참고)
원 역사에서 복스하임 문서 사건은 31년에 발생했으며 사민당의 주도하에 이 건으로 나치를 묻어버리려고 했지만, 상당수 독일인은 ‘나치당 내 일부 과격파들’을 규탄하거나 혹은 ‘유대인을 죽이겠다는 게 뭐가 문제지?’로 치부하고 끝났습니다. 정국의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슐라이허는 워게임 결과를 조작해 ‘나치가 반란을 일으킬 경우 군은 이를 막을 수 없다’라는 결론을 만들었고,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보고를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