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8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84화(84/246)
잿더미 속에서 (1)
1932년 4월 10일.
“안녕하세요, 혹시 어디 투표하셨습니까?”
“민족혁명당에 투표했습니다.”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아휴. 정치인들 맨날 싸우는 꼴 좀 안 보게 해주겠다잖아요. 표 한번 밀어줘야지.”
“젊은 대통령이 나라 한번 바꾸겠다고 일어섰는데 그걸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 왜 출마하라고 꼬드깁니까?”
“경제 전문가잖아. 전문가. 이제 제발 좀 먹고살만한 나라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요즘 시절이 하도 수상하잖아요? 좀 싸움 없이 안정적인 국정이 운영됐으면 해서 투표했습니다.”
독일 국민은 독일민족혁명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득표율은 무려 58%.
아르민 로젠바움의 대선 출마 당시 득표율보다 무려 6%가 높아진 수치였다.
이 놀라운 득표가 가능했던 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개혁! 쇄신! 그리고 뼈를 깎는 노력! 새 대통령 아르민 로젠바움 각하께 힘을 보태주십시오 여러분!!”
“그라쿠스의 실패를 반복하지 맙시다! 개혁을 가로막는 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립시다!!”
민족혁명당 선거 캠프는 이번 선거의 프레임을 <개혁 VS 수구>로 잡았다.
[국가 경제 회복과 혼란 극복을 위해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애국자들은 민족혁명당으로!!] [혼란이 계속되고 절망이 영원하길 바라는 이들은 반대 당으로!!]민족혁명당으로의 합당에 반대하는 이들조차, 나치당과 공산당의 출마 및 선거운동 금지에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저 새끼들이 금지당하면.’
‘우리에게도 표가 돌아오겠지?’
실제로 나치당에게 흡성대법을 당하고 있던 극우 보수 정당인 독일민족당은 나치당 금지의 반사이익을 얻긴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
[단독 과반의 정당을 만들어 영원할 것만 같은 혼란을 끝내고 제대로 된 정치를 보여드리겠습니다.]국민들은 이 캐치프레이즈에 말 그대로 열광했다.
그들이 내심 바라던 강력한 지도자상이 등장하자 표심은 요동쳤다.
매일같이 사민당, 중앙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각계각층에서 민족혁명당 지지 연설과 탈당, 입당 선언이 터져나왔고, 민혁당은 하나의 신드롬이자 붐이 되었다.
공화국 역사상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단독 과반 정권은 이렇게 성립되었다.
그리고 이 투표 결과는 공산당과 나치당에게 사실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연합한다.”
“예?”
“나치 놈들과 손을 잡는다고!!”
공산당은 마침내 중대 결정을 내렸다.
“독일민족혁명당은 듣기 좋은 감언이설만 늘어놓지 그 실체는 허깨비와 같은 아르민 로젠바움 개인숭배 정당에 불과하다. 그 당을 이루는 본질은 결국 좌익-파쇼 사민당과 봉건 가톨릭 중앙당이 기반.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을 꿈꾸는 우리 공산당과는 결코 한 하늘을 이고 같이할 수 없는 무리들이다.”
이들 공산당은 나치가 위협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위협이자 적폐, 타도 대상은 언제나 사민당이었지 저 광대들 모임 따위일 리가 없지 않은가.
따라서 그들은 순식간에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
“나치와 함께 싸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저들은 저들대로 이 사악한 봉건-자본가 정권에 맞서 싸워 혁명을 성취한다!”
“알겠습니다.”
“이게 맞는진 모르겠는데···.”
“시끄러! 혁명의 대열에 함께하지 않을 거라면 당장 꺼져라!”
어차피 아르민 로젠바움은 스파르타쿠스단 봉기 이래로 공산당의 원수.
“총파업을 개시한다. 인민들이여, 떨쳐 일어나자!!”
처음부터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전력을 다해 본때를 보여줄 수밖에.
***
베를린이 불타기 시작했다.
뮌헨이.
쾰른이.
본이.
모든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봉기의 붉은 깃발이 치솟아올랐다.
누구보다 탄압에 이골이 난 공산당 지도부는 신속하게 지하로 은신했고, 도망이라면 넌더리를 치는 나치당 또한 선거 결과가 대강 판가름나기 무섭게 베를린을 떠나 남쪽 뮌헨으로 호다닥 도주했다.
“당신이 우릴 속였어! 우릴 속였다고!!”
“케, 켁! 이거, 이, 놓고, 말하, 게!”
나치 돌격대의 수장, 에른스트 룀을 빼고.
룀은 멱살을 잡은 손의 힘을 푸는 대신 슐라이허를 확 밀어버렸다. 군부의 흑막이 볼썽사납게 먼지구덩이를 뒹구는 광경은 참으로 볼 만한 구경거리였다.
“지금 폭발하면 당신네들한테 불리해. 지금이라도 나치는 봉기한 적이 없다고-”
“웃기는 소리!!!”
슐라이허가 무어라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으려 했지만 룀은 결코 그의 혓바닥이 움직이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당신! 당신과 같은 융커와 이 나라의 적폐들이 하잘것없는 밑바닥 인생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내 잘 알고 있지! 우리가 얌전히 죽어줄 것 같나? 네놈의 알량한 권력을 위해 우리가 희생할 것 같나!”
“그게 아니고-”
“이제 우리가 결정한다.”
한때 참호를 누볐고 이제 수십만 나치 돌격대를 이끄는 자.
“우리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명을 전하겠다. 쿠르트 폰 슐라이허.”
그는 오연하게 선언했다.
“당신 인생은 이미 끝났어. 우리는 더러운 서방의 부역자, 유대인 사생아 아르민 로젠바움과 그 정당의 집권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우리 모두의 숨통이 끊기는 그 순간까지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으리라.”
“그러니까, 들어 보라니까-”
“우리를 다 죽이고 나면 로젠바움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소. 그는 유대인과 가톨릭에 온정적이니 군을 <정화>하려는 것도 제동을 걸겠지. 독일군은 영원히 유대인에게 오염된 그 상태로 남아 있을 게요.”
그러면 당연히 패배할 테고. 반역자를 품고 있는 군이 어떻게 제대로 싸울 수 있겠나.
슐라이허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걸 확인한 룀은 계속해서 떠들었다.
“로젠바움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떠들고 있소. 그런 그가 돈 먹는 하마인 군대를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나? 천만에! 당신네 군 장성들은 모조리 숙청당하고, 군은 껍데기만 남겠지. 유대-볼셰비키들이 그걸 원하니까!”
“그래서?”
“어차피 우리가 진압되고 나면, 당신도 불명예스럽게 군복 벗는 건 시간문제요.”
그동안 심심하면 국정에 개입하고 온갖 음모와 수작질을 부려온 슐라이허다.
로젠바움이 안정적인 정권을 구축한다면, 이런 트롤을 방치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군대를 움직이시오. 우리와 함께 싸웁시다.”
“···미쳤군.”
“경고했소. 당신의 최후는 당신 스스로 결정하시오.”
룀은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국가사회주의와 나치당을 위해 한 몸 바치기로 결의한 지 오래.
저 유대-사탄 로젠바움의 손아귀에서 조국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는데 어찌 목숨을 아까워하랴.
그가 골목의 안가를 빠져나오자마자,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피어오르는 불길과 매캐한 화약 내음이 베를린의 현실을 곧바로 일깨워주었다.
“전투. 전투 현황은?”
“로젠바움 그 비열한 놈이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충지 곳곳에 기관총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참모장님. 이대로라면···.”
“빌어처먹을.”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오히려 돌격대가 봉기할 줄 몰랐다면 저들의 지능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 봉기는 사실상 궁지에 몰린 쥐의 발악과 마찬가지였고, 이 베를린은 <붉은 베를린>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나치당의 세가 약하고 빨갱이들이 판치는 동네였다. 차라리 공산당 소속 깡패들이 더 많을 게 뻔하다.
하지만 지금.
“시민 여러분께선 창문을 잠그고 자택에 계시기 바랍니다!!”
“형제단이 폭동을 진압하고 있습니다. 모두 집 안에 가만히 계시고 방송을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총격.
불길.
시체.
“전부 죽여!”
“나치당! 나치당 당사를 점거해라!!”
“공산당은 전부 숙청이다!”
저 멀리서 포성이 들렸다. 꿈에서라도 잊을 수 없는 독일군 야포 소리였다.
“······공산당도 실패한 모양이군.”
공산당과 나치당 모두.
가장 빠르고 명쾌한 승리 방정식인 ‘베를린을 단숨에 점거한 후 로젠바움 대통령의 신병 확보’라는 날로 먹는 계획을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할 순 없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개같이 패배했다.
저 멀리 불타고 있는 건물은 필시 국회의사당이오, 관공서 곳곳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무너지고 있었다.
베를린 거리 곳곳은 공산당 전위대와 나치 돌격대의 피로 물들고 있었고, 붉은 장미와 검의 깃발을 펄럭이는 형제단은 기세 좋게 학살을 자행해댔다.
“뮌헨으로 가지.”
“알겠습니다. 하일 히틀러!”
어차피 베를린 공격은 선전포고이자 인사에 불과하다.
로젠바움을 신뢰하지 못하는, 나아가 그가 승리하면 숙청당할 게 뻔한 군부는 반드시 나치당에 호응해 쿠데타를 일으켜 줄 게 틀림없다. 경애하는 퓌러께서 그렇게 교시하셨으니 틀림없다!
진짜 싸움은 뮌헨에서부터였다.
그곳은.
그들의 조력자가 도와주기 훨씬 더 용이했으니.
***
이탈리아의 두체, 베니토 무솔리니는 세계를 선도하는 폭풍의 핵 중 한 명.
21세기인들은 무솔리니와 그가 이끌던 파시스트 이탈리아를 피자 배달부나 그에 준하는 비칭으로 부르며 놀림감 정도로 여기지만, 1932년 현시점에서 무솔리니는 세계에 피를 뿌리기 위해 맹렬히 준비하고 있는 호전광인 동시에 파시즘을 포교하는 일등 전도사였다.
국가 파시스트당 이외의 모든 당은 불법화되어 사라졌다.
이론상이 아닌 실질적으로 무솔리니를 퇴임시킬 방안도 사라졌다.
무솔리니의 지론에 따르면 30년대 중반쯤 되면 아마겟돈에 준하는 대전쟁이 다시 발발할 것이었고, 바로 그때 이탈리아는 강탈당했던 승리를 되찾고 <위대한 이탈리아>로 발돋움해야만 했다.
고작 인구 4천만으로는 향후 다가올 총력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무솔리니는 피임과 낙태 및 이에 대한 옹호 또는 정보 제공을 모조리 불법으로 만들었고, 모든 이탈리아 여성들에게 <출산율 2배>를 강조했다. 인구가 6천만은 돼야 전쟁을 할 게 아닌가?
다른 나라에선 무솔리니의 이러한 행동을 독재자의 기행 정도로 치부하기도 했지만, 그는 명명백백히 전쟁을 원하고 있었다.
“전쟁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그리고 지금.
무솔리니는 새로운 곳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독일.
“두체. 전쟁은 무리입니다. 다시 생각해 주심이-”
“독일이 혼란스러운 지금이 아니면 언제 우리의 국토를 늘리겠나!”
관료들의 만류에도 무솔리니의 새로운 꿈과 희망은 이미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원래 나의 원대한 계획대로라면, 독일을 잘 구슬려 프랑스를 상대로 한 전쟁에 고기방패로 내세울 작정이었지.”
“······.”
무솔리니의 크고 웅장한 타임 테이블에 따르면 프랑스와 유고슬라비아를 격파해 로마 제국을 부활시킨다는 대계가 있는 만큼, 그는 독일을 한패로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독일의 새 대통령은 시시때때로 우리 이탈리아를 모욕하고 있네. 그는 남티롤이 정당한 이탈리아의 강역이라는 점을 인정할 생각이 전혀 없고, 더군다나 자국 내 정쟁에 자꾸 우리나라를 언급하며 공공연히 우리의 품격을 훼손하고 있기까지 하네. 이래도 우리가 가만히 내버려 두고 참아야만 하겠나?”
“아닙니다!”
“반드시 저 패배 민족에게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열화와 같은 충신들의 반응에 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무엇보다도, 행여나 오스트리아가 독일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손을 써야만 하네. 오스트리아까지 독일의 졸개가 된다면 티롤을 지키기도 힘들어지니.”
파시즘의 기치를 함께하는 동지로서 좋게 평가해주고 싶지만··· 저 보헤미아 상병은 빈말로도 고평가를 해주기가 힘들었다.
무식하고, 아집이 심하며, 파시즘에 대한 이해도도 문학에 대한 지식도 없다. 유대인을 다 죽이면 된다니, 어째서 그가 만들어낸 인류사의 대역작인 파시즘 사상이 알프스를 건너는 순간 저런 돼지도 안 처먹을 잡탕쓰레기가 되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히틀러에겐 이용 가치가 충분했다.
“우리의 파시즘 동지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은 불합리한 탄압을 받았고, 조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우리 이탈리아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매국노라 매도당해 왔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독일 정부에 엄중히 항의하고, 더 이상 우리를 자극하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고 경고하게.”
이미 무솔리니의 계산은 끝났다.
독일군이 나선 이상 정치깡패 집단이나 거느린 나치당은 버틸 수 없다.
차라리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억울하게 공권력에 짓밟히는 피해자 행세라도 했으면 부활의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 폭발해버렸다. 대체 왜 패배가 확정된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무식한 놈의 뇌를 대체 무슨 수로 이해하겠는가.
“각하. 그러면 우리가 최종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무엇입니까?”
“히틀러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그의 안전을 보장받도록 하지.”
그림이 나왔다.
아주 멋진 그림이.
“독일에서 억울하게 쫓겨난 히틀러가 고향 오스트리아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되겠나?”
“관계가··· 좋을 수가 없겠죠.”
“바로 그거야.”
이렇게 된다면 절대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하나가 될 수 없고, 이탈리아는 파시즘 종주국으로서 실질적으로 오스트리아를 거느리게 된다. 그가 꿈꾸던 중부 유럽의 패권 장악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셈.
아르민 로젠바움.
감히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대이탈리아의 위신을 실추시킨 죄.
그 대가는 뼈저리게 청구해줄 요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