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91)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91화(91/246)
잿더미 밖으로 (4)
– 공화국 수비대는 어감이 구린데.
매사에 부정적인 대머리 친구가 투덜거렸다. 또 뭐가 그리 불만이야. 어감이 어때서.
– 아니, 뭐. 꼭 독재자의 따까리인데 어떤 천조국 군대한테 며칠 만에 광속으로 개처럼 두들겨 맞고 망할 것 같은 네이밍이란 건 아니고···.
그냥 그거 맞잖아. 걸프전인가 뭔가 하는 그거.
하지만 공화국 수비대라는 이름은 지금 내게 필요한 완벽한 네이밍이다. 그 속알맹이는 공화국도 아니고 수비대도 아니니까. 신성 로마 제국처럼 이런 네이밍이야말로 독일의 근본이란 말이지.
공화국 수비대는 나와 민족혁명당의 장기 집권, 그리고 우리 요인들의 신변 보호와 정권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친위세력이다. 당연히 ‘공화국’이란 말은 철저한 기만.
나 개인으로서는 딱히 전쟁을 희망하진 않지만, 독일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이를 질시하는 놈들 중 누군가와는 필연적으로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게 제발 두 번째 세계대전이 아니길 바랄 뿐이지.
전쟁에서 지면 당연히 좆되는 게 맞지만, 전쟁에서 이긴다고 하면 또 군부의 콧대가 하늘로 치솟아 2절 3절 뇌절을 시작할 게 뻔하다. 이걸 목줄을 콱 붙들려면 공화국 수비대 또한 전쟁터에 내보내 군공을 갈라 먹어야 한다. 당연히 ‘수비대’로 끝날 리가 없다.
– 모름지기 진정한 수비는 공격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 뭐 이런 거냐고.
그딴 궤변을 누가 들어.
조스비는 혓바닥이 징글징글하게도 길었다. <친위대>는 너무 칫솔수염 냄새가 나고, <근위대>는 너무 빨갱이 같고, <호위대>는 너무 북괴 같고,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아무튼 공화국 수비대의 목적은 간단하다.
정권 유지 및 쿠데타 방지.
그리고 여기에 덤으로 신기술 개발.
대외적인 어그로는 공화국 수비대가 끄는 동시에, 별도로 공안 수사 기관도 만들어야 한다.
– 게슈타포?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만.
아니. 게슈타포는 어감이 별로라고. <비밀경찰>이라니 누가봐도 흉흉하잖아. 감시나 도청 같은 거 할 거 같고.
<국가안전부> 정도면 훨씬 더 친근하고 부드러운 어감 아닐까?
– ···슈타지(Stasi)잖아, 이 쓰레기야.
아니지. 애초에 간첩질을 안 하면 저런 조직을 설립할 이유가 없잖아. 이게 다 히틀러 때문이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나는 막 입을 열어 쫑알거리려던 범석이의 입을 닥치게 했다.
거, 그래서 본인은 깨끗하게 살아 오셨죠? 민주 국가의 군인으로 떳떳하시겠죠?
– ······.
조범석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쿠데타 실패하기 전까지 나보다 훨씬 더 개막장으로 살았던 주제에 훈계라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욕하고 있네. 나는 그래도 우리가 개라는 사실은 겸허히 인정한다고.
우리가 뒤집어쓴 민주정의 가면이 벗겨지기 전까지.
골수까지 짜먹어야 한다.
***
1932년.
로젠바움은 국내외의 위기를 핑계로 2년간의 유예기간을 받아냈다.
원 역사에서 히틀러와 나치는 수권법을 통과시킨 후 가장 먼저 나치당 외의 모든 정당을 불법화해버리고 무자비한 탄압을 가한 뒤 <장검의 밤>처럼 아예 물리적으로 적들을 다 잡아 죽였다.
하지만 로젠바움 지지자들은 아직 나치만큼 그렇게 파괴적인 자들의 비중이 높지는 않았다.
만약 로젠바움이 원 역사와 그대로 가고 싶었다면 히틀러보다 더 끔찍하고, 선동적이고, 마구잡이식 증오를 발산해 ‘나치보다 더 극단적인’ 정당으로 집권했으리라.
히틀러식 폭압 정치는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실권을 하나하나 접수하되 여전히 언로는 열려 있었다.
정적들은 분열되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세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민의 눈치를 보아야만 했다.
오밤중에 완장 붙인 깡패를 보내 적을 패죽이는 대신, 로젠바움 정부는 언론을 이용해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주홍글씨 새기기를 더욱 선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안정되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권리를 잃어버린 데 대한 분노와 절망보다 당장 파업과 데모와 폭력과 선거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대단히 만족을 표했다.
독일의 이러한 변화를 구경하고 있던 이웃 나라들의 반응은 자못 다양했다.
[깡패식 외교를 자행하는 로젠바움 정권. 범죄 정권의 민낯을 규탄한다!]이탈리아 언론들은 밥 먹고 식후 커피 마시듯 독일과 로젠바움 정권의 사악함을 규탄했다.
[누구 맘대로 재무장이냐?] [베르사유 조약 위반의 대가는 불타는 베를린으로 돌아올 것]프랑스와 폴란드는 당장 군대를 이끌고 가 독일을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고 감히 건방지게 재무장을 선언한 로젠바움을 붙들어 단두대에 매달자고 했지만.
‘폴란드야 제발 너희가 쳐들어가 너희 싸움 좋아하잖아?’
‘프랑스야 제발 너희가 쳐들어가 너희 독일 싫어하잖아?’
남이 때려줬으면 좋겠지 자신들이 직접 몽둥이를 들고 싶진 않았다.
대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훌쩍 지났고, 그때 참호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은 이제 사회의 핵심이 되었다.
전쟁이라는 두 글자는 너무나도 끔찍했다.
아무리 정치인들이 입에서 극단적인 말을 마구 꺼낸다 하더라도, 전쟁을 하자고 외치는 순간 그는 지지도가 호로록 사라지는 마법을 겪었다. 애초에 대공황을 맛보는 지금, 전쟁을 일으킬 돈도 없었지만.
그리고 영국.
영국의 분위기는 대륙과는 조금 달랐다.
“로젠바움 대통령은 합리적인 인물입니다.”
“합리적이라고 하기엔 의회 권력과 행정부 권력을 너무 혼자서 쥐고 있지 않소?”
“다들 착각하고 계신데, 그는 애초에 정치인이 아니었습니다. 독일인들이 사업하던 그를 끌어내서 왕좌에 앉힌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독일인들은 예전부터 강한 지도자에 대한 동경이 있었잖습니까. 그 무정부에 가까운 상태가 10년을 넘게 이어졌으니 이제 좀 혼란을 바로잡길 원하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무솔리니의 이탈리아처럼 말이지요.”
“무솔리니와 같은 역할을 시대로부터 요구받았지만, 훨씬 더 온건하고 합리적이지요. 괜찮은 대화 상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영국이 오래도록 기다려 왔던 대화 상대.
특히 보수당보다 노동당 쪽에서 훨씬 더 그를 호의적으로 바라봤다.
한때 그들의 적이었던 독일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모두 무너졌고, 옛 동맹이던 러시아는 정체불명의 기괴한 국가 소비에트 연방으로 변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대륙의 패왕을 원하지 않는 영국의 본능은 다시금 프랑스에게 겐세이를 놓는다는 옛 철칙으로의 회귀를 원했다.
독일이 다시 피에 굶주린 전쟁광으로 각성해 세계에 화약과 죽음을 흩뿌리기 시작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봤을 땐 그럴 기미는 엿보이지 않았다.
배상금 탕감.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재무장.
건전하고 견실한 대외 관계 수립.
하지만.
“다들 잘못 생각하고 있소.”
“또 시작이군.”
“아이고, 밥이나 먹으러 갈까?”
어디서 풍기는 갈리폴리 냄새에 잡담을 떠들던 의원들은 삼삼오오 일어나 자리를 옮기려 했다.
하지만 윈스턴 처칠 의원은 그런 반응에도 전혀, 눈곱만큼도 굴하지 않았다.
“아르민 로젠바움은 민주주의의 적이오. 이 자명한 현실에서 어째서 눈을 돌리고들 있으시오?”
“무솔리니를 고평가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 조금 어처구니가 없소만.”
“세상에. 무솔리니와 로젠바움을 비교하다니!”
한 의원의 비아냥거림을 처칠은 놓치지 않고 그대로 콱 깨물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의 동맹국으로 함께 피를 흘렸던 이탈리아의 지도자. 그리고 우리가 총부리를 가져다 댔던 적국의 지도자. 나는 지극히 상식적으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런 것치곤 너무나도 그를 고평가하는 것 같소.”
“혹시 내가 재무장관이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리신 듯한데, 채권자로서 채무자의 비위를 구태여 거스를 필요가 있겠소? 무솔리니에게 돈을 받아내야 하는 내가 그놈은 사악한 놈이라고 규탄이라도 해야 했단 말이오?”
상대는 괜히 먹이를 줘서 미친놈이랑 시비가 붙었다고 탄식했지만 흥이 오른 처칠은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무솔리니는 누가 봐도 개망나니요. 솔직히 말하지. 나는 공산주의자들이 역병처럼 퍼지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무솔리니와 검은 셔츠 입은 얼간이들이 훨씬 낫다는 입장이오.”
“오, 제발 당신의 그 혐오를 남들에게 선보이지 마시구려. 당신 성기를 보는 것만큼이나 불쾌하니까.”
“거짓말 마시오. 내 물건을 봤으면 경악이나 감탄을 해야 정상이라고. 아무튼! 로젠바움은 명백히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어요! 우리가 수백만 명의 피를 흘린 끝에 간신히 독일에 이식한 민주주의의 꽃이 송두리째 뽑혀나가고 시꺼멓고 역겨운 식인 식물이 피어나고 있단 말입니다!”
처칠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는 이들은 없었다.
“재무장! 의회 무력화! 개인 신격화! 이 모든 일들이 속전속결로 일어나고 로젠바움을 저지할 수 있는 모든 세력들은 뿌리부터 뽑히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는 로젠바움을 저지하고 독일의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합니다!”
“이보시오, 처칠 의원. 사감(私感)을 그렇게 너무 노골적으로 정치에 투영하려고 하면 어쩝니까?”
“···사감이라고? 내가?”
한 의원이 피식피식 웃자 다른 의원들 또한 동시에 웃음을 참기 위해 입을 꽉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
“누가 모릅니까. 항공에서 신화를 쓴 로젠바움을 질투해서 그러는 거.”
“뭔가 착각하고 있는데, 나는 그를 이겼소. 그는 결국 런던을 포기해야 했단 말이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베르됭에서 우리 조종사들을 신나게 때려잡았고, 당신은 손가락이나 빨았지. 최전방에서 스스로 전투기를 타고 이륙한 그와 당신을 비교하기엔 조금-”
“그는 민간인 살인마요! 런던이 불탔단 말이오!”
“이미 해명했잖소. 그때는 본인이 지휘권자가 아니었다고. 상부 명령에 따랐을 뿐인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면 안 되지.”
결국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비웃음만 실컷 들은 처칠은 잔뜩 약이 올라 바깥으로 나와버렸다.
“병신들. 머저리들. 꼬리를 흔들고 멍멍 짖고 네 발로 걸어다니는 털뭉치를 보면서도 고양이인지 사슴인지 헷갈리는 멍청한 놈들이 의원이라니.”
갑갑했다.
상식적으로 따졌을 때 런던을 폭격해 민간인을 살상한 마귀 종자를 저렇게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어째서 과거의 적을 저토록 고평가하는 것으로 모자라 같은 의원인 그의 합리적인 의분을 폄하하고 있는가?
‘반독에 미친 남자’라거나 ‘전쟁을 원하는 호전광’ 타이틀이 번쩍거리는 남자, 윈스턴 처칠의 탄식은 오늘도 그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의 경계와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일은 세계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외교적 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독일은 세계 평화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수준의 군비 증강만을 원할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불황에 굳이 군사력을 확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보셨듯 우리는 현재 우리 자신을 지킬 여력이 없습니다! 아무쪼록 세계 만방의 여러분들께서 양해를 해주신다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1932년의 스위스 로잔(Lausanne)에서 열린 회의.
영국은 프랑스의 동의를 받아내 더 이상 독일의 배상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뒤이어진 세계 군축 협상에서, 독일은 각종 무기를 생산하되 재무장 수준은 최저한으로 유지할 것을 다시금 약속했다.
군축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소련으로 가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앞으로 창설할 기갑부대의 연구와 활동은 모두 소련 영내에서 행해질 예정입니다.”
비밀 재무장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