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8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85화(85/246)
잿더미 속에서 (2)
베를린이 불탔다.
국회의사당이 불탔고, 사민당 당사가 습격당해 의원 몇 명이 목숨을 잃었다.
거리엔 거적때기가 덮인 채 드러누운 시체가 가득했으며, 자갈보다 더 많은 탄피가 굴러다녔고, 탄흔이나 혈흔 중 하나라도 없는 담벼락을 찾기가 힘들었다. 국회의원이 파리처럼 목숨을 잃는 마당에 길바닥에서 비명횡사한 일반인들은 대체 얼마나 많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은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온 사방엔 경찰들과 형제단원들이 몽둥이 대신 총을 쥔 채 한 블록 한 블록마다 순찰을 돌았다.
시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적때기 위를 휘휘 뛰어넘으며 출근길에 올랐다.
총파업에 나섰던 노조는 기마 경찰들과 형제단의 무자비한 철권 앞에 말 그대로 으스러졌고, 그들에겐 이런저런 혐의와 함께 국회의원 암살 혐의와 반역죄 혐의까지 덧대어졌다.
다 필요한 일이었다.
가슴에 신념을 품은 채 합당에 단호히 반대하고 절대권력을 경계하던 이들은 나치와 공산당의 손에 살해당했다.
내 손이 아니라.
“멍청한 새끼들. 어쩜 이렇게 생각대로 움직여줄 수가 있지?”
– 하아.
계획대로였다.
공산당과 나치당 모두 반드시 베를린을 노린다고 확신했고, 나는 일거에 대청소를 끝냈다.
어차피 그놈들이 가진 선택지는 몇 개 되지도 않았다.
1. 얌전히 찍 소리도 내지 않고 밟혀 죽는다.
2.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꿈틀거리며 죽는다.
둘 중 하나.
하지만 만에 하나 하나님이 보우하사 기적적인 확률로 베를린을 털어먹는 데 성공하면 0.01% 정도 승리의 가능성이 있기도 했다.
– 그럼 이제는?
베를린을 먹겠다고 덤비던 놈들은 전부 뒈졌고, 군은 움직이지도 않았지만 프로이센 경찰과 형제단의 힘만으로 놈들의 봉기는 찍어누르는 데 성공했다.
이 시점에서 저들에게 남은 승리 방안은 둘 정도.
첫 번째. 군부의 전면적인 쿠데타.
군부가 나를 반역자라고 선언하고 끌어내리면 답이 없다. 이러면 내가 오히려 도망쳐서 시민들에게 총궐기를 호소해야 하는데, 이 짓을 하는 순간 정말 나라가 망할 각오를 해야 한다.
– 블롬베르크를 위시한 친나치 파벌은?
걔들은 지금 눈 딱 감고 저지를 만한 동기가 있다. 내가 살려 둘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블롬베르크 일파가 거느린 군대는 바로 <동프로이센>에 주둔하고 있다.
그리고 동프로이센은 월경지.
저곳에 주둔한 군대가 베를린으로 오고 싶으면 배를 타고 오거나, 아니면 폴란드 국경을 넘어야 한다. 뭔 짓을 하든 저놈들은 이번 대사건의 방관자가 될 수밖에.
그러니 실질적으로 반역도 놈들이 노릴 만한 승리 방정식은 단 하나.
온 나라를 개차반으로 만들어 ‘괜히 벌집을 쑤셔서 나라를 도리어 엉망으로 만들었다’라고 내가 비난받게 하는 것.
– 중남미 마약 카르텔들이 국가와 전쟁을 치를 때 썼던 방식이군. 국민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못 견디고 Status Quo, 현상 유지를 원하게 만드는 것.
내가 지금 뭘 들었지? 마약 카르텔이 국가와 뭐를 해요? 전쟁? 21세기는 도대체 무슨 지랄이란 말인가.
– 정당이 무장조직 거느리고 총질하는 이 나라는 제정신이고?
음. 뭐. 정당이라는 게 원래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단일한 정치적 색채를 표현하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따진다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단일한 경제적 활동에 종사하는 카르텔 친구들은 우리의 고종사촌쯤 된다고 봐도 딱히 틀리진 않으리.
아무튼, 우리 범석이. 이제 그만 마음을 고쳐먹을 때가 되지 않았어?
– ······뭘 말이냐.
딱 봐도 삐진 기색이 역력하지만, 나도 이제 목청을 좀 높일 시간이다.
“일절 부정이나 투표 조작 없이 정정당당한 선거로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고, 내가 세운 정당은 단독 과반을 달성했지.”
– 그래. 일본 자민당처럼. 어디 좆토피아에 유학이라도 다녀왔나 좆 같은 건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쏙쏙 배워먹어요. 축하한다! 축하해!
“그리고 지금 이 나라에 나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나?”
– ······.
“없지? 인정해라. 내가 지금 제일 낫다. 내가 제일 낫다고! 꼬우면 칫솔수염이나 기르든가!”
– 이딴 걸 인정해야 한다니. 정말 독일은 말세가 따로 없군.
범석이는 체념하듯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 더 뾰루퉁해져서 재잘거리는 일도 없으리.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I 비서는 다시금 이 오묘한 20세기의 맛을 보고 절규해야만 했다.
– 지금 저 새끼들 뭐라고 하는 거야?
“대통령 각하. 아무쪼록 저희의 ‘우려’를 귀담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보시오, 대사. 내가 듣기로 지금 이건 우려가 아니라 공갈 같소만.”
“아닙니다. 이탈리아는 결코 독일의 내정에 간섭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습니다. 다만, 정치범에 대한 과도한 인권 유린과 탄압에 대해 같은 파시스트 동지로서 목소리를 높일 뿐입니다.”
주독 이탈리아 대사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선언했다. 계속 재미없게 굴면 <의용군>이 개입할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니들, 알프스는 어떻게 건너려고? 우리 너네랑 국경도 인접 안 했어, 병신들아.
나는 비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꽉 참고, 최대한 애걸하듯 대사에게 간청했다.
“부탁드립니다, 대사. 지금 이 나라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히틀러 씨의 신병을 넘기십시오.”
“그를 이탈리아가 보호할 작정입니까? 정말?”
“아니오. 그는 오스트리아인이잖습니까. 그의 모국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는 온정 정도면 될 듯합니다.”
히틀러를 괴뢰 삼아 오스트리아를 날로 처먹어보겠단 발상 잘 봤다.
그런데 그 새낄 너희가 과연 컨트롤할 수 있을까?
못 할 것 같은데.
***
시작은 항상 프랑스다.
원래 지구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하면 일단 영국 탓을 하면 대개 맞지만, 전간기 유럽에 한해서는 일단 프랑스 탓을 하면 더 확률이 높은 것 같다.
프랑스의 고민.
[대전쟁에서 이기긴 이겼는데··· 그래서 다음은 어떡함?] [독일이 부활해서 또 전쟁 걸면 우리 승산 있음?]프랑스의 모든 대외 정책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돌아갔다.
프랑스는 베르사유 조약으로 맺은 유럽의 질서를 수호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유럽의 질서를 수호한다는 말을 보다 과격하게 해석하면, 독일의 모가지를 영원히 비틀어 게르만-악마가 부활하지 않도록 봉인한다고 해석해도 사실 틀리지 않다.
– 그리고 봉인은 맨날 풀리니까 봉인이지.
정답.
나는, 독일은 반드시 영프가 만든 이 봉인을 깨야만 한다.
그리고 독일이 날아오르려면 필연적으로 프랑스를 패야 한다. 그야말로 둘 중 하나는 죽는 숙명의 라이벌리.
참고로 원 역사에선 한 놈은 반으로 갈라져 죽고 한 놈은 반병신이 된 채 나란히 맥도날드 체인점이 되는 것으로 이 둘의 대결은 끝났다.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 프랑스는 바로 이 함께 독일을 두들겨 팰 파티원으로 러시아와 함께했었지만, 이제 그 러시아는 사라지고 신뢰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빨갱이 소련이 나타났다. 프랑스는 독일 동쪽을 마크해 줄 새 친구가 필요했다.
한편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의 3개국은 쫓겨난 합스부르크가 개같이 부활하거나 너무 많은 영토를 뜯겨 미쳐버린 헝가리가 복수전을 벌일까 봐 항상 염려스러웠고, 이른바 <소협상국>이라는 삼각 동맹을 체결했다.
프랑스는 바로 이 소협상국, 특히 유고슬라비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옛날 러시아가 했던 역할을 맡기려 했다.
하지만.
바로 이 프랑스-소협상국 관계가 튼튼해지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친애하는 빡빡이 두체 무솔리니를 진노케 했다. 자신들이 지중해의 패왕이 되어야 마땅한데, 이 프랑스 놈들이 좌우에서 포위망을 만들어 이탈리아를 핍박한다고 느낀 것이다.
무솔리니는 이 포위망을 뚫기 위해 이탈리아 – 헝가리 – 오스트리아 삼국을 하나로 묶고자 했고, 사실상 이탈리아가 큰형님이 되고 다른 두 나라가 졸개가 되는 형태였지만 헝가리는 이를 승낙했다. 복수에 굶주려 있던 헝가리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는?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이 형님이 술도 사주고 고기도 천겹살루다가-”
“지랄 말고 남티롤이나 돌려줘.”
“아 거 참. 인심 썼다. 내가 오늘 술 진짜 비싼 거로-”
“씨발, 니네가 훔쳐 간 남티롤에서 우리 독일계 사람들을 그따위로 취급하는 주제에 친하게 지내잔 소리가 나오냐?”
학살 빼곤 다 하고 있는 마당에 빈말로도 친해지긴 어렵다.
그렇지만 오스트리아도 이탈리아와 완전히 각을 세울 순 없었다.
당장 자국 내에서조차 독일과 하나로 합치자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 마당이니, 이탈리아의 지지가 없다면 정말 독일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그러니 독-오 합병을 외치는 히틀러와 나치당은 적어도 오스트리아 문제에 있어선 무솔리니에게 적이나 다름없다.
– 어이. 지금 네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 그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말이 안 될 게 뭐가 있어. 아직도 정치를 만만하게 보네. 아직도 내가 슐라이허랑 놀고 있는 건 말이 되고?
그놈의 파시스트 사이의 무슨 돈독한 정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 그 둘이 속으로 칼을 갈았든 말든 나는 히틀러에게 매국노라는 주홍글씨를 정성스럽게 새겼고. 이 정도면 프로 타투이스트 자격증이라도 하나 발급받아야 한다. 솔직히 뿌듯하다.
그리고 히틀러가 몰락해 도망친 지금, 이야기가 달라졌다.
원 역사에서 뭔 짓을 했건 말건, 지금의 그는 두체의 자비에 기대지 않는다면 남은 인생을 교도소에서 보내거나 혹은 지옥행 특급 열차에 탑승하게 되리라.
그러니 두체 딴엔 <히틀러를 오스트리아에 박아버리고, 누가 누가 더 이탈리아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지 오스트리아 우파 내에서 ‘충성 경쟁’을 시킨다면 오스트리아를 사실상 괴뢰화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빅 픽쳐를 그리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 ······너무 그, 음. 무솔리니의 대가리에 꽃밭이 가득해야만 나올 수 있는 계획 아닌가?
그렇지. 솔직히 나도 무솔리니의 의도를 아직 확신을 못 하겠다.
상식인이라면 히틀러가 어쩌고 군대가 어쩌고는 모조리 공갈이고, ‘우리가 입찰한 남티롤에 상회입찰하지 마라’라고 엄포나 놓고 싶은 게 당연.
그리고 조금 더 모험주의적이라면 ‘너네 오스트리아랑 합치면 가만 안 있을 거야!’라고 큰소리치는 레벨.
‘내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듀얼 코어 지도자?’는 정신병.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 설마 설마 싶긴 한데. 무솔리니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르지.
오스트리아가 얌전히 이 개입을 묵인, 방조할지도 미지수.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나라가 가만히 있을지도 미지수.
히틀러를 뜻대로 조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공갈협박에 얌전히 당해줄지도 미지수.
고맙다, 무솔리니.
재무장 각 떴다···!
***
[시민들이여, 조국을 지키자!] [위기에 빠진 나라를 지키자! 반역자들을 물리치자!]언론사들은 정권의 명을 듣고 이번 변란을 <독일 내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실 그동안 무수히 많았던 국가 정권 전복 시도를 ‘폭동’이나 ‘봉기’ 등으로 불렀던 걸 생각하자면, 내전이라는 워딩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저들이 모든 것을 뒤엎으려 한다!
이 나라가 송두리째 파괴되려고 한다!
내전이란 딱지를 붙인 효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즉시 나타났다.
“공산당 주도하의 총파업 참여자 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나치가 전면적으로 퇴각하고 있습니다.”
“뷔르템베르크를 장악하려던 나치가 시가전을 시도했지만 패퇴했습니다.”
“뮌헨은 함락됐습니다. 주 의회 의원들이 강제로 끌려나가고 나치가 모든 걸 통제하고 있습니다.”
“군인들은?”
“방임하고 있습니다.”
– 미친 새끼들. 이 와중에도 간을 보다니.
돌아가는 상황은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다.
“시국이 급박한 관계로, 부득이하게 제가 총리의 직무를 대행하겠습니다.”
“······!”
“대통령은 총리를 임명하고 국정을 맡긴 뒤 뒤로 물러나는 것이 상례임은 알고 있으나, 당장 의사당이 반역도들의 음모에 불타고 의회 의원들이 죽거나 다쳐 정상적인 표결조차 어려운 형국입니다. 본 내란이 종료될 때까지 신속한 군사 작전과 민정 조치를 위한 결정이니 부디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단, 총리직을 제외한 부총리와 장관직은 곧장 임명하겠습니다.”
대통령 아르민 로젠바움.
총리 권한대행 아르민 로젠바움.
부총리 하인리히 브뤼닝.
법무부 장관 헤르만 괴링.
경제부 장관 얄마르 샤흐트.
외무부 장관 콘스탄틴 폰 노이라트(Konstantin von Neurath).
내무부 장관 파펜.
교통부 장관 아우구스트 오일러.
재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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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호명이 이어질 때마다 사람들의 안색이 점점 다채롭게 변해 간다.
나와 함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이들과 창당 이전부터 합류했던 사람들.
그리고 사민당, 중앙당, 민주당 출신 인사들에게도 골고루 감투 분배. 절대 내가 의회정치를 흔들지 않고 출신성분을 배려한 정치를 하겠다는 하나의 시그널.
하지만 지금 이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 호명되지 않은 마지막 장관직 때문에.
그리고 난 기대에 부응해 주기로 했다.
“국방부 장관에는 한스 폰 젝트.”
슐라이허.
이제 넌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