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8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89화(89/246)
잿더미 밖으로 (2)
–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너 무슨 핵무기라는 걸 개발 완료되는 순간 게임에서 승리하는 기적의 빨간 단추로 여기는 거 아니지?
날 얼마나 병신으로 보길래 저런 소릴 하는 거지.
나는 지극히 합리적인 인간이다. 나랏돈을 처발라 개발한 기적적인 비밀병기의 힘으로 전세를 뒤집는다는 도박중독자 마인드는 나랑 전혀 인연이 없다.
내가 정권을 잡을 때까지 언제 도박수를 던진 적이 있던가?
– 있잖아, 이 구라쟁이야.
어··· 그래. 딱 한 번 있긴 있다. 전쟁터에 나가 전쟁영웅이 된 것.
그것 외엔 내가 적어도 남들까지 끌고 들어가면서 주사위를 던진 적은 없다고 자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할 건지를 열심히 구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핵개발이라는 도박수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AI 비서 조스비조차 이 방법 외엔 없다고 검증했으니 확실하다.
보다 정확히는, 운과 확률에 기대야 하는 다른 불확실한 방법을 제외하고 남은 게 이것뿐이다.
– 그래. 이것뿐이지.
내가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영국을 굴복시켜 <제2차 보불전쟁>이란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미국과 소련? 핵을 개발하고 말고를 떠나. 독일이란 나라의 상황상 소련, 미국과는 전쟁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하면 진다니까? <누르면 80% 확률로 내 통장 잔고가 0이 되고 20% 확률로 내가 즉사하는 단추>가 있는데 이걸 누르면 지능 문제 아닐까?
유감스럽게도 저 두 나라는 스타팅 포인트부터 사기기 때문에, 내가 핵개발에 성공했다고 쳐도 저기까지 핵을 쏠 능력은 또 별도로 개발해야 한다. 핵미사일이든 핵무기 탑재 잠수함이든 뭐든 간에.
그런데 땅도 오질라게 큰 게 미국과 소련이다. 핵 몇 대를 처맞아도 ‘씁 아프네 그치만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전쟁을 속행할 맷집이 된다. 베를린에 통상 폭격만 당해도 숨이 껄떡껄떡 넘어갈 팔자인 독일이랑은 체급부터 다르다고.
그런고로.
이건 단기결전용이다.
독일의 미래를 위해 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리고 나라에 돈이 없으니 시간이라도 더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여전히 독일은 패전국으로서 감시받고 있다.
여전히 독일의 이웃 국가들은 독일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핵개발의 필수품이라 할 우라늄235와 중수(重水)를 조달하는 것도, 과학자와 기술자를 모집하는 것도, 막대한 개발 자금을 세탁해서 투입하는 것도 모두 감시의 눈길을 피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거기에 더불어, 유럽 한가운데 있고 식민지 하나 없는 독일의 특성상 폭발 실험을 할 부지 마련하는 것도 어마어마한 고행.
이 모든 걸 종합했을 때 남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 시베리아.
그렇지.
소련과의 협업은 이 나라의 존망이 달린 그야말로 막중한 일인 셈이다.
– 그런데 말야.
범석이는 잠시 반들반들한 제 이마를 긁적이다 내게 말했다.
– 그걸 아는 녀석이 공산당은 왜 전부 쳐잡은 거냐?
음.
어.
아니 뭐.
꼴받게 하는데 어쩔 거야.
확 씨.
***
1932년 6월.
뮌헨을 탈환한 시점에서 나치당의 반란은 사실상 진압 완료되었다.
“각하. 이제 그만 비상사태를 해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직 공산당 무리들이 남아 있잖습니까.”
“하지만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경제를 재건하려면 역시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평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브뤼닝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 그리고 재계 대표 몇 명이 함께 찾아와 로젠바움 대통령을 접견해 이러한 의사를 밝혔다.
혹시나 대통령이 분노하거나 불편해하진 않을까 우려하긴 했지만, 그는 웃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전시 분위기를 빨리 풀고 총리를 임명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우리가 ‘이제는 안전해졌습니다’라고 말하기 무섭게 다시 공산당이나 그에 준하는 역도들이 발호한다면 시민들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겁니다.”
“그렇습니까.”
“정 여러분들이 어렵다면, 최대한 빨리 총리를 임명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과는 달리, 민족혁명당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둔 설왕설래가 많았다.
“다들 뭔가 착각하시는데, 우리 당은 로젠바움당입니다, 로젠바움당!”
“옳소!!”
“국민들이 대체 왜 우리에게 표를 줬습니까. 설마 기성 정치인들이 예뻐 보여서 표를 줬겠어요?”
“대통령 각하께 힘을 실어드리고! 그분께서 이 나라를 꿋꿋하게 다스렸으면 좋겠다 싶어 표를 준 게 국민의 뜻입니다 여러분!!”
처음부터 오직 로젠바움 하나만을 바라보고 온 이들은 ‘이제 그만 총리 임명하고 평시로 돌아가자’라는 당내 의견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이제 선거도 다 끝났으니 밥그릇 내놓으라고 지랄하는 것들 좀 보게.”
“내부의 적이지, 내부의 적.”
“우리가 대통령 각하를 지켜야 합니다! 지금 우리끼리 싸우면 저 굴러들어온 놈팽이들이 당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대통령 각하를 허수아비로 만들 게 뻔합니다!”
괴링이나 괴벨스, 오일러와 융커스 같은 이들이 봤을 때.
1932년 대선과 총선, 내전의 승리는 사실상.
“카이저.”
“아르민 형님이야말로, 이 나라를 전제(專制)할 자격이 있다···!”
“베르사유 조약은 무력화되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영국과 프랑스가 강요한 민주주의도 무력화되어야 한다!”
국민이 인정했다.
이 나라를 마음껏 통치해 보라고.
하지만 정작 그들이 모시는 대통령은 너무나도 온화하고, 마음이 여렸다.
“각하! 어째서!”
“헌정을 지켜야지.”
“안 됩니다! 회장님, 아니 각하! 명령만 내려주시면 당내 불순분자들을 모조리 잡아 죽여버리겠습니다!”
“악법도 법이야. 그만들 해.”
결국 그들은 대통령의 뜻을 꺾지 못했다.
아르민 로젠바움 대통령은 전시 상태 해제를 선언하기로 결정하고, 그와 동시에 파펜을 총리에 임명하기로 했다.
“각하. 처음엔 제게 총리직을 약속하지 않으셨-”
“브뤼닝 부총리. 샤흐트 장관이 그대를 굉장히 반대하더군요. 두 사람의 경제 정책 의견이 판이하게 다르다 보니, 내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샤흐트 장관의 정책은 근본이 없습니다. 주류 경제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짓입니다!”
“지금의 대공황도 딱히 주류 경제학적으로 말이 되는 일은 아니잖소. 나는 그를 믿습니다.”
브뤼닝은 총리직을 빼앗겼다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경제 정책이 어쩌고 저째? 대통령이 기업가 출신인 건 알지만, 어디 그래서 경제학 박사 학위라도 있단 말인가?
누가 봐도 팽당하는 셈이었다.
중앙당 출신에 훨씬 더 잘 딸랑거리는 파펜이 있으니 본인은 필요 없다 이거 아닌가.
‘아니지. 오히려.’
불쾌함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른다.
브뤼닝 그도 전혀 ‘서구식 민주주의’ 같은 환상엔 관심이 없고 오히려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지만, 그게 꼭 대통령이란 보장은 없잖은가. 당장 그 자신이 강한 지도자가 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자꾸 총리직 달라고 징징대니 채찍을 갈긴 걸지도 모른다. 아니, 이게 맞는 듯하다.
“하. 제기랄. 너무 설쳤군.”
대통령을 너무 만만히 본 대가가 실로 뼈아팠다.
그는 고급 술집으로 가 끝없이 부어라 마셔라 술을 퍼마셨고, 떡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얌전히 집으로 가는 대신 고주망태가 되도록 2차 3차를 연이어 달렸다.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가심이-”
“시끄러! 꺼져! 오늘은 혼자 있고 싶으니 전부 꺼지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총리까지 역임했던 하인리히 브뤼닝은 뒷골목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
무수한 서류가 철썩하고 파펜의 뺨따구를 갈겼다.
그의 면상을 가득 메웠던 서류들은 학종이처럼 팔랑거리며 대통령 집무실 사방에 흩뿌려졌다.
“파펜 장관!! 입이 있으면 말을 해보시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당신 직책이 뭐야!”
“내무부 장관입니다.”
“경찰과 치안은 어느 부서에서 담당합니까?”
“내무부에서 담당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 나라의 부총리가 수도 길바닥에서 시체가 됐는데!! 당신은 뭐 하고 있냐고!!”
“죄송합니다.”
파펜은 눈앞이 캄캄했다.
승리의 축배를 들어서 그런가?
친우 슐라이허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온 나라가 다시금 내란의 불꽃에 휘말렸었는데 총리가 된다는 사실에만 낄낄댄 탓에 하늘이 벌을 내리신 건가?
“범인은 누굽니까.”
“경찰은 모든 정황을 다각도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에게 원한 관계가 있는 인물들부터 돈을 탐낸 부랑자들, 혹은-”
“틀렸어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미 기사가 쫙 퍼졌다고! 조간 신문이나 좀 보세요!”
[하인리히 브뤼닝 부총리, 베를린 길바닥에서 피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살인의 그림자] [정말 우리는 이제 안전해진 것인가?]“장관.”
“예, 각하.”
“지금 이 상황에서 경찰이 ‘브뤼닝 부총리는 새벽에 술 처먹고 싸돌아다니다 노상강도에게 재수 없이 찔려 죽었습니다.’라고 발표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저라도··· 안 믿을 것··· 같습니다···.”
“그럼 장관께선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반드시, <적절한> 범인을 체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잘못하면 정권이 통째로 날아갈 사안인 거 아시겠지요?”
파펜은 대답 대신 고개만 열심히 짤랑짤랑 흔들어댔다.
“총리 임명은 미룹니다.”
“당연합니다. 예예. 물론입니다.”
“그럼 나가세요. 당장.”
파펜이 총알같이 튀어나가고, 아르민은 아수라장이 된 정계를 상상하며 골을 싸맸다.
그리고 몇 초쯤 꾹꾹 관자놀이를 눌렀을까.
곧장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실장 슈미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각하. 괴링 장관과 괴벨스 원내총무가 도착했습니다.”
“들라 하세요. 그리고 슈미트, 당신도.”
“알겠습니다.”
슈미트가 모든 문과 창문이 굳게 닫힌 것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세 사람이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괴링은 크게 심호흡한 뒤 입을 열었다.
“대통령 각하. 하인리히 브뤼닝의 암살에 성공했습니다.”
“좋군.”
“무려 8년 동안 공산당에서 활동하던 친구입니다. 경찰의 추적이 온다면 즉각 자살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믿을 만한가?”
“예.”
“대가는?”
“아들이 나치당에 가담했다가 지금 체포되어 있습니다. 석방한 뒤 미국으로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독일에 존재하는 모든 정치적 조직엔 로젠바움의 돈을 받아 처먹고 정보를 누설하는 프락치가 있다.
그리고 나치나 공산당쯤 되는 규모의 조직이 대상이라면, 처음부터 첩자질을 할 목적으로 잠입한 이들도 수두룩했다.
로젠바움 그룹은 처음부터 독일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브뤼닝은 너무 설쳤습니다. 제 권세가 누구에게서 나오는지조차 파악 못 하는 머저리였으니까요.”
“당내에서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놈들은 모두 아가리를 닥치고 있습니다.”
“야당들은 모두 이번 사건을 정치적 테러, 암살 사건으로 규정하고 엄격한 수사와 처벌을 요청했습니다.”
겨우 10년 전만 해도 독일의 정치인들은 암살을 밥 먹듯이 당해야만 했다.
그때의 악몽이 다시 재림하느니, 그들은 안전을 위해 약간 더 사회가 빡빡해져도 개의치 않으리.
“공식적으로는 공산당원의 소행이되, 평소부터 품행에 문제가 있던 놈의 우발적 범행이라고 발표하면 되겠군.”
“비공식적으로는 정치적 목적에서 자행된 암살이라고 여론을 조성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로젠바움과 독일민족혁명당은 바이마르 공화국 탄생 이래 그 누구도 갖지 못한 힘, 단독 과반이란 막강한 권력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이 힘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당장 민족혁명당은 개헌선인 2/3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당내엔 총리를 임명하라는 한 지붕 다른 집 식구들이 잔존해 있었고, 지방의회엔 아직까지 민족혁명당의 기세가 널리널리 퍼지지 못했다.
심심하면 주마다 선거가 열리는 독일에서, 괜히 하나의 선거에서라도 패하는 순간 로젠바움 정부는 순식간에 레임덕으로 달려가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일들 중에선 대중의 지지를 받기 힘든 일이 많다는 것이다.
당장 폴란드와 화해하자는 말을 꺼내기만 해도 지지율이 10%쯤은 빠질지 모르고, 유대인을 괴롭히지 말자고 하면 지지율이 5%쯤은 빠질 게 틀림없다.
집권은 국민의 뜻이었지만.
유지는 국민의 뜻을 거슬러야만 한다.
이 조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면 부득이한 일.
“그렇습니다!”
“각하께서 독일을 적절히 영도하시려면 방해꾼들과 음모가들의 제지 없이 완전한 권력을 얻으셔야만 합니다!”
“입법을 준비해보게.”
“예!”
우악스럽게 헌법을 파괴하고 의원들을 감방에 처넣어 권력을 뺏는 건 칫솔수염 같은 중졸 무식쟁이나 할 법한 발상.
독일 최고의 지성이자 엘리트 출신인 아르민 로젠바움이 그런 무식하고 국제 사회를 경악에 빠뜨릴 짓을 할 일은 없지 않나.
“2년 정도, 대통령과 총리를 겸하며 보다 폭넓은 권한을 부여받는 임시 법률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
“2년으로 충분하겠습니까?”
“안 그러면 법안 통과가 어렵잖나. 2년 뒤 자동 폐기되고 연장을 원할 경우 국민투표에 붙인다고 하면 더 낫겠군.”
그리고.
“동의합니다!”
“제청합니다!!”
“고대 로마조차 위급 상황에선 독재관을 임명했습니다! 뮌헨이 불타고 부총리가 암살당하는 지금이 위기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국가와 민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임시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제 2년간.
아르민 로젠바움은 국가 법률이 허락한 대통령 겸 총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