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9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92화(92/246)
라인강의 기적 (1)
아르민 로젠바움 대통령의 장남, 페르디난트 로젠바움은 상식인이었다.
여기서 상식인이라 함은, 자신의 혈통이나 능력에 대한 거대한 자기 과신이나 무한한 기대를 갖지 않고 지극히 객관적으로 볼 줄 안다는 뜻.
“너희는 내게서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난 직후 가족들을 불러모아 한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내가 물려줄 수 있는 건 돈뿐이다. 그 이외엔 아무것도 못 가져가.”
“저 거대한 그룹을 일궈놓고··· 아무것도요?”
“그래.”
페르디난트는 잠깐 고민했다. 조금 따져볼까.
하지만 다 포기한 듯 축 늘어져 있는 그의 어머니 에르나 로젠바움과, 뺨 한쪽에 아주 선명하게 백열장 자국이 찍혀 도저히 근엄함을 갖추기 어려움에도 애써 엄격하게 말하는 아버지를 보니 하고픈 말도 사그라드는 듯했다.
“나는 이 나라를 뜯어고칠 거다. 만약 내가 실패한다면, 너희는 내게 물려받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을 궁리부터 해야 한다. 그땐 눈치껏 미국으로 도망쳐라. 그곳의 지사 지분이라도 확보하면 대충 입에 풀칠은 할 게다.”
목숨.
이 독일의 재계든, 정계든.
생명의 위협이란 너무나도 일상처럼 다가오는 것이었다. 로젠바움의 아들이란 호칭을 단 그 순간부터.
“성공한다면, 너희는 위대한 인물의 아들로서 살아가게 되겠지. 그땐 내가 뭘 물려주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 이름값이야말로 제일 비싼 거니까.”
“그러면 회사는···.”
“나는 회사를 팔아 이 나라를 살 심산이다. 그러니 너희도 회사를 가질 순 없어. 대놓고 말하마. 너희가 회사나 권력을 탐낸다면, 나에 비견될 능력을 선보이지 않는 한 내가 죽은 뒤 무수한 사람들이 너흴 죽여버리려 할 게 틀림없다. 내가 이 나라의 권력을 차지하는 것과 세습을 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
첫째고 둘째고.
<로젠바움 혈족>의 권력 장악 시도는 필연적으로 세습 논란, 그리고 민족혁명당과 그룹의 대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르민은 지금부터 미리 원천 봉쇄하기로 결심했고, 페르디난트는 동의했다.
“그러니까, 아버지 말씀은, 저희가 까딱하면 다 죽는단 말씀이시군요.”
“그래. 누군가에게 이용당해 신나게 써먹히다가 비참하게 죽겠지.”
“그러면, 전 제 하고 싶은 거나 하면서 살겠습니다. 저 큰 회사를 어떻게 물려받나 했는데 차라리 다행이네요.”
첫째는 그렇게 허허 웃으며 겉으로나마 안도를 표했다.
하지만 둘째는 달랐다.
“조금 억울한데요.”
오토가 입을 삐죽였다.
“아버지 아들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 중 많은 것들이 막힌단 거잖아요?”
“아니. 네 할 거 하면 된다. 지금처럼. 내가 언제 옷 벗으라고 하든?”
오토 로젠바움은 장교의 길을 걸었다.
오토가 처음 군인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을 때 아르민은 괜히 군부 놈들이 아들을 반쯤 인질로 잡진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들이 알아서 ‘모시고’ 있었다. 만약 무능하다고 판단됐으면 괜히 욕 처먹기 전에 알아서 집으로 다시 끌고 왔으련만, 조스비의 말로는 무능까진 아니라고 하기에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민은 구태여 그런 복잡한 셈법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네가 내 자식이 아니었으면 이름에 폰 자도 없고 뭣도 없는 평민으로 장교가 될 수 있었겠니?”
“음··· 그건 아니겠죠?”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라니.”
오토, 격침.
아들들을 모조리 찍어눌러 기어이 동의를 받아낸 아르민이다. 이제 와서 페르디난트가 헛꿈을 꾼다면 정말 부드럽게 웃기만 할 린 없었다.
그제서야 어째서 아버지가 가업을 이으라는 말이나 경영 수업을 들으라는 말을 평생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애초에 물려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처음엔 원망도 했다. 정당한 권리를 빼앗긴 것 같아서.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대통령 아르민 로젠바움의 업무라는 걸 곁에서 가끔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으니.
“-이자들을 다 어떻게 할까요?”
“어쩌긴. 전부 죽여야지. 살려 두면 후환이 될 게 뻔한데.”
아버지와 그 심복들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엿들을 때마다, 끝없는 업보가 바벨탑처럼 샘솟는 걸 알 수 있었다.
권력에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걸 물려받고 맨정신으로 살 수 있겠는가?
“아. 아들이 왔나 보군. 잠깐 휴식 좀 하지.”
“알겠습니다.”
서재에 있던 이들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고, 페르디난트는 쭈뼛쭈뼛 그들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부르셨나요.”
“그래. 하고 있는 연구는 좀 잘되어 가니?”
“네에. 뭐.”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꼼꼼하게 밀봉된 두툼한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죠?”
“아들아.”
“예.”
“내가 만약 신의 선택을 받아 이 불쌍한 독일 민족을 구원하라는 사명을 띠고 있다고 하면, 넌 뭐라고 대답할 테냐?”
“아버지가 고작 1년 만에 권력에 중독돼서 돌아버린 것 같으니 미국행 이민선을 준비해야겠다고 하겠죠.”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아들의 말에 아르민은 박수를 짝짝 쳤다.
“50점이다.”
“왜요?”
“일단은 장단을 맞춰준 뒤에 조용히 준비해야 100점이지.”
“이런 거 물어보려고 부르셨어요?”
“아니. 왜냐면··· 나는 정말로 선택받았기 때문이란다. 읽어 봐라.”
페르디난트는 잠자코 밀봉을 뜯고 안의 서류를 꺼냈다. 종이 끄트머리가 다 바스라져 가는 것이 수십 년은 묵어 보였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게··· 뭐예요?”
“하나님께서 내게 알려주신 금단의 지식.”
“이게, 대체, 무슨.”
우라늄235.
중성자.
핵분열.
사이클로트론.
“네가 어렸을 적에, 종종 상상 속 이야기를 해주곤 했었지. 기억하니?”
“···네.”
“그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란다. 정확히는, 이 독일에 닥칠 현실이지.”
아헨공대를 거쳐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페르디난트 로젠바움은 즉각 이 낡은 서류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서류가 알려주는 최후의 결말도.
“우리 독일이 영국과 프랑스의 침략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선, 그 서류 속 망상을 연구를 통해 현실로 꺼낸 <원자폭탄>이란 무기가 반드시 필요해.”
“그걸 왜 저한테 말하시죠? 그냥 여기 써진 대로 연구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나님이 모세에게 ‘E=mc2이니 빛과 열에너지가 생성되었다’라고 말해봤자 모세는 ‘빛이 있으라’밖에 받아적을 수 없단다. 내가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거기의 내용은 무척 피상적이거든.”
학자라는 자들은 일단 의심부터 하지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단 한 명. 부친을 너무 잘 아는 아들을 빼고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다.”
페르디난트는 그제서야.
어쩌면 그가 핵물리학이라는 신생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모두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
2년.
사실상 카이저에 준하는 권력을 허락받은 2년간,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제를 살려야만 했다.
하지만 <대공황에 맞선다>라는 건 듣기로는 어마무시한 일이지만, 생각보다는 쉬운 일이었다. 이미 몇 년에 걸쳐서 바닥을 뚫고 맨틀까지 처박힌 게 바로 독일 경제였기 때문이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군대가 마침내 국민의 군대로 돌아왔음을 엄숙하게 선포하는 바입니다!”
“와아아아!!”
“평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노력은 언제나 음해당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중상모략과 음해가 닥칠지라도 독일군은 오직 우리의 자유와 평화,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만 싸울 것입니다. 독일군은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일단 징병제 선언.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군대로 빨려 들어가고, 또 공화국 수비대에 자진 입대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이 군대에 흡수되면 고스란히 실업률이 떨어진다.
그리고 거대한 토목과 건설 프로젝트들.
“자동차 산업과 항공기 산업은 독일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 각하의 혜안에 저희는 감동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각하께서 자동차 산업에 더욱 신경을 써주신다면 저희는 모두 경기 부양을 위해 몸 바치겠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죽은 브뤼닝 전 총리 같은 사람들은 전문가였지만 좁은 시야에 사로잡혀 있었다. 원래 전문가들이 그렇다. 상식을 과감하게 때려부수지 못한다.
하지만 샤흐트를 보라. 젊은 편이어서 그런가 훨씬 사고가 말랑말랑하지 않은가.
– 어디서 또 자기 같은 거만 배워 와선.
미래엔 <적자 재정>이라는 게 있다며? 이게 다 국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다, 이거야.
그리고 로젠바움 그룹의 주인이자 개인적인 호주머니도 두둑한 나는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없는 돈을 뿅 하고 생성할 수 있다. 독일제국은 무식하게 윤전기 돌리기랑 국채 발행이란 단 두 가지 스킬만으로 대전쟁을 수행하다 파탄 났는데 내가 그 전철을 밟을쏘냐.
“그러니까, 국유지를 담보로 국채를 발행한다고요?”
“아니오. 틀렸소. 국유지를 민간에 장기 불하할 예정이오. 30년, 50년, 또는 99년으로. 그 임대료를 담보로 증권을 잡는다, 이거요.”
“채권이 아니라?”
“베를린 한복판의 국유지와 저 촌동네의 가치가 똑같지 않소? 게다가 임차인이 배를 짼다거나 하면 곧장 파탄나잖소. 하지만 시가와 임대료가 비슷한 수준의 부동산 수십, 수백 곳을 묶어 제공한다면 훨씬 리스크가 줄어들겠지요?”
“으으음···.”
“그리고 로젠바움 그룹도 현재 시장에서 공기업에 준하는 신뢰도를 얻고 있는 만큼, 국가나 중앙은행이 지급보증을 서는 형태로 이 신뢰도를 더욱 확고히 합시다.”
샤흐트 역시 사악함으로 치면 사탄도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게 만들 금융 전문가.
그는 순식간에 내 의도를 캐치했다.
“국가 재정 장부에 표시되지 않는 돈을 발행할 계획이시군요.”
“그렇소.”
“그리고 로젠바움사는 국가 기관도, 공기업도 아닌 엄연한 사기업이고요.”
“바로 그거요.”
“어딜 등쳐먹을 계획이십니까?”
“전부 다.”
사람들은 흔히들 착각하곤 한다.
‘아르민 로젠바움의 이름을 딴 회사인데, 설마 망하겠어?’
‘로젠바움사는 이제 그럼 공기업 아닌가?’
그리고 그 착각이 유지되는 동안은 아무 문제가 없다.
착각이 터질 때? 그땐 전쟁 났을 건데 내 알 반가. 어차피 연합국도 전쟁을 기회로 이런저런 추잡한 짓 많이 했잖아. 나도 좀 해도 괜찮다.
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
외교부 직원들은 유럽 곳곳을 순회하며 통상 조약을 체결했고, 우리는 그 대가로 농업을 사실상 포기했지만 대신 공산품을 팔아먹을 시장을 확보했다.
“각하! 농업은 우리의 기반입니다!”
“이렇게 농민들을 내버리시면 안 됩니다!”
“나치 지지자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참으로 두렵습니다. 빨리 저 역적 무리들을 진압하십시오!”
“각하. 군은 결코 국민에게 총부리를-”
“아니. 당신들 말고 공화국 수비대 말이오.”
“?!”
농촌은 어차피 나치의 주된 텃밭이었고, 융커들의 본진이었다.
옆 동네 스탈린도 농촌을 쥐어짜 산업화를 이룩했다는데, 어차피 내 적들의 소굴인 농촌을 내가 뭐가 이쁘다고 봐줘야 하는가.
내가 공화국 수비대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농민 시위를 찍어누르자, 융커들은 어지간히 똥줄이 탔는지 힌덴부르크 전 대통령까지 움직여 내 반-농촌 플레이를 저지하려 했다.
“로젠바움 대통령. 부디 내 조언에 귀를 기울이시구려. 농촌을 이토록 괄시하면 민심이 어지러워지는데, 이럴수록 국내의 반역도당들이 더 설치기 좋지 않소.”
“힌덴부르크 각하! 지금 나치와 함께 국가 전복을 획책하다 숨어든 저들을 두둔하십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이 하나로 뭉쳐야 할 이 막중한 시국에, 본인들이 살겠다고 서민의 피눈물을 받아먹으려는 게 저 농민들입니다. 독일은 공업 국가입니다. 공장이 돌아야 나라가 살고, 공장을 돌리려면 노동자가 저렴하게 빵을 사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따라 갑자기 자본가 같은 말을 하는구려. 평소답지 않게.”
“대신 밀이나 호밀 같은 일부 중요 작물을 대상으로 정부 수매제를 시행하고, 정말 형편이 어려운 곳은 보조금을 지급하겠습니다.”
공화국 수비대의 무자비한 진압과 적절한 타이밍에 내민 당근.
우리는 농촌의 집단 반발을 핑계 삼아 지방자치단체에 민족혁명당과 공화국 수비대의 촉수를 슬며시 뻗었고, 독일 특유의 지방분권제도는 서서히 당의 영향력에 침식되기 시작했다.
루덴도르프가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총력전을 위한 절대적 지휘체계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경제가 살아났다.