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8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88화(88/246)
잿더미 밖으로 (1)
이탈리아.
로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무솔리니의 물음에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독일에서 벌어진 일은 시종일관 두체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파시즘 동지를 위해 약간의 도움을 줬을 뿐인데 난데없이 내정간섭이니 매국이니 하며 머리채를 붙잡혔다. 아니, 그러면 이탈리아 국민들이 무수히 죽어나간 끝에 얻은 몇 안 되는 전리품인 남티롤을 패전국 독일에 돌려주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거기서 끝났으면 또 모르겠지만, 그의 친구 아돌프 히틀러는 정치적 탄압을 받은 끝에 반역자라는 얼토당토않은 누명까지 쓰고 말았다. 국제 파시즘의 대부이자 전도사인 베니토 무솔리니마저 여기서 눈을 감는다면 그 누가 파시즘을 위해 열과 성을 불태우랴?
그가 고민하는 동안, 무솔리니에게 감명을 받은 ‘민간인’들이 떼를 지어 자발적으로 독일로 향했고, 나치와 함께 공투해 비열한 독일 정부군을 막아섰다.
정의가 함께하는 만큼 그들 의용병들은 당연히 얼치기 경찰과 정치깡패들을 손쉽게 막아냈고, 이쯤에서 적당히 이탈리아의 위신을 확보하는 선에서 분쟁을 끝내고 싶었던 두체는 관대한 제안을 베풀었다.
모든 게 완벽하잖은가.
근데 왜.
어째서.
“어째서 저 비열한 영국 놈들이 또다시 우리 앞길을 가로막는 거지? 어째서 패전국 독일을 위해서 동맹이었던 이탈리아의 앞길에 훼방을 놓느냔 말이야!”
“영국인들은 지중해 패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 이탈리아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고 있습니다.”
“두체! 당장 영국을 공격해야 합니다!”
로젠바움 정권으로부터 받아낸 것은 제법 많았다.
나치당의 국외 도피를 방조한다.
국외로 도피한 나치당 고위 간부들은 처벌하지 않는다.
남티롤과 오스트리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다.
목표로 했던 것들은 모두 얻었다.
독일 국내의 나치 활동은 계속 탄압받겠지만, 탈출한 나치당 멤버들은 그대로 오스트리아에 눌러앉아 이탈리아의 괴뢰 노릇을 해줄 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솔리니가 불쾌함을 느끼는 이유.
[독일 로젠바움 대통령, 베르사유 조약 파기 시사.] [“조국을 지킬 군사력 턱없이 부족. 조약이 나라 망쳤다.”] [독일의 부활 선언인가? 다시금 감도는 유럽의 전운!]로젠바움이 전격적으로 재무장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넌지시 던진 이 변화구에 전 세계가 뒤집혔다.
[조약 파기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 [“독일은 패전국. 이 사실 명심해야.”] [“독일의 부활 시도 반드시 응징해야”]가장 난리가 난 건 당연히 프랑스.
그리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 또한 우려의 반응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영국이 너무 조용했다.
아니, 그냥 대놓고 재무장에 동조하고 있었다.
“맥도널드 총리님. 독일의 재무장 시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독일은 몇십 년째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었고, 당장 이번에도 독일군은 내란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해 무수한 민간인들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지금 독일의 재무장을 용인한다는 뜻입니까?”
“베르사유 조약이 규정한 독일의 군사력 제한은 독일이 멸망해야 하기 때문에 삽입된 구절이 아닙니다. 독일의 침략 야욕을 저지하고 유럽에 평화를 가져다주기 위함이었습니다.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지킬 권리가 있고, 만약 그들의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제한을 조금 더 풀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맥도널드 총리는 친소련이었고, 얼마 전 당에서 쫓겨나긴 했다지만 노동당 출신이었다.
로젠바움이 이끄는 독일민족혁명당 또한 그 핵심 성분이 독일 사민당과 가톨릭중앙당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맥도널드와 로젠바움의 두 좌파 수괴들 사이에 어떠한 합의안이 도출되었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의 추론.
“이 개 같은 해적 놈들이 이제 독일을 넌지시 키워주려고 해. 우리를 막기 위해서!!”
하지만 그래서 어쩔 텐가.
비밀 합의에 따라 나치 핵심은 뮌헨에서 은밀하게 도망쳐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고, 애꿎은 나치 평당원과 돌격대원들만 무자비하게 학살당했다. 아직 승리 선언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독일 내전은 끝난 것과 매한가지였다.
독일의 재무장을 막을 나라가 하나도 없는가, 정녕?
“프랑스, 폴란드, 체코. 어디든 좋다. 독일 놈들에게 쓴맛을 보여줄 나라를 찾아서 함께 연대해야 해!”
두체는 당연히 베르사유 체제를 유지하고 독일을 때릴 찬스가 생겼으니 반독(反獨)으로 여러 나라들이 뭉쳐 개입하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 그··· 죄송한데 저희 지금 돈이 없거든요.
– 지금 전쟁이나 무력 충돌 벌어지면 다음 선거 집니다. 수고용.
– 애초에 당신네들이 아무 연관도 없는 남의 나라 들쑤셔서 재무장하겠다고 설치게 된 거 아뇨? 왜 딴 나라도 아니고 너희가 지랄이지?
– 무력시위 해줄 테니까 우리 계좌로 깽값 송금해줘.
두체의 편을 들어줄 친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남들이 봤을 때, 유럽 평화를 흔드는 위험한 놈은 사실 이탈리아였다.
“대이탈리아의 앞길을 막는 놈들만 가득하고! 어디에도 아군은 없구나!”
그리고 두체 본인 또한 이를 딱히 숨기지 않았으니.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업보일지도 모른다.
***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원 역사의 히틀러는 베르사유 조약을 과감하게 그냥 째버리는 대가로 외교적 파탄을 감수했지만, 나는 무솔리니라는 외부 요인을 극한까지 활용해 욕을 덜 먹으면서도 재무장을 달성하는 신묘한 묘기대행진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그 대가로.
“남부 지방은 엉망입니다.”
“뮌헨이 파괴되었고, 기능 회복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하로 잠적한 공산당을 추격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필요한 희생이었다.
이제 그 희생을 바탕으로 국가를 재건해야만 했다.
“앞으로 우리의 모든 계획은 공황 극복과 경제 재건이라는 단일한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만 합니다.”
“예, 각하.”
“우린 카이저에 버금가는 권한을 국민들에게 위임받았습니다. 이만한 권한을 위임받은 건 오직 전방위적이고 더할 나위 없이 급진적인 극약처방을 통해서라도 이 경제 위기에서 제발 구제해달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 때문입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각료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급진적인 처방’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아지는 이들은 대개 우익 계열, 방임주의와 시장 불개입을 선호하는 이들.
하지만 나는 어차피 빨갱이 자본가다. 뭘 하든 욕 먹는 건 익숙하단 말이지.
– 그것도 미래를 아는 빨갱이.
정답.
따라서 상상을 초월한 케인즈주의적 정책을 채택한다.
“노동부 장관님.”
“예, 각하.”
“전국에 산재한 모든 노조를 단일 노조로 통합하고, 3년간 파업과 직장폐쇄를 엄금하는 대신 치명적 결격 사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는 <대타협>을 진행하는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파업과 해고를 서로 금지한다고요?”
“그렇습니다. 또한 초과근무를 금지하고, 일을 더 시켜야 한다면 실업자를 추가 고용할 것을 강력하게 권장하겠습니다.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곳일수록 국가의 지원금, 보조금, 세제 혜택을 늘리지요.”
사민당 출신 노동부 장관의 머리에서 분주한 계산이 이리저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공산당을 찍어누르는 과정에서 각 노조 조직들도 크게 흔들렸을 터. 사민당은 그 노조 조직들을 접수하고 싶을 테니 쉽게 제안을 거부하기 힘들 게 분명하다.
“교통부 장관님.”
“예.”
“전국의 모든 도로와 철도, 수운, 항공을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대역사를 일으키겠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내 코인을 탄 덕분에 인류 최초의 비행기 파일럿이란 명예에 더불어 말년에 장관까지 된 오일러 씨는 내 지시를 거부할 리가 없다.
“식민지가 많은 영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위기를 식민지인들에게 전가하는 블록을 형성해 이번 위기를 타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식민지 따위 없는 우리 독일은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과 유기적으로 연계해야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자유무역 같은 상투적 이야기를 떠들어 내 시뻘건 아이디어를 들으면서 사색이 된 우익 측에도 먹이를 던져줬다.
“중부, 동부 유럽 국가들과 더 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해 상호 공존을 도모해봅시다.”
“그렇다면 혹시-”
“폴란드와의 관계도 정상화시킵시다.”
“각하! 굶어 죽으면 죽었지 폴란드 좋은 일을 시켜줄 순 없습니다!”
각료들이 모조리 자리에서 벌떡벌떡 일어나 끼이익 끼에엑 하고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아니, 파펜은 그렇다 쳐도 샤흐트 당신까지 왜 그래.
내 성질을 아는 오일러와 괴링은 오히려 가만히 앉아 있는데, 사민당이나 중앙당 출신 사람들이 더더욱 게거품을 물며 “우리의 원쑤 폴란드! 결코 다시 전쟁! 결코 다시 멸종!”을 외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가슴이 옹졸해진다. 역시 독일인은 전쟁을 원하는 게 틀림없어.
“폴란드에 제안해봅시다. 이대로 계속 서로 힘을 뺄 건지, 아니면 공존과 공영의 길로 갈 건지.”
“···알겠습니다.”
폴란드 국경에 둘러싸여 갇혀 있는 동프로이센 군부를 숙청하려면 폴란드와의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 당장 폴란드가 전쟁이나 국지도발을 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사령관이나 사단장 레벨의 대가리를 썰어버릴 순 없잖은가?
난 블롬베르크 일당의 옷을 벗겨 한직에 처박거나 아니면 중국으로 날려버리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폴란드가 얌전해져야 한다. 독일제 공산품을 팔아먹을 시장도 필요하고.
“그리고 재무장을 개시합니다.”
“드디어!!”
젝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징병제를 부활시키고 무기와 탄약을 비축합니다. 단, 나라에 돈이 없는 현 상황을 고려해··· 돈이 안 드는 일만 먼저 하십쇼. 제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셨습니까?”
“서류와 행정 작업 위주로, 훗날 다시 대군을 편성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젝트는 당장 신나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단 소리에 살짝 시무룩해하는 듯했지만, 나라 꼴이 이 모양인데 거기다 대고 탱크니 비행기니 뭐니 떠들어봤자 자신만 이기적인 병신 취급받는다는 사실 정도는 아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징병제 부활이라는 어마어마한 선물을 주지 않았는가. 이 사탕 녹여 먹는 데만 최소 몇 년은 걸릴 게 틀림없다.
재원은 일단 베르사유 조약 배상금의 상환을 거부하면 어떻게든 해결.
그다음 거침없이 국채를 찍고, 메포-벡셀 채권을 돌리고, 로젠바움사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가만. 이거.
– 멈춰.
아니, 내가 무슨 생각 하는 줄 알고.
– 지금 금융사기 생각하고 있잖나!!
금융사기라니. 한 나라의 대통령이 가호하는 회사니까 주가가 튀어오르는 건 당연한 일 아냐. 로젠바움 그룹의 주가가 로켓처럼 수직 우상향하고 있으니 이걸 통해 약간의 재미를 보려는 것뿐인데.
내가 뭐 폰지 사기를 저지르겠단 것도 아니고, 그냥 물적분할 후 상장 같은 소박한 21세기 스킬을 쓰려는 것뿐이다. 로젠바움 항공사를 세 토막 내 군용기, 민항기, 비행선 제조사로 개별 상장시키면 대체 이 차익이 얼마냐?
– 쓰레기··· 엄청난 쓰레기···.
거, 나랏일을 하려면 원래 좀 뒷돈이 필요하다고. 유대인쏴 죽이고 재산 뺏어가던 나치보단 그래도 신사적이지 않아?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는 평화적으로,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데 주안점을 두겠습니다. 깡패처럼 폭력과 무력에 호소하진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국방부, 외무부, 법무부 장관만 남아주세요.”
노이라트 외무부 장관과 젝트, 괴링을 제외한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는 커피를 치우고 술을 꺼내 들었다.
“조만간 비상시국의 종료를 선언하고 민족혁명당 내에서 총리를 임명할 겁니다. 대통령이 총리를 겸하는 현 상황은 민주주의를 파괴할 우려가 있으니 한시라도 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내 말에 괴링이 이의를 제기하려 했지만 눈짓으로 막았다.
“다만 그전에, 가장 논쟁이 될 만한 사안은 모두 기정사실화하려 합니다.”
“소련이군요.”
“그렇습니다. 친 소련 정책은 반드시 유지되어야만 합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이전 정권들도 모두 은밀하게 친소 정책을 이어왔다. 왜냐면··· 독일이란 나라 자체가 왕따 나라여서 같은 왕따 말고는 놀아줄 상대가 없었기 때문.
“베르사유 조약의 파기와는 별개로, 우리가 각종 신무기를 개발하고 운용하는 모습을 보여줘 이웃 나라의 경계를 살 이유는 없습니다. 핵심적인 개발은 계속해서 시베리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각하의 말에 적극 동의합니다. 소련과의 협력은 우리 군을 강화하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외교적인 견해에서 보더라도, 영국이 소련과의 친선 도모를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지금 친소 정책은 매우 유리합니다.”
“좋습니다. 여러분들은 국내에 괜히 말썽이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 소련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하도록 해보세요.”
“예.”
두 장관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이제 장내엔 나와 괴링만이 남았다.
“헤르만.”
“예, 형님.”
“총리는 네가 아니라 파펜에게 줘야 할성싶다. 괜찮겠나?”
“저는 형님을 모실 수만 있다면 어떤 자리든 상관 없습니다!”
지랄하고 있네. 욕심 가득하면서.
“아직은 우리 당내에 옛 고향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나는 민족혁명당 사람이야’가 아니라 ‘나는 중앙당 사람’이나 ‘나는 사민당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그건 그렇지요.”
“그들을 모두 동화시켜야 해. 그래야 나도 정국 운영이 매끄러워지고.”
괴링 또한 고개를 끄덕인 후 알았다며 자리를 떴다.
이제 여기엔 나밖에 없었다.
– 그래, 평화의 전도사 로젠바움 씨. 세상일이 다 네 뜻대로 돌아갈 것 같나?
그럴 리가.
독일의 정당한 몫.
독일이 받아야만 할 권리.
그런 걸 누가 인정해주겠나. 당연히 전쟁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쟁을 이길 각이 안 보인단 말이지.
– 이 독일이라는 나라의 지정학적 구조가 그래. 아무리 탁월한 전략전술을 발휘한다 쳐도, 결국 한계가 명확하다고.
그렇지.
근대의 테두리에 머무는 이상.
런던과 모스크바와 뉴욕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이상.
못 이긴다.
그러니까 근대적 전쟁 대신 현대전을 치러야 하는 거고.
나는 수십 년 전, 그러니까 1893년쯤에 ‘내’가 끄적였던 낡은 메모를 꺼냈다.
“이거 아니면 못 이기지.”
21세기 대한민국의 쿠데타 수괴 조범석과 한준현이 공동으로 내렸던 결론.
코딱지만 한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것.
주체의 핵탄.
원자의 권능 없이는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